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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68화 (268/300)

268화_마신석 사용법(1)

“구천구백구십팔.”

칠성검을 다시 들어 올리며 내리쳤다.

“구천구백구십구.”

단순한 내려치기이자, 지금까지 수도 없이 진행한 세로 베기였다.

“만.”

오늘의 세로 베기 할당량을 채웠다.

이제 가로 베기 차례였다.

검을 양손으로 잡고,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하나.”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쉴 생각은 없었다.

오늘 안에 기본기인 세로 베기, 가로 베기 그리고 찌르기를 각기 만 개씩 하기로 다짐했다.

“둘.”

하체를 더욱 단단히 고정하고, 검을 휘둘렀다.

“셋.”

검이 흔들리고 말았다.

이건 무효처리하고 다시 해야 한다.

“셋.”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깔끔한 검법을 펼쳐야 수련에 의미가 있다.

잡생각을 버리고 무아지경에 빠져 가로 베기를 하기 시작했다.

“구천구백구십구.”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검을 휘두를 때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만.”

자세를 고쳐 잡고, 찌르기 준비를 했다.

어깨 뒤편으로 팔꿈치가 넘어가자, 쾌속하고, 깔끔하게 검을 밀어 넣었다.

“하나.”

찌르기에 관해서는 유일하게 상급 검법을 알고 있었다.

날 이곳에 있게 해준 유성 찌르기가 전부이지만 말이다.

다른 상급 검법과 다르게 유성 찌르기를 익힐 수 있었던 방법은 나와 잘 맞았던 이유도 있었다.

변, 환, 쾌, 중 등의 여러 방법을 쓸 필요도 없이 그저 반듯한 찌르기와 유성을 만들 기운만 있으면 됐다.

“둘.”

순간적으로 포스가 움직이려고 하는 걸 가까스로 막았다.

지금은 포스를 사용할 때가 아니라, 기본기를 통해 육체를 길들이는 과정에 있는 수련이다.

“둘.”

유성 찌르기를 익힌 후, 전투에 많이 도움 됐다.

그래서 다른 검법도 익혀 보려고 했지만, 대부분 눈에 차지 않았다.

“셋.”

간혹, 눈에 차는 검법은 익힐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장기를 사용하자고, 그래서 한 수에 불과한 유성 찌르기를 변형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전투를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기본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만. 끝났다.”

세 개의 동작을 만 번씩 다하고 나니,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예전이라면, 전투 슈트가 알아서 땀을 배출하고, 체온관리를 해줬을 거다.

그런데, 상급 마족 가오청융과의 대결로 또다시 전투 슈트가 훼손되었고, 아직 새로운 것을 지급받지 못했다.

거칠게 땀을 털어내고,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 한 번에 들이켰다.

“푸화~ 이제 좀 살겠네.”

얼마의 시간이 흐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수련은 끝나지 않았다.

물의 기운과 대지의 기운을 끌어 올린 후, 수련장을 감쌌다.

그 상태에서 쇠의 기운을 집어넣자, 꽤 단단한 벽이 만들어졌다.

“일단 검기부터.”

칠성검에 포스를 집어넣었다.

반듯하고, 매끄러우면서 날카로운 검기가 솟구쳤다.

처음 검기를 배웠을 때는 포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이글이글 불타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교과서에 나올 법할 정도로 완벽한 검기였다.

일반적인 검기를 만들기 위해 하는 작업은 아니기에, 이번에는 생각을 바꿔서 해머를 떠올렸다.

부우우웅

거대한 망치 형상의 검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채찍을 떠올리자, 칠성검의 검 끝에서 포스가 길어지더니, 길게 늘어졌다.

이런 식으로 포스를 활용하면, 다양한 공격이 가능했다.

“무기술을 제대로 익혀볼까?”

신무 선배의 십팔반병기가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검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새로운 무기술을 익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신무 선배도 모든 무기를 다루는 것에 알려주기보다는 타 무기의 특징에 대해서만 알려준 걸 것이다.

기간틱 블레이드

오러를 거대하게 키운 기술이다.

이제 생각했던대로 이 오러를 압축할 때였다.

거대한 오러를 압축한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버스에 이미 승객이 가득 찼는데, 그들이 새로운 손님을 위해 뒤로 움직이지 않듯이 기간틱 블레이드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의 크기를 줄여볼까?”

