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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16화 (216/300)

216화_움직이기 시작한 마족 숭배자

“그게 무슨 말이냐? 도미니크님이 죽었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아나탁스님. 도미니크님이 릴라님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들에게 사살당했습니다.”

“이럴 수가…”

코끝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올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도미니크가 죽었다는 게 너무나 현실감이 없었다.

“범인은? 범인은 누구냐?”

“그게 저희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보부대가 그것도 파악하지 못해?! 쓸모없이 돈이나 쳐먹는 놈들! 당장 예산부터 줄여버려야겠어!”

사실, 정보부대에 들어가는 돈을 마음대로 줄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해놓으면, 상대는 당연히 기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은…이건 아나탁스님만 아셔야 합니다.”

“그래. 말해라.”

“위에서 쉬쉬하고 있는데… 교황청의 성녀가 릴라님을 교황검의 새로운 검. 하유신이 도미니크님을 사살한 것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조사하기에는 아시다시피…”

상대가 뭘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걸 부합해줄 능력도 있었고.

“자. 받아라.”

서랍에서 꺼낸 것은 하나의 카드였다.

“비상활동자금으로 백만 달러가 들어 있다. 일주일 후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니 그동안 사용하든 찾든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쓸모도 없는 정보대원은 간사하게 웃으며 카드를 받아서 품에 넣었다.

“그런데 비번은?”

“정보가 먼저다.”

“현재 마리는 교황청에 있으며, 하유신은 몸을 숨긴 상황입니다. 저희에 조사에 따르며, 도미니크님을 하유신이 이기기는 했지만, 그놈 심한 부상을 입어서 요양 중인 것 같습니다.”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게…”

주위를 둘러보던 정보대원이 조심히 귓속말을 읊조렸다.

“사실… 루이스 장로님께서 하유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았다.”

“저 그러면 비밀번호는?”

“6413이다.”

“감사합니다.”

돈을 찾기 위해서 후다닥 나가는 정보 대원을 보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자신이 아무리 마신 숭배자라는 이 단체의 총 자금을 담당하고 있지만, 장로들을 만나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오죽하면 입교한 후, 제대로 만나 이야기를 한 게 겨우 두 번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데…”

자리에 앉아,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어떻게 할까 생각에 빠졌다.

여러 가지 술수가 생각났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위험한 일들이었다.

까딱 잘못하면은 하유신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전에 아니, 장로를 만나기 전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복수라는 행위를 꼭 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때 집무실 밖에서 노크가 들려오더니,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처음 본 사내였다.

“누군데, 주인의 허락도 없이 이곳에 방문했지?”

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펜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렀다.

마신 숭배자의 경제와 돈을 움직이는 이곳은 모든 게 대외비였다.

허가 없이 들어온 자. 실수로라도 문을 연 자. 모두가 동등하게 목숨을 잃게 하는 곳이었다.

“루이스 장로님의 전언이다.”

“응?”

상대는 검붉은 패를 내밀며 말했고, 예상치 못한 말에 한 박자 늦게 무릎을 꿇었다.

“아나탁스가 장로님의 전언을 경청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이 끝나자, 이곳으로 들어왔던 낯선 사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사내가 있던 자리에 텔레포트 스크롤이 놓여 있었다.

“이건 기회다.”

무슨 이유로 자신을 찾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꼭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

이시이 히로. 최악의 의사이자, 미친 과학자로 이름 높은 그는 아직 일본의 의학서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능력을 얻은 2100년 이시이 히로는 이식외과의 교수였다.

거기다가 생긴 능력은 동기화였다.

일반 돼지의 간을 인간에게 이식해도 전혀 부작용이 없게 원래 그 사람의 간처럼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이 낳은 천재 의사 이시이 히로. 22세기의 의학계를 이끌어 갈 것이다.”

아무리 능력 때문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시이 히로를 칭송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간들의 대전쟁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몬스터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 시작했다.

코흘리개 아이에게 오크의 심장을.

아토피가 심한 사람에게 트롤의 피를.

그렇게 몬스터와 인간을 합치다 보니 이시이 히로는 깨달았다.

“몬스터의 힘을 인간에게 옮겨 심으면, 인간도 몬스터도 아닌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어.”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의학은 광기가 되어서 새로운 종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광기에 물들었을 때, 그의 주변은 언제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크크. 이 내가 일본을 위해. 일본의 신화를 재탄생 시키겠다.”

그렇게 미친 과학자는 아귀, 오니처럼 흔한 일본 전통 요괴부터 시작해, 텐구와 풍신 그리고 뇌신이라는 네임드 요괴까지 만들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새로운 인류를 망가뜨리다니!”

평생을 소비해서 만든 창작물이 한 번의 전투에 사라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창작물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유신이 챙긴 그 보물들은 다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있어야 제2의 풍신, 뇌신 등을 만들 수 있었다.

“아사오. 놈은 지금 어디 있지?”

한쪽에 앉아 있던 목이 1m는 넘어 보이는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 가고시마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좋다. 나가사키현의 우귀와 구마모토현의 구미호를 부르고, 오로치마루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아사오.”

“네. 주인님.”

“감히 내가 하는 말에 또다시 눈물을 흘려? 이번 일만 끝나면, 또다시 목이 한 뼘 늘어나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아시오는 혼비백산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눈물을 흘렸다.

