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_멕시코 해방군(3)
하유신이 감옥 정문에서 시선을 끄는 동안 몇몇 동료들과 함께 감옥으로 몰래 들어왔다.
일단 목표였던 자신의 남자친구인 아론을 찾기 위해. 그리고, 더욱 큰 혼란을 주기 위해 다른 죄수들도 풀어주려고 했다.
“없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 커다란 감옥에 갇혀있는 죄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기다가 이곳에 원래 사람이 갇혀있지 않기라도 했는지, 먼지만 가득할 뿐이었다.
감옥 복도로 나오자, 반대 방향으로 갔던 달란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셀마. 그쪽도?”
“응. 아무것도 없어.”
“일단, 아론을 찾는 것에 신경 쓰자.”
“하지만…누가 봐도 함정이야.”
아론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만 포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곳에 온 자들은 대부분이 가엘 캄파에게서 멕시코를 구하기 위한 고급 인력이었다.
“정신 차려! 여기에 있는 사람 중 함정인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해.”
“…알았어.”
감옥을 지켜야 하는 소수의 간수도 보이지 않는 이곳을 재빨리 벗어났다.
그리고, 다른 곳을 빠르게 탐색할 때였다.
저 멀리 간수 몇 명이 복도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달란과 짧게 눈빛을 교환한 후,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들을 몰래 따라가고 있을 때였다.
두꺼운 철문으로 된 감옥에 그들이 멈춰 섰다.
“교황청에서 알게 된 게 분명해. 그러니 하유신이 이곳에 쳐들어왔지.”
“됐어. 우리 할 일은 빨리 폐기 처분하고 여기를 뜨는 거야.”
그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둘러 강철문을 해체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총을 꺼냈다.
감이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기에 아론이 있다고.
“됐다. 빨리.”
모든 철문이 열리고 그들이 들어가려고 하자, 손에 쥐고 있던 총이 불을 뿜었다.
순식간에 둘을 처리하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감은 확실하게 들어맞았다.
단지, 사진보다 더욱 처참한 모습의 아론이 있었을 뿐이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목이 막혀 제대로 부를 수도 없었다.
“아…론…”
물론, 아론에게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비척비척 아론에게 다가가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귀를 기울였다.
두근
미약하게나마 심장은 뛰었다.
“살아 있어. 살 수 있는 거야.”
품에서 고이 간직하던 최상급 포션을 꺼내, 아론의 입가에 조심히 흘러 넣었다.
그 사이 달란이 다가와서, 레이저 절단기로 아론의 몸을 꿰뚫고 있는 사슬을 자르려고 했지만, 사슬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이 사슬은 대체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거야?”
달란이 망가져 버린 레이저 절단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론에게 연결된 사슬을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러자, 몸 안 가득 채워져 있던 마력이 숭덩 빠져나갔다.
“이거 능력자 억제 기술이 들어간 사슬이야.”
“제길. 이러니 아론이 벗어나지 못했던 거야. 셀마. 지금 아론의 상태는 어때?”
“응급처치는 끝났지만, 얼마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아.”
“이동은 할 수 있을까?”
“응.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업을 수 있게 도와줘.”
“알았어.”
달란이 아론을 업은 후, 서둘러 감옥을 벗어났다.
그때, 하유신을 담당하고 있던 버키라는 동료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유신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저 그게 그러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버키는 거칠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감옥에서 간수들이 나오는 족족 두들겨 패고 있습니다.”
“네?”
“사상자 한 명 없이 홀로 이 감옥을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 치들한테 정보 좀 알아보고 돌아가겠다고요.”
하유신이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자신이 3천의 영웅이라지만, 이 감옥을 부술 수는 있어도 모든 인원을 사상자 없이 제압하기에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론을 업고 있는 달란이 버키를 향해 말했다.
“버키. 자네가 남아서 하유신님을 도와주게.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오늘 자정 전까지는 돌아와 달라고 전해주고.”
“알겠습니다.”
“셀마. 우리는 서둘러야겠어.”
“응.”
***
“아론은?”
“달란 월리엄이 무사히 구출해서 데리고 가고 있습니다.”
“그래. 그들이 도착하면, 이참에 반란군을 다 쓸어 버려야겠군.”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가엘 캄파님.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표정이 구겨졌다.
자신이 이 자리에 올라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변수는 또다른 변수를 만들어서 전체적인 계획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문제?”
“네. 이걸 보시면 됩니다.”
부하가 건네준 태블릿 화면에는 하유신이 감옥에 홀로 쳐들어와서 교도관들을 두들겨 패는 모습이 나왔다.
“저자는 하유신?”
“네 맞습니다.”
“그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셀마 샌즈. 살해 작전이 실패한 것 같습니다.”
“역시 교황청인가? 죽기 직전의 그녀를 살린 것 같군.”
“네. 다른 보고에 따르면, 달란이 셀마와 같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벌써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
하유신과 셀마 샌즈.
셀마 샌즈야, 무시하면 됐지만, 하유신은 달랐다.
그는 교황청에서 아끼는 자이고, 그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교황청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냥 보내주는 게 맞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참에 교황청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어졌다.
“좋다. 결정했다. 지금 당장 저 감옥을 폭파 시켜라.”
“그렇게 되면, 감옥을 지키던 교도관들도 다 죽게 됩니다.”
“제대로 일도 못하는 놈들이다. 능력이 부족한 놈들은 버림받아도 싸지. 아니…크크크 교황청의 찬란한 검을 죽일 수 있다면, 녀석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효용가치를 증명하는 거지.”
“알겠습니다.”
부하가 명령을 시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조금 있으면 몸을 일으킬 시간이었다.
“셀마가 보는 앞에서 달란을 포함해 모두에게 이 약을 먹이면 어떨까?”
