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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39화 (239/300)

239화_알프레도 켄트(4)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교황청 본청 앞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3천의 영웅 중 한 명에게 말이다.

“셀마 샌즈는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셀마 샌즈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어서 살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치료실에서 집중 치료 중입니다.”

“남들과 다른 기형이 그녀를 살렸군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숭배자들에 대한 정보를 전한다고 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과연 그녀는 무슨 일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셀마 샌즈는 아론 발데스와 함께 가엘 캄파와 권력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일단 제가 직접 만나봐야겠군요. 그럼 다음으로 에반 히스터와 찰스 히스터는 어디에 있습니까?”

“벌써 나흘째 알프레도 켄트님이 훈련장을 빌려서 그 둘과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놔둬도 되는 겁니까?”

“일단 두고 보세요. 알프레도가 알아서 할 겁니다.”

“하지만…상대는 다크 연합입니다. 혹시나 그들이 알게 된다면…교황청에 크나큰 타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루카스의 불안감이 무엇인지 알지만, 같은 마법사들에게 특히 강한 알프레도를 믿어야 했다.

“우선 셀마 샌즈부터 만나봐야겠군요.”

“…알겠습니다.”

몸을 일으켜서는 치료실로 들어갔다.

VIP 치료실 한쪽에 셀마 샌즈가 핼쑥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치료사가 뒤늦게 날 발견하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육체는 다 나았다고 들었는데?”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것인지 깨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셀마 샌즈의 이마에 손을 얹고는 가이아께 기도를 드리며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셀마 샌즈가 눈을 떴다.

“…성녀님?”

“셀마 샌즈. 대체 무슨 일이야?”

“성녀님…도와주세요.”

내 소매를 붙잡은 그녀의 표정은 다급했지만, 손길에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지쳤다고 하지만, 대마왕전에서 살아남았던 그녀였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다시 눕히며 말했다.

“천천히 무슨 일인지 들어봐도 될까?”

***

교황청의 침대에 누워 눈을 붙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잠을 자려고 몸을 뒤척여도 정신만 멀쩡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일단 지금까지 밀린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아공간을 정리하고, 필요 물품을 하나씩 적었다.

“창 구매는 루카스 씨에게 부탁하고, 포션은…하급이랑 중급도 구매해놔야겠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나를 비췄을 때, 대충 물건 정리가 끝나고, 복잡했던 생각의 정리도 끝났다.

지금까지 나 혼자 강해져서 모든 걸 캐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숭배자들과의 싸움에서 어떤 상황과 위기가 생겨날지 몰랐다.

나와 남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력을 강화해야 했다.

“아람.”

오랜만에 부른 아람은 중급 도깨비의 모습 그대로였고, 아직도 릴라와의 전투 이후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몸은 괜찮아?”

“유신.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네가 보기에 내가 괜찮아 보이냐?”

미안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람이 없었다면, 릴라와 도미니크와의 전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저…그래서 그런데, 아람…”

“됐고, 일단 멕시코로 가봐야 할 것 같다.”

“응? 멕시코?”

“그래. 거기에 있는 도깨비가 멕시코 북부와 서부에서 마물을 본 것 같다고 했다. 더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어렵고, 그런 의미에서 상급 마나석을…아니 중급이라도 좋으니 좀 내놔봐라.”

역시, 아람은 변함이 없었다.

마나석을 내게 맡겨놓지도 않았으면서 저렇게 당당히 말하니 말이다.

마스터와 펫의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내가 그걸 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 너도 고생 많았는데, 이거 선물이야.”

“응?”

내가 내민 상자를 보고 아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뭐냐?”

“적들과 싸우기 전에 전력 보강을 위한 물건?”

“마나석?”

고개를 끄떡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자, 아람이 서둘러 상자를 열어봤다.

“이이이이것은 최상급!! 상급도 세 개나?”

생각 이상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저렇게 리액션이 좋으니 선물하는 사람으로서 기분도 좋았다.

몇 개 없는 최상급 마나석을 아람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렇지만, 나와 아람은 가이아와 가람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아람이 강해질수록 내 전력도 상승한다는 의미였다.

“그걸 다 흡수하면 얼마나 강해질 것 같아? 예전의 능력을 다 찾을 수 있겠어?”

