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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32화 (232/300)

232화_다크 연합의 초대(3)

허공에서 홀로 움직이는 수십 자루의 마나검.

그 검들이 내 몸을 꿰뚫기 위해 순차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마나검을 피했지만, 유도 기능이 달렸는지, 끝까지 쫓아왔다.

“사람을 많이 귀찮게 하네요.”

오러를 사용해 마나검을 튕겨내자, 그 뒤로 두 자루의 마나검이 다가왔다.

그렇게 일일이 마나검을 쳐내고 있을 때였다.

마나검에 이어 찰스형의 마법이 시작됐다.

블리자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찰스형의 블리자드는 피해를 입히기보다 행동에 제약을 줬다.

이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추위에 몸이 더뎌지게 된다.

“하압!”

기합과 동시에 일도양단하듯 검을 내리쳤다.

검풍과 함께 블리자드가 잠깐 갈라졌다.

그때 등 뒤로 세 자루, 양옆에서 각기 두 자루, 정면에서 다섯 자루의 마나검이 날아왔다.

검을 움켜쥐며 사방을 향해 재빨리 휘둘렀다.

검막

마나검들이 검막에 튕겨 났다.

그렇다고 블리자드가 멈춘 건 아니었다.

포스를 실체화시켜서 블리자드의 추위를 막았다.

“실체화는 자네의 포스를 순식간에 줄어들게 할 거네.”

“제가 남들보다 포스가 좀 많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탄검기의 간격 안에 찰스 형이 들어왔다.

“이제 조심하세요.”

끊임없이 검기를 날렸지만, 찰스 형의 보호막에 막혔다.

무의미한 공격 같았지만, 그 사이 조금씩 전진했고, 드디어 찰스 형에게 도달했다.

“장군!”

“멍군이네.”

“응?”

멍군? 찰스 형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거기서 다섯 자루의 마나검이 튀어나왔다.

모두 쳐내기에는 어려워 보였지만, 처음으로 다가오는 마나검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당겨와서는 회전시킨 후, 다른 마나검과 부딪혀서 소멸시켰다.

그동안 꽤 뒤로 밀려났을 때, 찰스 형의 말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유신이 자네가 조심하게.”

마나검의 호위를 받으며 공중에 떠 있던 찰스 형이 손가락을 내게 가리켰다.

수십 자루의 마나검이 일순간 내게 내리꽂혔다.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마나검들을 막아섰다.

“이번 꺼는 인정! 조금 위험했어요.”

마나검의 절반은 소멸되었지만, 절반은 호신강기에 박혀있었다.

이제 다시 내 턴이다.

공중에 있는 찰스 형을 떨어뜨리기 위해 검에 포스를 집어넣었다.

콰직

훈련용 검의 검신 중간부가 금이 가면서 부러지고 말았다.

“더 단단한 검은 없어요?”

“훈련용 검 중 그나마 단단한 편이네. 아니면 저 대검을 써야 하고.”

검이 부러지자, 대련의 여흥이 식었는지, 찰스 형이 내 옆으로 내려와서는 훈련장 한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내 키보다 큰 대검이 놓여 있었다.

“저런 검은 휘두르기 힘들어요.”

“아니면, 자네의 칠성검을 꺼내도 되네.”

그 생각도 했지만, 칠성검은 위험했다.

백각의 강화 이후, 칠성검의 예기가 날카로워졌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내가 실수하는 순간…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여기 무기상점도 있어요?”

“무기 상점?”

“네. 세컨으로 쓸 검 좀 준비하려고요.”

“그럼 오늘은 자네가 진 걸로 하고, 움직이지.”

그렇게 안봤는데, 찰스 형은 의외로 승부욕이 강했다.

“형. 그건 아니죠. 무승부죠.”

“방금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위험했다고.”

“아니 그건 위험했다는 거지 막지 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게 그거지. 오늘 저녁은 한국식 바비큐가 먹고 싶군.”

얼렁뚱땅 자신의 승리로 넘어가려는 찰스 형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형한테 바비큐를 해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요. 하지만 승부는…”

찰스 형은 손을 들어서 내 말을 끊었다.

“그래. 저녁 잘 부탁하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못 본 사이 찰스 형은 많이 능글 맞아졌다.

“내일 다시 해요!”

“당연한 거 아닌가? 대련은 숙박비라네.”

왜인지 오늘따라 정말 얄미워 보였다.

***

“이번에도 실패인가? 이철민. 왜 이렇게까지 바닥을 치는 거냐?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크 연합은 마법적인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받아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크 연합에 들어왔고, 처음에는 승승장구했다.

