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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75화 (275/300)

275화_물의 여신 벨라(2)

다른 전설들에 비해서 자신이 대마왕전에 참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아쿠아 실드 덕분이었다.

방어력이 높은 건 아니었지만, 상급 마족 이상이 사용하는 파괴광선을 물의 굴절로 튕겨낼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마왕의 파괴광선을 열 번 정도 막아내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

무력했던 그때를 곱씹으며 자신도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저 위에서 시시덕거리는 상급 마족들이 아무리 둘이라고 해도 말이다.

“게리. 이거 너무 대물이 걸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말이야. 영웅급이 걸릴 줄 알았는데, 전설이 왔네.”

“그래. 그것도 부담되는 전설이 아니라, 벨라이고 말이야 크크크.”

상급 마족의 비웃음에 짜증이 치솟았지만, 애써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럼 파괴광선은 소용없겠네?”

“새뮤얼.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리고 파괴광선으로 쉽게 잡는 것도 그렇잖아. 오랜만에 본 맛있는 음식인데.”

“그것도 맞지. 크크크.”

아쿠아 스피어

더는 참지 못하고, 수십 자루의 창을 소환해서 마족들에게 날렸다.

회심의 일격까지는 아니었지만, 새뮤얼이라고 불리는 마족의 손길에 물의 창들이 바스라졌다.

“이 장난감들은 뭐야?”

“크크크. 반항이라는 걸 하고 싶은가 보지.”

“일단 저 방어막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뭐 기다리는 건 이제 지겨우니까.”

마족들은 양손을 우리에게 향했다.

그들의 손에 보랏빛 광채가 뭉치더니, 파괴광선이 쏟아졌다.

파괴광선이 닿는 곳의 아쿠아 실드 두께를 조절했다.

“크…”

아무리 아쿠아 실드의 굴절을 이용해 파괴광선을 튕겨낸다고 하지만, 부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가 한 방씩 오는 파괴광선이라면, 별 무리가 없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연달아 써볼까?”

“그건 좀 힘들지 않아?”

“에이~ 새뮤얼. 파괴광선의 출력을 줄이며 되지. 그냥 저 방어막 안에서 벌벌 떠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잖아.”

“크크크. 게리 네 말이 맞아.”

마족들은 우리를 장난감으로 대하면서 연달아 파괴광선을 퍼부었다.

아무리 약화된 파괴광선이라고 해도, 그걸 막는 입장에서 하나하나 굴절을 사용해야 하기에 쉽지 않았다.

‘차라리 아까처럼 큰 한 방이 막기 편해.’

그렇다고, 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격할 일이 없었다.

그저 생각보다 빨리 교황청의 지원이 오기를 바랐다.

거기다 그냥 강한 사제가 아니라, 최소한 저들 중 한 명을 상대할 수만 있다면,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이길 수 있었다.

“벨라님…”

마족의 파괴광선을 막는 내 모습을 보고, 톰 레너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이 안쓰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그쪽으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점점 늦어지기는 했지만, 파괴광선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저벅 저벅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크게 외쳤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렇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습니다. 차라리 우리를 버리고, 벨라님이라도 도망치세요.”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여러분에게 제가 그렇게 약해 보였나요? 아니면 믿음을 주지 못하는 거였나요?”

“…그게 아닙니다. 벨라님. 그냥…”

“저는 여러분을 지킬 겁니다.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이 탐험을 마무리 지을 거니까. 기다리세요.”

잠깐의 대화로 집중력이 흩어졌는지, 파괴광선을 놓칠 뻔했다.

다행히, 서둘러 이중으로 둘러친 아쿠아 실드로 인해서 파괴 광선을 튕겨냈지만,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파괴광선이 날아갔다.

콰아아앙

거대 마신석이 있는 건물에 파괴광선이 꽂혔고, 이내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마족들이 파괴광선의 힘을 약하게 조절하지 않았다면,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졌을 거다.

‘다행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아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벨라님. 잠깐이지만,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모두 공격 준비.”

톰 레너와 탐험대원들이 무기를 꺼냈다.