“음…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도깨비까지는 되지 못할 거다. 잘하면 최상급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대도깨비로 돌아간 아람을 기대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모두 흡수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대중없다. 최소 몇 달에서 최대 십 년은 걸릴 것 같다. 상급 마나석 흡수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지만, 최상급 마나석을 흡수하고, 체화시키려면 사실 십 년도 모자르다.”

길게 잡아도 3개월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더욱 빠르게는 안 되겠지?”

“그렇게 하다가는 예전처럼 타락할 수도 있다.”

“그건 안 되지.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부탁할게. 숭배자들과의 싸움이 언제 본격적으로 진행될지 모르니.”

“…알겠다. 일단 이거 받아라.”

아람이 건네준 것은 옥으로 만든 반지였다.

“이건 뭐야?”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지려면, 시간대가 다른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걸 깨면 나와 잠깐 통신이 가능할 거다.”

나는 옥반지를 만져본 후, 아공간 한곳에 조심히 넣어놨다.

“절대 그럴 일은 없도록 노력하마. 대신에 수련이 끝나면 바로 와야 한다.”

“알았다. 유신. 그……몸 조심해라.”

부끄러웠는지 아람은 그 말을 내뱉고, 떠났다.

“쑥스러워하기는…그럼 아람이 말한 대로 멕시코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몸을 일으켜서는 마리 선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응접실에서 마리 선배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선배 시간 되세요?”

“뭔데? 빨리 말해.”

“다름이 아니라 저 멕시코에 좀 다녀오려고요.”

“멕시코?”

“네. 아람이 멕시코 북부와 서부에서 마물을 발견했다고 해서요. 일단 한 번 가보려고요.”

“그건 일단 놔두고, 인도부터 해결해.”

“네?”

마리 선배가 서류를 꺼내서는 내게 내밀었다.

“조쉬 히라니가 인도에 있는 것 같아. 인도에 있는 다섯 개의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 그것도 그냥 죽은 게 아니라, 미라가 되었어.”

조쉬 히라니를 놓친 것도 사실이고,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마무리를 지을 차례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가기 전에 알프레도에게 들러. 그가 조쉬를 찾는 걸 도와줄 거야.”

“알프레도 선배요? 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그리고 유신아.”

“네. 선배.”

“최대한 빨리 조쉬를 처리하고 멕시코로 합류해. 도깨비의 말대로 지금 멕시코는 숭배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일주일. 그 안에 처리하고 와줘.”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꽤 촉박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알프레도 선배가 도와준다고 했으면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고 갔다 오겠습니다. 물론 하나도 다치지 않고요.”

“다쳐도 상관없어. 치료하면 되니까.”

“아…네… 다녀오겠습니다.”

치료하면 된다는 말에 13기동 타격대의 붉은 포션이 떠올랐다.

최근에는 마시지 않는 그 물약.

마시기 전에 머릿속으로 수십 수백 번 생각하게 하는 붉은 포션.

“선배 그런데, 대체 그 붉은 포션은 어떻게 만들었기에 그렇게 아픈 거예요?”

“그거 내가 안 만들었어. 알프레도가 만들었으니까. 가서 한 번 물어봐.”

“아…네.”

갑자기 알프레도 선배에게 가기 싫어졌지만, 억지로 발을 움직였다.

***

수영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한 욕조에 동남동녀 일천 명의 피가 출렁이고 있었다.

“앤드류. 준비됐느냐?”

“네. 루이스님.”

“여기 마족의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들어가라.”

앤드류는 싫은 기색 하나 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일 년간 네가 그 안에서 마기를 받아들이면, 새로운 육신으로 태어날 것이다.”

“루이스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럼, 일 년 뒤에 보자.”

“네.”

마기를 이용해 앤드류가 들어간 입구를 꿰매고는 그대로 욕조에 앤드류를 집어 던졌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파이몬님의 강림에 그렇게 적극적인데 말이야.”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자, 마기를 품은 백 명의 숭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앤드류가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너희들이 쉼 없이 마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결의에 찬 그들을 둘러본 후, 오른손을 높게 들며 외쳤다.

“이 모든 게 마신을 위하여!”

