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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52화 (252/300)

252화_베드 미다스(2)

예상대로 전쟁은 한동안 소강상태가 됐다.

그동안, 공간이동 게이트를 통해 몽골의 기마부대 백여 명이 이곳으로 넘어왔다.

“우리의 영웅. 하유신. 잘 지냈나?”

“네르구이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 아주 잘 지냈지. 여기 카무트도 자네를 많이 그리워했네.”

네르구이의 뒤에 있던 그레이트 울프가 반갑다는 듯이 길게 혀를 빼고는 꼬리를 풍차 돌리듯 열심히 돌렸다.

“설마…네가 그때 그 그레이트 울프구나. 반가워.”

카무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반가운지 내 얼굴을 핥았다.

소보다 큰 그레이트 울프의 혓바닥은 내 얼굴을 한 번에 축축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잠깐의 해후를 끝내고, 네르구이 뒤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텔레파시 능력자이자, 최고의 전략가 볼뜨가 있었다.

“볼뜨님까지 이렇게 오게 만들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에게는 영광입니다.”

볼뜨가 고개를 숙이며 어찌할지 몰라 할 때, 네르구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누구 부탁인데, 당연히 와야지.”

단 한 번의 인연이었지만,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전쟁터에까지 선뜻 오게 된 네르구이와 볼뜨 그리고 모든 몽골의 기마부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네르구이와 볼뜨가 직접 앞으로 나서서 몸을 일으켜줬다.

“은혜라니 자네가 우리에게 베푼 게 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죽어도 그 은혜를 다 갚지도 못하네.”

“아닙니다.”

“허허허. 그렇게 겸손해하지 말게. 영웅은 당당해야지. 그리고 알다시피 부대원들에게 모두 자네 정체에 대해서는 함구하라고 따로 말해뒀네.”

“정말 감사합니다.”

칼 제라니로 활동하던 시기에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백만 오크와의 전투 막바지에 가면이 부서져서 이들은 내 진정한 모습을 봤던 존재들이었다.

충분히 입이 근질거렸을 터인데도, 이들은 단 한 번도 내 정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들은 입이 무겁고, 신의를 지킬 줄 알았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몽골의 기마부대 백 명에게 내가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쉼터를 제공하고는, 네르구이와 볼뜨를 데리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레이트 울프가 입구를 지키게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포스로 막을 만들어서 소리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했다.

“신기하군.”

“별거 아닙니다.”

포스 막을 네르구이가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전화상으로 대충 듣기는 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

“혼란과 방어입니다.”

“혼란과 방어?”

네르구이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볼뜨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혹시 우리에게 원하는 게 예전 그건가?”

역시 전략가라서 그런지 쉽게 내 의도를 파악했다.

“네. 백만 오크의 침입 때 보여주셨던 것들을 해주시면 됩니다.”

“대충 알겠군. 그럼 먼저 움직이도록 하겠네.”

“네. 부탁드립니다.”

볼뜨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네르구이를 바라봤다.

“네르구이님은 전투가 시작되면, 발리스타 능력을 제 창에 걸어주시면 됩니다.”

“쉽지는 않겠지?”

“네. 일반적인 창은 아닙니다.”

“알겠네. 그래도 자네 덕분에 새로운 신무기를 개발했네.”

대체 어떤 무기를 개발했기에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신무기요?”

“바로 이거네.”

네르구이가 내게 내민 것은 화살촉 부분이 볼록한 화살이었다.

화살촉을 자세히 바라보니, 최하급 마정석으로 되어 있었다.

“이거 설마?”

“그렇다네. 자네가 포스로 마정석을 수류탄처럼 사용하는 걸 착안해서 만들었네.”

전투가 예상보다 더욱 쉽게 진행될 것 같았다.

***

몽골에서 온 기마부대는 짐을 풀기도 전에 전장으로 달려가서는 땅을 파고, 이런저런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쟤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할 줄 아는 게 저런 건가 보네.”

