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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42화 (242/300)

242화_멕시코 해방군(1)

드넓은 황야가 펼쳐진 멕시코의 한 인적 없는 길가.

드문드문 선인장들이 서있고, 뜨거운 태양빛이 거리를 덥히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멕시코 태생이고, 3천의 영중 중 한 명이 셀마 샌즈라고 해도 이 더위에 길을 걷는 건 자살행위였다.

그렇게 차를 몰고 가고 있을 때, 저 멀리 작은 주유소가 보였다.

“드디어 보이네.”

악셀에 힘을 줘서 밟자, 순식간에 주유소에 도착했다.

손님 하나 없는 주유소로 들어간 후, 기름을 넣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슈.”

주인장의 느긋하면서 권태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테이블 바에 앉았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슈?”

“나초랑 맥주.”

“나초 소스는 뭘로 하실 거유?”

“당연히 칠리소스지. 주인장의 특제 칠리소스.”

“우리는 시중에 파는 것만 있슈.”

“할라피뇨가 들어간 칠리소스를 팔았잖아.”

모든 문답이 끝났다.

저 대답에서 하나라도 틀렸다면, 주인장은 죽을지언정 안가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거다.

대신에 지금처럼 권태로운 표정을 지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체를 살짝 숙였다.

“환영합니다. 셀마 샌즈님.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자신의 짧은 머리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을 거다.

주인장은 내 대답을 듣기보다, 술병이 전시된 벽면을 두드렸고, 이내 지하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달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마워.”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자, 또다시 두꺼운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셀마 샌즈.”

문을 향해 이름을 외치자, 머리 위에서부터 스캔이 내려왔다.

모든 스캔이 끝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강철문이 기계음을 내며 열렸다.

“어서오게 셀마. 응?”

이곳의 책임자인 달란이 양팔을 벌려서 다가오다가 멈칫했다.

“화끈하게 변했군. 머리가 짧아지니까 못 알아봤어.”

“머리를 자르라고 충고한 건, 너야.”

“알고 있지. 역시나 짧은 머리도 꽤 어울리군.”

간단한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시한 후, 안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달란. 고생 많았어.”

“내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고작 여기 박혀서 정보나 수집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지원 요청을 할 수 있었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중요하게 할 말이 있거든.”

“그래.”

달란을 따라 들어간 곳은 꽤 많은 동료들이 있는 곳이었다.

“셀마. 일단 저기 앉아. 꽤 중요한 이야기야.”

“그래.”

자리에 앉자, 달란이 테이블 위에 홀로그램으로 지도를 띄웠다.

“보는 것과 같이 나흘 전에 청사에서 호송 차량이 나와서는 이곳으로 누군가를 이송했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맞아. 조웰.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지. 그래서 꽤 어렵게 조사를 했는데, 첩보원이 호송된 인원이 아론일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

너무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날 구하기 위해, 날 도망치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아론. 그런 그가 저기에 있다니 사람이 많다는 것도 잊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너무 수상해. 계속 꽁꽁 숨겨 놓다가 갑자기?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아론을 말이야.”

“구해야 해. 구해야 한다고.”

“셀마.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다시 한 번 말할게 셀마. 진정해.”

달란의 몸에서 초록색 기운이 솟구치더니, 흥분됐던 가슴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사이 부동심 능력을 사용한 달란은 지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보다 널 진정 시키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해. 그러니까 셀마 제발 흥분하지 마.”

“미안해.”

“그럼 계속 회의를 진행할게.”

달란이 다시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홀로그램을 조작해서 아론이 이송된 감옥을 띄웠다.

“일단, 아론의 상태는 엉망이었어. 조웰이 알아온 정보에 따르며, 구해온다고 해도 성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전력 외일 것 같아.”

“그래도 구해야해.”

“맞아. 구해야지. 하지만, 우리가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야. 그래서 그러는데, 셀마 교황청에서의 지원은 정확히 어떻게 돼?”

“일주일 안으로 한 명.”

“한 명? 고작 한 명?”

주위에 있던 동료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달란은 눈을 빛내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 한 명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교황청의 가장 찬란한 검.”

“설마?”

“그래. 하유신이 오기로 했어.”

