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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48화 (248/300)

248화_베드 미다스(2)

모습을 감췄던 알프레도 선배가 나타나자, 너무나 반가웠다.

솔직히, 태극의 묘리를 발휘했다고 해도, 처음 사용하는 기술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지금 내가 뭔짓을 해도 이길 수 없어.’

그렇지만, 알프레도 선배가 나타남으로써 적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이런, 불청객이 있었군.”

“불청객은 내가 아니라 너지. 가면으로 모습을 감춘다고 해도 내가 모를 것 같아? 베드 미다스.”

“네? 베드 미다스요?”

베드 미다스라는 이름을 모른다면, 아직 인지 능력이 없는 갓난아이일 뿐일 것이다.

전세계를 탐험하며, 수많은 던전을 클리어했던 탐험가 트리오의 일원으로 최고의 드루이드 베드 미다스.

“날 어떻게 알아봤지?”

“그런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베드 미다스가 유일하지.”

“크크크크. 이거 가면을 괜히 썼군.”

잔인한 웃음을 짓던 적이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교과서와 위인전에도 실린 베드 미다스의 얼굴이 공개됐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얼굴이 맞았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몸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역시 마왕을 역소환시키고, 사람들이 그렇게 움직였는데도, 지구가 썩어갔던 건 너희들 때문이었군.”

“이런 말은 똑바로 하지. 우리는 순리에 따랐을 뿐이야.”

“더는 그딴 말은 듣고 싶지 않군.”

알프레도 선배 앞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헬파이어.

쏜살같이 날아간 헬파이어가 베드 미다스와 부딪혔다.

이내, 베드 미다스의 몸은 활활 불타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리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또다른 전설을 죽일 줄은 몰랐다.

베드 미다스는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죽어 버린 거였다.

“정신 차려!”

“네?”

“허상일 뿐이야.”

알프레도 선배의 말에 기감을 넓게 펼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렇지만, 베드 미다스가 있던 곳에는 재만 있을 뿐이었다.

“크크크. 역시 이건 안 통하네.”

“명예욕에 미쳐, 발전 없는 전설들에게나 통하는 수법일 뿐이다.”

“그것도 그렇군.”

몸을 숨겼던 베드 미다스가 크레이터 끝, 공중 위에 몸을 나타냈다.

“오늘은 득보다 실이 많군.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거다.”

“흥! 악당들이나 내뱉은 말을 하고 사라지는군.”

“지구의 기준으로 따지면 악당이 맞으니 딱히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래. 좋아. 하지만, 누가 보내준대?”

수천 개의 빛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알프레도 선배의 손짓에 그 화살들은 베드 미다스에게 날아갔다.

그때, 거북이를 닮은 거대한 등껍질이 베드 미다스 앞에 나타나더니, 빛의 화살을 모두 막았다.

“환영 인사는 이만 받도록 하지. 그럼 내 선물과 함께 잘 있으라고.”

알프레도 선배가 베드 미다스를 쫓으려고 할 때였다.

바닥에 있던 수십 조각의 마족들의 사체가 꿈틀거리더니, 한곳에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거인 크기의 마족이 되었다.

“이딴 놈이 내 앞을 막을 수 있을까?”

“내가 도망칠 시간 벌이는 할 수 있겠지.”

베드 미다스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알프레도 선배는 쫓지 않았다.

단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력으로 눈앞에 오망진을 그렸다.

“내가 안일했어.”

그 말을 내뱉은 알프레도 선배가 오망진을 공중으로 던졌다.

오망진은 하늘로 솟구치면서 점점 거대해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마족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시체로 만들어진 마족이 죽어도 알프레도 선배는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한참을 씩씩거렸다.

“선배. 여기는 제게 맡기고 베드 미다스를 쫓아갈 수 있지 않았어요?”

“여기를 너한테?”

기가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알프레도 선배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말을 이었다.

“유신아. 방금 만들어진 마족은 아니 정확히는 마족의 피와 살로 만든 어보미네이션은 상급 마족의 힘을 발휘했어.”

“상급 마족이요?”

과연 상급 마족의 힘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아직도 마족의 강함을 잘 몰라서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인간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 최하급 마족. 그리고 그 최하급 마족의 사체를 모아서 상급 마족 급의 마물을 만들 줄은 몰랐다.”

“제가 아직 상급 마족은 상대할 수 없다는 건가요?”