“마신을 위하여!”

그렇게 앤드류의 일을 처리하고 자리로 돌아가자,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자는 조쉬와 멕시코의 일을 알리고 떠났다.

“조쉬는 이제 버리는 패이니 상관없지만, 멕시코는 아직 안되지.”

서랍에서 보라색 알약이 든 약병을 챙긴 후,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가엘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자신이 도착했는데도, 가엘은 무사태평하게 코까지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오른발을 들어서 바닥을 찧자, 마기가 가엘의 방을 감싸 안았다.

“일어나라.”

목소리에 마기를 실어서 그런지, 가엘이 눈을 떴다.

그리고 날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침대에서 벗어난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

“루이스님을 뵙습니다.”

“한 명을 놓쳤다고?”

“죄송합니다. 셀마 샌즈 고년을 놓쳤지만, 교황청 본청 입구에서 저격으로 심장을 관통해서 죽였습니다.”

아무리 3천의 영웅 중 욕심 많고 멍청한 이를 골랐다고 하지만, 가엘은 너무나 멍청했다.

“죽이려면 멕시코를 벗어나기 전에 죽여야 했다. 그리고 교황청 본청 앞에서 죽였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

“네? 그게 무슨?”

“셀마 샌즈가 살아서 교황청에 들어갔다면, 어떤 식으로든 함정을 팔 수 있었다. 그런데, 멕시코의 영웅인 그녀가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죽었는데, 성녀가 어떤 의심을 할 것 같으냐?”

뒤늦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파악한 가엘이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가엘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린아이는 깨뜨린 꽃병을 원상태로 돌리지 못하지만, 부모에게 야단맞기 전에 대비를 한다.

그런 머리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줘야 했다.

“자, 받아라.”

가지고 온 약병을 건네줬고, 약병 안에 든 약을 확인한 가엘이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루이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최후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놈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마신을 위하여!”

“마신을 위하여.”

***

혈액형, 별자리, MBTI 등 사람을 나누는 방법은 다양했다.

하지만, 위대한 마법사인 알프레도 켄트인 자신에게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뉘어질 뿐이었다.

바뀌는 인물과 바뀌지 않는 인물.

“그런 의미에서 에반 히스터. 너는 참 쉽게 바뀌는 인물이야.”

“알프레도. 지금 그걸 위안이라고 말하는 거냐?”

“그래서 내가 이십 년 동안 일루시안에서 연구한 공간이동 관련 내용이 적힌 이 책이 필요 없어?”

내가 책을 흔들자, 에반의 두 눈은 책을 따라 움직였다.

마법사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원하는 건 뭐냐?”

“솔직히 이것저것 왕창 뜯어내고 싶지만, 마리가 당부한 말도 있으니 간단히 말해줄게. 완벽한 우호.”

“완벽한 우호?”

“그래. 13기동 타격대와 관련된 거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달라는 거지.”

“그 책이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다리우스처럼 무식한 놈도 이 책을 보고, 매스 텔레포트가 가능한데? 싫으면 말고.”

책을 등 뒤로 숨기자, 에반 히스터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어떻게 얼굴에서 모든 감정이 드러나는 이 인간이 다크 연합의 수장이 되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좋다. 하겠다. 대신에 그 책을 한 번 보도록 하지.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

“그딴 수작은 안 통하지.”

“이렇게 서로의 신뢰가 바닥인데, 어떻게 거래하지?”

“일루시안에 재미있는 게 있더라고.”

아공간에서 일루시안에서 생산한 파피루스 종이를 꺼냈다.

“이건 일루시안의 마법사들이 만든 계약서야. 서로의 마나를 걸고, 약속을 하는 거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절반이 사라져.”

에반은 종이를 훑어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일 수도 있겠군.”

“어때? 할 거야?”

“좋다.”

손끝에 마력을 일으켜서,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히 작성되었고, 모든 작업이 끝나자, 계약서가 빛을 낸 후 사라졌다.

“자. 여기.”

공간이동 마법서를 건네받자마자, 에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유신이 들어왔다.

“알프레도 선배. 저 찾으셨다고요?”

유신까지 왔으니 이제 다크 연합이 13기동 타격대에 보내주기로 한, 우호를 사용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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