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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31화 (231/300)

231화_다크 연합의 초대(2)

다크 연합의 총본부라고 하니, 어두운 지하나, 거대한 동굴이 떠올랐다.

실상 다크 연합은 캐나다와 미국 국경 사이에 있었다.

그것도 거대한 도시를 구축한 채 말이다.

“여기에 와 본 건 처음이네요.”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찰스 형이 미소 지었다.

“그렇겠지.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옆에 있는데도 잘생김으로 빛이 나는 찰스 형이었다.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볼일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나요?”

“밤도 늦었는데, 일단은 쉬자구나.”

시차 때문인지 이곳에 넘어오자, 이미 늦은 밤이었다.

지금 에반 히스터를 찾아가는 건 예의에 어긋난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다크 연합의 밤은 어둡지 않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근데 저긴 어디에요?”

내가 가리킨 곳은 유난히 활기가 도는 곳이었다.

“저기는 야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마법사들에게 밤낮은 존재하지 않거든. 보통 연구를 하다보면 끼니도 놓치게 돼. 그래서 만들어 둔 거야.”

야시장이라는 말에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여기 오기 전에 전투 식량을 먹기는 했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과 식도락은 다른 거였다.

“찰스형. 아직 저녁 안 먹었으면 저기 가봐요.”

“그래. 가자꾸나.”

오랜만에 듣는 찰스 형의 아저씨 같은 말투에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처음으로 야시장을 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헤헤~ 야시장이라니.”

그때, 디에고가 길게 하품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난 피곤하군. 먼저 들어가서 쉬겠네. 그럼 유신. 내일 보세.”

“네. 들어가세요.”

내 인사에 디에고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멈칫했다.

“안 잡나?”

“피곤하시다고 하셨잖아요.”

“한국인은 3번 권하는 걸로 아는데?”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었다.

“디에고 아저씨. 야시장에 같이 가요.”

“피곤하네.”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내일 봄세.”

같이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디에고는 진짜로 몸을 돌려서는 가버렸다.

저럴거면 왜 내게 세 번이나 권하게 했지?

황당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야시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찰스 형이 로브를 깊게 눌러 썼다.

“응? 형. 안 답답해요?”

“이거 말인가?”

“네.”

“답답하지. 하지만 이래야 편해.”

로브를 쓰는 게 편하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장 깨달았다.

“잘생긴 것도 많이 답답하겠네요.”

“응? 아니라네.”

“괜찮아요. 형. 말하지 마세요. 저만…더 비참해집니다.”

“…….”

난 그렇게 찰스 형의 입을 막고, 터덜터덜 야시장으로 걸어갔다.

***

뉴스에서 가끔 유신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하나가 모두 대단한 사건이었고, 그런 소식들은 날 끓어오르게 했다.

“와~ 이 타코 진짜 맛있네. 이거 종류 별로 다 싸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유신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성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지, 성격이 그대로라는 거였다.

“찰스 형. 여기 정말 좋은데요. 저기 닭꼬치 집에도 한 번 가봐요.”

아이처럼 설레는 모습에 내가 더 기분이 좋아졌다.

“유신군. 너무 많이 사지 않았나?”

“또또또 그런다. 형. 제가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형 말투는 너무 아저씨 같아요. 자꾸 그러면, 형이라고 안 부르고 아저씨라고 부를 거예요.”

“하하하. 알았네.”

유신은 해맑게 웃으며 양손 가득 산 음식들을 바라봤다.

타코야끼, 볶음국수, 스테이크, 타코, 떡튀순, 닭꼬치 등

“이 정도는 다 먹을 수 있어요. 형은 뭐 드실래요?”

“응?”

“제가 쏠 테니까 마음껏 고르세요.”

몇 년 못 봐서 잊고 있었다. 유신이 대식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근데 여기는 전세계의 음식이 다 있네요.”

“그럴 수밖에 우리 연합은 전세계 모든 사람이 모였고, 그 사람들의 입맛을 최대한 맞춰 줘야 하니까.”