기간틱 블레이드를 형상하는 크기가 버스라면, 승합차로 바꿔봤다.

바깥쪽에 있던 오러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서는 사라졌다.

그렇지만, 안에 있던 오러들이 밀집하며, 더욱 단단해졌다.

이제 승합차를 SUV로 바꿔봤다.

처음에 비해, 절반 가까이 오러가 사라졌고,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오러가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피시시쉬~

백각의 발톱으로 강화까지 한 칠성검이 비명을 내질렀다.

기간틱 블레이드의 오분의 일 크기로 줄어든 오러 블레이드를 내가 만든 벽을 향해 휘둘러봤다.

서걱.

앞에 벽이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벽이 잘려 나갔다.

어제도 같은 방식으로 구축한 벽은 기간틱 블레이드를 세 번이나 휘둘러서야 자를 수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번에 이렇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너다.”

새로운 오러 운용법과 검에 대해서 파악하며, 홀로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대련을 시작했다.

적이 다가오고, 오러를 휘둘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오러가 강해지니까, 많이 애매해졌네.”

평상시에는 상대의 공격을 흘려가며 싸우던가, 막는 힘을 역으로 사용해서 적을 공격했다.

물론 쉐도우 대련에서 생각만으로 그렇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새로운 오러 블레이드가 웬만한 공격을 다 잘라버려서 전투법에 적응이 필요했다.

“좋게 생각하자. 새로운 전투법을 익힐 때이기는 하니까.”

생각해보니, 오러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상대는 막지 못한다.

그렇게 매일을 기본기 단련과 새로운 전투법에 대해서 훈련했다.

오늘의 훈련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훈련장의 문이 열렸다.

“어? 루카스씨가 무슨 일이세요?”

“하유신님. 성녀님께서 찾으십니다.”

“마리 선배가요? 무슨 일 때문인지 알 수 있을까요?”

“가지고 오신 마신석에 대한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하이를 마계화 시키기 위해 숭배자들이 사용한 물건 마신석.

지금 날 불렀다는 건 마신석에 대한 조사가 웬만큼은 끝났다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몸을 일으켜서 나가려고 하자, 루카스가 재차 입을 열었다.

“제 4연구소로 가시면 됩니다.”

“4연구소요?”

아무리 교황청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 뭐가 있는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알기로는 교황청은 제 3연구소까지만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네. 4연구소입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루카스를 따라서 간 곳은 자신도 알고 있는 제 1연구소였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간 후, 자재 보관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루카스가 아이디 카드를 꺼내, 한쪽에 넣으니 서랍장이 옆으로 이동하고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교황청에 이런 곳도 있어요?”

“네. 저뿐만 아니라, 하유신님도 출입 허가가 난 상태입니다.”

“그렇구나.”

영화에서나 보던 비밀 공간을 보게 되자, 아공간에서 교황청 아이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아이디 카드로 식당에서 밥이나 먹었는데, 이런 곳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때, 루카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디 카드와 함께 지문을 입력하자,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열렸다.

“도착했습니다. 이쪽입니다.”

루카스의 안내에 어떤 문으로 들어가니,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있었다.

“마리 선배. 저 왔어요. 어? 할아버지도 있으셨구나.”

그곳에는 다크 프리스트의 수장인 노인도 자리하고 있었다.

“허허. 오랜만입니다.”

“근데, 무슨 일이기에 다 모인 거예요? 그리고 이 냄새는…”

“고약한 냄새를 맡으셨군요. 없앴다고 없앴는데, 아직도 나는군요.”

노인이 말을 하면서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죽은 하급 마족의 사체가 있었다.

그리고, 하급 마족의 사체 근처에는 깨진 마신석이 있었다.

“하급 마족이 왜 여기에?”

“마신석이 깨지면 그곳에서 하급 마족이 나오더군요. 일반적인 하급 마족보다는 약하기는 하지만요.”

일차적으로 노인의 설명이 끝나자, 그 뒤로 마리 선배가 설명을 이었다.

“정상적인 하급 마족은 아니고, 인간에서 마족이 된 것 같아. 마신석에 있으면서 마족이 되어간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인간을 마신석에 가둬서 마족으로 만든다는 건가요?”

