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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65화 (265/300)

265화_상급 마족(2)

“양양. 양양. 어디 있니?”

퇴근을 준비하려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나를 찾았다.

“매니저님 무슨 일이세요?”

“퇴근 준비하는 거야?”

“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미안한데, 국화 방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국화 방이요? 설마…”

“응.”

매니저의 굳은 얼굴을 보니, 맞는 것 같았다.

“저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되겠죠?”

“알잖아. 그 방에 있는 VIP들이 양양만 찾는 거. 그리고 끝나면 팁도 많이 주잖아.”

“하지만, 무서워요.”

“한 번만 부탁할게.”

고민하는 척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바로 들어가지 않으면, 이곳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대신에 내일 근무 빼주셔야 해요.”

“알았어. 내가 책임지고 빼놓을게.”

“네.”

거울을 바라보며, 복장을 다시 한번 정갈하게 다듬었다.

지금부터는 긴장할 때였다.

한순간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몰랐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국화방으로 들어가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섯 명의 사내가 들어와서는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시작하겠습니다.”

카드를 섞은 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손님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카드가 주어졌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저 아무 카드나 뒤집어서 놔두었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이제부터 재촉도 말도 해서는 안 됐다.

나는 이곳에서 없는 존재일 뿐이다.

“라우청님 앞으로 일주일 뒤에 상하이를 시작으로 다른 곳에서도 발동할 예정입니다.”

끝에 앉아 있는 자가 카드를 뒤집어서 다이를 선언하며 말했다.

그러자, 가운데 앉은 라우청이라는 인물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콜. 생각보다, 작업이 늦어지는군.”

“어쩔 수 없습니다. 그가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장리. 대체 정보가 어디서 샌 거지?”

“그건 저도…”

장리라는 인물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카드를 돌리던 손길이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카드를 돌렸다.

애써 진정하려고 했지만, 카드를 돌리는 손길이 조금씩 떨려왔다.

그때, 라우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리의 뒤통수를 붙잡고는 그대로 포커판에 얼굴을 찍어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내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거라고 했지!”

수십 차례 포커판에 얼굴이 찍힌 장리는 피를 흘리며 뒤로 쓰러졌다.

라우청은 그런 장리를 쳐다도 보지 않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치워.”

냉정한 이 한 마디에 밖에 있던 사람들이 장리를 끌고 밖으로 나갔고, 포커판에 흘린 피를 닦아냈다.

“딜러. 계속하지.”

“알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카드를 꺼내 다시 섞기 시작했다.

그렇게 카드를 돌리려고 할 때였다.

VIP룸의 문이 열리며, 어떤 초짜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 여기 한자리 비었네.”

보통은 라우청의 경호원들이 이곳에 들어오는 걸 막는다.

그런데, 장리를 치우러 그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들어왔다.

“여기 앉아도 되는 거죠?”

라우청의 허락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뒤늦게 돌아온 경호원들이 그를 끌어내기 위해 다가설 때였다.

“응? 뭐야? 여기 핏자국도 있네? 와~ 대박! 여기 판은 살벌한 곳이구나. 아주 좋아. 오늘은 여기서다.”

겁이 없는 건지 무식한 건지 핏자국을 봤으면 도망을 쳐야지. 미소까지 지었다.

그게 라우청의 호기심을 자극 시켰는지, 그는 다가오는 경호원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오늘 시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겨우 말을 꺼냈다.

“여기는 최소 배팅 십만 달러부터입니다.”

아무리 VIP룸이라고 해도 이렇게 큰 금액을 말하면, 사람들은 부담이 돼서라도, 이곳을 나간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이자는 달랐다.

“겁나 크게 노네. 좋수다. 여기.”

사내는 판 위에 십만 달러 칩을 올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어서 라우청을 바라봤다.

쫓아낼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라우청이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그자에게도 카드를 돌렸다.

“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합시다.”

통성명이라는 말에 라우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여기서는 실명을 사용할 수 없다.”

“참 깐깐하네. 그렇다고, 이놈 저놈, 형씨, 저기요? 이렇게 하기도 뭐한데…그래! 가명으로 하면 되겠네. 저는 유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유라고 밝은 사내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호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에 화를 내기보다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참, 삭막한 곳이네.”

순간, 카드 돌리는 걸 멈칫했다.

아무리 모른다고 하지만, 이들의 분위기만 봐도, 일반적인 곳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이런 말을 함부로 한다는 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라우청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마저 카드를 돌리고, 한발 뒤로 빠졌다.

“체크.”

“체크.”

“체크.”

사람들이 모두 콜을 외칠 때, 유는 카드를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

아직 카드의 절반도 돌리지 않았고, 여기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추가 배팅하지 않았는데, 다이를 할 줄은 몰랐다.

‘설마? 규칙을 모른 건가?’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유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리슈. 내가 돈 아니 칩을 더 가지고 올 테니까.”

유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라우청과 다른 이들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 가려고요?”

“이만하지.”

“이만? 지금 내 돈 따놓고 가겠다고?”