“그 정도면 한 번 해볼만 하겠어.”

달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최근에 가장 유명하고, 무력으로 3천의 영웅을 넘어서고, 전설에 가까운 자라는 소문이 있는 자였다.

하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건 아니었다.

유일하게 조웰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셀마. 하유신을 본 적이 있어?”

“내가 갔을 때, 그는 임무 중이었어.”

“그렇다면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거네.”

“그래.”

조웰이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의지를 다지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내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보기에 하유신은 교황청과 전설들이 띄워주는 인물 같아.”

평소에도 그렇지만, 조웰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재주가 있었다.

“지금 교황청의 지원을 못 믿겠다는 거야?”

“정확히는 하유신을 못 믿는 거야.”

“대체 왜 그러는데?”

나도 모르게 언성이 올라갔지만, 조웰의 입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내가 틀린 말을 했어? 잘 들어. 하유신은 너무 어려. 이제 이십대 초반이라고 했나? 그 어린 나이에 숭배자들을 학살할 정도로 강하다고? 그게 말이 돼?”

“전설들도 하유신과 비슷한 나이에 강함을 증명했어.”

“그래. 그런데, 그때는 마왕이 강림한 대혼란의 시기였고, 지금은 평화의 시기잖아. 아무런 위기 없이 그렇게 강해졌다고? 세계헌터협회 협회장인 아스본 레스넌 그리고 용병왕 로저 시거의 말 못 들었어? 수십 수백 번의 죽을 위기를 겪고 나서야 강해졌다고.”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뿐인 줄 알아? 교황청과 전설들이 하유신을 홍보하기를 어떻게 혼자서 그 많은 걸 다해? 솔직히 그렇게 하려면, 이미 전설들의 무력을 뛰어넘었거나, 다치면, 교황청에서 원상복귀를 시키고 다시 임무에 투입하는 거잖아. 쉴 틈도 없이. 그런데, 그게 말이 되냐고?”

아무리 동료라고 하지만, 이제 참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조웰. 잘 들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병력도, 무기도 그렇다고, 멕시코 사람들의 지지도, 어느 하나 가진 게 없기에, 언제나 아쉬울 수밖에 없고, 어린아이가 손을 빌려준다면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써야 하는 판국이야. 그런데, 꼭 그렇게 사기를 떨어뜨려야겠어?”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셀마 샌즈. 그건 오해야. 나는 단지 제대로 짚고 넘어가자는 거야.”

“넌 언제나 그래왔지. 남들이 열심히 준비하면, 부정적인 말로 기운을 빠뜨렸잖아.”

“그래서 아론이랑 너랑 내 말을 듣지 않고 가서 그렇게 당한…”

뒤늦게 조웰이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렇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가엘에게 당하고, 아론이 잡힌 것도 열이 받는데, 조웰이 저렇게까지 빈정거리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때, 손뼉 소리가 회의장에 울렸다.

달란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둘 다 그만해. 그리고 조웰. 그건 억측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황청의 찬란한 검이 혼자 오는 거야. 그들이 우리 멕시코의 상황을 모르지도 않을 텐데. 혼자 보냈다는 것은 하유신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거야.”

“그건 두고 볼 일이지.”

끝까지 조웰이 분위기를 망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붉은 점조등이 깜박였고, 달란이 서둘러 테이블 위의 홀로그램을 조정해서는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제길!”

홀로그램에서는 우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괴생물체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를 버리고, 탈출로로 이동한다.”

달란의 외침에 모두 서둘러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홀로그램에 있는 괴생물체 중 하나가 픽하고 사라졌다.

그걸 시작으로 괴생물체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잠깐! 달란 여길 봐봐.”

내 외침에 달란이 고개를 돌려서 홀로그램을 바라봤고, 그 짧은 사이 십분의 일 정도 되는 괴생물체의 숫자가 줄었다.

“CCTV를 확인해줘. 아니. 내가 직접 확인 할게.”

달란은 빠르게 손을 움직여서 홀로그램 위로 영상을 띄웠다.

거기에는 한 동양인 남성이 괴생물체를 너무나 쉽게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양인의 정체는 조웰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하…유신?”

***

뜨거운 태양이 황야를 달구고, 내 머리도 달궜다.