물론 이번 실험도 완벽에 가까웠다.

이론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슈퍼 컴퓨터로 수백 번 계산까지 완료했었다.

“56번째 실험 실패. 오우거의 피를 트롤의 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실험체 오우거가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사망.”

음성으로 실험 실패를 기록하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또 한 움큼 뜯겨 나왔다.

이제 오우거 수급도 힘들었다.

“위에다가는 또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지?”

일반 오우거도 아닌 세뇌된 오우거는 더욱 구하기 힘들었다.

이 나이에 오우거를 구하러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오우거를 구하는 게 아니라, 오우거에게 피떡이 되어서 죽을 게 뻔했다.

꼬르륵

실험 실패와 변명 그리고 보고서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눈치 없는 배가 밥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32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실험만 하고 있었다.

“에휴~ 그래.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짓인데.”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밖에 없네.”

생존을 위해 식사를 해야 했기에 정말 오랜만에 실험실 밖으로 나왔더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은 야시장이 여는 시간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식당으로 움직일 때였다.

고기를 구울 때, 그 특유의 고소함이 코를 자극했다.

“어디지? 어디서 바비큐를 하는 거지?”

식당에 갈 생각이었지만, 냄새에 이끌려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이층 정원이 딸린 집이었다.

그 집의 정원 한쪽에서 동양인이 바비큐를 하고 있었다.

“응? 돼지고기? 삼겹살!”

외국은 바비큐를 소고기로 주로 했다.

거기다가 삼겹살의 경우에는 베이컨으로만 해먹지, 바비큐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앞에 있는 청년은 분명 삼겹살과 목살을 굽고 있었다.

그것도 한국 브랜드가 찍힌 허브솔트를 뿌리며.

“자네 한국사람인가?”

“응? 한국분이세요?”

“그렇다네.”

“여기서 동향을 만날 줄이야. 전 하유신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귀에 익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다. 바비큐 그릴에서 잘 썰린 삼겹살이 익어가고 있었다.

“근데 누구세요?”

재빨리 흘러내리려는 침을 옷소매를 닦았다.

외국에서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

자신도 그랬고, 이 앞에 있는 청년. 그러니까 하유신도 그럴 것이다.

“반갑네. 나는 이철민이라고 하네. 혹시 지금 굽고 있는 게 삼겹살이 맞나?”

“네. 삼겹살이랑 목살을 굽고 있어요. 아! 그리고 대하 소금구이도 하고 있고요.”

바비큐 그릴 위에 올려져 있는 재료를 보니, 다크 연합에서 구하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말은 모두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소리였다.

아주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삼겹살이 떠오르며, 군침이 돌아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래서 다크 연합에 들어온 후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혹시 괜찮으면, 오늘 저녁 식사에 날 초대해 줄 수 있겠나? 여기 온 후에 삼겹살을 먹어 본 적이 없다네.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어.”

“그러고 싶은데, 저도 여기 손님이라서요.”

유신의 사과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그런가? 미안하네. 내가 괜한 말을 했어.”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기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주의 성향이다.

그런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자들이 마법사들이라면, 더욱 고집불통이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잠깐만요. 한 번 물어보고 올게요. 대신에 그동안 여기 고기 좀 타지 않게 잘 봐주세요.”

앞에 있는 자가 자신 때문에 혼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삼겹살의 유혹은 너무나 강했다.

“그럼 좀 부탁하네.”

“네.”

집게를 넘겨받고, 고기가 타지 않게 열심히 구웠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는 고기에 윤기 나는 지방을 직접 보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안될 걸 알면서도 하유신이 제발 주인을 설득하기를 바라고 바랐다.

“아저씨. 그러니까 이… 죄송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언제 갔다 왔는지 하유신이 벌써 돌아와서는 내 옆에 서 있었다.

“이철민이네. 이철민.”

“이철민 아저씨. 죄송해요. 제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요.”

“아니네. 괜찮네.”

“형이 된데요.”

“응? 그게 정말인가?”

“네!”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들고 있던 집게를 놓치고 말았다.

그때 이곳의 집 주인을 보게 됐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잘생김. 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조각 같은 청년.

“그…그……”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크 연합에서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자신이 알기로 찰스였다.

그때, 찰스가 검지를 들어서 본인의 입술 앞에 댔다.

눈치가 있기에 새어 나오려는 소리를 막기 위해 입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끄떡였다.

“철민 아저씨. 뭐하세요?”

“아…아무 것도 아니네.”

