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_일 대 백(2)
땅의 축복이 파악할 수 없는 곳 바로 앞으로 이동됐다.
[죄송합니다. 람이시여, 저 앞으로는 제가 다가갈 수 없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혹시 모르니까 언제든지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한껏 긴장한 채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단 한 걸음뿐인데,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크…정말 독한 냄새네.”
지금까지 풍기지 않았던 마족의 지독한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거기다가 미약하지만, 저 멀리서 강한 충격파가 들려왔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서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수십의 마족들이 노사와 싸우고 있었다.
블레이드 샷 변형 – 검기 감옥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기술은 하체가 두꺼운 마족과 부딪혔고, 이내 사방으로 검기를 뿜어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족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냐!!”
대답 대신에 기술을 선보였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가르기
유성의 꼬리가 노사 주위에 있는 마족들을 쳐냈다.
역시 하급 마족이었다.
피해는 입었지만, 죽은 마족이 없었다.
유성 찌르기
마족들을 공격하며, 순식간에 노사의 앞에 도착했다.
노사는 지친 표정으로 계속 태극을 그렸다.
“괜찮으십니까?”
“유신이 자네인가?”
“네.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네. 저들을 두고 갈 수 없어.”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고, 노사의 뒤편에는 다섯 명의 인간이 있었다.
그들 중 누구 하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른쪽 어깨가 절반가량 뜯긴 사람이 가장 양호해 보였다.
“응급처치는 된 것 같군요.”
“다행히 오기 전에 포션을 넉넉히 챙겼네. 그런데 자네 혼자 왔나?”
“네. 혼자 왔습니다.”
내 말에 노사의 표정이 굳어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살아서 돌아갈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나도 이제 한계라네.”
매번 붉은 옷을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노사의 앞섶은 피로 젖어 있었다.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할 거니까요.”
“응?”
“일단 지금처럼 계속 방어에 집중해주세요.”
아공간에서 최상급 포션과 성수를 꺼내 섞었다.
지금 이들은 상처도 중하지만, 마기가 몸 안을 휘젓고 있는 게 더욱 위험했다.
그렇게 완성한 포션을 사람들에게 먹였다.
그런 다음 시계를 돌려서 강철 인형들을 전부 꺼냈다.
“빠르게 이동할 거니까, 이들을 모두 챙겨줘. 그리고 신호하면, 먹이고.”
강철 인형들이 부상자들을 챙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노사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자네 못 본 사이에 이상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게 됐구만.”
“말 돌리지 마시고요. 얼마나 버틸 수 있으세요?”
부상자를 치료하고, 이렇게 대화하는 동안에도 마족들은 노사의 태극천하를 깨기 위해 계속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노사의 안색은 창백해져 갔다.
“칠주야는 끄덕 없네.”
“7분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거군요.”
“계산이 어떻게 그렇게 되나?”
“넉넉잡아. 한 시간. 그동안 어떻게 해서든 버텨주세요.”
“뭘 할 생각인가? 아니면 한 시간 안에 지원군이 오는 것이냐?”
“아뇨. ”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전설들에게 숨기려고 했지만, 이까짓 비밀이 사람들의 목숨보다 중하지는 않았다.
“애들아. 지금이야.”
“응? 뭐가 말인가?”
노사의 의문을 뒤로하고, 강철 인형들이 부상자들에게 13기동 타격대의 붉은 포션을 먹였다.
곧, 부상자들은 커다란 비명을 내지르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모두 근성이 부족하네요.”
“자네 지금 무슨 짓인가?”
“비밀은 적을수록 좋으니까요. 노사님. 이제부터 본 것은 비밀입니다.”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태극천하를 공격하는 마족들을 바라보며, 땅의 축복에게 신호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몸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그건 뭔가?”
“비밀입니다.”
칠성검을 중단세로 들었다.
그다음, 불과 바람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유성 찌르기(풍, 화) - 불의 폭풍
화염의 기운을 사방으로 뿌리며, 목표로 한 마족의 가슴에 칠성검을 박아넣었다.
