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_알프레도 켄트(1)
마왕급들은 여기서 죽여 봤자, 마계에서 다시 부활할 뿐이었다.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오직 무혁 대장의 뇌전만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마계로 돌아가!!”
수백 개의 불의 창을 만들어서 파괴광선이 쏘아졌던 곳으로 보냈다.
불의 창이 마물들을 꿰뚫었지만, 마왕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얼마 남지 않는 원소력으로 성을 만들고, 복합 마법을 진행하느라, 드디어 원소력이 바닥났다.
지금은 마력으로만 상대해야 하는데, 그 마력은 절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기술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하늘 위에 에너지 볼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에너지 볼트가 점점 늘어나더니, 수천 개에 달하기 시작했다.
“가라!!”
이자벨 로메의 에너지 볼트를 개량해서 만들었다.
원본은 이자벨 로메였기에 이걸 사용하면, 따라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렇지만, 지금 마나를 아끼면서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는 기간 동안 에너지 볼트를 쏟아부었다.
“여기는 원소력 회복이 너무나 더뎌.”
지구였다면, 공격을 하면서 원소력이 회복됐을 거다.
그렇지만, 일루시안은 아무리 시간의 축이 다르다고 해도, 너무나 더뎠다.
그렇게 마나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까지 마왕들은 잠잠했다.
‘내가 힘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군.’
이대로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지구에서 보내준 최상급 마나석이 남아있었다.
본래는 무혁 대장이 바알을 상대할 때 사용하려고 했지만, 지금하지 않으면, 자신과 일루시안의 전사들에 목숨이 사라질 위기였다.
“영광으로 알아라!”
품에서 룬으로 도배가 된 최상급 마나석을 꺼냈다.
뇌전의 감옥
최상급 마나석을 중심으로 마력이 퍼져나가더니, 일대를 뒤덮었다.
마른하늘이 화가 났는지 울기 시작했다.
그때를 시작으로 뇌전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릉
뇌전이 떨어진 곳의 반경 5m가 재만 남고 사라졌다.
그렇게 전조 현상이 끝나자, 끝없는 뇌전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콰르릉 쾅 쾅 콰앙
마물들이 삭제되고, 마족들은 서둘러 방어를 하거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마물들의 뒤편 다섯 곳에서 보랏빛의 방어막이 생성됐다.
방어막이 있는 곳에 마왕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상급 마나석의 마법은 조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범위가 되는 곳을 중심으로 끝없이 뇌전이 내리칠 뿐이었다.
물론 자신도 위험했기에 서둘러 마법사의 성. 성벽 위로 이동했다.
“크…….”
앙다문 입술 사이로 한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이대로 명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나와 원소력을 회복하고 싶었지만, 최상급 마나석의 위력 때문에 성까지 불안정했다.
지금은 남은 마력으로 마법사의 성이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이제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주변은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밝은 이유는 마물들에게 내리치는 뇌전 덕이었다.
마왕이 있는 한 방어막을 중심으로 뇌전이 꺾이기 시작했다.
꺾이던 뇌전은 점점 잠잠해졌다.
“푸르푸르?”
천둥 번개를 조정할 수 있는 마왕은 푸르푸르 밖에 없었다.
무혁 대장이라도 있었다면, 푸르푸르도 어쩔 수 없을 테지만, 지금은 무혁 대장이 자리에 없다.
“한 번의 실수가 이렇게 커질 줄이야.”
마물들이 공격하는 시간대를 잘못 파악해서, 이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때, 두 명의 마왕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역시 푸르푸르. 그리고 아몬이군.”
최상급 마나석이 다른 마왕들을 역소환 시킨 것인지, 아니면 저 둘이면 충분히 날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꽤 애를 먹었어.”
“아몬. 5년 전에 나한테 역소환 당했으면서 다시 일루시안으로 온 이유가 뭐지?”
