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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72화 (272/300)

272화_유신의 교육(3)

유신 형님의 훈련을 받은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훈련을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많은 훈련생이 도망친 것 같았는데, 지금은 군말 없이 훈련을 따르고 있었다.

‘물론 특별훈련을 진행하고, 포션을 먹었겠지?’

먹어본 사람만 안다.

그 포션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라는 걸.

자신도 처음 유신 형님을 만났던 공항에서 그걸 먹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여섯 시가 넘어갈 때였다.

“여러분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입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그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훈련생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벌써 끝났다고?”

“아직 밤 열 시도 안 됐잖아.”

“설마 지금 끝나고, 새벽 두 시에 일어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훈련을 빨리 끝내줘도 그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유신 형님을 바라봤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찍 훈련을 끝내주니, 좋기보다는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그때, 유신 형님은 사람들의 말에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오늘 푹 쉬시고, 한동안 여러분의 발전된 신체를 적응하는 단계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적응이 끝난 사람들은 최하급 마족과의 실전 전투가 있을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두세요. 그럼 내일 오전 아홉 시에 이곳에서 다시 보도록 하죠. 전원 무게 제한 해제, 마도구 해제.”

나를 포함한 모든 훈련생이 착용하고 있던 마도구들에서 빛이 나더니,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마도구를 바라봤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잘 때도 무게가 줄어들지 않았던 마도구였다.

그렇게 벗고 싶은 마도구였는데, 막상 벗고 나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대로 방에 들어가신 후에 혹시나 교황청 밖으로 나오시는 분이 있다면, 저와 함께 즐거운 특.별.훈.련을 하실 겁니다. 그럼 이만 쉬세요~”

기분 좋게 말하는 유신 형님의 모습이 어째 더 으스스했다.

그때,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던, 쟌 아르켄시스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부터 개인 훈련을 진행해도 되는 겁니까?”

“네. 그러셔도 되는데, 오늘은 쉬는 걸 추천하는 편입니다.”

“해도 된다는 말이군요.”

“교황청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훈련 시간 외에는 제가 참견할 필요가 없죠.”

“알겠습니다.”

대화를 끝낸 유신 형님이 훈련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오늘의 훈련이 끝났다고 믿지 못하는 훈련생들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각기 뿔뿔이 흩어졌다.

“쟌님. 정말 훈련을 더 하실 건가요?”

내 질문에 쟌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쥐었다.

“내일부터 더 힘든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쉬는 것도 훈련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평소라면 그렇겠지만, 한 달 동안 지켜본 유신은 쉬지 않더라고.”

“정말 형님을 라이벌로 생각하시나요?”

“…응.”

왜 그렇게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할까?

솔직하게 말해서, 쟌이 다른 전설들을 목표로 잡고 훈련한다면 가능성이 보였다.

“친구로서 조언해도 될까요?”

“뭔데?”

“유신 형님을 목표로 잡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리우야.”

쟌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이곳에 들어와서 하유신이 제일 처음 했던 말이 기억나니?”

“무슨?”

“한계를 두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는 순간 모든 발전은 거기서 멈춘다고.”

저 말을 듣는 순간 누군가 둔기로 자신의 머리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같이 들었던 말이고, 자신 또한 기억하는 말이었다.

그 당시에는 ‘역시 형님.’이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렇게 다시 들으니 자신이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꾸벅 쟌 아르켄시스에게 인사를 한 후에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섰다.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가슴을 진정시킨 후, 오랜만에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육체가 자신의 컨트롤을 벗어났다.

분명 천천히 태극을 한 번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손은 어느새 태극을 세 번이나 그렸다.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컨트롤 되지 않는 손은 태극의 겉만을 흉내 낼 뿐이었다.

“역시 형님이셔.”

이래서 유신 형님이 육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던 거였다.

이번에는 집중해서 아주 천천히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저 몸을 무겁게 하고, 한 달간 훈련했을 뿐인데,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다.

그때, 스승인 노사와 했던 대화가 기억났다.

‘리우야. 무의 시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무의 시작은 건강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틀렸다.’

‘네?’

‘모든 무의 시작은 육체에서부터 시작된다. 육체를 단련하다 보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

‘그렇지만, 올곧은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올바른 무도인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정신이 망가졌다고 해서 싸울 수 없는 건 아니란다.’

다시 한번 유신 형님의 능력에 감복했다.

***

“제이미. 정말 이 훈련이 도움 될까?”

“응. 나한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육체를 주로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체력 단련이 기본인 건 맞았다.

그런데, 자신은 육체단련보다 정교하고 빠르게 캐스팅해야 하는 마법사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됐냐고 하면, 솔직하게 말해서 크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난 차라리 그 시간에 마나 심법을 운용하는 게 더 도움이 됐을 거야.”

제이미도 내 말에 부정하지 않는지, 말이 없었다.

마법사에게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는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과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하~ 아스본 레스넌님은 왜? 나까지 이곳에서 훈련받으라고 했는지.”

정말 웃긴 것은 마법사들의 총본산에서 나온 다크 연합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이 마법사는 다른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이라도 했다면, 자신도 거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단 한 번도 군말 없이 훈련에 참여했다.

거기다가 저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싫었다.

“제이미. 너도 이제 쉬러 갈 거야?”

내 말에 제이미는 남아서 육체를 점검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여기서 육체 점검을 해야 할 것 같아.”

“알았어. 그러면 먼저 들어갈게. 내일 보자.”

“응.”

