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_마검 히페리온(2)
리암을 도와야했다.
이대로 베드 미다스를 막지 못하면, 여기에 있는 모든 이가 오늘 이곳이 무덤이 될 것이다.
서둘러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타락한 유니콘이 뿔을 앞세우며 내게 달려들었다.
검을 들어막은 후, 유니콘의 몸을 베려고 할 때였다.
“베드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군.”
이미 주위를 신화 속 소환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검을 고쳐 잡으며, 힘을 끌어올렸다.
“꺼져라!”
오리지널 파.
검풍에 기파를 섞어서 주위에 뿌렸다.
소환수들이 기세에 밀려 살짝 밀려났다.
카피 : 쉐도우 마스터 – 다크니스
바닥에 검을 꽂아 넣었다.
반경 10미터 안의 그림자들이 솟구치더니, 소환수들을 그림자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림자에 먹히지 않기 위해 소환수들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끄응…!”
힘이 부쳤다.
평소라면, 허리까지 소환수들을 그림자에 파묻었을 텐데, 지금은 겨우 발목 정도가 다였다.
넘쳐 흐르던 힘은 끊임없이 이어진 전쟁 덕분에 바닥을 치고 있었다.
오리지널 절
재빨리 검을 뽑아서 휘둘렀지만, 고작 소환수들에게 생채기를 낸 게 다였다.
“이건 인정하는 것 같아서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아공간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창 한 자루를 꺼냈다.
그리고는 높게 점프한 후, 바닥을 향해 창을 집어 던졌다.
카피 : 교황청의 검 – 포스 미사일
창이 바닥에 닿자, 땅이 울리는 파괴력과 함께 소환수들을 뒤로 튕겨냈다.
이대로 검을 더 휘두르면 한두 마리의 소환수를 죽일 수는 있을 테지만, 그렇게 되면, 리암이 죽을 수도 있었다.
카피 : 사신 – 죽음의 발걸음
순간이동하듯 베드 미다스의 뒤로 이동했다.
오리지널 폭!
검을 그대로 베드 미다스를 향해 찔러 넣었다.
막을 수도 그리고 피할 수도 없는 각도였다.
그런데, 베드 미다스의 팔이 절대 꺾일 수 없는 각도로 움직였다.
푹.
내가 찌른 건 고작 베드 미다스의 무기인 세계수 몽둥이였다.
“이거 기대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 됐어.”
“그건 두고 볼 일이지.”
***
꿰뚫는 장미
흩뜨려지는 안개
사복검을 열심히 사용하며, 몬스터들을 사살하였지만, 앞으로 가지는 못했다.
몬스터들은 빈공간이 생기면, 새로운 몬스터들로 그 자리를 채웠다.
이대로는 아버지와 불의 용사 리암이 위험했다.
돕고 싶지만, 밀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였다, 뒤에서 거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님 안 됩니다!”
“비켜라!!”
거인 크리스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로 거인화를 한 후, 전장으로 달렸다.
그 앞을 막은 수많은 몬스터들이 크리스의 힘에 밀려났다.
거인의 주먹
오른손만 거대해진 크리스의 주먹이 몬스터들을 뚫고 베드 미다스와 부딪혔다.
베드 미다스는 거인의 주먹에 수백 미터나 밀려났지만,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 것 같았다.
“다 모였군. 그럼 이번에는 정말로 거짓된 전설들인 너희들을 끝장내볼까?”
다가오는 오우거의 목을 베어내며, 살짝 뒤로 물러섰다.
베드 미다스가 핑거 스냅으로 자신의 소환수를 불렀지만, 다가오는 소환수는 한 마리도 없었다.
“역시 작전이 먹혔어.”
아버지의 직속 헌터이자, 최상위급 헌터들이 팀을 이루어서, 소환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길 수 있어.”
아무리 다치고 지쳤다지만, 아버지를 포함해 리암과 크리스가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베드 미다스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소환수들을 억제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전설들이 이기고 돌아오는 걸 믿으며,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거였다.
소닉붐 – 다연발
응축된 충격파가 전장에 퍼져나가며, 몬스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랄 때였다.
뿌우우우~
뿔고동소리와 함께 콜린 용병단이 후방에서 이곳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선두에 서서 방금 몬스터를 공격한 이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용병왕 콜린 시거였다.
“모든 용병은 들어라! 지금부터 초대 용병왕이 정한 규칙대로, 마족을 참한다!”
“우와와!!”
거대한 함성과 함께 무기를 빼든 용병들이 전장에 합류하고, 콜린 시거는 전설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끼어들었다.
아버지가 걱정돼, 전투를 계속 구경하고 싶었지만, 앞에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가 더욱 문제였다.
전투는 반나절 동안 계속됐다.
오랜 시간 싸웠지만, 전설들은 베드 미다스가 도망치는 걸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모든 전설들이 심하게 다쳤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버지 아스본 레스넌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갈비뼈는 죄다 부러지고, 내장이 터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늦지 않게 힐링 포션을 먹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아버지의 애검은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크리스와 리암은 어떻게 됐지?”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목숨을…건졌다라…상태가 어떻지?”
“아버지. 지금은 회복이 먼저입니다.”
“제이미. 나는 이곳의 총사령관이다. 이렇게 누워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의 전력을 확인하고, 다음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아버지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식으로서 부모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알리지 않는다면, 분명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게 분명했다.
“두 분다. 심각한 골절상입니다. 최상급 포션을 먹어서 위험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리암님의 경우에는 오른발을 잃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크리스였을 텐데.”
“크리스님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요.”
호주의 거인 크리스는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로 능력을 사용하고, 전투에 끼어들었다.