“뭐긴 뭐야? 널 찢어 죽일 수 있으니까 왔지.”
“지금이라면 다를까?”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어디 인간도 우리처럼 역소환 되는지 보자고!”
아몬이 하늘 위로 불꽃을 뿜어냈다.
어두운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메테오가 마법의 성으로 떨어졌다.
“이제 그만 나오지? 언제까지 그렇게 구경만 할 거야?”
“인간 드디어 실성했군. 여기에 네 동료들은…….”
아몬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떨어지던 메테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게 저번에 지구로 돌아가서 원소력을 회복하라니까.”
“라이언. 그때 나까지 일루시안에서 떠났다면, 여기에 있는 병력의 절반 이상은 예전에 죽었을 거야.”
“그래. 알프레도 너 잘났다.”
아몬과 푸르푸르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도망칠 것이냐? 아니면 역소환이 될 때까지 싸울 것이냐?
그들의 고민은 짧았고, 날 죽이기 위해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네가 아몬이냐? 감히 알프레도 브로를 건드려?”
언제 다가갔는지 다리우스가 아몬과 푸르푸르 사이에서 각기 다른 손으로 그들의 붙잡고 있었다.
절대 다리우스는 자신과 같은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래플러가 마법까지 잘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매번 선두에서 주먹으로 싸우는 거였다.
“마법사의 치욕이지.”
“크하하핫! 알프레도 브로~ 그건 마법사의 치욕이 아니라, 마법사의 발전이야!”
푸르푸르의 어깨를 잡아 뜯으면서 하는 말치고는 전혀 신빙성이 없었다.
“이 쉐도우 마스터가 널 상대해주지.”
옆에 있던 라이언이 아몬에게 쏘아졌다.
아몬의 불꽃과 라이언의 다크니스 쉐도우가 부딪혔다.
아무리 아몬이 전투력 상위 악마라고 해도, 라이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푸르푸르도 다리우스에게 치욕적으로 쳐맞고 있었다.
“알프레도님 괜찮으십니까?”
“네. 콘웰 공작님. 이제 곧 끝나니 총공격 준비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라이언과 다리우스의 전투를 보니, 역시 13기동 타격대에서 자신 빼고 정상은 없었다.
마왕과의 전투는 길지 않았다.
얼마 걸리지 않고, 마왕들은 죽음을 당해서 마계로 역소환되고, 남은 마물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도망가기 전에 빨리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콘웰 공작에게 외치자, 콘웰은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성문이 열리고, 전원이 소드 마스터로 이루어진 콘웰 공작의 기사단과 모두가 보우 마스터로 이루어진 엘프들이 성문을 나서려고 했다.
“브로들. 성에서 벗어나지마!”
“다리우스. 그게 무슨 소리야?”
“제대로 된 마법을 펼칠 시간이니까.”
다리우스의 몸에서 어둠의 마나가 솟구치더니, 아공간을 생성했다.
아공간에서는 다리우스가 직접 하나하나 만든, 정예 언데드들이 쏟아졌고, 마물들을 공격했다.
“너도 나와.”
“크롸롸롸롸롸롸!!!”
아공간이 길게 찢어지면서 다섯 마리의 본 드래곤이 나오더니, 브레스를 뿜어냈다.
“설마?”
“그래. 그 설마야. 그러니까 이제 쉬어.”
마법사의 치욕인 다리우스가 데리우스를 살려서 제대로 된 힘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나 좀 쉴 테니까. 나중에 깨워.”
“그래.”
전장은 돌아온 동료들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선잠이 아니라,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니까 알프레도 네가 넘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마리. 그렇다니까. 대장이 한동안 여기서 몸도 회복하고, 원소력도 채우라고 했어.”
알프레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믿었을 것이다.
원소력은 지구에서 빠르게 재충전할 수 있지만, 일루시안에서는 너무나 더디게 회복됐다.
그런데도 알프레도는 매번 지구보다 일루시안에 남기를 원했다.