“의외로 세심하네요.”

“마법사들만큼 예민한 자들도 없거든.”

유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뭐. 세상에는 별종도 많으니까요.”

“별종?”

“네. 있어요. 힘법사라고… 저기는 초밥 파네요. 초밥까지만 사서 들어가요.”

그렇게 2박 3일 먹어도 다 못 먹을 양의 음식을 산 유신을 집으로 데려갔다.

“형도 좀 드셔 보세요.”

식탁 위에 모든 음식을 꺼내놓고 유신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꼭 그 모습이 며칠 굶은 사람 같았다.

“천천히 먹게. 누가 안 빼서 먹네.”

“또 그런다. 형 진짜 말투 좀 바꿔요.”

신기하게도 유신의 양 볼은 음식으로 미어터질 정도인데, 밥알 하나 튀지 않았다.

“말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 그래도 많이 노력하는 거네.”

“오케이. 두고 볼 거예요. 근데…여긴 어디에요? 집 진짜 좋다.”

“내 집이네…아니. 내 집이야.”

“대박!”

유신은 식탁에 앉아 감탄사를 내뱉은 후, 다시 음식에 집중했다.

역시나 변함이 없다는 걸 느끼며, 말을 이었다.

“먹으면서 듣게.”

“네. 말씀하세요.”

“에반 히스터님을 바로 만날 수 없을 거네. 그래도 며칠 안에는 연락이 올 거니,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거야.”

음식을 집어가던 유신의 손이 멈췄다.

“형.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어요.”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었지? 바쁠수록 돌아가라. 지금 내가 해줄 말은 이거네.”

“좋은 말이죠. 그런데, 전 빨리 마족 숭배자 놈들을 잡아야 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피해가 줄어들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긍정할 수도 없었다.

“마족 숭배자들의 꼬리는 잡았나?”

“…아니요.”

“그럼 그들의 꼬리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만 쉬는 건 어떤가?”

“…….”

유신의 성격상 함부로 거절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입을 다무는 게 또다른 거절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면서도 모른 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쉬라고 하는 게 아니네. 쉬는 동안 나 좀 도와주게.”

“…뭘 도와주면 될까요?”

사실 여기서 쉬라고 말한 건 성녀의 부탁 때문이었다.

교황청으로 데려가면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나갈게 뻔하다고 최소한 몸이 회복 될 때까지만 어디 가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했다.

자신도 유신을 꽤 좋아하고, 걱정하기에 흔쾌히 수락했었다.

“실전 경험을 쌓고 싶은데, 여기서는 어렵더군. 그냥 매일 한 시간씩 나와 대련해주게.”

“대련이요? 흠…”

유신은 턱을 짚고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요. 대신에 그냥하면 재미없으니까. 진 사람이 그날 저녁 사기 어때요?”

“그렇다면, 대련비를 숙박비로 치르는 거네.”

“네.”

성녀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참에 유신의 실력을 다시 확인하는 것도 목적이었다.

목표도 달성했고, 이제 야시장에서 사온 음식에 손을 대려고 했다.

그런데, 식탁이 깨끗했다.

정확히는 음식이 담겨있어야 할 접시와 봉투가 모두 비어 있었다.

음식을 짚던 유신의 손이 멈춘 게 그냥 모든 음식을 다 먹어서였다.

“자네. 그 사이 위가 더 커졌군.”

“헤헤~”

“빨리 자게. 나도 이만 잘 테니.”

***

“죽여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죽여만 주신다면,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상대는 고문을 당하면서 아직도 여유가 있나보다.

보통 이런 상태에서 정보를 들으면 나중에 더욱 꼬일 수가 있었다.

이들은 정보 안에 거짓된 정보를 적절히 섞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늙었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셔. 그래. 기회를 주지. 한 번 말해보게.”

“감사합니다. 일단 저희 파수꾼들은…….”

