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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15화 (215/300)

215화_신비석(3)

노사의 막내 제자이자, 날 형처럼 따른 던 리우가 연락한 적이 있었다.

그때, 리우의 말로는 내가 칼 제라니라는 신분으로 배틀필드에 참가했을 때, 날 방해했던 놈이 앤드류라고 했다.

그때 리우는 길길이 날뛰며 어떻게 해서든 앤드류를 추락시키겠다고 한 걸 말리느라, 진땀을 뺐었다.

“그때, 말리는 게 아니었는데.”

“혼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

“아직도 머리 위에서 얼쩡거리네. 이만 내려와.”

발검과 쏘아낸 오러가 마물의 몸을 양단했다.

감이 좋은 건지 앤드류가 타이밍 좋게, 마물의 몸을 박차서 오러를 피했다.

떨어지는 마물을 향해 몸을 날린 후, 마물을 박차고는 텐구에게 쏘아졌다.

지금 다른 놈들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지만, 가장 큰 위험은 텐구였다.

‘포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풍신이 텐구 앞을 가로막고는 바람의 주머니를 열었다.

공중이었고, 포스 분출이 자유롭지 못해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회피가 안 되면, 무식하게 움직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바람의 기운을 무작정 받아냈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움직였지만, 수십수백 차례의 공격을 받다 보니, 속도는 느려졌고, 텐구는 벌써 저만치 피했는데, 뇌신의 공격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크으으윽…”

호신강기가 뇌전의 기운을 대부분 해소했지만, 남은 잔류가 몸을 훑었다.

그렇게 잠깐 경직된 사이, 뒤를 내주고 말았다.

“날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앤드류의 쾌검이 내게 치켜들었다.

경직된 근육과 신경이 움직임을 방해했지만, 가까스로 검을 들어서 쾌검을 방어했다.

콰아앙

검과 검의 부딪힘이 아니었다.

흡사, 건들기만 하면 터지는 폭탄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크…능력이 아니군.”

“흥. 능력만 믿는 멍청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용병은 말이야, 이기기 위해서는 별의별 수단을 다 발휘해야지.”

내가 용병은 아니었지만, 저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맞는 말이야. 내가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스스로를 옥죄어왔어.”

“그딴 핑계는 지옥에서나 떠들어!”

다가오는 앤드류를 보며 칠성검을 이화접목의 수법에 맞게 휘둘렀다.

폭발하는 검을 그대로 맞설 수는 있지만, 앤드류의 힘을 이용하기로 생각했다.

그렇게 앤드류의 검과 내 칠성검이 폭발하지 않고, 딱 달라붙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앤드류가 검을 뒤로 빼며, 앞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오른쪽으로 검을 빼며, 난 왼쪽으로 검을 움직여서, 실제로 붙어있지 않지만, 붙어버린 것처럼 검이 이리저리 따라다녔다.

그렇게 앤드류가 점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아주 살짝 검을 떼어낸 후 다시 부딪혔다.

약간의 폭발력에 앤드류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다시 이화접목의 수법을 사용해, 앤드류의 검을 빼앗아서 뒤로 날려버렸다.

“검 하나를 뺏었다고 이긴 것처럼 굴지 말아라!!”

새로운 검을 꺼낸 앤드류를 보며, 나는 훌쩍 뒤로 물러났다.

목표는 이루었다.

콰아아앙!

텐구를 공격하려면 풍신이 막아선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뇌신의 공격이 이어진다.

텐구를 공격하지 않고, 텐구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폭발력을 담은 앤드류의 검을 텐구 뒤편으로 날렸고, 피리를 불고 있던 텐구가 폭발에 휘말려, 피리를 놓쳤다.

블레이드 샷

다시는 피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철저히 파괴까지 시켰다.

그렇게 소리가 끊기자, 지금까지 움직임이 더뎠던 포스가 기지개를 펴고는 빠르게 몸 안을 휘돌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해볼까?”

규슈 지방에 온 후, 수련을 위해 지금까지 억제해왔던 포스를 풀어헤쳤다.

아주 잠깐 실체화된 포스가 내 몸에 넘실거리며 흐르더니, 재빨리 갈무리됐다.