지금 누군가 내게 거울을 보여주면, 하얗게 질린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아무리 모르고 왔다지만, 라우청을 막았다.

이 카지노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그를 막았다는 건, 오늘 황푸강에 시체 하나가 들어간다는 것과 동일시됐다.

“무서운 표정 짓지 마. 장난이야. 장난.”

“장난? 죽고 싶나 보군?”

“역시. 마족 숭배자라서 남을 죽인다는 말을 쉽게 하는군.”

유의 말이 끝나자, 라우청에게서 어마무시한 기운이 솟구쳤다.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그렇게 시야에서 라우청과 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정말 라우청이 마족 숭배자라면…’

그 말을 들었던 자신을 살려줄 일이 없었다.

“모두 죽여.”

역시나 라우청의 냉정한 말이 들려왔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질끈 눈을 감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빌고 또 빌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죽는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무서웠죠?”

처음 들어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이 사건을 만든 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우야. 거기 여성분 괜찮아?”

“네. 형님. 놀란 것 같은데,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구인지 기억났다.

중국의 전설 노사의 막내 제자이자, 연애하고 싶은 남자 1위, 키스하고 싶은 남자 1위를 차지한 리우.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네.”

자리에서 일어나니, 국화방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유라고 지칭했던 남성의 밑에 쓰러져 있는 라우청과 그 일당이 보였다.

“안 좋은 모습은 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근사근한 리우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리우였지만, 가슴이 진정되지 않고 떨려왔다.

***

게이트를 열고, 화산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백여 명의 하급 마족들이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기척도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다 어디로 갔지?”

그렇게 주위를 살펴보고 있을 때, 한 쪽에서 검게 탄 흔적들이 보였다.

전투가 있었다는 걸 알겠지만, 전투 때문에 백여 명의 마족들이 다 사라졌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하급 마족들이라고 해도, 그 정도 수가 모이면, 전설들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군.”

품에서 수정구를 꺼내, 탐 탄테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구의 불이 들어오면서 탐 탄테오의 얼굴이 비췄다.

“상급 마족 가오청융이 탐 탄테오님께 인사드립니다.”

[중국에 있는 네가 무슨 일이냐?]

“오늘 중국에 퍼져있는 하급 마족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전투의 흔적은 발견했지만, 하급 마족의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고를 들은 탐 탄테오가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추적조를 보낼 테니, 대기해라.]

“감사합니다. 마신께 영광을.”

수정구가 깨지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게이트가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나왔다.

검은 그림자는 전투의 흔적을 둘러보더니,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루이스 장로의 분신이군. 이딴 놈의 손을 잡아야 한다니. 제길.”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고, 검은 그림자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는 지금 당장 탐 탄테오님께 가도록. 그래서 이 사실을 전달해라.”

검은 그림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게이트를 열고 사라졌다.

“하유신이 지금 상하이에 있다고? 좋다. 감히 내가 애지중지 키운 부하들을 죽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상하이로 갈 수 있는 게이트를 열었다.

***

호텔 옥상에서 육각형에 어른 팔뚝만 한 보라색 보석을 발견했다.

무전기를 꺼내서, 신호 버튼을 눌렀다.

“여기는 하유신. 마신석을 발견했습니다. 지금부터 회수 조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걸로 총 다섯 개째입니다.]

“앞으로 몇 개 남았죠?”

[하유신님이 발견한 것까지 포함해서, 총 열다섯 개 찾았습니다. 앞으로 열다섯 개만 더 찾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예상 목표 지점을 설정해주세요.”

[확인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무전이 꺼진 후, 마신석을 바라봤다.

얼핏 보면, 자수정처럼 보였지만, 이 안에는 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이걸로 상하이를 파괴 시키려고 했다고?”

마신석은 주위의 힘을 흡수하고, 마족을 부화시킨다고 했다.

상하이에 있는 마신석이 전부 부화하게 되면,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손을 뻗어서 마신석을 움켜잡았다.

파직!

마신석이 내 손길을 거부하듯, 마기로 공격했다.

처음 만질 때는 당황했지만, 그다음부터는 포스로 보호하고 있어서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 마신석을 옥상에서 뽑아냈다.

노사가 준 봉인 상자에 마신석을 담은 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열다섯 개 남았다는 거지?”

다음 지정 장소가 나오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상하이 상공에서 검은 게이트가 길게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기를 풀풀 풍기는 흉측한 마족이 나타났다.

“마족?”

마족을 바라본 순간 온몸에서 닭살이 돋아났다.

재빨리 칠성검을 꺼내자, 마족도 나를 발견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가 하유신이구나.”

어떻게 알았는지 날 찾아왔다.

물론, 피할 생각도 없기에 마주 노려보며 외쳤다.

“그래. 그럼 넌 누구지?”

“가오청융. 네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 씹어 먹을 상급 마족이다.”

자신을 가오청융이라고 밝힌 마족은 상급 마족이라는 게 너무나 떳떳한지, 등 뒤에 달린 두 개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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