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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76화 (276/300)

276화_초월자(1)

지금까지 수많은 마신석을 봐왔다.

이 지구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마신석을 봤다고 자부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교황청으로 대부분의 마신석이 들어왔고, 그 마신석을 직접 분류해서 훈련까지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마신석은 처음이었다.

“제 키보다 크네요.”

“그래서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한 거야.”

“그렇군요.”

마신석이 요사스러운 보랏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을 본 순간부터 미르가 중단전에서 나오려고 말썽을 부렸다.

‘가만히 있어’

속으로 강하게 외치자, 미르가 나오려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다른 인원들은 언제 오는 거야?”

“네?”

“이 마신석을 봉인하거나 정화할 사람들은 언제 오는 건데?”

“그게 바로 전데요?”

벨라가 머리에 물음표를 달고 나를 바라봤다.

그것에 대해서 더 설명하려고 할 때였다.

미르가 목줄이 끊어진 투견처럼 중단전을 벗어났다. 원소력과 포스로 미르가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최대한 막으며 외쳤다.

‘상급 마족을 통째로 줬잖아. 그리고 이따가 상급 마족 사체를 또 받고 싶지 않아?’

원소력과 포스에 나가려는 게 막히고, 반협박성 말을 하고 나서야, 미르는 조용히 중단전으로 돌아갔고, 그게 조금은 애처로운 느낌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 느낌을 믿지 않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날뛰는 미르를 잠재우고 길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벨라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을 이었다.

“하유신. 무슨 일이야?”

“네? 아니…아닙니다.”

“괜찮아? 상급 마족과 싸우면서 다친 건 아니고?”

“네. 멀쩡합니다.”

내가 이두박근까지 보여주며 말했지만, 벨라는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괜찮다는 사람이 그렇게 땀을 흘려?”

“땀이요?”

손으로 이마를 훔치자, 손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다.

미르를 말리기 위해 힘을 쓰다 이렇게 된 거였다.

“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보다 이제 봉인 작업을 시작해야겠네요.”

“응. 그런데,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거대 마신석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벨라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오른손을 마신석에 가져다 댔다.

“보시면 알아요.”

그리고는 포스와 원소력을 동원해 마신석을 감쌌다.

“어? 그러다가 깨지면…”

벨라의 걱정을 뒤로하고, 그대로 거대 마신석을 뽑았다.

그런 다음 마신석을 옆으로 눕혀서는 부서진 곳이 있나 이곳저곳 눈으로 확인해봤다.

“멀쩡하네요.”

“……마신석이 깨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아시다시피 제가 마신석을 많이 봤잖아요. 그런데, 마신석이라는 게 크면 클수록 던 단단하거든요. 제가 하도 많이 깨봐서 이건 정확합니다.”

말 없는 벨라를 바라보며, 마신석을 옆에 두고, 큰 세수대야를 꺼냈다.

“그건 왜?”

“아공간에 넣기 전에 봉인하려고요. 이대로 아공간에 넣으면 약간씩 뿜어져 나오는 마기 때문에 아공간이 망가지니까요.”

아공간에서 큰 붕대를 여러 개 꺼내서는 밀푀유나베를 만드는 것처럼 대야에 채워 넣었다.

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넣은 다음, 성수를 꺼내서 붕대에 부었다.

“봉인함도 없는데, 그걸로 가능하다고?”

“네. 이 붕대에 미약하지만, 포션 효과가 있고, 여기에 성수를 부으면 삿된 힘. 그러니까 마기를 막아서 잠깐동안 봉인함의 역할을 하거든요.”

성수가 제대로 흡수됐는지 붕대가 찬란하게 빛났다.

거대 마신석을 포스로 띄우고는 붕대를 하나 꺼낸 후, 천천히 감기 시작했다.

벨라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아니요. 괜찮아요. 좀 쉬고 계세요.”

“괜찮으니까, 말만 해.”

새로운 붕대를 꺼낸 나는 벨라를 바라봤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벨라였지만, 지금 속은 엉망일 것이다.

