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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64화 (264/300)

264화_상급 마족(1)

호텔 스위트룸에서 씻고 밖으로 나오니 유신 형님이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뭐 하십니까?”

“리우야. 이곳 야경이 정말 죽이는데.”

“밤이 늦었는데, 이제 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이게 쉬는 거지. 뭐가 쉬는 거겠어? 내 걱정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서 쉬어.”

유신 형님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돌아다니시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의 부탁으로 스승님을 구하고 온 후, 쉬지도 못하고 여기 상하이로 와서 마족 숭배자들을 찾아다녔다.

스승님은 화산까지 가서 상하이에 마족 숭배자들이 있다는 정보만을 구해왔고,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지금 찾고 있었다.

“괜찮다니까. 와~ 저기 유람선 지나간다.”

자신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저렇게 말하니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말해야 했다. 지금까지 타이밍 때문에, 아니.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말을 해야 할 때였다.

“형님….”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야경을 구경하던 유신 형님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괜찮으니까 허심탄회하게 말해봐.”

저 말을 들으니, 방금까지 했던 모든 고민이 쓸데없었다는 걸 느끼고 입을 열었다.

“그…늦었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난 또 뭐라고, 당연한 걸 가지고, 무슨 인사까지야.”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형님께서는 제 부탁에 사지로 뛰어들었는데, 이런 말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형님께 그런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다시 정식으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스승님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무슨 소리를 내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 감사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리우야.”

“…네. 형님.”

“나는 말이다. 강해지고 싶었어”

갑작스러운 말에 살짝 고개를 들어서 유신 형님을 바라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입을 열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어. 왜 강해지고 싶냐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대답한 줄 알아?”

“…뭐라 하셨습니까?”

“이 세상을 지킨 영웅들과 전설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지금 형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영웅이자,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내 말에 유신 형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부족해. 리우야. 사람은 말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 도태되고 말아. 알다시피 나는 재능이 없단다. 그런데, 내가 약간의 명성을 얻고, 이만큼 해올 수 있었던 것도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이란다.”

스승님께 얼핏 듣기로는 유신 형님은 환골탈태를 벌써 두 번이나 겪었다고 했다.

20대에 그것도 중반에 두 번의 환골탈태를 겪은 사람이 재능이 없다는 말은 언어도단이었다.

그렇다고, 존경하는 형님의 말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리우야. 너도 꾸준하게 노력하면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어. 물론 처음에는 노력한 것에 반해 성과가 미비할 수도 있어. 아니. 아예 안 보일 수도 있어.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돼. 알았지?”

위로라고 한 말 같았는데,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해서 한 말에 태클을 걸 수도 없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의 조언 뼛속 깊이 새겨서 훌륭한 동생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 그래야. 내 동생이지.”

유신 형님이 어깨를 두드려 준 후, 다시 창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

그런 형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그런데, 리우야. 뭐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네 형님. 말씀하십시오.”

“이 호텔에도 카지노가 있니?”

“네?”

아무리 생각해도 유신 형님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

당긴다. 돌아간다. 그리고 멈춘다.

“캬~ 내가 이걸 하게 될 줄이야.”

“형님. 그런데 저희가 이런 곳에 와도 되는 됩니까?”

“괜찮아. 괜찮아. 이것도 다 조사야. 그리고 우리는 여기 오면 안 돼?”

“저야 뭐 상관없지만, 형님은…”

변장을 한 리우가 잘못한 어린아이처럼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호텔 지하에 위치한 카지노였다.

“리야. 그런 거 걱정하지 마. 일단 즐기자.”

“리요?”

“왜? 이곳에서 이름을 그대로 다 부를 순 없잖아. 우리는 임무 수행 중인데.”

“그것도 그런데….”

“나는 유라고 불러줘.”

“아니. 형님 그런 게 아니라.”

방금까지 호텔방에서 죽을상이었던 리우였는데, 지금은 안절부절 못하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거봐. 웃으니까 좋잖아.”

“네?”

“우리가 백날 돌아다녀봤자, 놈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도박은….”

“아니지. 우리는 조사를 하러 왔다니까. 원래 이렇게 현금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구린 일이 벌어져.”

“그렇다면 조사만 하고 그냥 나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너무 고지식하게 예리한 리우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이끌어서 손수 슬롯 머신을 당길 수 있게 해줬다.

슬롯은 돌아가다가 전혀 다른 모양에서 멈췄다.

“꽝이네.”

“네?”

“어때 한 번 땡겨보니까?”

“휴~ 형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렇게 생각하자. 쉬는 거라고. 지금까지 고생한 날 위해 이 정도 놀아주는 건 괜찮지?”

입술을 살짝 깨문 리우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이 기계를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주십시오. 이거 그냥 당기면 되는 겁니까?”

“응. 당겨서 같은 모양이 나오면 돈이 나와.”

“쉽네요. 알겠습니다.”

결의에 찬 리우가 옆에 앉아 슬롯머신을 당겼다.

그런 리우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리야.”

“네 형님.”

“이건 내가 돈 넣은 거잖아. 돈도 많은 놈이. 네꺼 해.”

“……”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리우는 옆 슬롯머신을 당겼다.

살짝 보니 부끄러운지 얼굴이 약간 붉게 변했다.

