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47화 (247/300)

247화_베드 미다스(1)

정말 오랜만에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최근에 너무나 바빴다.

앤드류의 변이를 진행하면서, 멕시코를 지원하고, 마검 히페리온을 용병왕의 자식에게 넘겼다.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잠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잠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가엘 캄파가 루이스 장로님께 인사드립니다.]

직선 통신구를 통해서 연락이 온 것이다.

쉬려고 마음 먹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날 선 대답이 나왔다.

“무슨 일이길래 이 시간에 연락이지?”

[죄송합니다. 작전이 실패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실패?”

부하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도미니크가 떠올랐다.

릴라에게 미치지만 않았다면, 정말 완벽한 마신 숭배자의 일원이었던 도미니크.

그놈의 교황청과 하유신만 없었다면, 도미니크는 지금까지 살아서 마신 숭배자들의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무슨 작전이 실패했지?”

[그게 멕시코 반란군 소탕 중 하유신이 나타나서, 반란군 소탕에 실패했습니다.]

“하유신? 교황청에서 어떻게 알고?”

[셀마 샌즈를 교황청 앞에서 죽였는데, 그녀가 죽기 전에 교황청에서 살린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멕시코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교황청과 하유신.

정말 사사건건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럼 지금 하유신은 멕시코에 있나?”

[그렇습니다.]

하유신이라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수상한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유신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하유신의 움직임이 눈에 선했다.

“곧 멕시코 청사가 공격받을 거다.”

[네? 그게 무슨…]

“크으흠…”

능력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가엘 캄파는 자신이 보기에 눈치가 부족했다.

그나마 이렇게 신호를 주면 다행히 알아먹을 정도는 됐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지금 바로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대비를 하겠다는 거지?”

[그…]

가엘 캄파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역시 이럴 때마다 더욱 도미니크가 떠올랐다.

[주신 약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마족을 만들어서 하유신이 오면 한 번에 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올린 것 같은 답변이었지만, 생각과 다르게 약간이나마 마음에 들었다.

“아주 무식함이 넘쳐흐르는군.”

[…죄송합니다.]

“아니 됐다. 네가 말한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 하지만 그걸로는 변수에 대응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또 다른 지원을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마신께 영광을.]

“마신께 영광을.”

통신을 끊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느긋하게 쉴 때가 아니었다.

빨리 일을 처리할 때였다.

“그들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인류의 배덕자이자, 자신과 같은 마신 숭배자 장로인 탐험가 트리오가 있는 아마존 깊은 곳을 향해 공간이동 게이트를 열었다.

그렇게 도착한 그들의 숙소 앞에는 베드 미다스가 앉아 있었다.

“여~ 루이스. 바쁠 텐데. 무슨 일이야?”

“베드. 탐 탄테오는 자리에 있나?”

“탐? 탐은 볼일 있다고 나갔어.”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데, 꼭 필요한 시기에 탐이 자리를 비웠다.

“언제쯤 돌아오지?”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탐에게 지원을 받으면 확실히 유신을 끝장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앞에 앉아 있는 베드를 무시하지는 못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소환수 또한, 탐이 가지고 있는 무기만큼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말이야…….”

현재 마신 숭배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멕시코가 교황청과 하유신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기도 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설명했다.

“이거 루이스. 못 본 며칠 사이에 엄살이 심해졌군.”

“엄살이 아니다. 진실이다. 그래서 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거야. 그래서 말인데, 네가 가지고 있는 소환수 중 하나만 빌려주는 건 어때?”

“하유신이라는 젊은 친구가 벌써 그 정도라고?”

“그래. 하유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불허한다.”

“오호~”

베드가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그 정도라면 내가 도와야겠군.”

“그래. 잘 생각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소환수 중에 하나만…”

“아니. 내가 직접 가지. 과연 13기동 타격대의 막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도 할겸 말이야.”

이러면 작전에서 어긋난다.

지금 원하는 것은 베드가 아니라, 그의 소환수일 뿐이었다.

“이건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거다.”

“장난?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갑자기 기세를 끌어올린 베드의 힘에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하유신은…꼭…죽여야 해!”