상상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 약이었다.
먹고 적응하게 되면 마족이 되고, 실패하면, 온몸이 터져 죽는 파란 알약.
“그런데, 내가 가기 전에 아론이 다른 자들이랑 자신의 연인인 셀마까지 다 죽여 버릴 수도 있겠군.”
아론 또한 이 약을 복용했고, 지금은 자신의 충실한 종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자신이 멈추라고 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마족의 파괴본능은 간혹 명령을 어기기도 하기에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셀마는 아깝지만, 자신의 연인에게 죽는 것도 재미난 볼거리겠군.”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을 때였다.
명령을 수행하러 나갔던 부하가 다시 돌아와서는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가엘 캄파님. 아론이 깨어났다는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하유신이 있는 감옥의 지하에 묻힌 마법 폭탄의 발동 준비도 끝났습니다.”
불꽃놀이냐? 싸움이냐?
어떤 구경을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굳혔다.
불꽃놀이도 좋지만, 역시 싸움이 더 좋은 볼거리일 것 같았다.
그냥 싸움도 아니고, 사랑 싸움이니.
“달란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
“네. 알겠습니다.”
재미난 볼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
교도소의 연병장 앞.
수많은 교도관이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손 대신 머리를 박고 있는 일명, 원산폭격 자세를 취하고는 끙끙거리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행위를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흉악범을 가둬둔다고 하고선 그냥 다 죽인다고?”
“네. 그렇습니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 유일하게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고 있는 지휘관의 대답이었다.
“아니 왜?”
“상부의 지시입니다.”
“그러니까 상부에서 왜 그런 지시를 내리냐는 거야.”
“그게…”
지휘관은 대답하기보다는 눈을 굴렸다.
“안 돌아가는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비용 관리 면에서 그게 가장 좋다고 판단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정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지휘관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자, 그는 비질비질 땀을 흘렸다.
“저. 정말입니다.”
“그렇게 비용 비용 따질 거면, 여기에는 왜 이렇게 많은 교도관이 있지?”
내 앞에서 원산폭격을 하고있는 교도관의 숫자는 물경 일백 명이 넘었다.
“사실은…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여기를 지키고, 흉악범이 들어오면 죽이라는 명령만 하달받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생각하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죽은 시체는 어떻게 했는데?”
“모두 소각시켰습니다.”
“소각? 화장했다고?”
“네.”
“그럼 그 뼈조각은?”
“부셔서…변기에…버렸습니다.”
마지막 대답을 할 때 지휘관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지휘관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흉악범들이 들어온 게 이틀 전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도 없던데?”
“오자마자 바로 처리해서 그렇습니다.”
“자꾸 거짓말할 거야? 야. 잘 들어. 시체를 소각했다고 하는데, 왜 냄새가 안 날까?”
“네? 그. 그게”
“아직 덜 맞은 거지.”
또, 어떤 거짓을 말하기 전에 지휘관을 향해 주먹부터 나갔다.
그렇게 한참 주먹과 발을 휘두르고 있을 때였다.
감옥 중앙에서 솜털이 설 정도의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마나의 파동에 대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마법의 문외한이기에 마나의 파동은 느끼지만, 이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요동치는 그리고 들끓는… 느낌인데…”
마나의 기운을 가지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듯 그리자, 폭탄이 떠올랐다.
“땅의 축복.”
[네. 람이시여.]
“지금 바로 이동 시켜줘.”
[죄송합니다. 람이시여. 대지의 기운이 불안정해서 불가능합니다.]
땅의 축복의 말을 들으니 더욱 확신이 생겼다.
“살고 싶으면 모두 피햇!”
오직 이 말만 외치고, 달란이 내게 붙여준 버키라는 인물을 껴안듯이 들쳐 업고는 교도소를 빠르게 벗어났다.
그때, 교도소의 중앙이 무너지면서 그곳에서 불꽃이 뿜어졌다.
혼자라면 충분히 도망칠 여력이 되었지만, 고작 한 명 업은 상황인데, 저 폭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유성 찌르기
시간이 느리게 흐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길게 앞으로 뻗어나갔지만, 아직 폭발의 범위 안이었다.
한 번 더 유성 찌르기를 하려고 했지만, 버키의 육체가 버티지 못했는지, 코피를 쏟으며 기절해 있었다.
“진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온몸을 마나로 감싼 후에 앞으로 뛰었다.
그렇게 달리고 있는데, 어느새 폭발이 등 뒤까지 다가왔다.
이대로는 나도 버키도 위험하다는 판단이 설 때, 땅의 축복이 흙을 일으켜서 나와 버키를 감쌌다.
‘이대로는 부족해!’
방어막이 되어준 흙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를 집어넣었다.
그때,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칠성검의 기운들이 요동치더니, 스스로 기운을 일으켜서 흙벽에 흡수됐다.
콰콰콰쾅
눈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와 기감으로 거대한 폭발과 부딪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대로 흙벽이 무너지면 죽는다.
그래서, 기운을 아낄 생각도 하지 않고, 모든 기운을 땅의 축복에게 불어 넣었다.
한참 그렇게 하다 보니, 흙벽의 진동이 멈췄다.
[람이시여. 폭발이 끝났습니다.]
“그래?”
무너지듯 자리에 쓰려졌고, 우리를 지키던 벽이 허물어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교도소를 중심으로 거대한 크레이터만이 존재했다.
“으으음…”
유성 찌르기 한 번에 기절했던 버키가 정신을 차리더니, 주위 풍경을 보고, 놀랐는지 입을 크게 벌렸다.
“하유신님. 이…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폭발이 일어났고, 겨우 살아남은 거죠.”
멍한 표정을 짓던 버키가 이내 기절하기 전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허리를 숙였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우리 비밀기지가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