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27화 (227/300)

227화_조쉬 히라니(2)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진 집을 보니 이들의 취향은 역시나 변하지 않았다.

환영으로 가려진 나무 밑동 앞에서 손을 휘젓자, 출입구가 열렸다.

그렇게 나무 안으로 들어가자, 평범한 인상의 여성이 날 반겼다.

“루이스. 오랜만이군.”

“시리. 다른 이들은 어디 있지?”

시리는 말하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다들 있다는 거군. 잘 됐어. 같이 올라가자고, 내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까.”

“루이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기대되는데.”

그렇게 시리와 함께 위로 올라가자, 키가 큰 사내인 탐 탄테오와 뚱뚱한 사내 베드 미다스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탐이 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맥주 잔을 들었다.

“루이스 왔군.”

탐의 말에 뒤늦게 고개를 돌린 베드가 손짓으로 날 불렀다.

“오랜만에 왔는데, 와서 한잔해.”

“낮술이라니. 누가 자네들을 보고, 13인의 전설인 모험가 트리오라고 믿겠어?”

내 말에 탐과 시리가 인상을 찡그렸고, 베드는 이를 드러냈다.

“한 번만 더 그딴 쓰레기 같은 명칭으로 부르면, 널 죽여 버린다고 했을 텐데?”

“베드. 화내지 말라고, 내가 아주 좋은 걸 가지고 왔으니.”

“맘에 들지 않으면, 오늘 마신 숭배자의 장로 한 명이 사라질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마왕님의 강림이 늦어질 텐데?”

베드는 인상을 찡그리며, 맥주만 들이켰다.

지금까지 당한 게 많아서 앙갚음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만둬야 했다.

조금만 더 베드의 성질을 건들면, 피곤죽이 될 게 뻔했다.

“마음에 들 거야.”

나는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여기로 태블릿 PC를 가지고 와서 생생한 화면을 보여주고 싶지만, 이곳은 아마존 깊은 곳으로 전기와 통신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는 거야?”

“보면 알아.”

수정구에 마기를 집어넣자, 서서히 화면이 비쳤다.

화면 안에서는 성녀 마리가 심판자들과 함께 게이트를 이용해 인도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리가 인도라…”

탐은 흥미로운지 맥주잔을 내려놓고,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베드는 아직까지 냉랭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제부터 본편이니, 잘 보라고.”

손가락을 튕기자, 화면이 바뀌었고, 유신과 조쉬 히라니가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

그렇지만, 그들의 기운 때문에 화면은 고르지 못했고, 이내 꺼져버렸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시리의 말에 나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본 그대로야. 조쉬를 미끼 삼아서 세계 대통령을 잡으려고 했는데, 하유신이라는 거물이 잡혔지.”

“그럼 이대로 조쉬를 버리겠다는 거야?”

“시리 왜 그래? 갑자기 조쉬에게 불쌍함이라도 느낀 거야? 아무리 조쉬가 우리 편으로 넘어왔지만, 너희들은 조쉬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을 정도로 전설들을 싫어하잖아.”

모험가 트리오.

마왕전 때 전설들의 눈과 귀가 되어준 존재들이었다.

이들 또한 생존했고, 13인의 전설이라고 불리었지만, 갑자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마왕들의 편에 선 자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인류 최초의 배신자들이며, 아직도 마왕 강림을 포기못한 아주 믿음직스러운 마신 숭배자들의 또 다른 장로들이었다.

“조쉬는 아직까지 효용가치가 있어. 안 그래 탐?”

시리가 모험가 트리오의 리더격이 탐 탄테오를 바라봤다.

그렇지만, 탐은 그저 흥미로운 모습을 할 뿐이었다.

“세상이 시끄러워지겠군.”

“다시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크하하하핫. 루이스. 이런 좋은 안주를 가지고 왔는데, 옛날 기분 나쁜 별명 좀 불렀다고 예민하게 군 걸 사과 하지.”

“그 사과 받아들이지. 그럼 탐. 어떻게 할까? 시리 말대로 조쉬를 구해?”

탐은 맥주잔을 들어서 남은 맥주를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드. 빨리 마셔. 한동안 술 마실 시간이 없을 테니. 그리고 루이스. 마신 숭배자의 장로씩이나 되는 조쉬가 저런 상황 하나 헤쳐나가지 못하면, 장로 실격이지.”