잇사이로 힘들게 말을 이었고, 베드가 기세를 풀었다.

“루이스. 나도 장난이 아니야. 하유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찢어 죽일 거니까 걱정하지 마.”

더욱 불안해졌다.

탐험가 트리오 중 가장 난해한 베드였기에 더욱 그랬다.

“혹시 마음에 들면 어떻게 할 거지?”

“어떻게 하긴? 잡아와서 내 부하로 써먹어야지.”

그나마, 어떤 식으로든 하유신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에 약간이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그럼 지금 당장 멕시코로 가줘야겠어.”

“응? 바로?”

“그래. 하유신의 공격이 시작됐어.”

멕시코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수정구를 베드 앞에 꺼냈다.

수정구는 붉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포스 미사일 – 더블(화, 풍)이 멕시코 청사를 지구상에 지워버렸다.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주변이 엉망진창이 되고 목표물은 거대한 크레이터만 존재했다.

“에고…힘들다.”

순식간에 몸 안에 포스가 절반은 사라졌다.

포스 미사일과 신비석의 힘은 포스를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부족한 포스를 채우기 위해, 포스 호흡을 유지하며,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알프레도 선배. 어떠세요?”

솔직히 자신감이 차올라서 크게 외쳤다.

예전 북한에서 봤던 무혁 대장의 뇌전강림 이후, 이런 대규모 공격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 쓸 만하네.”

“그럭…저럭이요?”

“그래. 잡몹 정리할 때는 좋을 것 같아.”

놀리는 걸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근거리에서 포스 미사일 공격을 하고 나면, 그 여파에 방어하기에도 급급했다. 그런데, 잡몹 처리용이라는 말이 가슴을 콕콕 쑤셔왔다.

“제 공격이 멕시코 청사를 한 방에 날려 보냈습니다.”

“저 정도는 마법 한방이면 충분해. 그리고 유신이 넌 그 한 방 쓰고 벌써 지쳤잖아.”

지친 것은 맞았지만, 괜히 오기가 생겼다.

“지치지 않았습니다. 아직 한참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 정정할게 지치지는 않았겠지. 포스의 절반만 사용했고.”

“하지만…적들을 전멸시켰습니다.”

내 말에 알프레도 선배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전멸?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아니라는 건가요?”

“그래. 자 다시 봐봐. 아니 기감을 넓게 펼쳐서 느껴봐.”

알프레도 선배의 말대로 기감을 넓게 펼친 후, 크레이터를 바라봤다.

그런데, 포스 아깝게 기감을 펼칠 필요도 없었다.

크레이터 중앙 쪽 땅이 들썩였다.

“아직 살아남은 적이 있나 보네요.”

“정확히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야. 즉, 적이 아니라 적들이라는 소리지.”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프레도 선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른 곳이 넘는 곳의 땅이 갈라지며 마족들이 나타났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모습도 마냥 좋지는 않았다.

포스 미사일의 충격에 육체가 찢기고, 뭉개져 있었다.

“자. 유신아, 마무리해야지.”

“저 많은 수를 저 혼자서요?”

“아직 팔팔하다메. 그리고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알프레도 선배가 마족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힘들겠지만, 혼자서도 충분하네. 그리고 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럼 화이팅.”

“선배! 알프레도 선배!!”

아무리 불러 봐도 알프레도 선배는 감쪽같이 몸을 숨겼다.

그게 마법인지,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감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더 선배를 불러봤자,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닫고는 몸을 일으킨 마족들을 바라봤다.

“일단, 저놈들이 더 회복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겠네.”

풍의 기운을 사용해 몸을 가볍게 만든 후, 하늘을 날고 있는 마족에게 다가가서는 날개를 베어냈다.

추락하는 마족의 몸을 타고 떨어지다가 바닥과 닿기 직전에 뛰어올라, 다른 마족에게 향했다.

“속전속결이다. 땅의 축복!”

땅의 축복의 버프가 온몸을 감싸자, 은은한 황금빛이 뿜어졌다.