“날뛰는 원소력부터 잠재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걸 네가 어떻게…”

지금도 능력 확인을 받으면 내게 원소력에 관한 능력은 없다.

원소력은 칠성검과 신비석 덕택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그걸 사용하기 위해서 원소력을 볼 줄 아는 눈을 얻었기에 벨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오는 동안 보니까 몬스터가 많더라고요. 거기다 상급 마족까지 상대하셨는데, 멀쩡한 게 이상하죠. 마지막으로 여기를 떠날 때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면 벨라님의 상태부터 만전이 돼야 합니다.”

“…알았어.”

물의 원소력을 다루는 벨라가 원소력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다.

그렇게 벨라는 터덜터덜 걸으며 지하를 벗어났다.

잠깐, 그 모습을 본 후, 다시 봉인 작업에 열중했다.

“봉인이 꽤 오래가야 할 텐데.”

응급처치 형식으로 봉인을 하게 되면, 못해도 한 달은 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거대 마신석이라서 얼마나 버틸지 몰랐다.

“대체 놈들은 뭔 생각을 하길래,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지구에 풀고 있는 거지?”

전부터 든 의문이기는 했다.

마신석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대로 뒀다면, 인류는 빠르게 멸망했을 거다.

거기다가 이렇게 큰 마신석을 만들었다는 거와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상급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낸 거.

모든 것들을 종합해보면, 숭배자들이 무언가를 꾸미는 걸 뜻하고, 이제 슬슬 그들의 속내가 드러날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최후의 격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살아가는 곳이며,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날 믿고 맡긴 이 지구를 말이다.

“일단 그러기 전에 전설들도 더욱 강해져야 해.”

아무리 인재들을 훈련 시켜서 그들을 강하게 만든다고 해도 지구 최고의 전력은 전설들이었다.

어이없는 생각일 수 있지만, 전설들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며, 거대 마신석 봉인에 박차를 가했다.

***

교황청에 들어와서 유신 형님에게 훈련받은 지 벌써 육 개월이나 지났다.

인생의 전환점을 나누라고 하면, 스승인 노사를 만난 거와 이곳 교황청에서 훈련받은 것으로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노사를 만난 건 인생이 바뀐 것이고, 교황청에서의 훈련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리우. 네 차례다.”

“네. 알겠습니다.”

유신 형님의 부름에 훈련장 중앙으로 나섰다.

“어제처럼만 하면 돼. 알았지?”

“알겠습니다. 형님.”

손바닥을 편 후, 바닥을 내리누르듯 움직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다음 앞을 바라봤다.

그때에 맞춰서 유신 형님이 성인 머리 크기만큼 큰 마신석을 꺼내서는 그대로 부쉈다.

보랏빛 기체가 피어올랐고, 박쥐와 똑닮은 날개를 가진 중급 마족이 나타났다.

“와라.”

중급 마족이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튀어나왔다.

다가오는 공격을 바라보며, 오른 손목을 한 바퀴 돌려서 작은 태극을 만든 후, 들어오는 공격을 옆으로 흘려냈다.

그걸 시작으로 초근접전이 벌어졌다.

탁 타탁 타악

모든 공격을 태극의 부드러움으로 흘렸다.

그렇게 방어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마족의 복부가 빈 게 보이자마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

태극일점

손가락 크기의 태극이 중급 마족 복부에 점처럼 찍혔고, 중급 마족은 태극과 함께 회전하며 벽까지 날아갔다.

콰아앙

아무리 강철 벽에 부딪혔다고 해도 중급 마족에게는 그렇게 큰 타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연달아 공격하기 위해, 앞으로 쏘아지며, 중급 마족을 향해 태극일점을 연달아 사용했다.

콰콰콰콰쾅

태극일점에 두들겨 맞던 중급 마족이 본능적으로 태극일점을 찢어발겼다.

그로 인해, 마족의 손가락이 뒤틀렸지만, 고통 따위는 느끼지도 못한다는 듯이 찢어 발겨진 태극일점의 빈 곳을 향해 공격이 들어왔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기에 마족의 손목을 잡은 후, 그대로 하늘 높이 던져버렸다.