칠성검에 오러를 생성한 후, 풍신이 지키고 있는 텐구에게 달려들었다.

풍신은 내가 다가오지 못하게 바람의 주머니를 열었다.

휘이이이잉

거센 바람과 응축된 바람의 검기가 또다시 앞을 가로막았지만, 날카롭게 벼려진 오러가 바람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서걱.

텐구와 풍신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풍신의 바람 주머니에 상처를 입혔고, 찢어진 틈으로 바람이 마구 요동쳤다.

콰르르릉

뇌신의 공격이 왜 없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알겠다.

지금까지 차원이 다른 공격을 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

번개는 절대 피할 수 없다.

포스와 오러로 막는다고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번개는 전기다. 전도체의 특징을 살려서 다른 걸 맞추게 만들면 됐다.

아공간에서 흑색창을 꺼내서 하늘 위로 집어 던졌다.

번쩍.

번개는 흑색창을 소멸시켰다.

그렇다고 힘을 잃은 것도 아니었지만, 통제권을 잃었는지 주위에 있던 마물들에게 떨어졌다.

콰르르릉

뒤늦게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주위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물들의 키가 나보다 월등히 커서 대부분의 번개를 마물이 맞고 말았다.

물론 내게도 약간 떨어졌지만, 이 정도로 미약해진 뇌전의 짜릿함을 견디면서 검을 휘두르면, 충분히 옆으로 흐르게 할 수 있었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던지기

오러에 별빛 찬란한 기운을 담아서 뇌신에게 보냈다.

조용히 날아간 오러는 뇌신을 꿰뚫은 후, 그대로 하늘 위로 치솟았다.

파사사사삭

뇌신은 재가 되어 사라져 갔는데, 들고 있던 북채가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저 북채가 뇌신이 번개를 일으키는 도구였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마물들을 밟아가며 그곳으로 향했다.

“오케이. 겟!”

북채를 잡자마자,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아직도 바람 주머니와 싸우고 있는 풍신을 바라봤다.

이곳에 와서 불꽃과 냉기를 일으키는 뿔들과 번개를 일으키는 북채를 챙겼다.

거기다가 바람을 만드는 바람 주머니까지.

정확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모두 욕심나는 물건들이었다.

“저것까지 챙겨야겠어.”

발바닥에 포스를 집중해서 풍신에게 가려고 할 때였다.

“크아아악!”

“크헤헤헥!”

뇌신의 번개에 의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마물들이 내게 먼저 달려들었다.

그들의 위협적인 손톱과 이빨 그리고 파괴적인 주먹질과 발길질을 피하며, 눈은 바람의 주머니를 향하고 있을 때였다.

“날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앤드류가 악을 지르며 공중에서 검을 내리치며 내려오고 있었다.

회피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복잡했고, 공중으로 점프하기에는 앤드류의 검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칠성검에 오러를 모아 거검을 만들었다.

이 기술은 거인들의 도시에서 프란시스코, 타르, 카마엘과 대련을 통해 만든 무식한 기술이었다.

기간틱 블레이드

너비 1m, 길이 5m에 달하는 오러가 칠성검에 맺혔고, 그대로 사방을 향해 휘둘렀다.

마물들의 가죽과 뼈는 너무나 쉽게 잘려 나갔다.

그렇게 주변의 마물을 순식간에 정리한 후, 마지막으로 앤드류의 검격와 기간틱 블레이드가 부딪혔다.

콰아아아앙

앤드류의 검격에는 다크 블레이드가 맺혀있어서 기간틱 블레이드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파워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날아왔던 것보다 더 빨리 뒤로 튕겨 나간 앤드류가 보였다.

앤드류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재빨리 쏘아질 때였다.

스르르륵

앤드류의 그림자에서 인간형상의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앤드류를 챙겨서는 그대로 사라졌다.

갑자기 생겨난 그림자도 그림자였지만, 사라진 앤드류 때문에 약간 벙찐 기분이 들 때였다.

주변에 깔려 있던 마물들이 지금보다 더욱 흉성을 드러내며 내게 치달았다.

