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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13화 (213/300)

213화_신비석(1)

아귀를 잡을 때는 놈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반대로 오니들은 내가 찾아서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되자, 오니들은 무작정 날 발견해도 무작정 공격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단지, 내가 틈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놈들아! 그래도 생리현상 때 공격하는 건 선 넘었지.”

소변을 보고 있을 때 달려든 오니를 흉측한 손톱과 함께 목을 베어내자, 다른 오니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뒤쫓으려다가 우선 마무리를 짓고는 바지 지퍼부터 올렸다.

“치사한 놈들!”

뭐 전투를 하다 보면 밥을 못 먹고, 잠을 못 자는 건 비일비재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생리현상을 건드리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나를 대인배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속이 좁다.

“특히, 몬스터들에게는 더욱 옹졸하지.”

빠르게 흩어지는 오니들에게 달려들었다.

도망치는 오니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였다.

저 앞에서 두 개의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쿵. 쿵.

고전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푸른 오니와 붉은 오니가 흉악한 얼굴을 한 채 날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자신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면, 저런 것까지 만든 거지?”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오니들을 바라보며 칠성검을 움켜쥐었다.

오니들에게 일말의 감정이 있지도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저들은 인간에게 해가 되는 몬스터일 뿐이었다.

“대검이랑 거검을 많이 봤지만, 저런 무식한 무기는 또 처음이네.”

붉은 오니와 푸른 오니는 동화에서나 보던 통쇠에다가 뾰족한 가시가 달린 쇠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칠성검은 빈약해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저건 너무 무식하다. 이렇게 유려하게 생긴 게 좋지.”

말도 안되는 농담에 칠성검이 호응하듯 부르르 떨었다.

그 사이, 일반 오니들이 나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한 방에 가자.”

검을 중단세로 들어 올리자, 주변에 있던 일반 오니들이 달려들었다.

그 상태에서 검날을 세우자,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이 변했다.

저벅.

날 물어뜯기 위해 달려오는 오니의 뻐드렁니에 누런 치석이 가득한 게 보였다.

저벅.

공중에서 달려들던 오니의 더러운 손톱이 내 머리를 향해 치켜들었다.

저벅.

녹이 슬거나, 부러진 무기를 찔러넣는 오니를 지나쳤다.

쭉 미끄러지듯이 움직여서 붉은 오니와 푸른 오니 사이를 지나쳤다.

시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앙!

붉은 오니는 오른팔과 가슴이, 푸른 오니는 왼발과 옆구리가 뜯겨 나가 있었다.

거기다가 일반 오니들은 닿지도 않았는데, 충격파에 튕겨낸 후, 미동이 없었다.

단 일합에 오니들의 목숨이 사라졌고, 죽은 오니들보다, 이렇게 만든 내가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게 진정한 유성 찌르기구나.”

왜 라이언 선배가 포스로 큰 기술을 쓰기보다는 최대한 몸에 가두고, 절제하라고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귀를 거쳐, 오니를 물리치는 동안 몸의 반응속도가 달라졌다.

“이대로만 진행하면, 백각님의 임무가 끝났을 때, 확실한 감각을 잡을 수 있겠는데.”

그때, 붉은 오니와 푸른 오니가 재가 되면서 자신들의 뿔과 고철값으로 두둑이 받을 수 있는 방망이를 남겼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주워들었을 때였다.

그저 자연스럽게 붉은 뿔이 서로 부딪혔다. 아니 부딪혔다는 표현보다는 맞닿았다. 그런데, 거대한 화염이 뿔을 통해서 솟구쳤다.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뿔을 놓쳤다.

그렇게 뿔이 다시 떨어지자, 화염이 사그라졌다.

“이게 뭐야?”

화력이 좋은 부싯돌을 얻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게 어떤 위력을 낼지 모르기에 잠시 멈춰서는 실험에 들어갔다.

양손에 붉은 도깨비의 뿔을 들고 혹시 모를 상황에서 포스로 몸을 보호했다.

준비를 끝낸 후, 양손에 들고 있는 뿔을 서로 맞닿게 하자, 전방에 거대한 화염이 뿜어졌다.

실험을 모두 끝내고 나니, 붉은 뿔은 화염을, 푸른 뿔은 냉기를 뿜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별게 다 있네.”

나중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뿔을 따로 분류한 후에 챙겨 넣었다.

“일단 임무가 먼저니까.”

그렇게 오이타현의 남은 오니들을 잡으며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미아자키현에 들어섰다.

