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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30화 (230/300)

230화_다크 연합의 초대(1)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짧았다.

“할아버지~ 다음에 제가 놀러 갈게요~”

“허허허. 교황청의 검께서 놀러 오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다크 프리스트들은 내가 무사하다는 걸 알게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들을 배웅하고, 오랜만에 만난 비토 형에게 다가갔다.

“간만에 만났는데, 벌써 이렇게 간다니, 아쉽네요.”

“그러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우와 벌써 떨어지려고 하니 나도 섭섭한데.”

“나중에 시간 내서 밥이라도 한끼 해요.”

“최대한 시간을 맞춰보마.”

“요즘 바쁘세요?”

비토 형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볼살이 빠져 있기는 한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마리 선배가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하고, 조심히 비토에게 다가가 귓속말했다.

“혹시. 마리 선배가 너무 일 많이 주면, 저한테 귀띔이라도 해주세요. 제가 잘 말해볼 테니까.”

“그래? 그거 고맙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니, 걱정하지 말게.”

“네. 꼭이에요.”

그렇게 오자마자 심판대가 떠나려고 할 때, 마리 선배가 내게 다가왔다.

“심판대와 함께 나 먼저 교황청으로 돌아가마. 다크 연합과의 일은…알아서 잘 처리하고, 혹시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지?”

마리 선배의 걱정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날 아끼고 있기에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그런데, 선배.”

“응?”

“요즘 비토 형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아서요. 저러다가 몸이라도 상하면 안 되는데…”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리 선배가 황당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유신아. 비토가 아니 교황청이 예전보다 바쁜 이유의 5할은 너 때문이야.”

“네? 갑자기 저요? 전 뭐한 게 없는데?”

“한 게 없기는 뭐가 없어. 네가 세계 정부랑 맺은 협상 뒤처리를 누가 할 것 같아?”

“교…황청이요?”

“그래. 무력적인 부분은 제 2심판대가 하고 있고, 제 2심판대도 풀로 돌아가고 있어서, 교황 및 교황청 호위를 담당하는 1심판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심판대가 나가서 몬스터를 잡고 있어. 누구 덕분에!”

고개를 돌려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비토 형을 바라봤다.

얼굴이 상해 있었던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때문이었다.

내가 잔뜩 저지른 일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면서 전혀 티를 내고 있지 않았었다.

“아… 죄송해요…”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 알면 됐어. 그러니까 제발 이번 다크 연합과의 협상에서는 사고 치지 마라. 이제 교황청에서 더는 여력이 없어.”

“…네…”

“그럼 우리는 이만 갈게. 강철 인형들은 정비가 끝나면 찾아가고.”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넌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풀 죽지 말고, 마지막으로 무모한 일은 절대 벌이지마.”

“네. 선배!”

지키지 못한 대답과 함께 마리 선배와 심판대까지 떠나자, 배가 고파졌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다음, 전투 식량을 꺼내, 발열 줄을 당겼다.

그렇게 음식이 데어지는 걸 기다리는 동안, 폐허가 된 마이소르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네.”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떠났다.

물론, 우리의 싸움으로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을 거다.

뒤처리는 마리 선배가 완벽히 할 테지만, 그렇다고 죄책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묵념했다.

그동안, 전투 식량이 데워졌고, 다시 주저앉아, 홀로 전투 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맛없네…”

절반도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았다.

예전에 선배들과 함께 북한에서 먹었을 때에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지금은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숟가락을 들고는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를 채워야 했다.

챙그랑

전투 식량을 다 먹은 후에, 공중에 게이트가 열렸다.

푸른색의 게이트를 보며, 칠성검의 손잡이를 잡고는 발검 자세를 취했다.

물론 저기에 나올 사람들이 다크 연합의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혹시나 도망갔던 조쉬나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마족 숭배자들이라면, 다시 싸워야 했다.

“누구냐?”