“그냥 당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돈 넣어야지.”

“앗!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슬롯머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슬롯머신에 익숙해진 리우가 입을 열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또 환골탈태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그래. 고맙다. 근데, 너도 환골탈태했다고?”

“네. 형님만큼 되지는 않지만, 운 좋게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그게 어떻게 운이야? 다 네 실력이지.”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형님. 처음 환골탈태를 할 때 어떤 깨달음을 얻고 되신 겁니까?”

깨달음?

솔직히, 첫 환골탈태를 했을 때 깨달음보다는 혈액에 포스를 넣어서 빨리 흐르게 해서 된 거였다.

즉,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연히 된 거였다. 그래서 깨달음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저렇게 진지하게 바라보는 리우에게 그런 거 없다고 말하기가 참 곤란했다.

“어…그러니까 내 경우에는… 내 몸을 다시 돌아보다가 하게 됐어.”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래서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대로 질의응답이 계속되면, 내 밑바닥까지 들킬 게 분명했다.

“뭐 딱히 설명할 것도 없는 것 같아. 근데, 넌 어떤 깨달음을 얻고, 환골탈태를 하게 된 거야?”

“제 경우에는 내공을 양과 음으로 쪼갠 후, 다시 오행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쪼갠 내공을 다시 태극으로 합일하는 과정에서 음양오행을 깨닫고 환골탈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얻은…….”

끊임없이 리우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내 코에 역한 기운이 맡아졌다.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에게서 풍겨오는 냄새였다.

“리우야.”

“형님. 저는 여기서 리입니다.”

“응. 그래 리야. 이제 준비해.”

“준비요?”

“놈들이야.”

내가 눈짓으로 한 무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리우가 그들을 보더니, 살기를 피어올렸다.

“워워. 진정해. 저런 잔챙이들 잡으려다가 걸리고 싶어?”

“죄.죄송합니다. 형님. 근데 저들인가요?”

“응. 그런 거 같아.”

솔직하게 말해서, 저들을 발견한 것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이었다.

그저 영화에서나 보던 카지노라는 곳을 가보고 싶었고, 간 김에 슬롯머신을 한 번 땡겨보고 싶었다.

그런데, 진짜로 마기의 고약한 향을 풍기는 놈들을 만날 줄은 몰랐다.

“일단, 어디로 가는지 그것만 보자. 지금 여기서 일을 저지르다가는 일반인들이 다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뭐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 전에 계속 당겨.”

“네.”

그렇게 한 손으로는 기계적으로 슬롯머신을 당기고, 눈은 그들의 행태를 봤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들은 카지노를 대충 한 바퀴 돌더니, VIP만 들어갈 수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가자.”

“네. 형님.”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VIP룸에 들어가려고 하자, 앞에 있던 가드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여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들어갈 수 있나요?”

“회원증이 있거나, 입장권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회원증까지는 필요 없고, 입장권은 어디서 사면 되나요?”

“입장권은…”

가드는 말을 하다 말고,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리우는 그 웃음이 기분 나쁜지 한 발 앞으로 나선 후, 가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웃으시죠?”

“죄송합니다. 그저 여러분이 입장권을 구매하기에는 많이 부담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 든 내용은 사람을 충분히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이었다.

“방법이나 알려주시죠?”

날선 리우의 말에 가드가 손을 들어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입장권은 한 명당 1만 달러입니다. 미화로요.”

입장료가 한화로 천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그것도 단체가 아니라, 한 명의 입장료였다.

아무리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입장료 사는 게 부담됐다.

‘그냥 깽판 치고 들어갈까?’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마족 숭배자들을 잡게 되면, 충분한 변명거리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돈도 아끼고 말이다.

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였다. 리우는 나와 다른 생각이었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없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입장권은 저기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뭐 능력이 되신다면요.”

리우가 휴대폰을 꺼내서는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서 다시 한번 가드를 바라봤다.

“당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걸 내 손으로 사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여기 카지노에 들어갈 때, 매표소에서 리우가 입장권을 사서 들어왔다.

자신이 이런 사소한 것밖에 못 해준다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손님. 허세는 다른 곳에서 부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옆으로 좀 비켜주십시오. 여기는 VIP분들의 통행로입니다.”

“고작 VIP?”

“에휴~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들이 귀찮게 한다니까.”

가드의 혼잣말이었지만, 우리에게 충분히 들릴 수 있도록 하는 말이었다.

그때, 카지노 입구 문이 거칠게 열렸고, 중년의 남성이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호텔 스위트룸에 변장하고 들어올 때 인사를 했던 이 호텔의 사장이었다.

호텔 사장은 우리 앞에 멈춰서더니, 90도 이상으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 이런 결례를 범했습니다.”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호텔 사장은 계속 허리를 굽힌 채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우리를 가로막은 가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VIP보다 못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무슨 소리이십니까? 제가 부족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앞에 계신 분이 VIP 통행로라고 해서 비키라고 하더라고요. 뭐 그런데 일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대충 입고 왔더라도, 손님에게 비아냥거리는 것은 호텔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요?”

리우의 말에 사장은 분노 때문에 부들부들 떨었고, 가드는 겁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 알았다.

‘리우도 한 성격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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