그로 인해, 숨만 붙여놓은 상황이었다.
“제이미. 네가 나 좀 도와줘야겠다.”
“네?”
“몸을 일으켜주거라.”
“지금 몸을 움직이는 건 위험합니다.”
“어서! 누워서 쉴 시간이 없다.”
그때였다.
천막이 열리며, 소피가 안으로 들어왔다.
“레스넌님.”
“소피구나. 네가 제이미 대신에 나를 좀 부축해다오.”
“아버지!”
내가 빽 소리를 지른 후, 아버지를 노려 볼 때였다.
뒤에서 가만히 있던 소피가 약간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황청에서 지원이 왔습니다. 고위 성직자들이 왔습니다.”
“때마침 잘 됐군. 어디에 있나?”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잘됐군.”
성직자라는 말에 아버지도 고집을 꺾고는 침대에 다시 누웠다.
그때 다시 천막이 열리며, 이제 막 성년이 지난 것 같은 성직자 두 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지원의 총책임을 맡은 7급 앤 스텔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6급 얀 스텔라입니다.”
그 둘의 소개가 끝났을 때, 절망하고 싶었다.
교황청에서 보내 준 성직자들이 자신보다 더 어린 소년소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응은 달랐다.
“성녀에게 고마워해야겠군. 성자와 성녀 후보자들을 이곳으로 보내주다니.”
“아버지. 그게 무슨?”
“저 나이에 7급과 6급 성직자들이다. 그렇다면, 성자와 성녀 후보들이지. 안 그런가?”
뒤에 물음은 내게 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앤 스텔라라고 소개한 소녀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 아스본 레스넌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전설분들을 이곳으로 다 모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알겠네. 제이미와 소피는 지금 크리스와 리암을 이곳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와주게.”
7급 성직자.
교황청에도 몇 명 없는 성직자인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은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명령을 어길 수도 없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분명 아버지가 직접 일어서서 움직일 게 뻔했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서려고 할 때였다.
앤과 얀 스텔라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는 빤히 바라봤다.
“무슨 일이시죠?”
“당신이 제이미 레스넌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 둘은 한동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자기들끼리 쑥떡이기 시작했다.
“쟌의 말과는 다른데.”
“얀.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실례야. 그래도 이 정도면 유신을 노려볼만하네.”
“앤. 너도 그러면 안 되지. 그런데, 리우가 가만히 있을까?”
“걔가 뭔 상관이야? 유신이가 좋다고 하면, 바로 ‘네네’ 거릴 걸. 아! 길을 막았네요. 어서 환자들을 데리고 와주세요.”
아버지의 한탄 섞인 한숨이 뒤에서 들려왔지만, 일단 밖으로 나왔다.
지금 나오지 않으면, 귀까지 빨갛게 변한 것을 들킬 것 같았다.
급하게 움직인 덕분일까? 전설들이 아버지의 천막에 모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7급 성직자라고 했던 앤 스텔라가 홀로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얀 스텔라가 건틀릿을 끼고는 천막 앞을 막아섰다.
“이제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건 금지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천막 안에서는 어마어마한 신성력의 기운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신성력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야~ 교황청에서 사람들이 왔다고 하더니, 장난 아니네. 안 그래요. 제이미씨?”
느끼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 이는 새로운 용병왕 콜린 시거였다.
전설들이 심하게 다친 상황에서 용병왕 콜린 시거는 멀쩡했지만, 아무도 탓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넉살이 밉게만 느껴졌다.
“근데 교황청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콜린 시거는 대답하기보다는 천막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다시 내 옆에 섰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나타난 게 이상해서요.”
“지금 교황청을 의심하는 겁니까?”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러는데, 저도 저 안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시나 교황청에서 수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말릴 새도 없이 콜린 시거가 천막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렇지만, 얀 스텔라가 그의 앞을 막았다.
“더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습니다.”
“성직자가 나한테 공격이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네. 이번에 새롭게 용병왕이 된 콜린 시거님입니다.”
깍듯한 대답에 콜린 시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더니, 얀 스텔라의 어깨를 두드리고 천막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얀 스텔라는 비켜주지 않았다.
오히려, 신성력을 끌어올려서 콜린 시거가 더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성직자 주제에 나한테 이래도 될까? 너희 돈벌이가 포션인데, 가장 큰 구매처 중 하나인 우리가 불매 운동하면 힘들 텐데.”
“반대로 생각하면 용병들만큼 포션이 필요한 직업도 없죠.”
“그래서? 우리 용병한테 네가 교황청의 이름으로 포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교황청과 용병. 모두 소중한 동료였다. 그래서 이쯤에서 중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네.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시면, 교황청은 용병들에게 포션을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용병왕이 천막을 열어서 치료에 실패하게 된다면, 모든 문제는 용병왕이 지셔야 할 겁니다.”
중재를 해야 하는데, 교황청에서 너무 강하게 나갔다.
이렇게 되면, 용병왕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어디 교황청에 보고하기 전에 그 목이 그대로 붙어 있을지 두고 볼까?”
콜린 시거가 허리춤의 검을 움켜쥐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복검을 꺼낸 후, 얀 스텔라 옆에 섰다.
“용병왕님. 전설들의 치료 중입니다. 더 이상의 문제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이거 헌터협회에서도 우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저 지금은 치료에 집중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저들이 치료라는 목적으로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잖아. 난 그저 참관인으로서 들어가려고 한 건데, 이렇게까지 막으니 더욱 수상한데?”
이제는 콜린 시거가 내게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을 때였다.
“그 말은 교황청과 대립하겠다는 말로 들리네요?”
익숙하면서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었던 그리운 이.
“유신아.”
해맑은 미소의 하유신이 이곳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