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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69화 (269/300)

269화_마신석 사용법(2)

얀의 호의는 고마웠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먼저였다.

“부단장님.”

그래서 정중히 사양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부단장님.”

“응?”

잠시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나 보다.

“아까부터 계속 불렀습니다.”

“미안해. 올랜도. 그런데 무슨 일이야?”

“단장님께서 부단장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말입니다.”

서둘러 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 봤다.

휴대폰에는 이자벨 로메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찍혀 있었다.

“알았어. 내가 전화할게.”

“그게 말입니다.”

“왜?”

“여기 있습니다.”

올랜도는 아직 통화 중인 전화를 내게 건넸다.

“네. 쟌 아르켄시스입니다.”

[부단장.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단장님.”

[정말이지?]

스승인 이자벨 로메의 걱정어린 따뜻한 목소리에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네. 저는 수호기사단의 부단장입니다.”

[알았어. 지금 급하게 갈 곳이 있으니까, 남은 일은 조장인 올랜도에게 맡기고 바로 복귀해줘.]

한 번 작전을 나가면, 어떤 일이 있어도 임무가 끝날 때까지 작전지를 벗어나지 않는 게 수호기사단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복귀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복…귀 말입니까?”

[응. 비상용 게이트를 사용해도 되니까. 최대한 빨리 와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올랜도를 바라봤다.

“올랜도. 난 이대로 복귀해야 하니, 이제부터 네 지휘 하에 임무를 수행하도록.”

“알겠습니다. 벌써 단장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잘 부탁할게.”

“네. 뭔지 모르겠지만, 조심하십시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희들도 모두 조심해.”

짧게 다른 기사단원들과 인사를 끝내고, 비상용 탈출 게이트를 사용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스승인 이자벨 로메가 기다리고 있었다.

“복귀했습니다.”

“시간 없어. 서둘러.”

“네?”

이자벨이 자신을 데리고 간 곳에는 또 다른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빨리 들어가자.”

“이번에는 어떤 임무인가요?”

“가서 보면 알아 그러니까 빨리 가자.”

자신의 손을 잡은 이자벨이 그대로 게이트에 뛰어들었다.

시공간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교황청의 게이트실이었다.

“여기는…?”

한동안 스텔라 남매, 유신 그리고 찰스와 함께 이곳을 수도 없이 다녀서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 자신과 안면이 있는 미켈 모르네가 다가왔다.

“교황청 방문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네. 쟌 아르켄시스님. 반갑습니다. 우선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입니다.”

미켈 모르네가 직접 안내하자, 스승은 곧바로 따라나섰다.

“스승님. 그런데, 교황청에는 왜?”

“늦었으니까, 일단 따라와. 곧 시작할 거야.”

“뭐가 시작하나요?”

아무리 물어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이유도 모르고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착한 곳은 연무장을 바라볼 수 있는 객석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전설과 그들의 제자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앉자.”

“네.”

스승과 함께 빈 곳에 앉았을 때, 연무장으로 앤 스텔라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마신석 소멸의 담당을 맡게 된 앤 스텔라입니다.”

꾸벅 인사를 한 앤은 주위의 박수 소리에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다들 바쁘시니, 용건만 간단히 보여주겠습니다. 다들 마신석을 소멸하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하실 텐데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정화입니다.”

앤이 앞에 놓여 있는 마신석을 향해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꽤 떨어진 객석에서도 느껴질 대단위 신성력에 놀라고 있을 때, 보랏빛의 마신석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신석의 색이 많이 옅어졌을 때, 앤은 신성력을 거두었다.

“이렇게 신성력을 때려 박아서 정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소개할 것입니다.”

앤은 천천히 연무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연무장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유신이 나타났다.

정말 오랜만에 본 유신은 더욱 늠름해져 있었다.

“쟌. 눈에서 꿀 떨어지겠다.”

“잘못 보셨습니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날 바라봤다.

“왜? 네가 좋아하는 하유신이 나왔잖아.”