“꿩보다 닭이다!”

아직 건재한 기간틱 블레이드를 마물들에게 뿜어내며, 풍신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걸 느껴서일까? 풍신은 바람의 주머니 제어를 포기하고는 내게 활짝 열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풍신의 앞에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돌풍이 불어 닥쳐서는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너튜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토네이도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돌풍에 휩쓸리는 것은 자명했다.

뒤로 몸을 피하려고 할 때였다.

피이잉

날카로운 바람의 힘이 포스막을 뚫고는 내 볼에 상처를 입혔다.

지금 이 구역 자체가 토네이도의 권역이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야 했다.

“크아아아아악!! 이판사판이다!!!”

그냥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기간틱 블레이드를 쉴새 없이 휘둘렀다.

일검 일검 휘둘렀던 오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빼곡하게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오러를 실체화시킨 다음. 중단세 자세를 취했다.

유성 찌르기

아직 모든 상황에서 이 능력이 발동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유성 찌르기만 사용하면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걸 십분 활용해서, 천천히 검을 앞으로 찔러넣었다.

기간틱 블레이드와 앞에 뭉쳐있던 오러가 맞닿자, 내 몸이 오러에게 이끌려 앞으로 쏘아졌다.

파아앙

눈앞에 보이던 토네이도를 갈랐다.

그 상태에서 힘은 멈추지 않고, 앞을 가로막은 마물들을 꿰뚫었다.

마지막으로 아직 바람의 주머니를 움켜쥐고 있던 풍신을 지나쳤다.

정신없이 앞으로 쏘아졌고, 어느 순간 낯선 숲속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아…하악… 꽤 강한데?”

최강의 강도를 자랑하는 칠성검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만큼 강한 공격이었다는 것에 놀라며 고개를 돌려 왔던 곳을 바라봤다.

“대…박. 이걸 내가 했다고?”

거대한 검격이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걸 파괴하고, 뒤집어 놨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새로운 기술에 즐거움도 잠시.

“안 돼! 바람의 주머니!!”

나는 제발 풍신의 바람의 주머니가 멀쩡하기를 바라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

루이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앤드류를 바라봤다.

앤드류가 하유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참히 깨질 줄은 몰랐군.”

그림자를 시켜 앤드류에게 포션을 주입하도록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앤드류의 상처는 대부분 치유가 됐고, 정신을 차렸다.

“크으윽!! 하유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앤드류가 주위를 둘러보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는 이내 여기가 어디인지 깨달았는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님! 제게 힘을 주십시오!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을 주시면 제가 하유신 그놈의 목을 꼭 가져오겠습니다!!”

바닥에 이마까지 찍으며 말하는 앤드류의 모습이 심히 유쾌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준비가 됐군. 좋다. 내가 너에게 마지막 힘을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아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따라와라.”

군 말 없이 일어나 앤드류가 내 뒤를 쫓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거대한 성당이 있는 곳으로 수십 개의 문양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었다.

“앤드류. 여기서 네가 끌리는 문양을 선택해라.”

“알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문양은 72악마를 상징하는 문양들이었다.

여기서 앤드류가 어떤 문양을 선택할지는 스스로가 정해야 했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악마를 선택했을 때, 그에게 헌신하고, 제대로 된 제물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신중해야 한다.”

“저는 신중합니다. 다른 문양에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고, 오직 이 문양만 제게 보일 뿐입니다.”

앤드류가 선택한 문양을 바라봤다.

거대한 제단 위에 네 명의 사람이 서 있는 문양.

72악마 중 바알을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악마의 문양.

“크하하하핫. 정말 이 문양을 선택하겠다고?”

“그렇습니다.”

“역시 나는 보는 눈이 있군. 좋다. 지금부터 의식을 거행할 것이다. 너에게 끝없는 힘과 가장 많은 악마 군단을 가지고 계시는 파이몬님의 힘이 부여될 것이다.”

의식이 끝나면, 앤드류는 파이몬의 힘을 가질 것이다.

그 대신, 앤드류의 영혼은 사라질 것이지만, 다른 악마도 아닌 파이몬님의 품에 들어가는데, 그에게는 축복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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