“아서라. 노사의 태극천하와 비슷한 기술을 익혔다고 하지만, 지금 네 상태로는 중급 마족이 최선이야. 최고의 컨디션이라면, 상급도 어떻게 비벼 볼 만했겠지만 말이야.”

“그럼 선배는요? 지금이라도 쫓을 수 있지 않아요? 제가 돕겠습니다.”

그렇지만, 알프레도 선배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내가 더 낼 수 있는 힘은 없어.”

그러면서 내게 슬쩍 목걸이를 보여줬다.

봉쇄의 목걸이.

13기동 타격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힘을 억제하는 마도구였다.

“너도 알다시피, 뭐 같은 규약 때문에 저놈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힘을 다 쓰기가 어려워.”

“대체 그딴 규약을 왜 그렇게 지켜야 하는 건데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렇다고 기세가 줄지는 않았다.

내가 언제 없는 말을 한 건가? 전혀 아니었다.

13기동 타격대를 억제하는 저 규약들과 법칙 때문에 이제 지구에 더 많은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유신아. 일루시안은 말이다. 오랜 시간 마족과의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졌어. 그리고, 전쟁을 이어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지구의 원조가 있어야 하지. 그 원조의 대부분이 뭔지 알아? 바로 식량이야. 규약을 어기게 되면, 식량 원조가 끊기고, 전쟁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져.”

“하지만……”

“지구와 일루시안 둘 다 인류와 지성체가 사는 곳들이야. 무엇이 더 소중하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연히 지구지만, 일루시안을 버리지 못해. 우리가 그곳을 버리는 순간. 전쟁은 이제 일루시안이 아니라, 지구에서 벌어지게 되고, 점점 이곳은 황폐해지겠지. 그래서 지켜야 하는 거야.”

모든 설명을 들어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러니 막내 하유신. 우리가 일루시안에서 전쟁을 끝내는 동안, 네가 우리를 대신해서 지구를 지켜줘야겠어.”

“알겠습니다. 제가 더욱 강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마나석도 더 열심히 구해놓고.”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알프레도 선배의 말에 감동 받을 뻔했다.

역시, 선배는 내가 죽으면 마나석을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 게 분명했다.

***

[멕시코 알고 보니 악의 소굴!]

[세계 각국의 언론. 멕시코를 냉대하다.]

[영웅의 두 얼굴.]

[가이아의 자식인가? 마족의 대리인인가?]

[교황청, 멕시코를 구하다.]

[하유신! 그의 한계는?]

[전쟁의 서막. 장소는 멕시코.]

[불의 용사 리암. 멕시코, 마족 숭배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헌터 협회장, 아스본 레스너. “헌터들에게 몬스터는 마족도 포함”이다 발언.]

휴대폰으로 검색한 뉴스 기사의 제목만 봐도 현재 세계의 이슈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저기 마리 선배. 물어볼게 있어요.”

“바쁘니까, 용건만.”

“네. 그러니까 왜? 인도 그러니까 조쉬 히라니에 관련된 이야기는 뉴스에 하나도 나오지 않는 거죠?”

한참을 뒤져봐도 인도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검색까지 했지만, 그저 옛날 뉴스들이 전부였다.

“그건 아직 공개하지 않기로 했어.”

“설마? 혼란 때문에요?”

계속 서류만 바라보고 있던 마리 선배가 드디어 고개를 든 후,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유신이가 이제 머리도 굴릴 줄 아네?”

“선배. 놀리지 마세요.”

“칭찬으로 받아. 그리고 일단은 네 말이 맞아. 전설이 죽었다는 내용도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텐데, 그 전설이 배덕자였습니다. 그게 밝혀지면 대대적인 혼란이 일어날 거야.”

지금 인류는 마족 숭배자라는 해충들 때문에 골머리를 섞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설이라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알고 보니, 대왕 해충이었다는 말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킬게 분명했다.

“그럼, 모험가 트리오의 베드 미다스는요?”

“그건 스토리텔링 제대로 해서 내보냈으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쯤 검색하면 나올 거야.”

“네?”

휴대폰을 다시 들어서 검색하기 시작했고, 상위에 있던 뉴스들이 바뀐 걸 확인하게 됐다.

[베드 미다스. 인류를 지키려다 마족에게 몸을 빼앗기다.]

[전설의 변절. 하지만, 그는 진정한 전설이었다.]

기사를 종합해보면, 탐험하던 그들은 모험 도중 새로운 마왕강림을 목격하게 됐다.