고문받던, 악마의 파수꾼은 한동안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동안 피로 얼룩진 손을 깨끗하게 씻고, 티타임을 가졌다.

“연락책은 그런 식으로 엮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잘 들었네. 그럼 쉴 만큼 쉬었을 테니, 우리는 일을 계속해 볼까?”

“네? 분명 기회를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네. 난 자네 같은 것들에게도 가이아의 뜻을 받들어 기회를 주지. 그런데, 자네는 내게 거짓말을 했어. 연락책의 수신호 대신에 적이라는 수신호를, 그리고 미국 남부 지방 연락책은 마이로가 아니지.”

“전 마이로로 알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놈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이놈이 연기자였다면, 모든 영화제의 연기상은 싹쓸이 수상했을 거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더군. 모두 마이로로 알고 있지만, 넌 다르다고. 그럼 다시 시작할까?”

옷 소매를 걷어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발. 제발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다시 말하겠습니다.”

“알고 있네. 이제 다시 진실을 말할 차례라는 것도. 그런데, 이 늙은이의 취미 생활에 동참해 주게. 소일거리라 생각하고.”

“그게 무슨 소…읍읍읍!!”

다른 방법도 많았지만, 역시 천 뭉치를 입 안에 넣는 게 고전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이었다.그렇게 한참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귀에 거슬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데, 내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냐?”

“정보 취합이 끝났는데,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흠…알겠다. 뒷정리를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다른 다크 프리스트들을 만나기 전에 손을 깨끗하게 씻고, 복장을 정돈했다.

아무리 자신이 다크 프리스트들의 대표라고는 하지만, 대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가이아의 말을 조금 더 선명히 듣는 한 명의 종에 불과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이 늙은이를 불렀는가?”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크 프리스트 중 한 명이 내게 서류를 건넸다.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가니, 지금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이 늙은이 혼자 알면 안 되는 거겠군.”

“성녀에게 줄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안드레이 추기경의 추천으로 들어온 다크 프리스트의 질문이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교황을 배제하고, 성녀에게 권력을 집중시키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교황청은 권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방금 한 말은 가이아께서 전달하신 말인가? 아니면 자네의 의견인가?”

“제 의견입니다.”

나는 그 자의 어깨를 잡아서 일으켜 세운 후, 혀를 뽑아 버렸다.

울컥하고 피가 손과 소매에 튀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털어내며 다른 다크 프리스트들을 바라봤다.

“너희들도 잘 들어라. 3년 전 가이아께서 하유신을 도우라는 신탁이 내려온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감히! 인간의 잣대로 가이아의 명을 어기는 짓을 이 노인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혀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그 목을 취할 것이다. 너는 이 사실을 안드레이 추기경에게 전해라.”

혀가 뽑힌 다크 프리스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 그자는 욕심이 없지만, 주위에 있는 자들이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일만 끝내면, 안드레이 추기경과 그 주변 인물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가이아께 이 상황을 여쭈어 봐야하겠지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어둠에 사는 것이냐?”

내 질문에 가만히 자리를 지키던 다크 프리스트들이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가이아를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그럼 우리는 누구의 의견을 따라야 하느냐?”

“가이아의 말만 따라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생각일 뿐.”

“그렇다. 생각의 자유를 주신 가이아께 감사해야 한다. 방금처럼 더러운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면, 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방을 나섰다.

혀가 뽑힌 그자는 다른 다크 프리스트들이 잘 다독여 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교황청에서 볼 수는 없을 거다.

그때 뒤를 따라오는 다른 다크 프리스트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 안드레이 추기경과 그 주위를 조사해라. 아무리 같은 형제인 교황청이라고 해도 악마의 유혹에는 누구라도 약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허허. 바쁜 성녀를 대신해서 좋은 선물을 주면서 선물도 받을 수 있겠군.”

안드레이 추기경이 숭배자들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기를 속으로 바라고 바랐다.

물론, 이건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생각은 생각으로 끝내고, 행동은 가이아를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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