게이트를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친근한 인상의 디에고 레비와 잘생긴 남자 한 명이 천천히 내려왔다.

“디에고 아저씨!”

나는 서둘러 발검 자세를 풀며, 디에고에게 다가갔다.

디에고는 그런 날 보자, 반가운지 손을 흔들어줬다.

“하하하~ 오랜만이군.”

“네. 그렇네요.”

“게이트가 열렸던 곳은 어디인가?”

아주 짧은 인사와 함께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나는 손을 들어서 조쉬가 도망쳤던 게이트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저기쯤이었습니다. 공중이라서 대략 위치가…”

“괜찮네. 저쯤이라고?”

디에고는 하늘을 대충 훑어본 후, 뒤에 있는 잘생긴 남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흔적이 보이나?”

질투가 날 정도로 잘생긴 그 남자는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간이 너무 지났습니다. 게이트가 열렸다는 흔적은 남아 있지만, 좌표를 특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성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없었다.

물론 잘생긴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 정도는…없었다.

“유신. 미안하군. 우리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군요. 근데 뒤에 분은 누구신지?”

“뒤에…아! 그렇군. 하하하하하. 그럴 수 있어. 아니. 그럴 수밖에 없겠군.”

“네?”

혼자 이상한 말을 하는 디에고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디에고가 미소를 지으며 잘생긴 남자를 돌아봤다.

“어떻게 할 건가?”

“제가 말하겠습니다.”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내게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손을 내밀었다.

당연히, 나도 손을 맞잡아서는 악수했다.

“교황청의 하유신입니다.”

“다크 연합의 찰스네.”

“아. 찰스씨였구나.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찰스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어요. 그 형도 다크 연합이었는데…응?”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렇지만, 얼굴을 보면,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체격과 뿜어내는 분위기는 또 비슷했다.

한동안 빤히 상대를 바라보다가 그게 결례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랑 너무나 비슷한 분위기라서요.”

“그래요?”

“네. 순간 헷갈렸는데, 아니라는 걸 다시 알게 됐습니다.”

“아니라…그 사람도 저처럼 잘 생겼나보네요?”

“아니요. 그냥 평범하게 생긴 아저씨였어요.”

내 단호한 말투에 앞에 있는 찰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뒤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디에고가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나는 모르는데, 상대가 그걸 가지고 놀리는 듯한 이 분위기.

너무나 익숙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눈에 포스를 집중해서 앞에 있는 찰스를 바라봤다.

혹시나 환영이나 환술을 사용하고 있나 확인해 봤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찰스. 그만 놀리게 나중에 유신이가 서운하겠어.”

“그렇네요. 오랜만이다. 하유신. 나야. 찰스 형.”

“찰스 형?”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오히려 이게 더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다.

“제가 아는 찰스 형은 이렇게 잘 생기지 않았는데요?”

“그때는 내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네.”

“인피면구요? 그러니까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건가요?”

“그렇네.”

찰스와 다닐 때와 지금의 내가 실력적으로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가면을 썼다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찰스 형이 오른손으로 마나 검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도 못 믿겠나? 흠…그러면 이건 믿겠나? 자네가 자주 시키는 반반 치킨은 양념 한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였지. 하지만, 자네는 후라이드보다 간장을 더 좋아했고.”

내 치킨 취향은 가족과 찰스 형 그리고 단골 치킨집 사장님 밖에 몰랐다.

“찰스형~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미안하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지금은요?”

“지금은 괜찮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찰스 형과 할 말이 많았다.

그때, 디에고가 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너무 늦어서 어쩔 수 없지만, 자네가 혹할만한 물건을 가지고 왔네.”

“물건이요?”

“그래. 그건 나보다 찰스가 더 자세히 설명해줄 거네.”

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찰스를 바라보자, 찰스가 미소를 지었다.

미소 한 번에 주변이 밝아진 기분이 들었다.

“형 웃지 마요.”

“응?”