“그렇게 조치하지.”

“인도에서 조쉬가 살아남지 못하면, 판을 멕시코로 키운다. 그리고 시리. 루이스를 대신해서 마왕 강림을 맡아줘.”

“알았어.”

명령을 듣자마자, 시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을 떠났다.

“베드. 어떤 식으로든 멕시코가 전장의 중심이 될 수 있으니, 네가 거길 맡아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

“그 정도야 뭐 어렵지 않지.”

“루이스는 따로 해줄 게 있어.”

“뭐지?”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니, 거짓된 전설들을 하나씩 무너뜨려야겠어.”

“내게 아주 좋은 작전들이 있지.”

“그 일은 너에게 일임하겠다. 이게 도움이 될 거야.”

탐이 아공간에서 대검을 꺼내 건네줬다.

대검은 악마의 얼굴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기분 나쁜 오라를 뿜어냈다.

“히페리온. 인간의 피와 정수 그리고 정신을 갉아먹고 사는 마검이야.”

마검을 보는 순간 아주 좋은 작전이 떠올랐다.

“일단 용병들부터 처리할까?”

***

무협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평소에 자기 실력의 서푼을 감추라고.

예전에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평소에는 최대한 서푼의 힘을 감추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최선을 다해주마.”

말이 그렇지, 100의 능력만 가지고 있는 내가 120이상을 해도 여기서 살아남을까 말까였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판사판이다.’

우선 힘을 모아야 했다.

칠성검의 빙의 기운으로 주위에 얼음형식의 방어막을 만들고 그 뒤로 호신강기까지 생성했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칠성검에 포스를 집중했다.

그동안 마물과 조쉬의 공격이 얼음벽을 부쉈고, 호신강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더…’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고, 호신강기가 깨졌다.

칠성검을 바닥에 찔러 넣고는 그대로 포스를 뿜어냈다.

오러 폭발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비상식적으로 포스를 많이 뿜어내서 주변에 있는 것들과 부딪히게 하는 거였다.

포스를 많이 잡아먹어서 그렇지 그만큼 확실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닥에 균열을 일으켰다.

바닥이 무너져내렸고, 조쉬의 손가락이 애꿎은 땅만 후벼 팠다.

그렇게 3층에서 빠져나와 2층 바닥에 발을 디뎠지만, 주위에 수많은 사용인들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놈을 잡아라!”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조쉬의 명령이 떨어졌고, 이내 사용인들의 몸 일부가 마물로 변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들을 해치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단지, 빠져나갈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마물들을 공격해라!”

아끼면 X된다는 말대로 시계를 돌려서 강철 인형들을 소환했다.

여기 오기 전에 강철 인형들에게 새로운 무기도 들려줬다.

날 중심으로 동그랗게 선 강철 인형들이 주위에 다가오는 마물들을 막아섰다.

그러는 사이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마물들이 내려오려고 구멍을 더 부수고 있었다.

오러 빔

길게 늘어난 오러가 내려오려는 마물들의 몸을 꿰뚫고 부족했는지 고궁의 천장까지 부수며 하늘 높이 솟았다.

그 상태에서 오러를 더욱 강화하며, 천장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유신!!”

조쉬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강철 인형을 다시 회수하고는 칠성검에 바람의 힘을 담아서 몸을 가볍게 만든 후 창문을 향해 뛰었다.

창문을 깨며 밖으로 나오면서 안전한 착지를 위해 바람의 힘에 포스를 더욱 집어넣었다.

그러자, 바람의 힘이 내 몸을 띄워줬다.

이 기회를 살려야 했다.

“땅의 축복. 저 궁전에 지진을 일으켜!”

명령과 동시에 포스가 뭉텅이로 빠지며, 고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의 힘으로 고궁 근처의 높은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그리고 양손에 각기 흑색창을 잡고는 포스를 끌어올렸다.

“지옥에나 가버려!!”

포스 미사일 – 더블

두 자루의 창은 고궁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약 3초간 정적이 지나고, 고궁이 들썩이더니, 이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은 고궁을 재로 만들고,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며, 주위에 강한 돌풍과 함께 충격파를 만들었다.

“땅의 축복!!”

이제 척하면, 척이었다.

내 앞에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한 감이 들었다.

