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_유신의 교육(2)
이 훈련에 불평불만이 있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훈련했다면, 며칠 뒤에는 지금처럼 반항하는 사람이 나올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일찍 나왔다.
초반에 이런 사람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콜린 시거 세 배.”
말이 끝나자, 콜린 시거의 마도구가 빛이 나며, 무게를 늘렸다.
당연하게도 콜린 시거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크으윽! 이거 풀라고!!”
“이제 겨우 총합 사백오십 킬로야. 그건 내가 착용하는 무게보다 적어. 그것도 견디지 못하면서 무슨 투정이야?”
식판에 남은 음식을 들이켰다.
그동안 다른 자들은 입 하나 뻥긋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 콜린 시거에게 다가간 후 웃으며 말했다.
“식사는 끝난 걸로 알겠습니다.”
“이런 개***야!!!”
“역시 콜린 시거님은 식사보다는 훈련이라고요?”
“마족보다 못한 ** *** ******”
“그 마음에 제가 감동했습니다. 휴식시간 동안 저와 특별 훈련을 하겠습니다.”
“빨리 풀어주라고!!”
원한다면,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
이제부터 할 특.별.훈.련.은 마도구를 착용하면 안 됐다.
“콜린 시거 해제.”
마도구가 풀리자, 콜린 시거가 재빨리 일어나며 검을 빼 들었다.
“어떻게 특별 훈련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특별 훈련은 대련입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죽어 이새끼야!!”
콜린 시거가 내 얼굴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고개를 살짝 트는 것으로 검을 피한 후, 그대로 주먹에 힘을 줘서는 콜린 시거의 복부를 가격했다.
자세가 무너진 그를 보며, 다리를 후려쳐서 넘어뜨렸다.
“이 개** 내가 오늘 널 죽여 버리고 만다!”
검을 휘두르는 팔을 손으로 감아서는 꺾었다.
그런 다음, 그대로 팔에 힘을 줬다.
우드드득
콜린 시거의 팔에서 들려와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내 팔. 내 팔!!”
“겨우 팔 하나 부러졌다고, 그렇게 난동을 부리면 안 되죠.”
나는 천을 하나 꺼내 왼손으로 내 오른팔을 감았다.
“저도 똑같이 한 팔을 사용하지 않을게요.”
내 모습에 콜린 시거가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대련은 시작됐다.
왼손과 양발로 콜린 시거를 가격하며, 외쳤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목숨을 걸고!!”
무자비한 폭력에 콜린 시거가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아공간에서 붉은 포션을 꺼내, 콜린 시거의 입에 넣어줬다.
“루카스씨. 물 좀 가져와 주세요.”
“…네?”
“양동이 같은 곳에다가 물을 가득 가져와 주세요.”
“아…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루카스는 양동이 가득 물을 담아왔고, 난 그 물을 콜린 시거에게 뿌렸다.
“크…내가…으아아악!!”
지옥에 빠진 인간의 비명이 이럴까?
콜린 시거의 비명은 훈련장을 크게 울렸다.
“동료들이 식사 중인데, 너무 시끄러워.”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콜린 시거의 입에 쑤셔넣었다.
오른팔의 붕대를 다 풀었을 때, 콜린 시거의 몸부림은 더욱 커졌다.
“엄살은.”
내가 혀를 차고 있을 때, 리우가 조심히 훈련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리우야. 어디 가니?”
“아… 형님 화장실 갑니다.”
“그 방향은 출구고, 화장실은 저쪽이야.”
리우는 화장실과 출입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혹시나 해서 훈련장 한쪽에 화장실을 마련해 둔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리우가 화장실은 가지 않고 땀을 흘리며 무언가 묻고 싶은지 우물쭈물했다.
“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저기 형님. 그 포션 말입니다…”
“이거?”
아공간에서 13기동 타격대의 붉은 포션을 꺼냈다.
“네. 그 포션이요. 그거 제가 며칠 전에 먹었던 포션이랑 같은 거죠?”