펄럭

지금까지 상대했던 마족들과 다르게, 이번 마족은 날개가 있었고, 그로 인해 하늘 위를 부양해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중급 마족은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도망이라도 치려는 건지 주위를 둘러봤다.

창문 하나 없는 훈련장이었지만, 중급 마족이 환풍구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날아갔다.

태극천하

단전을 시작으로 만들어뒀던 태극을 하늘 위로 솟구치게 했다.

주먹만 했던 태극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점점 거대해지더니, 중급 마족을 천장과 부딪히게 했다.

“크아아아악.”

처음으로 중급 마족이 비명을 내질렀다.

중급 마족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혔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했다.

양손을 움직여서 공중에 있는 태극천하를 뒤집어서는 중급 마족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

그 상태에서 새로운 태극천하를 만들어서 하늘로 솟구치게 했다.

태극합일

두 개의 태극 사이에 낀 마족은 압축 프레스에 낀 깡통처럼 찌그러지더니 터져 버렸다.

마족 특유의 비릿하고 고약한 냄새가 옅어지자, 태극을 거두었다.

후두둑

하늘에서 찌그러진 마족의 사체가 떨어졌다.

얼핏 보면 잔인한 광경이었지만, 대기하고 있던 유신 형님이 순식간에 아공간에다가 마족의 사체를 담았다.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이게 다 형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가르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야, 리우. 네가 여기까지 잘 따라왔고, 생각 이상으로 더 잘해왔기에 그런 거지.”

“감사합니다.”

존경의 의미를 가득 담아서 포권했다.

형님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포권을 따라 했다.

감격의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그래. 이렇게 내 생각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

귓가에 ‘너밖에 없다.’는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럼 제가 마지막으로 모든 훈련이 끝났나요?”

“그건 두고 봐야지.”

“네?”

유신 형님은 훈련장 구석에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가더니 크게 외쳤다.

“모두 정렬.”

조용하면서 진중한 형님의 목소리에 육 개월간 자신과 함께 훈련받았던 모든 인원이 서둘러 그 앞에서 질서정연하게 섰다.

“지금까지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마지막 훈련이 하나 남았습니다. 이 훈련은 정말 힘들고, 괴로울 겁니다. 그래도 해낼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유신 형님의 질문에 화답했다.

우리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형님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훈련이자, 실전은 내일 오전 열 시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훈련생 중 한 명이 손을 들어서 유신 형님께 질문을 던졌다.

“실전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말 그대로 실전입니다. 참고로 내일은 여러분의 스승이자, 후견인인 전설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모두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그럼 이만.”

유신 형님이 몸을 돌려서 훈련장을 떠났다.

그때까지 훈련생 중 단 한 명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니, 환희와 함께 자신감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준비해야겠어.”

호주의 인원이 짧게 외친 후, 서둘러 훈련장을 벗어났다.

그걸 시작으로 다른 인원들도 서둘러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때, 자신과 같이 노사의 이름으로 훈련하게 된 오빈이 내게 다가왔다.

“리우님. 준비하지 않으십니까?”

“어떤 준비를 말하는 건가요?”

“내일 노사님 앞에서 지금까지의 수련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러니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도 가서 운기를 좀 해야겠네요.”

“아…리우님은 따로 무기가 필요 없으시죠.”

오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빨리 가서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훈련장을 떠났다.

나도 숙소로 돌아와서 밤새 운기를 한 후에 시간에 맞춰서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거대한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그때, 등 뒤로 유신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게이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훈련생들은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쟌 아르켄시스를 시작으로 모두가 게이트에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사막이었고, 그곳에는 전설들이 전투 준비를 끝내놓은 상황이었다.

“모두 모였으니, 이제 마지막 실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신 형님이 아공간에서 사람의 키보다 더욱 큰 봉인함을 꺼냈다.

봉인함의 뚜껑을 열자, 그곳에는 거대 마신석이 나왔다.

‘어? 설마?’

의문을 채 다 갖기 전에 유신 형님이 오러를 일으켜서 거대 마신석을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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