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_조쉬 히라니(3)
챙그랑
푸른색 게이트가 열렸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방갈로르 국제선 공항 근처의 어느 이름 없는 야산이었다.
“나는 먼저 마이소르로 갈 테니, 뒤따라 와줘요.”
“알겠습니다. 성녀님.”
비토 제라니의 대답을 뒤로 하고 빠르게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맞은편에서 붉은 게이트가 열리더니, 몬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놈들이 벌써 눈치 챘나?”
이대로 유신에게 향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심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도 있었다.
속전속결로 게이트를 처리하기로 마음 먹고는 허리춤에 매어진 채찍을 풀어서 신성력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휘둘렀다.
파파팡
몬스터들이 채찍에 닿자, 물풍선 터지듯 터져나갔다.
그렇게 대충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아직도 몬스터를 뱉어내고 있는 게이트를 채찍으로 휘감았다.
있는 힘껏 채찍을 당기자, 게이트의 문이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려는 몬스터들의 발버둥이 있었지만, 이내 완벽하게 게이트를 닫아 버렸다.
“여기서 이렇게 힘을 소비할 줄이야.”
하나의 게이트를 닫기 위해, 많은 힘을 소비했지만, 아직 힘의 여유는 충분했다.
게이트에서 나온 몇몇 몬스터들은 비토에게 맡기고 다시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챙그랑
챙그랑
두 개의 게이트가 더 열렸고, 거기서 언데드와 몬스터들이 쏟아졌다.
“성녀님. 먼저 가십시오. 저희 제 2심판대도 많은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그때 비토의 뒤로 약 백여 대의 강철 인형이 나타났다.
제 2심판대와 강철 인형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지는 않을 테고, 이들의 피해와 유신을 저울질했다.
당연히 저울은 유신에게 기울어졌지만, 쉽게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챙그랑
그때, 새로운 게이트가 우리 머리 위에 생성됐다.
몬스터들이 나타났던 붉은 게이트가 아니라, 푸른 게이트였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교황청이 아니더라도, 푸른 게이트를 만드는 곳은 널려 있었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겠죠.”
전투 감각을 일깨우는데, 게이트에서 다크 프리스트의 수장인 노인과 다크 프리스트들이 나왔다.
“허허허. 성녀님. 우리를 빼고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곳을 출발하기 전에 다크 프리스트들에게 따로 언질을 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들의 도움까지 구하는 건 정말 제대로 된 전쟁을 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크 프리스트들은 스스로 이곳을 찾아와줬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노인의 꿍꿍이가 의심스러웠다.
“저희도 유신이 걱정돼서 이렇게 왔는데, 몹쓸 쓰레기들이 길을 막고 있었군요.”
“유신이 걱정돼 왔다고요?”
“그렇습니다. 성녀님. 순수한 의미로 온 것이니, 의심은 거두셔도 됩니다.”
대체 당신이 언제 그런 식으로 움직였다고 내뱉고 싶었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시고, 교황청의 검에게 가십시오.”
신성력을 폭발적으로 터트려서는 앞으로 쏘아졌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몬스터들은 신성력의 오라에 몸이 찢겨나갔다.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움직였지만, 가슴은 답답했다.
아무리 다크 프리스트들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교황청의 인원들 하나하나는 같은 식구이기에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유신의 무력으로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들이 어떻게 대비해놨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답답한 가슴을 안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 멀리 몬스터들과 유신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도깨비와 9개체의 강철 인형들이 유신을 보조하고 있었지만, 유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신성 갑옷
몸에 신성력을 덕지덕지 두루고, 그대로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콰아아앙
포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짓뭉개졌고, 바로 앞에 보이는 멀쩡한 트롤을 채찍으로 휘감았다.
채찍으로 트롤을 휘둘렀고, 다른 몬스터들이 트롤에게 부딪혀서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한참 그렇게 하다 보니, 트롤은 이미 찢어진 종이처럼 너덜너덜해지면서 목숨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트롤를 던져서 유신과 내 사이에 뻥뚫린 길을 만들었다.
“선…배…?”
유신은 하루도 안 된 사이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거기다가 자세히 보니, 유신은 집채만한 얼음덩어리를 지키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게 뭔데? 그렇게 지키는 거야?”
“조쉬…조쉬 히라니요.”
“응?”
투명한 얼음덩어리를 자세히 보니, 온몸이 가시로 된 마물이 있었다.
“저 화난 복어 같은 게 조쉬 히라니라고?”
“네.”
대체 유신은 어떤 능력으로 조쉬를 얼음으로 만들었을까?
버티는 게 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엉큼한 조쉬를 이겼다는 것에 더 놀랐다.
“쿠에에액!!”
잠깐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몬스터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유신과 얼음덩어리에게 달려들었다.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 날 그냥 무시하고 말이다.
“이런 소외감은 또 처음이네.”
발바닥을 통해 땅에다가 신성력을 넓게 퍼뜨린 후, 제자리에 서서 채찍을 휘둘렀다.
몬스터들은 채찍에 터져나가면서도 얼음 덩어리에게 달려들었다.
“크윽…”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유신이 오우거에게 어깨를 얻어맞고 뒤로 밀려났다.
유신은 탈골된 어깨를 억지로 끼워 맞추더니, 그대로 오우거에게 달려들며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때 유신의 뒤에 있던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유신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절대절명의 순간.