“그렇지 않아요. 하유신은…”

맨 뒤에 앉아 있어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자, 부담감이 가중됐다.

“하유신은 제가 인정한 라이벌입니다.”

사람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때, 자신을 보며 승자의 미소를 짓는 제이미 레스넌이 보였다.

그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고 있을 때, 유신이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방법을 소개할 하유신입니다. 그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유신은 손으로 검기를 만들더니, 그대로 마신석을 베어냈다.

“이런!”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사람들의 원성이 들려왔지만, 유신은 보랏빛 기체를 토해내는 마신석을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악!!”

마족은 이성이 없는지 괴성을 내지르며,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유신은 슬쩍슬쩍 피하는 걸로 마족의 공격을 모두 무위로 돌리면서 입까지 열었다.

“자. 보신 것처럼 마족이 나옵니다. 전설들께서는 알고 계시겠지만, 등급은 하급이고요. 거기다가 앤에게 신성력 샤워를 받아서 약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굳이 새롭게 등급을 조정하면 최하급? 그 정도 일 겁니다.”

주먹에 오러를 일으켜서 마족을 날려 버린 유신은 그 틈에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검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운이 솟구쳤다.

생긴 것은 오러와 닮았지만, 오러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달랐다.

서걱 서걱 서걱

단 세 번의 검격에 마족은 열여섯 조각으로 나뉘어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스승인 이자벨을 포함해 이곳에 있는 모든 전설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마족을 죽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전투가 끝나면, 약간의 정화 작업을 해야 하고요. 그럼 이만 마신석 제거 작업에 대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유신이 몸을 돌려서 나가려고 하자, 아스본 레스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기다려라.”

“네. 세계헌터협회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방금 그 기술은 뭐지?”

아스본 레스넌은 유신이 하급 마족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것보다, 유신의 기술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건 비단 아스본 레스넌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전설이 유신의 기술에 호기심을 표했다.

“아직 이름은 짓지 않았습니다.”

“기술 명칭을 묻는 게 아니다. 난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카피 마스터다. 한 번 본 기술은 웬만큼 따라 할 수 있지. 그런데, 방금 네 기술은 따라 할 건덕지가 보이지 않았다.”

“카피 마스터께서 제 기술이 마음에 드셨다니, 그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제 비장의 기술을 알려 달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따로 말해주겠다는 건가?”

“아뇨.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신이 서둘러 자리를 뜨고, 성질 급한 전설들이 객석을 넘어서며 유신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떠나는 유신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쫓아가기 위해 달리는 동안 유신은 이미 하늘 위에서 훨훨 날고 있다고.

“쟌 아르켄시스?”

언제 다가왔는지 제이미 레스넌이 내게 다가와 있었다.

“뭐지?”

“유신을 라이벌로 생각한다고?”

아니라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입은 생각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래. 맞아. 그래서?”

“그렇구나. 그럼 열심히 해보라고.”

이 여자가 왜 이러나 고민할 때였다.

“나는 유신의 반려자가 되어서 그의 옆에서 쟌 아르켄시스가 노력하는 모습을 응원할게. 물론 힘들겠지만 말이야.”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가는 제이미 레스넌을 바라봤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홀로 분을 삭이고 있을 때였다.

옆에 있던, 이자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쟌.”

“네 스승님.”

“유신을 보니 어떠니?”

“…강합니다. 지금의 제가 어찌 못할 정도로요.”

“그래. 지금의 나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스승님.”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스승인 이자벨 로메는 닿을 수 없는 그러면서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유신은 오늘 마족을 상대하는 모습을 봤더라도, 언젠가는 충분히 닿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다고 느꼈다.

“잘 들어. 유신은 이제 13기동 타격대의 정식 대원이나 다름없어.”

“그게 정확히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야. 13기동 타격대가 원하는 최소치의 커트라인이라는 거지.”

“예전 컨퍼런스에서 보기는 했지만, 그들의 무력이 정말 그 정도로 높다는 겁니까? 그때 스승님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야.”

