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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56화 (256/300)

256화_용병왕(2)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의 갑각은 쇠보다 단단하고, 불에 잘 녹았다.

그래서, 방어구로 인기가 많았으며, 속살은 미식가들에게 팔리고, 독은 정화하고 희석만 잘하면 꽤 좋은 정력제로 유명했다.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는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이었다.

“죽이는 건 상관없지만, 사체를 날려 먹으면 안 돼. 새끼는 포획이야. 포획. 그래야 가축처럼 기르지.”

웬만한 송아지보다 큰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이었지만, 거인들에게는 그저, 조금 큰 바닷가재 크기여서, 오직 완력으로 몬스터를 잡았다.

그렇게 새벽까지 계속된 사냥은 한 지역의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의 씨를 말리고 끝이 났다.

“다들 고생했어.”

“아닙니다. 람이시여.”

“대충 끝난 거 같으니까 들어들 가고, 내일 보자고.”

“네. 람이시여.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 멕시코는 새벽이었지만, 한국의 시간은 밤이었다.

이때쯤 마무리하고, 돌아가면,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잘 가~”

땅의 축복을 통해 거인들을 돌려보내려고 할 때, 타르가 내게 슬쩍 다가왔다.

“응? 무슨 일 있어?”

“저…람이시여.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저 몬스터의 속살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타르가 입맛을 다시며,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몬스터라서 저대로 못 먹어. 정화해야 하는데.”

“그 정도 독기는 저희 거인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꿀꺽!”

어째 말하는 것보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더욱 컸다.

“먹어는 봤어?”

“네. 어제 한 마리 챙겨서 가져갔는데 맛이…죄송합니다. 람이시여.”

화를 내기에도 어이가 없었다.

고작, 식욕 때문에 몰래 몬스터를 빼돌렸다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 저대로 먹는 것보다, 정화하면 더 맛있다고 하더라. 내가 나중에 따로 챙겨줄게. 그러니까 며칠만 참아.”

“감사합니다. 람이시여.”

한쪽 무릎을 꿇고 말하는 타르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예전에 나한테 충성 맹세를 했을 때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이만들. 들어가봐. 내가 모두가 넉넉하게 먹을 정도로 챙겨놓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수천 마리가 넘는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을 잡았기에 할 수 있는 약속이었다.

그렇게 거인들은 돌아갔고, 땅의 축복을 통해, 최대한 전투의 흔적을 지운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

숭배자들을 상대하느라, 한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한국의 일을 처리할 차례였다.

“오셨습니까?”

“용호씨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용호씨의 얼굴은 꽤 말라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얼굴이 반쪽이 됐네.”

“아닙니다. 바빠서 그렇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짓는 용호씨를 보니, 대충 이해는 갔다.

해가 떠있을 때는 JK 무역회사를 책임지고, 밤에는 4기동대의 지(地)에게 훈련을 받다보니, 잠잘 시간도 모자랄 게 분명했다.

“이러다가 사람 잡겠네. 제가 따로 말해둘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잠시만요.”

휴대폰을 꺼내서 지(地)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용호가 손을 들어서 말렸다.

“정말 괜찮습니다. 예전보다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너무 행복합니다.”

진정성 가득한 미소란 이런 거구나를 알 수 있는 웃음이었다.

“알았어요. 대신에 진짜 힘들면, 꼭 말하세요. 꼭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보고요. 그냥 대충해요.”

“그건 안됩니다. 따로 밝히지는 않으셨지만, 이 회사는 하유신님의 회사입니다. 그러니, 최소한 정기 보고는 받으셔야 합니다.”

말린다고 하지 않을 사람도 아니고, 듣기 싫다고 그냥 넘어갈 사람도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에 빠르고 간단히요.”

“알겠습니다.”

회사는 현재까지 크게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단지, 앞으로 운영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니까 문제점을 정리하면, 첫 번째가 권력 있는 사람들이 뇌물을 요구하는데, 그걸 거부하니까, 회사에 이런저런 태클을 건다?”

“네. 맞습니다. 창고부지 승인을 늦게 내리거나, 수출할 물건들을 항에서 늦게 출발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세무 감사가 세 번이나 왔습니다.”

“에휴~ 다른 문제는 없었고요?”

“아직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점점 압박이 심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혼쭐을 내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밝히세요.”

“네? 뭘 밝히시라는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저라는 걸 밝히세요.”

내 말에 용호가 손사래까지 치며 말렸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아니 왜요?”

“모두가 하유신님이 교황청의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유신님이 회사를 차렸다고 하면,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하유신님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면서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대견스럽긴 했다.

나중에 따로 보약이라도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괜찮습니다. 언제까지 조용히 살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 나오는 이득의 일부를 기부하면 되니까요.”

“세상은 남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걸 일일이 다 신경 쓸 필요 없죠. 대신에 좀 심한 사람들은 용호씨가 고소 좀 해주세요. 몇 번 그렇게 고소당하다 보면, 바뀌겠죠.”

“사람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닙니다.”

“아뇨. 바뀌죠. 정신이 바뀌지 않는 사람은 현재 처한 상황이 바뀌게 되겠죠. 즉, 인생 나락은 본인이 자초하는 겁니다.”

더는 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음 문제가 헌터나 용병들이 우리 회사에 몬스터 부산물을 팔지 않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까지는 하유신님이 주신 몬스터로 어떻게 버텼는데, 주신 몬스터 사체도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제였다.

나는 테이블 위에다가 아공간 주머니 다섯 개를 꺼냈다.