몬스터들을 한 방에 처리하려고 모아놨던 신성력을 포기해서라도, 유신을 구하려고 할 때였다.
파지지직
유신의 몸에서 뇌전이 솟구치더니, 미노타우로스는 연기를 뿜어내며 뒤로 쓰러졌다.
대형 몬스터를 한방에 태워버릴 정도의 뇌전은 무혁 대장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방금 그건 뭐였어?”
내 말이 들리지 않았을까?
유신이 대답은 하지 않고, 오우거의 가슴에서 검을 뽑은 후, 아주 천천히 허공에 검을 내리 그었다.
푸확!
수십 마리의 대형 몬스터가 양분되어 쓰러졌다.
거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칠성검에서 불이 솟구쳤다.
하지만, 유신은 검을 휘두르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강철 인형 중 세 개체가 쓰러진 유신을 보호하기 위해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 계속 쏟아 부어왔던 신성력이 이제 막 주위를 모두 뒤덮었다.
신성 창조 – 신을 위한 신전
바닥에서 신성력이 실체화되어 솟아올랐다.
실체화된 신성력은 신전의 모습이 되었고, 몬스터들은 신전에 매달리거나, 어딘가에 갇히기 시작했다.
그 틈에 재빨리 유신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헤헤~ 그래도 오늘은 다치지는 않았는데, 진짜 힘드네요.”
“말하는 거 보니, 멀쩡하네.”
“선배. 정말 힘들어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서 대답하는 유신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마리 선배. 지금 이건 뭐예요? 몸이 편안해지는데.”
“이거? 신전 창조.”
“신전 창조요?”
“응. 몬스터들을 한방에 끝내려고 준비했지.”
“네?”
본래 이 기술은 아군의 치료와 방어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기술은 일정량의 피해를 보게 되면, 신성력이 폭발하게 됐다.
신성력 폭발은 아군을 회복시키지만, 반대로, 몬스터들에게는 피해를 준다.
쿵쿵쿵
흩어진 대형 몬스터들이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전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신아. 그래도 포스 호흡할 힘은 있지?”
“네? 네. 그 정도는 가능해요.”
“그럼 지금부터 쏟아지는 기운을 잘 흡수해.”
“그게 무슨?”
의문에 답하기 전에 신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
신성력으로 실체화된 신전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터져나간 신성력은 다행히 내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체력이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회복되어가는 체력과 함께 불꽃놀이 하듯 터져나가는 신성력의 향연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정신 차리고 호흡에 집중해!”
마리 선배의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포스 호흡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방으로 뿜어지던 신성력의 기운이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지친 몸을 위로해줬다.
아주 잠깐의 호흡으로 몸에 활기가 돌았다.
호흡을 진행하자, 예민해진 감각이 모이는 신성력보다, 흩어져서 사라지는 신성력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아까워.’
조금이라도 신성력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이화접목의 수법을 사용하자, 칠성검에 흩어져가는 신성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여든 신성력을 칠성검에 조금씩 받아들였다.
여기에 뿌려진 신성력을 모두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내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을 게 뻔했다.
‘땅의 축복. 흡수 할 수 있겠어?’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내가 인도하지도 않았는데, 가슴쪽으로 신성력이 몰려들었고, 땅의 축복이 신성력을 흡수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더욱 검무에 집중했다.
칠성검에 모인 신성력을 내가 흡수하고,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거나, 흩어지려는 기운을 땅의 축복이 가져갔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지 모르겠지만, 무아지경으로 검무를 추다보니, 더 이상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기에 흐르는 기운이 적지만, 칠성검에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차례였고, 천천히 검무를 멈췄다.
“후우~”
길게 숨을 내시며, 눈을 뜨자, 마리 선배가 기가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네?”
분명 마리 선배가 신성력을 흡수하라고 해서, 흡수했을 뿐인데, 대뜸 욕설부터 내뱉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쿠에에액!”
갑작스러운 괴성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몬스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강철 인형들은 몬스터에게서 얼음덩어리가 된 조쉬가 풀려나지 않게 지키고 있었다.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몬스터부터 처리하자.”
“네 선배. 지금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칠성검을 고쳐 잡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 다음, 불의 기운을 끌어올리고는 그대로 몬스터들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넓게 퍼져나간 화염의 오러는 몬스터들을 베어내고 불태웠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쉬지 않고, 베어내고 있을 때였다.
“이런!”
뒤늦게 깨달았다.
대형 몬스터의 가죽은 비싼 값에 팔린다.
이번에 인수한 JK무역회사가 몬스터 부산물을 유통하고, 그곳에 새로운 몬스터를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불타 버리면,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불의 기운에서 바람의 기운으로 바꿨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오러가 바람의 힘을 품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꺼져가던 불에 바람이 닿자, 불씨가 살아나며 더욱 활활 타올랐다.
“안 돼!!”
서둘러 바람의 기운을 거두고, 얼음의 기운으로 바꿔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하면서 불을 끄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에 얼음이 쏟아지자, 불이 꺼지면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콰드득.
그때 뒤편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살아남은 몬스터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바람의 힘으로 수증기를 하늘 위로 날려 보낼 때였다.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강철 인형 한 개체가 반파되어 내 옆을 스쳐서 몬스터들에게 날아갔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조쉬 히라니가 얼음을 깨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