약간의 훈계에 고개가 숙여질 때, 이자벨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확실히 정해야 할 거야.”

“뭘 말입니까?”

“나처럼 철호 씨의 옆에 설 것인지? 아니면, 제이미 레스넌이라는 저 아이처럼 옆에 서기 위해 노력하던지. 지금처럼 바라만 보다가는 놓치게 될 거야.”

“저는 유신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하나뿐인 제자이자, 내 딸과 다름없는 쟌아. 잘 들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까지 네 마음을 속일 필요는 없단다. 그렇게 속이다 보면, 나처럼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몰라.”

무언가 오묘한 느낌의 조언이었다.

***

대단하신 전설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쇼가 끝나자, 그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유신. 잠깐 이야기좀 하자.”

“아스본 레스넌님.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원래는 시연이 끝나고, 잠깐이지만, 질의응답을 받기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일이 생겼다.

일단 도망치는 게 먼저이기에 서둘러 움직였지만, 아스본은 능력까지 사용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

“말 그대로다. 잠깐만 이야기하자.”

이대로 다시 도망갈 수도 있지만, 또 따라붙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가 지금 아스본 레스넌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다른 전설들이 나를 가만히 둔다는 보장도 없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1시간 뒤에 아까 그 자리에서 질문을 받겠습니다.”

“나는 그냥 몇 가지만 물어보면 된다.”

“벌써 그렇게 다른 분들이 절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전설로 지내오면서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봤는지 아스본은 멈칫했다.

그렇지만, 이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런데, 설마 이대로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도망이야 치고 싶지만,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좋다. 기다리지.”

몸을 돌려 사라지는 아스본 레스넌의 모습을 보며 루카스에게 전화를 걸며 방으로 향했다.

“루카스 아저씨. 부탁이 있습니다.”

루카스에게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하고, 전화를 끊자, 방에 도착했다.

들어오자마자 방문을 잠그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방에는 아까 연무장에서 죽인 마족의 사체가 방 한쪽에 놓여 있었고, 미르가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래. 알았어. 이제 나와도 돼.”

중단전에 있던 미르가 내 왼손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마족의 사체를 게걸스럽게 삼켰다.

“미르야. 너는 어떻게 마족의 사체만 보면 사족을 못 쓰니? 아까도 튀어나오려는 널 막으려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미르는 내 말을 상큼하게 무시하고, 식사에 집중했다.

참,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 식사는 끝났다.

그리고는 내 방을 둘러보며, 더는 먹을 게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중단전으로 돌아갔다.

“대체 네 정체는 뭐니?”

마리 선배에게 미르를 보여줬을 때는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려왔다.

다크 프리스트의 수장인 노인은 미르를 보고, 가이아가 내려준 샷된 것을 물리치는 힘이라고 좋아했다.

거기다가 내가 다크 프리스트에 들어오면, 바로 마스터 자리를 준다고 제안까지 했다.

“으…할아버지는 좋지만, 거기는 뭔가 껄끄러워.”

일단 미르에 대해 알아가는 건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약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벌었고, 그동안 대충 전설들의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할 때였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뱉으며, 명상을 시작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설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떠올려봤다.

역시나, 그 기술에 대해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이름이 필요했다.

여러 후보군이 떠올랐지만,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이름을 정하고, 명상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전설들이 기다리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다들 절 기다리고 계셨군요.”

크리스, 리암, 벨라, 노사, 아스본, 에반, 이자벨, 로저가 자리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답변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가볍게 손을 들어주세요.”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손이 올라왔다.

그중 가장 친한 사람에게 질문권을 줬다.

“네. 크리스님.”

선택받은 크리스는 연무장이 떠나가라 호탕하게 웃은 후, 입을 열었다.

“하유신. 넌 가이아를 만난 거냐?”

예상 질문과는 다른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크리스에게 나올 줄은 몰랐다.

뭐 그렇다고, 딱히 숨길 일도 아니기에 대답해줬다.

“네. 가이아를 만났습니다.”

내 대답에 모든 전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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