다시 칠성검을 들고는 흙벽 앞으로 얼음의 방벽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폭발의 충격파가 밀려왔다.

순식간에 깨져 나가는 얼음과 파헤쳐지는 흙벽.

이대로는 나도 충격파에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땅의 축복과 칠성검에 포스를 더욱 쏟아부었다.

최근 부족함을 느껴본 적 없던 포스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허억, 허억.”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포스가 모두 떨어지기 전에 폭발은 멈췄다.

[람이시여. 저는 잠시… 쉬어야 할…것…]

“땅의 축복. 땅의 축복! 괜찮아? 야!”

땅의 축복에게서 더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리 땅의 축복이 내 포스를 사용해 힘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까지 소비해서 방어를 했나 보다.

그렇게 땅의 축복이 잠이 들자, 너덜너덜해졌던 흙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조쉬가 있었던 고궁은 거대한 크레이터만 존재했고, 주위에 있던 건물들은 쓰러지거나 반파되어 있었다.

“끝난…헙!”

절대하면 안 되는 말을 할 뻔했다.

사람은 언제나 말 조심. 입 조심을 해야 한다.

마지막 음절을 내뱉기 전에 멈춰서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을 때였다.

콰드득!

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땅이 들썩였다.

아무리 대폭발이라고 해도, 조쉬는 전설이었다.

그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러를 생성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땅이 터져나갔다.

“크아아아악!!! 하유신!!!”

괴성을 내지르는 조쉬, 아니 조쉬였던 마물만이 존재했다.

그의 모습은 고슴도치마냥 머리칼부터 피부까지 날카로운 가시가 뒤덮여 있었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폭발

오러로 이루어진 유성 폭발은 날아가면서 붉게 변했다.

기술에 신비석의 힘을 섞는 건 처음이었지만, 의외로 거부감 없이 쉽게 결합됐다.

단지, 포스 소모가 평소보다 배는 더 많이 들었을 뿐.

콰콰쾅

유성 폭발에 맞은 조쉬의 가슴에 돋아났던 가시가 부서졌고, 폭발의 여파로 뒤로 튕겨졌다.

이번 한 수에 조쉬가 끝나기를 바랐지만, 헛된 욕심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가르기

이번에는 뇌전의 기운을 담아 쓰러진 조쉬에게 후속타를 먹였다.

유성 가르기에 드디어 조쉬의 몸에서 피가 튀었고, 뇌전의 기운 때문인지, 조쉬는 남아있는 날카로운 가시를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지 못했다.

“이제 정…”

또 실수할 뻔했다.

사람이 한 번 실수 했으면 고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안도할 생각은 아니었다.

조쉬를 향해 독의 기운을 뿜어내서, 중독시킨 후, 얼음의 기운을 사용해 통째로 얼렸다.

얼마 남지 않은 포스를 전부 다 사용하자, 거대한 얼음 덩어리의 조쉬가 만들어졌다.

“이제 진짜 힘이 하나도 없네.”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고갈된 포스 때문일까?

지친 나머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누워서 거친 호흡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챙그랑

갑자기 게이트가 생성됐다.

마리 선배인가? 하고 게이트를 바라봤는데, 교황청의 푸른색의 게이트가 아니었다.

피처럼 붉은 게이트였고, 그 안에서 대형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래. 뭔가 평소보다 빨리 끝나는 것 같더라.”

땅의 축복을 통해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제는 그저, 세계 대통령 토마스 피어스가 마리 선배에게 자신이 들을 걸 최대한 빨리 전해주고, 교황청의 인물들이 제 시간 안에 도착하기를 바라야 했다.

“모든 걸 다 꺼내야겠네.”

시계를 돌려서 강철 인형들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펴며, 아람을 불렀다.

아람은 소환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저번에 그 반마족에게 다친 상처도 아직 제대로 치료 못했는데…”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언제나 반듯한 복장을 한 아람이 아직도 찢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자, 여기.”

“응? 상급 마나석 세 개?!!”

평소보다 거한 보상에 아람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일단 내가 최대한 막을 테니까, 빨리 회복해서 날 도와줘. 시간은 얼마면 충분하지?”

“10분이면 된다.”

아람은 공중으로 상급 마나석 중 하나를 입에 넣으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앞으로 십 분.

세상에서 가장 긴 십 분이 될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