“그래.”

설명은 간단했지만, 꽤나 위험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물건이 상하이에만 있었다고 하기에는 억측이겠죠?”

“그래.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신석을 찾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어.”

“그걸 벌써 개발했다고요?”

교황청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마리 선배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벌써라니. 네가 이거 가지고 온 후로 3개월이 지났는데.”

“네? 3개월이나요?”

아무리 훈련에 빠져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는 몰랐다.

“유신아. 가끔은 주위를 돌아봐.”

“…네.”

민망함에 눈을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깨진 마신석과 하급 마족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오랜만에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훈련, 하급 마족, 실전.

자신의 훈련에 필요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마리 선배. 그리고 할아버지.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

교황청에서 전세계를 향해 새로운 발표가 있었다.

마족 숭배자들이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마신석이라는 것을 개발했고, 그 안에 인류를 멸망하게 만들 마족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호기사단의 단장이자, 스승인 이자벨 로메도 그 일로 인해 꽁꽁 숨겨놨던 진정한 수호기사단을 선보이며, 유럽 각국에 지원을 보냈다.

“부단장님. 여기입니다.”

예전 수호기사단이 전멸한 이후, 수호기사단도 변혁을 겪게 되었고, 자신은 임시이지만, 부단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게 말로만 들었던 마신석이군.”

“네. GPS에서는 여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마신석은 매혹적인 보라색이었다.

순간 호승심이 생겼다.

혼자라면 부족하겠지만, 수호기사단의 동료들과 함께라면, 하급 마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욕심 때문에 동료들이 다치는 건 안 될 일이지.’

“봉인함을 가져와라.”

“여기 있습니다.”

손에 마나를 집중해서 마신석을 잡았다.

땅에 박혀 있는 마신석을 깔끔하게 뽑은 후, 봉인함에 조심히 집어넣자, 수호기사가 함을 닫았다.

“여기는 정화를 해야겠군. 교황청에는 연락했나?”

“네. 곧 온다는 답변만 하고, 따로 시간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유럽하면, 수호기사단이었는데, 지금은 교황청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그들이 세계를 위해 기여하는 게 많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때, 도시 중앙에 하늘 위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 게이트가 생성됐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네?”

“아냐.”

게이트에서 유신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허튼 기대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곳으로 파견이 나와야 하는 사람은 전투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신성력을 다룰 줄 아는 사제여야 했다.

그때, 익숙한 사람 한 명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와서, 자신도 모르게 크게 그 이름을 외쳤다.

“얀!”

교황청의 유력한 성자 후보 얀 스텔라가 등 뒤에 빛의 날개를 펼치며, 천천히 내려오다가 날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쟌. 네가 여기 있었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내려선 얀은 자신에게 달려와서는 손을 맞잡았다.

“요즘 연락도 안 된다고 앤이 화가 많이 났어. 사실은 삐진 거지만.”

“미안. 훈련 때문에 바빴어.”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난 다 이해해. 그런데, 앤은 이해 못하지.”

“오늘 중으로 시간 내서 앤한테 연락해 볼게.”

“그래.”

오랜만에 만난 인연에 좋아할 때였다.

뒤에 있던 수호기사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정화 좀 부탁할게.”

“알았어. 어디야?”

“이쪽이야.”

얀은 마신석이 있었던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도를 올린 지 얼마되지 않아서 얀의 몸에서 신성력이 뿜어지며, 순식간에 이곳을 정화했다.

“다 끝났어.”

“못 본 사이에 많이 발전했구나.”

“쟌도 많이 강해진 것 같은데?”

“유신을 꺾기 위해서 나도 열심히 수련했어.”

“그렇구나. 헤헤.”

애매한 미소를 짓던 얀이 손을 내밀었다.

뒤에 있던 수호기사가 마신석이 봉인되어 있는 함을 꺼내서 얀에게 넘겼고, 얀은 그걸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쟌. 난 이만 가볼게.”

“그래. 다음에 또 봐. 그런데, 교황청에서는 마신석을 어떻게 정화하는 거야?”

“아 그거. 비밀인데, 뭐 쟌이라면 괜찮겠지. 쟌. 시간 되면, 지금 나랑 유신이한테 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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