“아니에요. 근데 어떤 물건인가요?”

“이거네.”

품에서 꺼낸 것은 두 장의 마법 스크롤이었다.

“이건 게이트 추적 스크롤이네. 한 시간 안에 이걸 사용하면, 반대편 게이트의 좌표를 알 수 있지. 그리고 이건 게이트 강제 오픈 스크롤이고.”

“강제 오픈 스크롤이요? 닫히려는 게이트를 열어줘요?”

“정확히는 추적 스크롤을 사용한 후에, 강제 오픈 스크롤을 사용하면, 닫힌 게이트가 약 1분간 열리네. 스크롤로 제작되어서 마나가 없어도 사용 가능하고.”

마법적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대단한 물건이었다.

단거리 텔레포트 스크롤만 해도 한 장에 오억이 넘는데, 이 스크롤들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십 억은 그냥 넘어갈 것 같았다.

“제가 구매하겠습니다. 얼마인가요?”

“미안한데, 이건 판매할 수 없어.”

판매할 수 없다는 말에 서운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이해도 갔다.

이 스크롤을 가지고 있다면, 전략적으로 무궁무진한 활용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뭘 원하세요?”

질질 끌어봤자, 거래만 더디게 움직일 뿐이었다.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거래를 끝내는 게 맞았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마족 숭배자들이 어떤 흉계를 꾸미고,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독직입적이라서 좋군. 그런데, 이건 우리 권한 밖이네.”

“하지만, 거래하기 위해 제게 보여준 거겠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 봐. 몇 년 사이에 유신이 자네가 이렇게 바뀌었을 줄이야.”

“찰스 형. 말 돌리지 마세요.”

아무리 상대와 친하다고 하지만, 그건 그거고, 거래는 거래였다.

다크 연합은 거래하기 전, 거래 당사자와 친한 사람을 먼저 보낸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해서든 거래를 자신들이 유리하게 만드는 걸로 알고 있다.

예전 마나석 거래 때도 그랬다.

그때, 내가 아주 잘 거래한 것 같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확실히 내가 손해이기는 했다.

“맞네. 자네에게 이걸 팔 수도 있지. 하지만, 정말 이걸 판매하는 건 우리 권한 밖이네.”

“그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에반 히스터. 우리 다크 연합의 연합장만이 판매 권한을 가지고 있네.”

이제야 이해됐다.

이들은 날 다크 연합으로 초대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내게는 저 스크롤이 필요했고, 지금은 거래할 때였다.

“에반 히스터님이 절 보고 싶으신가 보네요. 좋습니다. 출발하시죠.”

내 말에 찰스와 디에고가 속마음을 들킨 아이처럼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계속 그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그들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기다리게.”

찰스가 게이트 마법진을 그리는 동안, 난 생각에 빠져들었다.

에반 히스터.

그에 대한 정보는 성녀인 마리 선배만큼 부족했다.

대중에 얼굴뿐만 아니라, 모습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그저 알려진 거라고는 13인의 전설 중 한 명이며, 다크 연합을 만든 초대 연합장이라는 것과 뛰어난 마법 실력뿐이었다.

“뭘 그리 생각하나?”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게이트 마법을 기다리던 디에고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에반 히스터님에 대해서 생각 중이었습니다.”

“우리 연합장님을?”

생각해보니까, 디에고 레비. 이 아저씨도 다크 연합을 개설할 때 초창기 멤버로 알고 있었다.

잘하면 오늘 디에고에게서 에반 히스터에 대해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이신가요?”

“연구와 학구열에 불타는 평범한 마법사네.”

“네?”

“나도 오랫동안 옆에서 봐왔지만, 히스터님에 대한 질문은 나보다 찰스에게 물어보게.”

“찰스 형이요?”

디에고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찰스 형은 마법진을 다 그리고 게이트를 열며, 내게 말했다.

“유신. 히스터의 이름으로 다크 연합에 정식으로 초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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