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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19화 (219/300)

219화_규슈 지방 정화(3)

라스베이거스에서 조금 떨어진 군사기지.

지구와 일루시안을 통행할 수 있는 차원문이 있는 곳.

지금 차원의 문을 통해 일루시안에서 몇 가지 물건이 지구로 들어왔다.

“앤! 조심해서 들어라. 알다시피 지구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루카스 아저씨.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이게 다 포션의 재료들이라는 것도요.”

“알면 제발 조심해라.”

“네!”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앤의 모습에 한숨이 깊어졌다.

일루시안에서 오는 물건을 받는 것은 교황청에서도 정말 최후의 몇 명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고위 사제들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데, 명령을 내리는 거 하나도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가 성녀의 제자이자, 교황청의 미래인 앤을 컨트롤하기가 점점 힘들었다.

“루카스님.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아. 얀이구나.”

얀은 변성기가 넘어서 목소리가 굵어졌다.

그래서 뒤늦게 얼굴을 보고 얀인 것을 파악했다.

얀 스텔라. 예전에는 앤 스텔라보다 더 다루기 힘든 꼬마였다.

하지만, 유신과 엮인 이후 많이 바뀐 아이이기도 했다.

“그건 저쪽에 분류해 놓으면 된단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루카스님도 조금은 쉬시는 게 어떠세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피부가 많이 상하셨어요. 듣기로는 이틀 동안 공무에 시달리다가 바로 여기로 왔다고 들었어요.”

예전이라면, 하루라도 쉬고 여기로 올 수 있었을 거였다.

그렇지만, 지금 세계는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용병왕의 패배와 그보다 더욱 심각한 세계 경제의 추락 등.

본인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문제를 분석하다 보니, 최근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걱정은 고맙지만, 일단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지.”

“네. 교황청에 들어가서는 좀 쉬세요. 제가…성녀님께 말씀 드려놓을 게요.”

“말이라도 고맙다.”

스텔라 남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성녀였다.

교황청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스승인 성녀를 마주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저 말을 했다는 게 대견스러웠다.

“이제 모든 물건이 다 들어왔나?”

차원의 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갓난아기 주먹보다 작은 빛이 차원 문을 빠져나오더니,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이내 연기처럼 사라졌다.

“응? 방금 뭐지?”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차원문을 바라봤다.

변한 것도, 무언가 넘어온 것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디텍트 주문까지 사용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정말 피곤하기는 하나 보네. 별이 다 보이다니.”

돌아가서는 정말 푹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로치마루는 나타나자마자 입을 벌려서는 독액을 뿜어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내가 나설 차례였다.

독액을 향해 뛰어들며, 칠성검을 휘둘렀다.

검막

포스로 이루어진 막이 오로치마루의 독을 모두 막아냈고, 검막을 타고 독액이 땅에 떨어졌다.

치이이익

땅이 녹아내릴 정도로 강한 독액에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이야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전투가 길어질수록 이곳은 독연으로 가득 찰 것이다.

“땅의 축복. 프란시스코와 타르를 다시 거인들의 땅으로 돌려보내 줘.”

상급 마나석을 던지듯이 땅의 축복에게 건네줬다.

다행히 내 뜻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땅의 축복은 별말 없이 프란시스코와 타르를 이동 시켰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람이시여!!”

“위험합니다!!”

프란시스코와 타르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자, 예상대로 지하 기지는 독연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옷 위로 얇게 포스막을 일으킨 후,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일반적인 독이 커피라면, 저 독은 TXP같이 스페셜해 보였다.

‘얼만큼 호흡을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최대한 빨리 오로치마루와 이시이 히로를 잡아야 해.’

오로치마루에게 진다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다.

단지, 얼마나 빨리 임무를 완수하냐가 중요했다.

그렇게 시간 제약을 안고 오로치마루에게 달려들었다.

블레이드 샷

폭발력 강한 공격에 오로치 마루의 비늘이 한웅큼씩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덩치의 뱀. 오로치마루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거대한 샌드백이 될 뿐이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한 번씩 뿜어진 독액 때문에 이 거대한 공동이 독연으로 순식간에 가득 찼다.