“주인님.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죽이기는 왜 죽여? 너처럼 아름답고 유능한 비서를.”

***

토마스 피어스는 요즘 너무나 행복했다.

자신의 지지율은 역대 그 어떤 세계 대통령보다 높이 치솟았다.

그 모든 일의 시작은 전설들과 교황청 그리고 하유신의 도움으로 진행된 인류화 작업 때문이었다.

“마족 숭배자들이 활개를 칠 때는 지지율이 최악을 찍었는데, 칼 제라니가 죽고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하다니, 이걸 바로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건가?”

새로운 루키의 죽음은 전세계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고, 엉덩이가 무거운 전설들을 움직이게 했다.

임기 동안에는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저 채워 넣기 식으로 만들었던 인류화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말 그대로 세계 대통령 최초로 연임도 가능할 것 같았다.

“계획했던 모든 게 다 이루어지다니. 말년에 좀 더 힘내서 일할 수 있겠군.”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각하. 내각 회의 시간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거짓 웃음이 아니라, 진실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향할 때였다.

저 멀리서 헐레벌떡 세계 경제부 장관이 뛰어오고 있었다.

“허허. 천천히 움직이세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각하. 큰일입니다. 지금…경제가…주가가…”

“주가가 왜 어떻다는 겁니까? 숨 좀 돌리고 말하세요.”

경제부 장관은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말을 내뱉었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주식이 다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세계 대통령이 된 후에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경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대안은 있는 겁니까?”

“일단 주가 폭락을 최대한 막기 위해 세계정부 예산을 끌어다 최대한 막고 있었는데, 오전 만에 일 년 치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최대한 빨리 추가 예산을 마련할 테니 어떻게 해서든 막으세요.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예산을 빼내서 경제부 쪽으로 추가 예산을 마련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파졌다.

일단 부딪혀서 어떻게 해야 하기에 서둘러 내각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그 안은 시장통이나 다름 없었다.

“각하. 회의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인류화 작업에 돌입했던 인원들이 실종되기 시작했습니다.”

“멕시코에서 세계정부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지금 그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야! 각하! 브라질에서 마족 숭배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내각 인원들의 외침은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때 뒤늦게 들어온 정보부 장관이 정신없는 내게 문서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교황청에서 세계정부에 숨어있는 마족 숭배자들과 악마들의 하수인 그러니까 파수꾼의 명단을 보내왔습니다.”

재빨리 서류를 열어서 넘겨보았다.

명단은 꽤나 자세히 작성되어 있었고, 명단에 있는 자들이 어떤 식으로 활동해왔는지 적혀 있었다.

“제이 벨포트? 지금 경제부 장관은 어디 있나요?”

명단에서 경제부 장관의 이름을 찾았고, 경호 인력에게 재빨리 그를 수소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돌아온 경호 인력은 멍청하게도 모두가 있는 이곳에서 크게 소리쳤다.

“각하! 경제부 장관인 제이 벨포트가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습니다.”

내각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왔던 모든 장관이 그 소리에 더욱 혼란스러워 했다.

그때,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지나갔다.

‘이건 연임이 문제가 아니잖아. 역사에 길이 남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어.’

***

미아자키현에서 생각지도 못한 싸움이 일어났지만, 그 싸움으로 인해 미아자키현은 폐허가 되었고, 그로 인해 식물의 생태계가 파괴됐다.

“식인 식물들이 대부분 몰살했으니까 다행이지. 아후~ 근데 여기는 왜 이렇게 뱀이 많아?”

가고시마현은 징그러운 뱀들의 천국이었다.

“쌍두사에 포이즌 스네이크까지. 와~ 자기들끼리 잡아먹기도 하네.”

여기를 둘러봐도 뱀. 저기를 둘러봐도 뱀이었다.

세상의 모든 뱀은 여기에 다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의 환골탈태로 인해 만독불침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독은 그냥 이겨낼 수 있지만, 딱히 물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포스막과 호신강기를 상시 사용하면 움직였다.

“이 많은 뱀을 다 어떻게 처리하지?”

다른 것보다 뱀처리가 가장 성급했다.

“한국 땅꾼들한테는 천국일 테지만, 나한테는 그저 징그러운 몬스터들 뿐이네.”

혼자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있을 때,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눈 앞에 있는 땅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람이시여. 맡기신 모든 일을 다 하고, 제가 돌아왔습니다.]

평소보다 더욱 활기차 보이는 목소리로 땅의 축복이 외쳤다.

녀석은 모든 아귀를 에너지로 바꾼 게 좋았는지 평소보다 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

[아닙니다. 람이시여. 정확히는 이주하고 오일 그러니까 십 구일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빨랐네.”

[조금이라도 빨리 람을 모시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그래. 잘했다.”

그때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땅의 축복. 혹시 말이야. 가고시마현의 모든 뱀을 모아줄 수 있어?”

[불가능합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들려오는 확답에 약간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플랜A가 망가졌다고 플랜B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 말이야. 여기 가고시마현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 앞으로 날 보내 줄 수 있어?”

[탐색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지만, 가능합니다.]

“그래? 얼마나 걸릴까?”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좋았어. 바로 찾아줘.”

[상급 마나석 두 개만 주시면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냥 내가 찾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땅의 축복에게 상급 마나서 두 개를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탐색을 시작하겠습니다.]

탐색하는 땅의 축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땅의 축복이 자신의 에너지를 축적하려고 나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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