“겨우 저딴 걸로 몬스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오크나, 고블린들만 잡던 놈들이 대형 몬스터에 대해서는 모르나 봐.”

주위에서 헌터와 용병들의 비웃음이 들려왔지만, 몽골의 기마부대는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나자, 모든 작업이 끝났고, 숭배자들과 몬스터들이 슬슬 움직였다.

나는 전장의 가장 앞으로 다가간 후, 몽골 부대와 아스본 레스넌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다가오는 몬스터를 보고, 우리가 먼저 가진 패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패를 드러내게 해야겠죠.”

“그 패를 어떻게 보인다는 건가?”

“레스넌님. 아무리 평지라고 해도, 전투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전략을 사용하면 부족한 수로도 적들에게 확실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전장을 바라보니, 미노타우로스 부대가 선두로 돌진을 시작했다.

나는 흑색창을 꺼내서는 포스를 모은 후, 옆에 있는 네르구이를 바라봤다.

“네르구이님.”

“준비됐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돌진하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듯 창을 집어 던졌다.

포스 미사일(풍)

발리스타

전봇대만큼 거대해진 흑색창이 선두의 미노타우로스를 꿰뚫었다.

단지 선두를 꿰뚫고자 신비석의 힘까지 담아서 포스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폭발하듯이 소형 허리케인이 만들어져서는 주위 몬스터들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때, 뒤에 있던 볼뜨가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했다.

[저격! 발사!]

공중에 뜬 미노타우로스들은 기마부대의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서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전위는 막았지만, 그 뒤로 오우거와 트롤이 놀 부대를 이끌고 다가왔다.

[지금!]

네르구이가 하급 마정석 화살을 꺼내서는 몬스터들이 오는 방향으로 쐈다.

발리스타

마정석 화살은 폭발과 함께 미리 땅에 묻어둔 기름에 불을 질렀다.

[화염술사!]

때마침 볼뜨의 명령에 기마부대원 중 절반이 원소력을 사용하여 타오르는 불꽃에 힘을 보탰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길이 몬스터들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이대로는 부족했다.

칠성검에 박혀 있는 불의 힘을 끌어 올려서는 오러를 만들었다.

이내, 불타오르는 오러가 만들어졌고, 그 상태로 몬스터들을 향해 오러를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불의 길이 더욱 넓어지며,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그 상태에서 기마부대원들이 마정석 화살을 꺼내서 쉼 없이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부었다.

저격은 필요 없었다. 그저 아무렇게 날리면, 그게 모두 수류탄이 되어서 몬스터들을 몰살시켜갔다.

“대단하네요.”

옛날 재래식 미사일 세례가 이런 걸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내가 화염의 오러를 뿜어내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커버할 정도였다.

단 백 명이서, 수만에 달하는 몬스터를 막았다.

그렇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불길이 치솟는 곳이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는 없군요.”

“어쩔 수 없지. 시간이 부족했으니.”

볼뜨와 대화를 끝내고, 옆에 있는 아스본 레스넌을 바라봤다.

그는 표정 관리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슬슬 흙벽을 세워야 하네. 대체 어떻게 할 건가?”

“볼뜨님. 그건 전에도 말했지만,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대지가 흔들리더니, 땅이 솟구치며, 듬성듬성 벽을 만들었다.

발리스타

흙벽이 솟아오르고, 빈 공간에 네르구이가 거대 강철 화살을 채워놓았다.

그러자, 몬스터들은 호리병 모양의 틈새로 몸을 우겨넣었다.

몬스터들의 혼란이 극에 달하자, 새로운 흑색창을 꺼냈다.

포스 미사일(뇌)

유일한 빈틈을 향해 창을 던졌다.

발리스타

이제 척하면, 척이었다.

거대해진 창은 호리병의 입구를 막은 후, 사방으로 뇌전을 뿜어냈다.

그리고, 뇌전은 옆에 있는 다른 거대 강철 화살을 타고 주위의 몬스터들을 녹여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커멓게 타서 죽은 몬스터들이 자연적으로 성벽을 형성했다.