“맨 왼쪽에 있는 이 건 소형 몬스터의 사체가 있고요. 이건 중형 몬스터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세 개는 대형 몬스터들의 사체입니다.”

“네?”

내 말을 믿을 수 없었는지, 용호가 아공간을 열어서 물건을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됐다.

“이거면 저번에 주신 물량의 3배가 넘는 것 같습니다.”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나는 아공간에서 두 개의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이건 블루 크로커다일의 사체가 있고요. 이건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이 있습니다. 아. 물론 아직 다 채우지는 못했어요.”

회사를 살릴 물량 공세에 기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용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저도 정보는 듣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용병왕의 용병들이 사냥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용병들이 몬스터의 구역에서 몬스터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 발 없는 말이 말보다 빠르네요.”

“하유신님. 이건 여기에서 다루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걸리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안 걸리면 된다는 옛말이 있었다.

“기간테우스 스콜피온은 해체만 해주세요. 거기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따로 다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죠?”

“네. 가능합니다. 대신에 블루 크로커다일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블루 크로커다일의 최대 서식지 또는 수출국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블루 크로커다일은 미국, 브라질 그리고 호주에서 소량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수출국은 멕시코니까요.”

이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통해서 천천히 팔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급한 문제들은 해결된 거죠?”

“네. 그런데, 권력가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원래 어떤 힘이라도 더 큰 힘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거든요.”

“네?”

“제가 전화 한 통의 마술을 보여드릴게요.”

아공간 팔찌에서 위성 전화기를 꺼내서는 저장된 번호 중 하나에 전화를 걸었다.

얼마 걸리지 않고,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네. 세계대통령님. 잘 지내셨어요?”

***

일주일.

마검 히페리온이 만족할 정도로 인간의 피를 먹인 시간이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함부로 할 수 없는 잔인한 행동이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족 숭배자들에게 지배를 받았던 멕시코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내 모든 행위를 마족 숭배자의 짓으로 기억할 것이다.

“용병왕님. 어디 갔다가 이제 오시는 겁니까?”

“부단장님. 무슨 일 있었나요?”

“지금 몬스터 사냥을 갔던 용병단들이 잔뜩 화가 나서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원래, 용병단들은 지금 한참 신나게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어야 했다.

다른 몬스터도 아니고, 기간테우스 스콜피온과 블루 크로커다일은 상대하기도 까다롭지만, 그만큼 비싼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돈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왜 오는 거죠?”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네? 몬스터가요?”

“네. 어쩐 일이지 기간테우스 스콜피온과 블루 크로커다일 모두 예상과는 다르게 열 마리 내외로 잡히고, 그 외에는 더 이상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순간 아스본 레스넌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멕시코의 북서쪽 지방의 사냥권을 달라고 했을 때, 그렇게 반대하더니, 그게 모두 다 연기였던 거였다.

“그럼, 아스본 레스넌이 갔던 북쪽과 리암이 갔던 서쪽은요? 거기도 몬스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까?”

“따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곳에서는 꾸준하게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밀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앞에는 아란 칼트가 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누구보다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아란 칼트이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아스본 레스넌과 통신을 열어주세요.”

“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통신 준비를 위해, 아란 칼트가 직접 움직였다.

그동안 이 상황에 대해서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정말 이 모든 흉계가 전설들의 장난질이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용병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지만, 상대는 전설이다.’

마검 히페리온만 믿고 덤벼들기에는 아직 자신이 전설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전설들과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는 걸 느끼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그저 인간성 하나만 포기하면, 전설들도 두렵지 않을 것인데, 그 인간성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어느새 아란 칼트가 수정구를 들고 와서는 내 앞에 내려놨다.

수정구에 손을 올리고 기운을 집어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구에 몬스터의 핏자국을 묻힌 아스본 레스넌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아스본 레스넌은 표정을 굳히며, 노려보듯 말했다.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속으로만 욕하며 겉으로는 웃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잘 못 지냈네. 이곳의 몬스터를 청소하느라 바쁘거든. 용건 없으면 끊겠네.]

“바쁘시군요. 곧바로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뭔가?]

“지금 몬스터들 때문에 골치 썩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 용병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흥! 돈만 쫓다가 갑자기?]

아스본 레스넌의 비아냥에 수정구에 보이지 않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지금은 비위를 거슬리면 안 됐다.

그는 나보다 강자이기도 하고, 자신이 부탁하는 입장이었다.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용병왕 콜린 시거. 나도 귀가 있는 사람이네. 지금 자네가 맡은 지역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네.]

“하하하. 그러니까요.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수정구 속의 아스본 레스넌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네. 용병단을 반으로 쪼개서 한쪽은 내 쪽으로 그리고 남은 반은 리암이 있는 서쪽으로 가주게. 내가 리암에게는 따로 말해둘 테니까.]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네.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리고 몬스터 사냥 시에 부산물의 20%를 보내면 되네.]

“……네.”

통신이 끊긴 수정구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고, 그곳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부단장님. 방금 내용은 다 들으셨죠?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마검 히페리온은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란 칼트가 나가자마자 아까운지 내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

콜린 시거와 통신을 끝내고 수정구의 뒤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더 거대한 덩치를 한 로브인이 서 있었다.

“이제 만족하냐? 로저 시거?”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

“그럼 하나만 묻자, 그 팔은 왜 그런 거냐?”

로저 시거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수를 바라봤다.

“오만의 증거이자, 복수를 다지기 위한 증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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