그들의 모습에 화가나 크게 소리쳤다.

“절 좀 믿으세요!”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탐험대원들의 멈칫했다.

“모두 절 믿으시라고요. 제가 아무리 전설 중에서 가장 약한 편이지만, 저 또한 전설입니다. 그러니 믿으세요.”

“하지만…저희 때문에 벨라님이 방어에만 집중하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모두 죽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깐이면 됩니다.”

피가 나도록 아랫입술을 깨물 때, 톰 레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벨라님을 믿겠습니다. 그리고 죽어도 같이 죽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여러분을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죽을 생각은 없고요.”

대화가 끝날 때쯤 쉼 없이 파괴광선을 퍼부었던 마족들이 지친 건지 더 이상의 공격이 없었다.

지금까지 아쿠아 실드 안에서 준비해둔 것을 꺼내야 할 때였다.

“뭐야? 실드를 해제했네? 저년도 지쳤나?”

“크크. 그럼 제대로 놀아볼까?”

공중에 떠있던 마족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하강하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이때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아쿠아 핸드

땅에서 물줄기가 솟구치더니, 거대한 손 모양으로 바뀌어서는 게리라는 마족을 벌레 때리듯 후려쳤다.

아쿠아 로켓

물의 구체가 떠올라서 게리를 가두고는 그대로 물을 분사하며, 이곳에서 멀리 사라졌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새뮤얼이라는 마족과 일대일 구조가 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승산이 없어.’

게리가 오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새뮤얼이라는 상급 마족을 죽이던가, 최소한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전투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 새뮤얼이 피식거리며 비아냥거렸다.

“이거 괜히 전설이 아니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런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아쿠아 애로우

“이딴 물총은 아무런 타격도 없다니까.”

귀찮다는 듯, 아쿠아 애로우를 뿌리치는 새뮤얼을 보며 준비된 공격을 시작했다.

아쿠아 해머

새뮤얼의 머리 위에 생겨난 거대 해머가 그대로 내리꽂혔다.

콰앙

바닥으로 떨어진 새뮤얼을 보자마자, 원소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쿠아 체인

미리 준비해둔 지하수를 이용해 놈을 묶고.

아쿠아 스피어

창은 저들의 질긴 피부를 뚫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창끝을 날카롭게 하기보다는 끝을 양쪽으로 갈라지게 해서, 구속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땅속에 있는 지하수를 전부 끌어온다고 생각하며, 기술을 사용하고, 손을 들어서는 마지막 기술을 발사했다.

아쿠아 커터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세공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다름 아닌 물이다.

고압의 물줄기가 새뮤얼의 머리를 가르기 직전이었다.

콰아앙

새뮤얼 주변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풀려난 그는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파괴광선을 발사했다.

파괴광선은 내가 미리 만들어 두었던 환상을 꿰뚫었다.

“환상?”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았지만, 이미 늦었다.

환상 뒤에 있던 아쿠아 미러가 파괴광선을 반사했다.

반사된 파괴광선은 설치해둔 수십 개의 아쿠아 미러에 반사되는 걸 반복했고, 그 끝에는 새뮤얼의 심장이 있었다.

퍼억

자신의 공격에 물의 원소력까지 덮어 씌워진 파괴광선이 심장을 꿰뚫었다.

“이게…무슨…”

제대로 말도 내뱉지 못하는 새뮤얼은 입가에 피를 흘리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정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싸웠다.

‘이 모든 게 13기동 타격대 덕분인가?’

예전 무혁 대장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전투는 몇 수 앞을 보고 싸우는 거야.’

물론 그 옆에 있던 다른 13기동 타격대의 대원인 다리우스가 그건 약한 놈들이나 생각하는 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맞아. 그래. 나는 약하지. 그러니 이렇게 여러 수를 생각해야 해.”

급격스럽게 원소력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제 곧 게리라는 마족이 올 거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오려고 하는데, 물이 얼마 있지 않았다.

환상과 함께 아쿠아 미러를 만들면서 지하수를 대부분 사용했다.

물론, 지하수라서 천천히 다시 모이기는 했지만, 다른 마족이 오기 전까지는 부족했다.