검이 박힌 마족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재가 되어 흩날렸다.
이번에는 빈 하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블레이드 샷(뇌전, 물)
약간 보랏빛이 돌던 하늘은 점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역시, 이 기술은 한 번에 시전되지 않았다.
블레이드 샷(뇌전, 물)
주변의 마족들을 공격하며, 틈틈이 하늘 위로 공격을 날렸다.
탁 트인 공간에서 백에 가까운 마족들을 상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격보다는 방어하기에도 급급하게 됐다.
블레이드 샷(뇌전, 물)
“휴. 드디어 끝났네.”
마족의 공격을 피하고는, 힐끔 하늘을 바라봤다.
검은 먹구름에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처럼 변해 있었다.
기간틱 블레이드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머리 위로 검을 휘두르자, 마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사이 기간틱 블레이드에 뇌전의 힘을 담은 후, 그대로 먹구름을 향해 쏘아 보냈다.
“노사!! 죽을 힘을 다해 막으셔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마족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도박을 시도했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뇌전강림 – 아류
먹구름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단 한 발이었지만, 번개에 맞은 마족이 재가 됐다.
아무리 마족들이 파괴본능에 미쳐 있다고 하지만, 한 번의 번개에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뭘 그리 놀라? 이제 시작이라니까.”
콰르르르릉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동을 걸어야 하듯, 하늘이 울었다.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번개가 무차별적으로 내리쳤다.
대부분의 번개는 애꿎은 땅에 내리꽂혔지만, 몇몇 번개가 마족들을 강타했다.
콰쾅
물론 번개가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리 분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크으윽…”
내리꽂힌 번개가 내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칠성검에 있는 뇌전의 힘 때문에 번개에 대한 내성은 있지만, 타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서 노사가 태극천하를 펼치는 곳에 당도했지만, 그 사이에 총 다섯 번이나 번개를 맞았다.
“자네. 괜찮은가?”
“크으…저는 신경 쓰지 말고 방어를…”
온몸에 김을 피어 올리며 하는 말이 신빙성이 없어 보였는지 노사가 혀를 차며, 태극천하에 집중했다.
‘더럽게 아프네.’
무혁 대장의 뇌전강림을 보고, 떠올린 기술이었고, 시간이 걸리지만, 유사하게나마 만들 수 있었다.
단지, 적과 아군 그리고 시전자까지 구분 없이 공평하게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노사님. 괜찮으세요?”
“괘…괜찮다네.”
방금 나를 걱정한 사람치고, 노사는 울컥 피를 토했다.
물론 괜찮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태극천하가 뇌전을 흘리고 받아내는 기술이라지만,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뇌전을 막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어쩔 수 없네.”
찌릿찌릿 저려오는 근육을 움직여서, 노사 곁으로 이동한 다음, 두 손을 높이 쳐들며 땅의 기운을 사용했다.
주위에 있던 땅이 솟아오르며, 태극천하 위를 덮었다.
땅의 축복을 사용하면 더욱 손쉽게 행할 수 있지만, 버프 중에는 땅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었다.
“크으윽…”
흙이 번개를 막은 후, 땅속으로 전류가 흘러가게 했지만, 조금씩 타격이 쌓였다.
“자네. 괜찮나?”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 괜찮냐고 묻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때, 몸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이 옅어졌다.
“노사님. 확인을 해봐야 해서요. 다시 방어를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노사가 양손을 천천히 휘저은 후, 하늘을 향해 태극천하를 펼칠 때, 흙이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에 재빨리 주위를 훑어봤다.
대부분의 마족은 재가 되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세 마족이 힘을 모아서 번개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이제 곧 뇌신강림이 끝날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버프가 끝나는 순간, 어마어마한 탈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몇 배나 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을 테지만, 뇌전강림을 만들기 위해서 꽤 많은 원소력을 사용하고 말았다.
“그래. 해보자.”
칠성검을 더욱 꽉 쥐고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한 다음, 마족들에게 달려들었다.