완벽에 가까운 방어였지만, 언제까지 숭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히히히히힝~!!”

타락한 유니콘이 몬스터 시체 성벽을 날려버렸다.

한쪽에서는 아이언 골렘이 힘들게 세운 흙벽을 부쉈다.

몬스터들이 다시 우리를 향해 몰려왔다.

숭배자들이 먼저 패를 보였다.

“아스본 레스넌님. 준비되셨습니까?”

“준비는 이미 끝나있었다.”

아스본 레스넌은 대검을 어깨에 걸친 후,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S급 이상의 최상위 헌터로 구성된 친위대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설욕은 잊어라. 오늘 확실히 복수를 진행한다. 내가 앞장서겠다.”

짧게 연설을 끝내고, 누구보다 먼저 아스본 레스넌이 전장으로 뛰어갔다.

지금까지의 울분을 털어버리려고 하는지 처음부터 강격으로 베드 미다스의 소환수들을 공격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몬스터들은 꺼지지 않은 불의 길과 멀쩡한 흙벽 때문에 제대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소환수들이 그런 몬스터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쪽에서도 전설이 움직였다.

이제 곧, 베드 미다스가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미끼가 저렇게 매혹적인데, 나타나야지.”

타락한 유니콘의 뿔이 잘리고, 두 기의 아이언 골렘이 조각이 났는데도, 베드 미다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리암님. 부탁합니다.”

뒤에서 로브를 써서 정체를 감추고 있던 리암이 몸을 일으켰다.

“우리를 미끼로 쓰다니, 하유신. 네놈의 머릿속이 참 궁금하군.”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역시 13기동 타격대는 재수 없어.”

몸의 불을 일으킨 리암이 로브를 태워버리고는 불의 용사가 된 후, 전장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리암의 모습에 환호했지만, 이내, 그의 오른발을 보고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도 속여야 해.’

대부분의 헌터가 싸우러 나간 이때에도 콜린 시거는 가만히 있었다.

흘끔 그를 바라보니, 전장을 살펴보기만 하고, 나서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지금 가장 큰 변수는 베드 미다스가 아니라, 콜린 시거였다.

나중에 아스본 레스넌에게 콜린 시거가 마검 사용자라서 고약한 마기가 풍긴다는 것을 들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아스본 레스넌, 리암, 크리스가 베드 미다스와 싸움을 벌일 때, 뒤늦게 참전하기는 했지만, 콜린 시거만이 다치지 않았다.

무려, 반나절 가까운 시간을 싸웠는데도 말이다.

그때, 가만히 있던 콜린 시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교황청의 검. 하유신.”

“바쁘니, 용건만 간단히 말해주시죠.”

“왜? 크리스님은 나서지 않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줄이야.

그렇다고, 진실을 말해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확실한 연기를 위해, 다른 사람이 대화를 듣지 못하게 콜린 시거와 나를 둘러싸는 포스 막을 만들었다.

“용병왕이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크리스님은 몸속의 마기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앤 스텔라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마기를 뽑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말이다. 난 네가 지휘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전장의 총사령관 아스본 레스넌에게 오늘 하루 모든 지휘권을 받은 게 나였다.

물론,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공표까지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전장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있는 것보다 못하지. 우리 용병들에게 한 곳만 지정해주면 그곳은 확실히 제압하겠다.”

콜린 시거의 대답에 내가 잘못된 의심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내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좌익을 맡아주세요.”

“알겠다. 출전할 테니까, 이제 이건 치우지?”

“네.”

포스 막을 거두니, 콜린 시거가 용병들과 함께 좌익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베드 미다스가 리암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이다. 땅의 축복!”

[네. 람이시여.]

대기하고 있던 땅의 축복이 순식간에 날 리암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눈앞에 보이는 베드 미다스를 보며, 검을 중단세로 들어 올렸다.

유성 찌르기(풍,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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