“네가 버티겠다고 하면서 먹었던 거 말하지?”
“네.”
“응. 맞아 같은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리우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형님. 혹시 말입니다. 정말 혹시인데, 우리가 훈련 중에 다치면 그 포션을 먹는 겁니까?”
“훈련을 이어가지 못할 상황에서만 써야지. 그렇게 많이 없거든.”
“휴~ 다행이네요.”
“다행?”
“아.아닙니다. 그런데, 대충 몇 개나 가지고 있으세요?”
“진짜 운 좋게도 이번에 보급받아서 삼백 개 조금 넘게 있어.”
화장실을 가고 싶다던 리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해? 화장실 가야지.”
“네. 네.”
그때쯤 콜린 시거의 치료가 끝났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죽엇!”
소닉붐
마검으로 부터 구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었다.
확실한 실력 차를 보여주기 위해 검지와 중지를 세운 후, 다가오는 소닉붐을 향해 찔러 넣었다.
파아악.
소닉붐이 터져나가며, 내 몸을 덮쳤다.
바람의 칼날이 몸에 생채기를 냈지만 무시하고 콜린 시거에게 달려갔다.
“대련 연타!”
양주먹을 말아쥐고, 골고루 가격하자, 콜린 시거가 선 채로 기절했다.
보통 이 정도에서 끝내지만, 살기를 담은 공격을 했기에 조금 더 제대로 교육하기로 다짐했다.
쓰러지려는 콜린 시거를 중심으로 둥글게 돌며 주먹을 날렸다.
“잽잽잽잽잽…”
복부, 가슴, 얼굴, 얼굴, 얼굴, 뒤통수.
그렇게 콜린 시거는 기절한 상태에서 쓰러지지도 못하고, 깨어날 때까지 맞았다.
물론 깨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찌 보면 더욱 심하게 대했다.
“대련 연타!!”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콜린 시거와 대련했다.
마지막 콜린 시거는 기절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날 노려봤다.
“아쉽지만, 특별 훈련은 이만 종료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훈련 시간이거든요.”
품에서 붉은 포션을 꺼내, 콜린 시거에게 강제로 먹이고,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우리의 대련을 구경하느라, 식사도 끝내지 못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휴식 시간 끝났습니다. 뭣들 하세요? 빨리 일어나세요.”
“읍읍읍!”
“콜린 시거님도 치료가 끝나면 바로 훈련에 복귀한다고 하네요. 자! 우리 모두 솔선수범으로 먼저 특별 훈련을 자처하신 콜린 시거님께 짧게 세 번 박수 치고 훈련하겠습니다.”
내 말에도 훈련생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양손을 털어서 주먹을 풀자, 갑자기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훈련 준비했다.
“에이~ 그래도 박수는 쳐야죠.”
짝짝짝
그렇게 짧은 박수가 끝나고,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후로 모두가 군소리 없이 훈련을 따랐다.
물론, 치료가 끝난 콜린 시거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아침 아홉 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여섯 시에 끝났다.
첫날이기도 하고, 우선 체력 단련이 먼저이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후, 나는 개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풀고는 무게 조절 마도구를 해제했다.
“이제야 좀 시원하네.”
훈련장 안에는 마신석 하나가 놓여 있었고, 손에 검기를 생성해서 마신석을 베어냈다.
곧, 하급 마족이 튀어나와서는 내게 길게 자란 손톱을 찔러넣었다.
고개를 꺽어서 공격을 피한 후, 발로 마족을 밀어내듯 찼다.
“하급 마족의 속도는 확실히 훈련생들보다 빠르네.”
이제 막 마신석에서 나와 제대로 이성을 갖추지 못한 마족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달려들었다.
하급 마족의 팔목을 잡은 후, 그대로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콰아앙
벽에 박힌 하급 마족을 바라봤다.
“힘도 아직은 우위지만, 역시 크리스보다는 약하네.”