마왕강림은 다른 전설들을 불러서 막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모험가 트리오는 자신들의 몸을 매개체로 삼아 마왕의 힘을 나누고, 모두 마기에 빠진 마족이 되었다.

그로 인해, 안타깝지만 전설다운 그들을 영면에 들게 하기 위해서 검을 들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믿을까요?”

“네가 저번에 말한 캔 브레이커에 대한 내용을 조금 각색했을 뿐이야. 그때도 사람들은 믿었지. 조금 판이 커진 거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조쉬 히라니의 타락도 비슷한 방식인가요?”

“이제 슬슬 공개할 건데, 타락한 탐험왕들이 조쉬 히라니를 타락시키고, 네가 그걸 막았다고 점진적 보도를 할 거야.”

역시, 마리 선배의 일처리 하나는 정말 끝내줬다.

“알겠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걱정되면, 최대한 빨리 돌아와.”

“노력해볼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마리 선배는 서류로 다시 눈을 돌리고는, 빨리 가라고 손을 휙휙 내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을 나섰다.

연병장에 도착하자, 알프레도 선배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됐어?”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다는 건 뭐냐?”

“미련이 남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알프레도 선배가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갈 곳은 원소력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있는 곳이야. 움직이거나, 숨 쉬는 거 하나 쉽지 않을 거야.”

“갔다 오면, 확실히 강해지겠죠?”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고, 잘만하면, 무혁대장처럼 신비석의 힘을 네 껄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알프레도 선배와 폐관 수련을 떠나기 전, 알게 된 사실이었다.

원래 무혁 대장의 능력이 뇌전이기는 했지만, 뇌신강림 등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신비석 도움이었다는 거였다.

지구에만 존재하며, 원소력을 뿜어내는 신비석.

무혁 대장은 그런 신비석을 몸 안에 두고, 무한 동력의 발전기가 된 거였다.

“가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준비됐지?”

알프레도 선배만 알고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전 크게 호흡을 들이켰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는 당당하게 공기반, 소리반으로 크게 외쳤다.

“네.”

대답과 동시에 마법진 위에 올라서자, 순간적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

유신과 함께 넘어온 곳은 가이아에게 선물 받은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은 원소력만이 가득했다.

그때, 옆에 있던 유신이 휙휙 돌아가는 눈을 진정하며 입을 열었다.

“다채로운 곳이네요.”

“다채로워?”

“네.”

벌써 이 공간의 비밀을 알았다는 게 신기했다.

“여기는 심안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이 그저 원소력만 가득한 공간이야. 이곳에서 네가 보는 것들은 모두 네가 느끼는 원소력이라는 소리지. 그래서 그러는데, 대체 뭐가 보여?”

주위를 둘러보던 유신은 손가락으로 한 곳씩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불타는 땅, 떨어지는 폭포, 꿀렁이는 용암, 한기 서린 얼음 그리고 돌풍이랑 뾰족한 바늘산, 독 안개가 가득한 곳이요. 그래도 저기는 유일하게 폭신한 땅만 있네요.”

이건 말도 안됐다.

칠성검에는 총 일곱 가지의 속성이 있고, 땅의 축복까지 하면 여덟 개의 원소력을 다루는 게 유신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건 무기와 정령을 통해 다루는 거였다.

즉, 이 중 하나도 제대로 느끼지 못해야 하는데, 모든 걸 느끼고 있었다.

“유신아. 그거 아니? 네가 보고 있는 원소력은 네가 다룰 수 있는 원소력의 표현이야.”

“원소력이요? 선배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이 많은 걸 다 다뤄요.”

순간적으로 마법사의 탐구 욕구가 솟구쳤다.

“진짜, 네 뇌를 꺼내서 조사해보고 싶다.”

“알프레도 선배까지 왜 그러세요? 다리우스 선배가 그런 말 할 때마다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진짜로 겁을 집어먹은 유신의 모습에 더는 장난 겸 진담을 던지기 애매했다.

“됐다. 일단 수련부터 하자.”

“선배야. 원소력을 다시 끌어모으면 되는데, 전 뭘 하면 되나요?”

“뭘하긴. 각 원소력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원소력을 가져야지.”

강문과 다른 녀석들이 유신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 못하는 놈’

그래서 유신의 뒷덜미를 잡아챈 후, 그대로 유신이 가리켰던 곳 중 한 곳으로 집어던졌다.

“크아아아악! 여긴 뇌전 지역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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