“마리 선배는 깨어나자마자 이곳으로 가라고 하다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전투 슈트와 환골탈태한 몸. 그리고 포스가 몸의 체온을 조절했지만, 내리쬐는 태양 빛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슬슬 면허라도 따서, 차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나?”

말해놓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면허를 취득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지금처럼 달리면, 자동차보다는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코끝으로 고약한 냄새가 맡아졌다.

마기 특유의 비릿하면서 불쾌한 냄새였다.

“이곳을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혹시?”

만나기로 한 장소가 노출이 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몸에 포스를 폭발하듯이 터트리며 목표 지점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저 앞에 조쉬 히라니가 데리고 있었던 개조된 마물들과 비슷하게 생긴 괴생물체가 보였다.

내가 괴생물체를 발견했듯이, 그들도 날 발견했다.

“끼에에엑~”

괴성을 내지르는 괴생물체를 보며 달리면서 발검 자세를 취한 후, 그대로 칠성검을 뽑았다.

일직선의 검기가 앞으로 뻗어나갔고, 괴생물체의 목을 잘랐다.

괴생물체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몸을 움직여서 검을 휘둘렀다.

일검을 휘두를 때마다, 괴생물체의 몸이 절단되었다.

그렇게 절반 이상 괴생물체들을 목숨을 취하고 나자, 그들이 한 곳에 뭉쳤다.

“뭉치면 달라지는 줄 알아?”

블레이드 샷 변형- 검기 감옥

길게 뻗어나간 블레이드 샷은 괴생물체의 중심에서 터진 후, 사방으로 검기를 분출했다.

그로 인해, 몰려있던 괴생물체는 조각조각 나뉘어서 죽음을 맞이했다.

적들을 다 죽이고 나자, 주유소가 보였다.

“저기가 목표 지점이지.”

몸을 움직여서 주유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인장이 벌벌 떨면서 엽총을 내게 겨눴다.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을 거다.

밖에서 괴생물체가 날뛰었으니 말이다.

일단, 주인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암구호를 말했다.

“나초랑 맥주.”

“…네?”

“자리에 앉아야 하나? 저 손님입니다. 혹시라도 그거 함부로 당기지 마세요. 아셨죠?”

내 말에 주인장은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주인장을 마주보며, 바텐더 바에 앉았다.

“나초랑 맥주.”

“……”

하지만, 주인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암구호를 다시 되새겨봤지만, 틀린 건 없었다.

“저기… 소스는 안 물어보세요?”

그제서야 주인장은 엽총을 옆에 내려놓고는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소…소스는 뭘로…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칠리소스죠. 주인장의 특제 칠리소스.”

“알겠습니다. 곧바로…?! 설마 오시기로 하신 분이세요?”

어리바리한 주인장을 만나서 그런지, 암구호가 툭툭 끊겼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주인장 뒤에 있던 벽면이 옆으로 회전하며, 한 남성이 나타났다.

“하유신님이신가요?”

남성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제가 하유신이 맞습니다. 그…할라피뇨가 들어간…”

“암구호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원래 암구호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게 맛인데.”

“신분이 보장되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지요. 일단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달란 월리엄입니다. 일단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저 뒤에 있는 수상한 곳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괴생물체를 죽였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곳곳에 있다는 소리였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역시. 교황청의 가장 찬란한 검이십니다.”

“그런 칭찬은 절 부끄럽게 하죠. 그런데, 여기가 원래 공격을 자주 받는 곳입니까? 암구호까지 진행하는 거 보면 전체적으로 비밀인 것 같은데.”

“네. 비밀 장소가 맞습니다.”

“그럼 자리를 옮겨야겠군요.”

“물론입니다. 이곳은 노출이 되었으니까요.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네.”

자리에서 일어나 달란을 따라 아래로 내렸다.

강철문을 지나서, 회의실로 들어가자, 옅어졌던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가 진해졌다.

이 안에 마기를 가진 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구석에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저요?”

“네. 당신이요.”

“전 로스 멘초라고 합니다.”

칠성검을 천천히 뽑은 후, 로스 멘초의 목에 검을 겨눴다.

“로스 멘초씨.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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