“여러분 물을…물을 구해주세요. 빨리요.”

“아.알겠습니다.”

톰 레너와 탐험대원들이 아공간에서 식수를 꺼내서는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쉴 틈 없이 물을 꺼내고, 그 물을 지배하에 뒀다.

그때쯤, 저 멀리 날아갔던 게리라는 상급 마족이 날아오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벨라님. 가지고 있는 식수까지 다 사용했습니다. 더는…”

이제 더는 물을 구할 수 없었다.

공기 중에 있는 물 분자를 분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쿠아 미러는 물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만든 거라서 크기는 작지만, 어마어마한 물이 필요했다.

지금 모인 물로는 겨우 아쿠아 미러 한 개가 최선이었다.

“여러분은 일단 몸을 피하세요.”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우리도 돕겠습니다.”

“정말 당신들은 말을 안 들어요.”

다가오는 존재의 윤곽이 잡혔고, 마족 게리라는 걸 확인했다.

그는 파괴광선을 쏘려는지 온몸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저걸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기에 일단 우리 앞에 모든 물을 사용해서 아쿠아 미러를 만들었다.

“제발…”

각도를 조정해 파괴광선이 발사되면, 게리에게 돌아가게 만들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거리가 멀었다.

충분히 반사된 파괴광선을 피할 시간적, 거리적 여유가 있었다.

“조금만 더…조금만…”

아직 멀었지만, 보랏빛 광채가 뿜어지려고 했다.

그때, 게리의 밑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응?”

광채 때문에 아주 빠르게 눈을 깜박였는데, 그 사이에 상급 마족과 황금빛 광채가 서로 맞부딪혔다.

십 분이 넘도록 호각으로 싸우더니, 황금 광채의 일격에 상급 마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지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감각을 넓게 퍼뜨려서 주위를 확인해 봤지만, 느껴지는 게 없었다.

거기다가 고약하게 풍겨왔던 마족의 냄새가 옅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때, 누군가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풀숲이 흔들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유신?”

“벨라님 안녕하세요~”

당황스러운 등장이었다.

왜 이곳에 하유신이 온 것일까? 그리고…설마 하유신이 상급 마족을 물리친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어? 여기에도 마족 사체가 있네요?”

“으…응.”

“이거 저 주시면 안 될까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하유신이 마족의 사체를 바라봤다.

***

머리에 총알구멍이 나 있는 남성의 시체.

이 시체는 한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인 빌런의 시체였다.

“핑거붐이라고 했나? 교황청의 검에게 죽었다고 하더니, 괜찮은 원한을 가지고 있네.”

죽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시체에 미련과 원한이 남아 있었다.

시체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 옆에 쌓여 있는 작은 구슬을 하나 꺼내 시체의 입안에 넣었다.

핑거붐의 사체 주변으로 보랏빛 회오리가 치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는 상급 마족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서는 무릎을 꿇었다.

“미천한 존재가 시리 시온님께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이죠?”

“미국에 설치해둔 함정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

잠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전설들과 여러 단체에서 마신석을 회수하는 걸 알기에 미국에만 그들을 잡기 위한 함정을 다섯 곳이나 만들어 놨다.

“미국 서부의 올림픽 국립 공원에 설치해둔 함정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곳이군요. 그곳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나요? 거기에는 제가 특별히 아끼는 마신석을 놔둬서 두 명의 상급 마족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네.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 있는 상급 마족들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보랏빛 회오리가 서서히 그 기세를 죽이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핑거붐의 사체가 아니라, 초등학생 크기의 마신석이 있었다.

“그들이 함정을 제대로 물었네요. 알겠으니 이만 나가보시고, 다른 함정 상태도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상급 마족이 사라지고, 앞에 놓여 있는 마신석을 들었다.

“꽤 괜찮은 마족이 되겠군.”

이렇게 큰 마신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렇지만, 탐 탄테오의 부탁으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대 마신석을 인류가 발견했다는 건 또 다른 재앙을 의미했다.

“욕심 많은 사람이 챙겼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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