뒤에서 노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지금 저 마족들을 처치하지 못하면, 당하는 것은 우리였다.
설마 도망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놈들을 살려서 보내면, 그만큼 후에 문제가 생긴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가르기
은하수를 닮아 길게 뻗어나간 오러가 마족들의 방어막을 갈랐다.
이대로는 부족하기에 그대로 뛰어올랐다.
번쩍
검을 들고 뛰어오르자, 주위에 있던 번개들이 피뢰침 효과로 내게 내리꽂혔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있었다면, 번개를 바닥으로 흘렸겠지만, 지금은 공중이었다.
번쩍 번쩍 번쩍
연달아 계속 번개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한 방 한 방이 마족들을 재로 만들었던 번개였다.
‘이대로는 죽는다.’
몸속 가득 뇌전의 기운이 가득 찼다.
한 방만 더 맞으면, 온몸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어딘가에 발출해야 했고, 눈앞에 마족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고통을 잊기 위해 비명을 내질렀는데, 입 밖으로 뇌전이 뱉어졌다.
그 모든 힘을 한곳에 모아, 내질러야 했다.
오른손의 손바닥이 터져나갔다.
그렇다고, 붙잡고 있던 칠성검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기운을 정제해서 뿜어내기 위해서는 칠성검이 꼭 필요했다.
칠성검도 무리가 됐는지 옅은 김을 뿜어냈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일점술 – 뇌전
내 기운과 섞인 뇌전은 황금빛이 되어서 앞으로 쏘아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세 마족은 자신들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지도 모른 채 눈을 끔벅였다.
비명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조용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끝났다…크으윽…크아아아악!!!”
먹구름은 흩어졌고, 더 이상 번개는 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뇌전의 기운이 아직 몸속에 남았다.
남은 포스가 몸속 뇌전의 기운을 가로막았지만, 번번이 뚫릴 뿐이었다.
‘이…이대로는…’
뇌전이 온몸을 다 헤집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이대로는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통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하지만, 13기동 타격대의 붉은 포션으로 배가 부를 때까지 마시는 느낌이었다.
“유신군!”
뒤늦게 노사가 내게 달려왔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제지했다.
“오지 마세요!”
뇌전의 잔류가 근방까지 튀었다.
그때, 설상가상으로 땅의 축복에 버프까지 끝났다.
‘땅의 축복. 뇌전의 기운을 흡수…’
보통 버프가 끝나면, 땅의 축복이 움직일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침묵을 지켰다.
그렇다고 뇌전의 기운을 흡수하지도 않았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죽음은 언제나 옆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죽을 줄은 몰랐다.
그때, 누군가 등에 손을 올리는 게 느껴졌다.
“말하지 말게나. 지금부터 내가 돕겠네.”
노사가 뇌전의 기운을 밀어내고는 내 등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따뜻하면서 차가운 기운을 내게 밀어 넣었다.
이대로는 당신도 죽는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저 발작적으로 몸을 부들거렸다.
그때, 노사의 기운과 뇌전이 맞닿았다.
노사는 뇌전을 막기보다는 천천히 구슬려서는 명치어림으로 뇌전의 기운을 보냈다.
뇌전은 처음에 말을 듣지 않았지만, 점점 태극의 기운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왔다.
그렇게 명치에 뇌전의 기운이 쌓여갈 때였다.
태극의 기운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우리 둘 다 위험해.’
어떤 초인적인 힘이 났는지 모르겠다.
태극의 기운이 끊겨서 들어오자, 몸에 남아 있는 마지막 포스를 등을 향해 뿜어냈다.
그렇게 노사를 튕겨내자, 명치에 있던 뇌전들이 다시 사지백해로 뻗어나가려고 했다.
방법.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죽게 된다.
죽기 직전 사람들은 주마등을 보게 된다.
그리고, 예전 노사에게 배웠던 태극에 원리와 음양오행에 대해서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있는 기운 없는 기운을 박박 긁어모아서 뇌전이 몸 안에서 태극 모양으로 휘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