‘단번에 끝내야겠어.’

기간틱 블레이드라면, 오로치마루의 몸을 양분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거대한 공동도 무너질 게 자명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칠성검을 중단세로 들고는 오로치마루의 입을 향해 뛰어들었다.

유성 찌르기

빛살처럼 앞으로 쏘아졌고, 오로치마루는 자신의 입으로 다가오는 날 그대로 삼켜버렸다.

역시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지능까지 높은 건 아니었다.

동물의 본능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오로치마루의 혀를 밟으며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 몸을 풍차처럼 회전시키며, 오러를 뿜어냈다.

그렇게 오러로 오로치마루의 몸을 갈라버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거대한 공동이 발등을 덮을 정도로 오로치마루의 피로 가득 찼다.

휘이이이잉

오로치마루의 목숨이 끊겼는데, 머리 부분에서 에너지가 집중되더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회오리가 치기 시작했다.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게 버티고 있을 때, 오로치마루의 살과 비늘 그리고 피와 독연까지 회오리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것이 그 안에 들어가더니 초록색의 빛이 번쩍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거대한 공동에 요괴들의 사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공동 중앙에 엄지 손톱만한 초록색 돌이 둥둥 떠올라 있었다.

일단 조심스럽게 초록색 돌에 다가가서는 손에 오러를 일으켜서 그걸 쥐었다.

딱히, 어떤 기운을 일으키지 않기에 조심히 오러를 풀었는데, 그저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돌멩이로만 느껴졌다.

“이것도 신비석이라는 건가?”

초록색으로 빛나는 신비석에 흠뻑 빠져있을 때였다.

뒤늦게 이시이 히로가 떠올랐다.

“이런!”

신비석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아사오가 말했던 이시이 히로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지하 기지 안에 파공음을 일으키며 달렸고, 드디어 이시이 히로가 있는 연구실에 도착했다.

문을 발로 차서 부서뜨린 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시이 히로는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하유신!!”

극도의 분노로 인해 두 눈이 새빨갛게 변한 이시이 히로는 그 한 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땅의 축복!!”

[네. 람이시여.]

“지금 방금 사라진 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그건 제 능력 밖입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자, 스스로에게 화가 치솟았다.

“신비석에 빠져들지만 않았다면, 놓칠 일은 없었을 텐데.”

울분을 토하고 있을 때, 땅의 축복이 밝게 빛났다.

[람이시여. 그자를 찾았습니다.]

“응? 그게 무슨…? 설마 이시이 히로를 찾았다고? 찾을 수 없다며?”

[네. 본래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고시마현은 현재 제 권역 안에 있어서 그 안에 일어나는 일은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기 위해 가고시마현을 감시하라고 했던 것이 드디어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그자가 도망가기 전에 빨리 날 그쪽으로 보내줘.”

[알겠습니다. 중급 마나석 5개…아니 2개만 주시면 됩니다.]

재빨리 중급 마나석 2개를 주면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땅의 축복을 바라봤다.

저번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히 땅의 축복은 삥땅을 치고 있었다.

‘지금은 바빠서 그냥 넘어가지만, 나중에 제대로 추궁해야겠어.’

땅이 솟구쳐서는 나를 뒤덮었고, 땅이 가라앉을 때 눈앞에 이시이 히로가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이시이 히로는 새로운 텔레포트 주문서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이시이 히로가 텔레포트 주문서를 찢었지만, 그보다 먼저 검이 양팔을 잘라냈다.

“어? 어? 내 팔…”

양팔만 텔레포트 주문서의 영향을 받고 사라졌다.

자신의 팔이 사라진 이시이 히로는 피를 뿜어내며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악!!”

“후환은 남기지 않는다는 게 내 주의라서 말이야.”

말을 끝내며, 검을 휘두르고, 찔러넣었다.

그렇게 일본의 이식외과 천재 의사이자, 미친 의사인 이시이 히로는 몸과 머리가 분리되고, 심장이 파괴되어 죽었다.

