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73화 (273/300)

273화_유신의 교육(4)

훈련생들이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인재라고 하지만, 이틀 만에 모두 육체 적응이 끝날 줄 몰랐다.

‘난 한 달이나 걸렸는데.’

역시 재능있는 사람들이 노력까지 하자 빠르게 강해졌다.

이제, 마신석을 독점하지 못하고, 이들에게 사용할 때가 됐다.

“오늘 여기 모여있는 분들은 다 같이 하급 마족 한 개체와 싸울 겁니다.”

“겨우 한 개체요?”

“저희를 뭘로 보고 그럽니까?”

내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이들을 교육하는 건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게 좋았다.

단지, 지금은 그 자신감이 많이 과했다.

“여러분의 오만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하겠습니다. 지금부터 교황청에서 일부 정화 작업을 한 최하급 마족을 상대하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보통 이런 불평불만이 나오면 더 제대로 해달라는 건데, 하급에서 최하급으로 낮추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겨우 최하급이나 상대하려고 그 힘든 훈련을 한 건 줄 아십니까?”

자꾸 태클을 거는 저자는 크리스의 추천으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까지 한마디 하지 않던 자가 크리스가 떠나자, 불평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닉 매클모어씨. 당신이 정말 혼자서 최하급 마족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생각합니까?”

“물론입니다.”

분명 체력 훈련으로 효과를 봤을 텐데도, 내 훈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착각은 깨진 후에 하면 늦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죽은 후에 하면 늦는다는 소리입니다. 일단 제 말대로 이곳에 있는 모든 이가 다 같이 덤벼서 최하급부터 이기고 말하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토하지 마시고요.”

이들이 내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다면, 충분히 하급 마족 한 개체는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만하다면, 하급 마족을 소환하는 순간 누군가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준비들 하세요.”

아공간에서 일부 정화된 마신석을 꺼내서 앞으로 집어 던진 후, 베어냈다.

보랏빛 마기가 피어오르자, 몸을 돌려 훈련장을 벗어나며 말했다.

“참고로 훈련 도중에 죽으면 개죽음일 뿐입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훈련장을 나선 후, 문을 잠궜다.

저들은 모를 것이다. 마족을 상대할 때 잘 싸우기만 한다고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무리 본능으로 싸우는 반푼이 마족이라지만, 마기는 적응하기 전까지 제대로 싸울 수 없다.

그래도 전세계 최고의 인재들이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는 자들이라고 했으니, 빠른 시간 안에 이겨낼 거다.

사망자가 생기면 어쩔 수 없고.

“30분 걸렸네.”

전투가 이루어진 훈련장이 잠잠해진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다.

“끄응…”

“으으윽.”

“죽고 싶지 않아.”

대부분이 지쳐 있었고, 몇몇 인원들은 최하급 마족에게 상처 입어 마기가 몸에 퍼지고 있었다.

“이야~ 역시 닉 매클모어씨네요. 최하급을 참 빨리 잡으셨어요.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게요.”

“아니 잠깐.”

“왜요? 저 세 명 빼고는 다친 사람도 없고, 사망자도 없는데, 그럼 무운을 빌게요.”

마신석을 공중으로 던진 후 검기를 날렸다.

그 순간 훈련생들의 일부가 검기를 막기 위해 뛰어들었고, 닉 매클모어는 마신석이 깨지지 않게 몸을 던져 감쌌다.

콰앙

검기에 부딪힌 훈련생들이 벽에 부딪힌 후, 피를 토했다.

“지금 뭣들 하시는 거죠? 닉 매클모어씨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하는데.”

내 말에 훈련생들이 닉 매클모어를 노려봤다.

그 시선을 견딜 수 없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알아차렸는지 닉 매클모어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못난 행동을 벌였습니다. 제발 이들을 살려주십시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마기에 의해 조금씩 죽어가는 인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걸어간 후, 가장 심각한 인원에게 붉은 포션을 먹인 후, 상처에 손을 올렸다.

“으아아아아악!”

붉은 포션의 위력에 비명을 지를 때 포스를 이용해 몸속에 있는 마기를 잡아서는 끌어왔다.

그런 다음 미르를 조심히 불러서 마기를 먹게 했다.

그렇게 다친 자들의 응급처치를 끝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생들을 바라봤다.

이들은 내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고, 마기를 없앤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만큼 마기와 마족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거지.’

주위를 둘러본 후, 그들에게 모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장 빠르고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살짝 미소가 피어났다.

“여러분.”

“……”

“대답이 없으시네?”

“넵!”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외쳤다.

이제야,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조련되고 있었다.

“여러분이 힘을 모으고, 제가 약간의 조언만 했다면, 하급 마족도 상처 없이 상대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최하급을 푼 이유가 뭘까요?”

“……”

“당신들의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마족을 상대하려고 했으니까요. 분명 최하급 마족을 열고 제가 밖으로 나갈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겠죠. ‘건들지 마. 나 혼자 처리한다.’ 이런 다음 제일 먼저 당하고, 뒤늦게 다른 사람들이 도왔지만, 손발이 안 맞았겠죠. 안 그래요?”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둘러본 후 마신석을 쥐고 있는 닉 매클모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내놔.”

그는 군말 없이 내게 마신석을 주었고, 나는 마신석을 들고는 훈련장 중앙으로 갔다.

“잘 보고, 잘 느끼세요. 이게 바로 최하급이 아닌, 하급 마족이 내뿜는 마기입니다.”

손에 힘을 줘서 마신석을 깨뜨렸다.

곧바로 하급 마족이 튀어나와서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고개를 뒤로 꺾어서 검을 피한 후, 주먹으로 마족의 명치를 쳐서 날려버렸다.