벽에서 튀어나온 하급 마족은 화가 많이 났는지, 온몸의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두 번이나 당했으면서 하급 마족은 조심성 없이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얼굴로 찔러오는 손톱을 피하고, 심장을 향하는 손을 밀어내니,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으려고 했다.
“본능에 이끌려서 그런가? 예상치 못한 공격도 하네.”
그렇게 하급 마족을 상대하면서 마족과 훈련생을 비교했다.
모든 비교가 끝나자, 칠성검을 꺼내서는 그대로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마족이 조각나며 목숨을 잃자, 지금까지 참고 있던 미르가 튀어나와서는 마족의 사체에 달려들었다.
“안 돼! 기다려!!”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동물 사육 교본대로 강하게 말하니 미르가 멈춰 섰다.
“미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거나 막 먹으면 안 돼. 알았어?”
물론, 미르에게서 아무런 답변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교육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이제부터 미르가 말 잘 들으면 마족의 사체를 많이 줄 거야.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하면 안 돼. 아니 아예 마족을 안 만날 거야. 알았어?”
마족 사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 미르는 이내 중단전으로 돌아갔다.
역시, 드루이드가 집필했다는 책답게 미르의 식탐을 약간이라도 고쳤다.
“아주 잘했어. 미르야. 잠깐 나와봐.”
중단전에 들어간 후, 꿈쩍하지 않는 미르를 원래 세입자인 땅의 축복이 툭툭 쳤다.
그러자, 미르가 빼꼼 중단전에서 나왔다.
“미르야. 내가 하급 마족을 상대할 때도 절대 나오면 안 되는 거야. 방금도 마족을 보자마자, 나오려고 하는 널 말리느라 힘들었어. 알았어?”
얼굴이 없어서 표정이 없는 미르가 시무룩해 보였다.
이제 훈계는 끝났고, 당근을 줄 차례였다.
“말 잘 듣고. 알았지? 이제 식사 시간이야. 먹어.”
미르는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고는 칭찬해달라고 다가왔다.
머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을 쓰다듬어주자, 이내 미르가 중단전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럼, 이제 내 훈련을 해볼까? 하유신. 최대 무게.”
무게 조절 마도구가 빛이 났고, 몸이 무거워졌다.
그 상태에서 칠성검을 들고는 천천히 기본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
아버지를 대신해서 용병왕이 된 후 잘 나가는 인생이었다.
그렇지만, 히페리온과의 계약이 끊긴 후, 인생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모든 게 재미없고,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 로저 시거의 권유로 훈련을 왔을 때, 그 교관이 하유신이라는 걸 알고는 기가 찼다.
“감히, 히페리온과 내 사이를 갈라놓은 놈한테 배워야 한다고?”
배워야 한다는 것도 짜증이 치솟는데, 하유신의 훈련은 훈련이라기보다는 몸을 축내기만 했다.
“죽여 버리고 싶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그게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히페리온을 쥐고 있을 때도 하유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아까 점심시간에는 하유신은 검을 꺼내지도 않고, 자신을 두들겨 팼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도망쳐야겠어. 이대로는 안 돼.”
하나의 실날같은 희망은 생겼지만,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바로 마도구를 벗는 거였다.
“콜린 시거 해제.”
하유신의 목소리를 따라서 말해봤지만, 역시나 마도구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잠깐이지만 용병왕까지 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겨우 도망치고 싶어서, 하유신의 성대모사까지 한다는 게 창피해 얼굴을 감쌌다.
“어?”
고된 훈련과 마도구의 무게 때문에 팔도 제대로 들기 힘든 상태였는데, 얼굴을 감쌌다? 설마?
“콜린 시거 50킬로.”
다시 한번 성대모사를 했지만, 무게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교황청에서 잠을 잘 때는 마도구로 조절했던 무게를 풀어준다는 소리였다.
‘도망칠 수 있어.’
서둘러 짐을 챙겨서는 방을 빠져나왔다.
한적한 교황청의 복도를 몰래 걷고 있을 때였다.
“확실히 포션 효과가 좋지?”
교황청인데, 지옥의 밑바닥에 산다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유신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