그렇게 금빛 바람이 되어서 마족들에게 무차별 검을 휘둘렀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째 마족을 베어낼 때였다.

주위에 있던 마족이 손톱을 휘둘렀다.

“크윽…”

나도 모르게 약간 방심하고 있었는지, 겨우 막을 수 있었다.

피해는 없었지만, 공격하던 리듬감을 잃게 되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다시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마족들이 벌써 날 포위했다.

처음 베었던 마족들도 자신의 떨어진 팔다리를 이어 붙이고 뒤편에 서 있었다.

“이건 장난 아닌데. 그리고 너무 한 거 아니야? 난 혼자고 너희는 다수라는 게.”

무의미한 말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말아라!”

중간에 있는 마족 가엘 캄파의 말이 끝나자, 전후사방에서 마족들이 각자의 특기를 꺼내 들며 몰려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피하고, 륜처럼 생긴 손을 쳐냈다.

그렇게 아슬아슬 피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 이상해.’

놈들의 공격이 서로 호흡이 맞는 게 아니라, 한 박자 늦기도 하고, 반박자 빨라서 자기들끼리 엉키기도 했다.

‘놈들도 협공은 처음인 거네. 그렇다면…’

태극의 묘리를 살리면 충분히 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칠성검의 검 끝에 이화접목의 묘리를 살렸다.

‘태초에 혼돈이 존재했다.’

마족이 찔러오는 창끝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검끝을 찔러 넣어서 마주 댔다.

‘혼돈은 빛과 어둠을 낳았다.’

창에 붙은 검을 천천히 휘둘러서 뒤에서 검을 들고 달려오는 마족과 부딪히게 했다.

‘그게 태초의 양과 음의 시작이니 따로 두어도 이들은 독립이 되지만, 이들이 하나로 엮으면.’

손과 발.

륜과 손톱.

힘과 스피드.

화염과 얼음.

각양각색의 마족들의 능력들이 사방에서 다가왔다.

“그게 바로 태극이 되었다.”

칠성검을 한 바퀴 돌려서 높이 쳐들었는데, 마족들은 서로가 공격하는 형상이 되었다.

“고맙다.”

쓰러진 마족들에게 감사를 표한 후, 검을 돌렸다.

그러자, 포스로 태극이 주위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알았던 그리고 알면서 깨우치지 못했던 태극의 묘리를 깨우치게 되었다.

“깨달음의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고통 없이 끝내마.”

오른손에 든 검을 하늘 위로 뻗었고, 빈 왼손을 바닥을 향해 펼쳤다.

양손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하며, 검무를 추었다.

그러자, 태극의 묘리에 떠밀렸던 마족들이 내 쪽으로 끌어당겨졌다.

버둥거리면 끌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그때, 한 마족이 도리어 끌려오는 힘을 향해 뛰어들었다.

약 50센치에 달하는 손톱으로 날 괴롭혔던 마족이었다.

그렇지만, 그 마족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방에 형상화되어 있는 태극에 온몸이 갈려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만 끝내자.”

더욱 빠르게 검무를 추자, 이제 마족들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내게 끌려왔다.

그렇게 지척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검무를 멈췄다.

하늘 위로 곧게 뻗어있는 칠성검을 아주 천천히 내리그었다.

삼십이 넘었던 모든 마족이 수십 조각으로 나뉘며, 잘려 나갔다.

“후우~후읍~”

길게 호흡을 내뱉은 후,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 모든 적을 다 죽였는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부족해.”

“부족하다고? 이거 알고 보니 완전 욕심쟁이였군.”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누구긴? 네 주인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는데…어쩔 수 없이 그냥 죽여야겠어. 넌 너무 방해가 돼.”

마족을 상대할 때에는 없던 긴장감이 온몸을 자극했다.

태극의 묘리가 온몸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척을 읽지 못했다.

거기다가 상대에게서 폭발적인 존재감이 뿜어지고 있었다.

“어이~ 수준 맞는 사람끼리 싸워야지. 애들 싸움에 어른이 왜 끼어들어?”

그때 등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알프레도 선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