“자 보다시피 이번 마족은 양손이 검 모양입니다. 저런 무기도 참 신경 쓰이죠. 그런데, 마족이랑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게 뭔지 아십니까?”

깡깡

하급 마족이 자신의 양손을 부딪친 다음 무차별로 휘두르며 달려왔다.

몸을 슬쩍슬쩍 움직여서 검을 피하고, 피하기 어려운 것은 손으로 검면을 쳐내며 말을 이었다.

“바로 마기입니다. 놈과 싸울 때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제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을 겁니다.”

몸을 회전해 검을 피한 후, 회축으로 마족의 턱을 가격해 날렸다.

“괜히, 제가 여러분에게 무게 증가 훈련을 한 줄 아세요? 마기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런 비슷한 효과가 생겨서 적응하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게감을 느끼면 느낄수록 당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공포심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손날을 세운 후, 이제 일어서는 하급 마족의 가슴을 베어내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피했다.

칠성검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급 마족의 가슴이 쩍 갈라지기는 했지만, 몸을 양분시키지는 못했다.

“마족의 마기가 가장 많은 부분은 첫 번째가 뿔이고, 두 번째가 이 피입니다. 그러니, 마족을 상대할 때 피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오러를 일으켜서 마족의 검이었던 양팔을 잘라냈다.

잘린 양팔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졌다.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피를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막았고, 호신강기에 닿은 피가 땅에 흘러내렸다.

“여러분 각자의 능력을 쓰든, 스킬을 쓰든, 기술을 쓰든 어떤 식으로든 피를 막으세요.”

고통에 발광하는 마족의 얼굴에 오러를 찔러 넣어서 죽인 후, 훈련생들을 바라봤다.

“이게 조금이라도 마족을 쉽게 상대하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날 바라보기만 했다.

“여러분은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니, 바로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들을 향해 마신석을 던진 후, 검기를 날려서 쪼갰다.

***

수십 마리의 거미 몬스터 셀로브가 가느다란 다리를 이용해 재빨리 우리를 포위했다.

평소라면, 물의 여신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바로 아쿠아 애로우를 꽂아 넣을 테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스무 명에 가까운 인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쿠아 실드를 만들었다.

그때, 이곳의 탐험대장인 톰 레너가 자신을 바라봤다.

“벨라님. 저 정도의 셀로브는 우리팀에서 상대가 가능합니다.”

“알고 있지만, 변수는 없애는 게 좋잖아요.”

“그렇지만, 지금 벨라님은 너무 무리하시고 계십니다.”

걱정스러운 톰 레너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괜히 사람들이 전설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벨라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잠깐의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셀로브가 아쿠아 실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먹이로 생각하는 몬스터이기에 확실하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아쿠아 애로우

수백 발의 물의 화살이 다가오는 셀로브들을 꿰뚫었다.

어떤 셀로브는 바로 머리에 맞아서 즉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즉사를 피해 몸이나 배에 맞았다.

그렇게 대규모 공격을 끝낸 후, 실드 밖에 있는 셀로브를 바라봤다.

곤충형 몬스터라 그런지, 바로 죽지 않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벨라님. 뒷정리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이제 정말 쉬세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쿠아 실드를 거둬들이자, 탐험대원들이 장병기를 꺼내서, 셀로브들을 찔렀다.

곤충형 몬스터들은 죽은 후에도 아주 잠깐 동안 움직이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셀로브를 정리하면서 그 사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특별히 큰돈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사체를 치우지 않으면, 다른 몬스터들이 꼬이기에 하는 조치였다.

“정리 끝났습니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네. 그런데,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벌써 며칠째 이곳 미국 올림픽 국립 공원을 탐험했다.

숲의 경치는 좋았지만, 틈만 나면 다가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쉴 새가 없었다.

대마왕전 이후로 이렇게 능력을 많이 사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반나절 정도 더 움직이다 보니, 통째 통나무로 지어진 3층짜리 큰 건물이 보였다.

“벨라님. 탐지 장치에서 저 안에 마신석이 있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드디어 도착이네요.”

통나무로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려고 할 때, 톰 레너가 앞을 가로막았다.

“저희가 먼저 수색해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벨라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까지 무리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믿어 주십시오.”

저 안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앞장서야 했다.

그렇게 한 발 더 앞으로 내디딜 때 톰 레너가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우리가 벨라님의 눈에 차지 않는 건 알고 있습니다.”

“톰 레너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전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맡겨주십시오. 이곳까지 오면서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벨라님의 뒤에 숨어 있다가 몬스터 사체를 챙기고, 뒷정리를 한 게 다입니다. 벨라님. 우리도 나름 잘난 모험가입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자신이 나섰던 거였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들의 자존심을 짓뭉개고 있었다.

물론, 안전과 실용성을 따지면 자신이 나서는 게 맞지만, 인간관계는 실용성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신호 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미국 최고의 모험가들이 저 건물을 샅샅이 파헤치겠습니다.”

드디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지 톰 레너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탐험대원들에게 외쳤다.

“자!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다.”

탐험대원들은 톰 레너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그들이 문을 열고 건물에 조심히 진입했다.

조사를 시작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톰 레너가 건물에서 나온 후, 자신에게 다가왔다.

“마신석은 찾았나요?”

“그게 찾기는 찾았는데, 잠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마신석이 너무 많습니다.”

“네?”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톰 레너가 왜 마신석이 많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마신석이 이곳에 몰려 있는 것 같네요.”

“네. 대원들이 봉인 중에 있습니다. 전부 다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들보다 다른 게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건물 지하로 이동한 후, 입이 턱 하니 벌어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벨라님 어떻게 합니까?”

지금까지 가장 커다란 마신석을 어른 팔뚝만 했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단 하나의 마신석은 농구선수 키만 한 사이즈였다.

“교황청에 요청해야 할 것 같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