생각해보면, 이 자를 죽이기보다는 교황청에 데리고 가서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을 토해내도록 고문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마음에 걸렸다.

“백각님이 그렇게 말했지. 인간은 욕심 때문에 지구에서 주도적인 삶을 산다고, 하지만, 잘못된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칠성검에 맺힌 피를 털어낸 후, 땅의 축복을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람이시여?]

“방금 왜? 마나석 숫자를 바꿨어?”

[네? 아 그건…여기는 제 권역으로…]

땅의 축복이 말을 더듬거렸다.

심증뿐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심증이 확신이 되었다.

“사실을 말하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걸 그냥 넘어가 줄게.”

[아니…저…그러니까 제가…]

“너도 알지? 나랑 너랑 연결되어 있어서, 약간이지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걸.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불안감이야. 자! 땅의 축복. 나는 관대하다 그러니 사실을 말하거라.”

빛을 뿜어내던 땅의 축복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람이시여. 사실은 지금까지 람께서 주신 마나석의 절반은 힘을 비축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속여왔다는 게 괘씸해서 한마디 하려고 할 때였다.

[제가 지구와 같이 넓은 마음과 멋진 얼굴에 맞는 성품을 지니신 람을 속여왔던 거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하면 좋잖아. 다시는 그러지 마 알았지?”

[알겠습니다. 람이시여.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용서했다고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벌써 용서 받았다고 생각하는 땅의 축복이었다.

솔직히 한차례 일장연설을 하고 싶었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넘어가주기로 마음 먹었다.

절대 지구와 같은 넓은 마음이라고 말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멋진 얼굴과 그에 맞는 성품을 지녔다고 해서 넘어가 주는 건 아니었다.

“근데,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러는데, 힘의 비축은 왜 하는 거야?”

[차후에 람께서 제 버프가 필요할까 봐,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람께서 마족과 싸울 때 제가 비축해둔 힘이 없어서 버프를 주지 못해 그게 한이었습니다.]

나는 최상급 마나석 하나를 꺼내 땅의 축복에게 건네줬다.

“이거로 힘을 비축하고,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됐어. 프란시스코와 타르 좀 다시 소환해줘.”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프란시스코와 타르가 나타났다.

“람이시여. 그 뱀은 어디 갔습니까?”

“다 끝났어.”

그때, 두 거인이 무릎을 꿇었다.

“어? 갑자기 왜?”

“람이시여. 저희가 못미더운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람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저희에게 치욕입니다.”

무릎을 꿇었는데도, 나보다 키가 커서 고개를 들어야 얼굴을 볼 수 있는 두 거인을 바라봤다.

내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이들도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을게. 그럼 지금부터 물어볼 게 있어. 거인들의 전력은 얼만큼 되지?”

“모두가 언제든지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타르. 내가 원하는 건 그 대답이 아니야. 정말 싸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전사의 숫자를 말하는 거야.”

“음…”

타르는 자신의 손가락을 굽히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저렇게 놔두면 오늘 안에 절대 끝나지 않을 거다.

“일단 다시 돌아가서 각 부족마다 전사 백 명씩을 선발해줘. 정확히 24시간 후에 그들에게 임무를 부여할 거야. 할 수 있지?”

“람의 명을 따릅니다.”

프란시스코와 타르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땅의 축복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눈치 좋은 땅의 축복이 그들을 다시 거인들의 땅으로 돌려보냈다.

“땅의 축복. 준비가 끝난 부족부터 구마모토현, 나가사키현 그리고 사가현으로 보내줘. 거기서 모든 요괴를 박멸하라고 전해줘. 요괴 박멸이 끝나면, 여기 규슈 지방을 한 바퀴 돌면서 남은 요괴가 없게 만들라고 해주고. 이건 그때 이동용으로 사용할 거고.”

최상급 마나석을 하나 더 꺼내 땅의 축복에게 전달했다.

전설들이 그래왔듯이 확실히 나만의 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의 싸움도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최상급 마나석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투자할 때는 확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백각님께 날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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