제이미를 뒤로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평소 이곳에 들어오면, 지쳐 버려서 그대로 쓰러지기 바빴다.

그만큼 체력 단련을 겸하는 육체 훈련은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일단, 깨끗하게 샤워를 끝내고는 침상에 누웠다.

그런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적응된 것일까? 아니면 오늘 평소와 다르게 일찍 끝나서 그럴까?

“잠이 안 와.”

이대로 시간을 버리는 것도 아까워서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마나 심법을 운용하는 건, 어떤 자세여도 상관없지만, 어려서부터 시작한 이 자세가 자신에게 딱 맞았다.

그렇게 마나심법으로 심장에 있는 서클을 자극했다.

‘무슨!’

순간 놀라서 회전시키던 서클을 놓칠 뻔했다.

써클을 놓친 순간 심장에 무리가 와서 죽거나 또는 큰 피해를 봤을 거다.

그만큼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한 달 만에 돌린 서클이라서 처음에 버벅거렸던 게 도움이 됐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서클의 수가 늘어나는 획기적인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훈련하기 한 달 전에 비해서 크게 마나량이 늘었다.

‘일단은 진정하자.’

회전하려던 서클을 잠시 그대로 둔 후에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심장에 있는 서클을 내버려 두고, 몸을 전체적으로 둘러봤다.

그때야 알 수 있었다.

‘마나가…마나가 넘쳐.’

이 정도 마나라면, 단숨에 다음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아주 천천히 서클의 마나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서클을 회전시키면서 발생하는 마나와 심장 주변에 있는 여분의 마나를 끌어와 일곱 번째 서클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다.

‘이대로는 부족해.’

일곱 번째 서클을 만든다는 건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심장에 있는 여분의 마나로는 부족했다.

그때, 육체에 깃든 마나들이 움직여서, 서클을 만드는데 도움 줬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집중했다.

“휴~”

길게 숨을 내쉬고는 창문을 바라봤다.

어스름이 점점 지워지는 걸 보니, 이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으로 심장을 만졌다.

여섯 개의 진한 서클과 아직은 희미한 일곱 번째 서클이 느껴졌다.

“설마 체력 훈련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서클 주변에 있는 마나가 늘어난 것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이 늘어난 줄은 몰랐다.

거기다가 육체에 깃든 마나는 최근 3년간 모은 마나보다 최소 수배는 많았다.

“아쉬워…”

제대로 일곱 번째 서클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마나가 부족했다.

마법사라는 이유로 체력 단련 때마다 조금씩 농땡이를 피운 게 너무나 아쉬웠다.

체력 단련을 하는 것으로 이렇게 마나가 쌓이는 걸 알았다면, 절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쉽게 보내지 않았을 거다.

“역시 다크 연합의 마법사들은 이 방법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들이 왜 군말 없이 하유신의 훈련을 따랐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시 체력 훈련을 하는 건 생각해 볼 일이었다.

‘이제 시간만 지나면, 마나 심법만으로도 완벽한 일곱 번째 서클을 만들 수 있어.’

아직은 부족하지만, 자신은 7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

***

마기가 덮어 씌워진 하급 마족의 손톱 공격이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간단히 상체를 틀어서 피한 후,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검을 휘두르자, 몸이 분리된 하급 마족이 바닥에 쓰러진 후, 꿈틀거렸다.

이대로 하급 마족의 머리를 쪼개려고 할 때였다.

“크아아악!”

양쪽에서 하급 마족의 공격이 들어왔다.

몸을 수평으로 눕힌 후, 회전해서 왼쪽으로 다가오는 놈을 베어버리고, 오른쪽에 있는 놈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착지하려는 순간, 뒤에 있던 두 마리의 하급 마족의 불과 얼음의 원거리 공격이 가해졌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가로베기를 하자, 공격들이 쪼개졌다.

이대로 달려들어서 원거리 공격을 가했던, 하급 마족들에게 연신 검을 찔러넣었다.

순식간에 하급 마족들의 손과 가슴 그리고 얼굴에 구멍이 뚫렸고, 몸을 회전하며, 칠성검에 맺혀 있는 오러를 날렸다.

스가아아앙

오러의 날카로움에 모든 마족들이 몸이 쪼개졌고, 그들은 아직 죽지 못하고, 꿈틀거렸다.

“후우~ 미르야. 마무리 해줘.”

중단전에 있던 미르가 순식간에 나와서는 죽어가는 마족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미르는 살아있는 마족의 사체를 더욱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게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지만, 미르가 마족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면, 꼭 물과 물이 결합하는 느낌이었다.

하급 마족을 미르가 감싸면, 마족의 모습이 그냥 마술처럼 사라졌다.

“이제 다섯 마리까지는 문제없네.”

제대로 훈련하려면, 더욱 많은 하급 마족을 풀어서 한 번에 상대하는 게 좋았다.

그렇지만, 교황청으로 들어오는 마신석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가볼까?”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훈련생들이 변화된 신체를 적응하는 단계였다.

이 적응 단계가 끝나면, 일단 여러 훈련생과 한 마리의 하급 마족과 싸우게 만들 것이고, 최종 목표는 최소 훈련생과 일 대 일로 하급 마족을 물리치는 거였다.

“올해 안에는 이 훈련이 끝나겠지. 아니 올해 안에는 끝내야지.”

언제까지 이곳에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

마족 숭배자들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들을 처단해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훈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였다.

“다들 잘 쉬었나…요?”

대부분의 훈련생이 아니, 모든 훈련생이 약간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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