“저기서 접시 셋팅 좀 도와주세요. 제가 고기 하나는 맛깔나게 굽거든요.”

여기 있다가 저기로 가라는 말은 찰스와 함께 있으라는 소리였다.

그건 절대로 안 될 소리였다.

“아니네. 초대해줬는데, 고기는 내가 굽지.”

하유신이라는 청년의 집게를 빼앗으려고 할 때였다.

가만히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찰스가 입을 열었다.

“손님이 음식을 만들게 하는 건 집 주인으로서 예의가 아니죠. 안 그러니 유신아?”

“맞죠. 역시 찰스 형이랑 나랑 잘 통한다니까. 철민 아저씨. 저기서 쉬고 계세요.”

“아. 알겠네.”

등 떠밀려서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속으로 고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 온 것을 후회했다.

1분이 한 달 같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고기가 나왔다.

고기를 보자마자, 방금까지의 후회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넉넉하게 있으니 맛있게들 드세요. 그리고 형. 오늘은 무승부야.”

“그래. 그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유신은 앞에 있는 찰스의 존재를 모르는 걸까?

다크 연합에 그것도 여기 심층부에 있다는 건 웬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데, 자신이 알기로 하유신은 처음 보는 존재였다.

“철민 아저씨. 뭐하세요? 빨리 드세요. 먼 타지에서 먹기 힘든 맛일 거예요.”

“그.그래. 고맙네…요.”

“갑자기 무슨 존대예요? 식기 전에 드세요.”

“아…알겠네.”

젓가락을 들어서 고기를 집으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요.”

하유신이 아공간에서 야채를 꺼냈다.

“제가 미리 씻어 놓은 거예요.”

“깻잎…?”

여기 와서 한 번도 먹지 못했던 깻잎이 놓여 있었다.

그때서야 테이블을 보게 됐다.

테이블 위에는 깻잎뿐만 아니라, 상추, 고추, 쌈장에 구운 마늘과 구운 양파. 그리고 파채까지 있었다.

앞에 찰스가 있다는 것도 잊고, 야무지게 쌈을 싸서는 한 입에 집어넣고는 씹었다.

오랜만에 느낀 고향의 맛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거 서운한걸. 내가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작한 건가?”

익숙한 목소리에 음식을 씹던 저작 운동이 멈췄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으셨습니다.”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몸을 돌려서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자…장로님!”

너무 놀라 입에 있던 음식물들이 튀어나왔고, 그 모습을 본 디에고 레비 장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실험실에서 나오지 않는 자네가 여기에는 웬일인가?”

“그…그러니까…”

실험에도 실패한 주제에 배가 고파서 나왔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제가 저녁 식사 초대했어요.”

“유신이 자네가?”

“네. 같은 한국 사람이라서요. 먼 타지에서 고생하는 동향 사람에게 밥 한끼 정도는 괜찮잖아요.”

이곳은 다크 연합. 저런 대답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불쌍해서 음식을 줬다고 하면은 이상하지 않는 곳이 이곳이었다.

“뭐. 유신이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그럼 어서 먹게.”

대체, 하유신의 정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앞에 있는 찰스와도 친분이 있고, 옆에 있는 디에고 레비 장로가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이 둘은 쉽게 누군가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만큼 능력도 뛰어나서 여기서 이 둘에게 태클을 걸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불편한 식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지금 자네는 무슨 실험을 하나?”

“그게…”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유신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실험이요? 무슨 실험이요? 궁금하다.”

간단히 현재 실험과 그 상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럼 실패했다는 소리군.”

“…네. 죄송합니다. 장로님.”

“쯧쯧. 그러게 왜 잘나가는 키메라 수석 연구직을 때려치우고, 개인 연구를 시작한 건가? 그래서 실패가 몇 번째인가?”

“……오십 육번 째입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지금까지 벌었던 모든 돈을 다 쓰고, 대출까지 받았으며, 그 외에 지원이라는 지원은 거의 다 끌어다 썼다.

“실패의 원인은 찾았나?”

“…제가 부족해서 …못 찾았습니다.”

몇 점 먹지 못한 고기가 식도에 걸려서 속을 답답하게 했다.

그때, 얌전히 바비큐를 먹던 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심한 듯 말했다.

“그거 간단한 거 아니에요?”

“저…유신군. 생물학이 조금 복잡해. 유전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호응성까지 따지려면…”

“에이~ 능력으로 트롤의 피와 오우거의 육체를 동기화 시켜버리면 되잖아요.”

“그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뱉은 말이었지만, 온몸에 전율이 왔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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