원소력이 더디게 회복되는 동안, 마법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좋은 핑계와 함께 말이다.
“사실대로 말해.”
“마리. 왜 믿지를 못해?”
“알프레도 켄트.”
단호하게 말하자, 알프레도는 그저 눈을 돌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여기 오기 전에 라이언과 다리우스를 만났다고 했다.
아무리 지금까지 강문이 숨기려고 노력했다지만, 분명 유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알프레도에게 들어가서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 13기동 타격대의 막내가 있다며, 한 번 볼 수 있어?”
“조만간 자리를 마련할게.”
역시나 목표는 유신이었다.
귀신같게도 유신은 이제 막 다크 연합에서 돌아와서 쉬고 있을 거다.
일단 그 둘의 만남을 조금 뒤로 미루고, 유신에게 몇 가지 경고를 해줘야 했다.
“어디 갔어?”
“응. 지구에서 따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일단 알프레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했다.
“그런데, 원소력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대략 한 달?”
“한 달? 그렇게나 오래?”
“이거 서운한데, 일루시안으로 떠난 후에 이제야 두 번째로 지구에 방문한 건데.”
“아니. 네가 그 정도로 원소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거야.”
알프레도가 갑자기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저 표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기 전의 그 표정이었다.
“내가 원소력은 종류별로 대부분 다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그래. 근데 막내가 어떤 임무를 갔어?”
역시나, 말로 관심을 돌리는 건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지출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유신을 보호만 하려고 하지? 유신은 애도 아닌데.’
“내일 볼 수 있을 거야.”
“내일?”
“응. 그러니까 쉬고 있어. 내가 직접 너랑 유신이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까.”
“알았어~ 그럼 난 이만 가서 쉴게.”
“루카스. 알프레도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 좀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루카스를 따라서 알프레도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유신을 호출하려고 했다.
그때 든 생각이 만의 하나 유신이 이곳으로 오다가 알프레도를 만나면? 혹시나 통성명을 하게 되면? 유신은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석을 탈탈 털릴게 분명했다.
“성녀님. 저 루카스입니다.”
“루카스? 들어와요.”
루카스는 알프레도를 안내하기로 했다.
숙소로 안내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죠? 알프레도를 안내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유신님과 알프레도 님이 만나셔서 두분이서 식당으로 향하셨습니다. 별 일 아니지만,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이런!”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그들이 갔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
에반 히스터에게 마법 스크롤을 비싸게 산 이유는 하나였다.
이 스크롤을 분석해서 새로운 스크롤을 찍어낼 생각이었다.
그럴려면, 마리 선배를 통해서 교황청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시간이면, 응접실에 계시겠지?”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마리 선배의 보좌관이자, 교황청의 살림꾼 루카스가 졸린 눈을 한 누가 봐도 나는 마법사입니다. 하는 복장의 남성과 걸어오고 있었다.
“루카스씨. 오랜만이에요.”
“네. 유신님 오랜만입니다.”
“유신? 하유신?”
갑자기 마법사가 나를 알은체했다.
혹시나 다크 연합 소속인 것 같아서 거리를 두려고 할 때였다.
“아 이런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나는 13기동 타격대의 알프레도 켄트라고 한다. 네가 막내라고?”
막내.
정말 오랜만에 듣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 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여줬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13기동 타격대의 하유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냐아냐.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런데, 어딜 가려고?”
“네. 마리 선배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부탁? 뭔데? 내가 알 수 있을까?”
알프레도 선배는 다른 선배들에게 간간이 어떤 사람인지 듣기는 했다.
그런데, 듣던 거와 다르게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희귀한 마법 스크롤을 구했는데, 분석해서 같은 걸 만들 수 있는가 해서요.”
“그래? 혹시 식사했나? 내가 이제 막 일루시안에서 돌아와서 오랜만에 지구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걸 먹으면서 그 스크롤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