여기는 다른 곳과 달리 열대우림이 연상되는 곳으로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여기부터는 식물 몬스터가 있다고 했지.”

아무리 내가 몬스터 대백과사전을 달달 외우듯이 알고 있다고 하지만, 선뜻 완벽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챕터는 당연히 식물 쪽이었다.

식물 부분은 정보가 부족하기도 했고, 내가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였다.

그나마 공통점에 가까운 것은 화염에 약하다는 게 다였다.

“그럼 신무기를 써볼까?”

한 손에 붉은 뿔을 같이 쥐자, 화염이 솟구쳤고, 그대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미아자키현의 식인 식물들에게 휘둘렀다.

***

유신이 아귀들과 싸우고 있을 때, 마리는 집무실에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루카스. 세계정부 업무 요청 건은 일단 다 반려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뭘 요청하는 거야?”

루카스가 서류의 타이틀을 힐끔 보며 입을 열었다.

“다크 프리스트쪽에서 요청한 출장비용입니다.”

“그걸 내가 몰라서 그래?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크 프리스트 수장이 그나마 하유신님의 얼굴을 봐서,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합니다.”

“하! 진짜 하유신은 공짜로 쓰고, 같은 교황청 소속인 나한테는 이렇게 비싸게 굴겠다는 거야? 이 영감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어떻게 반려 처리합니까?”

교황청에서 유일하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 단체가 있다면, 다크 프리스트들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평소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이대로 처리해. 그리고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하라고 전해주고.”

“알겠습니다.”

같은 교황청 소속이지만, 가장 친해지기 힘든 단체가 다크 프리스트들이다.

그들에게 부탁한 것도 있고, 따로 부탁할 게 더 있기에 돈으로라도 환심을 사두면 나중을 위해서도 좋았다.

거기다가 최근 유신 덕분에 교황청의 예산은 넘쳐나고 있었다.

“마족 숭배자의 앞잡이들은 어떻게 됐지?”

“네? 파수꾼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까지 참아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유신 또는 다크 프리스트 수장의 영향 때문일까?

최근에 옛날 성격이 그대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러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진정한 후 말을 이었다.

“그래. 파수꾼들. 그들은 얼마나 찾았지?”

“심판자들이 집계한 숫자는 약 열일곱 명인데, 다크 프리스트들이 정확한 인원 수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단 거기는 놔둬,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알겠습니다.”

루카스가 보고를 끝낸 후, 집무실을 나섰다.

이제는 홀로 업무를 처리할 때였다. 그렇지만, 책상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서류를 보니, 답답함을 밀려왔다.

“커피라도 한잔하고 시작해야겠어.”

호출기 쪽으로 손이 갔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잠깐이라도 이 지겨운 서류 작업을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커피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커피를 타서 이제 막 한 모금 마시려고 할 때였다.

“성녀님.”

집무실에 들어올 때 언제나 노크부터 했던 루카스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평소와 달리 급해 보였다.

일단 커피잔을 내려놓고 루카스를 바라봤다.

“빨리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죠?”

“용병왕 로저 시거가 빈사 상태로 교황청에 왔습니다.”

“로저가요? 어딘가요?”

“지금 치료실로 이동 중입니다.”

서둘러 치료실로 달려가면서 머릿속으로는 이걸 통해, 로저 시거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많이 변했구나.’

예전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언제나 욕설부터 했었지만, 다친 사람이 있다면, 언제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계산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씁쓸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 어느새 치료실에 도착했다.

“로저!”

13인의 전설이라는 명칭보다, 용병왕이라는 칭호를 더 좋아했던 로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었고, 검사의 생명인 오른팔을 잃은 채였다.

그나마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프리스트들이 쉼 없이 힐을 퍼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겨우 응급처치에 불과할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온몸이 마기에 침식되었군.”

“마기 말입니까?”

루카스의 질문에 고개를 끄떡인 후, 로저에게 다가갔다.

“리커버리.”

최고위 회복을 걸었지만, 로저의 몸은 쉽게 낫지 않았다.

나는 양손으로 리커버리를 유지하며 고개를 돌려 루카스를 돌아봤다.

“당장 레이지를 데려와. 어서!”

“아.알겠습니다.”

루카스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레이지가 라이언과 함께 치료실로 들어왔다.

“언니. 무슨 일인가요?”

“레이지. 정화로 마기를 없애야 해.”

“알겠어요.”

대답과 동시에 레이지는 내 옆에 섰다.

“정화!”

한 번의 정화로 로저의 몸에 깃든 마기의 십 분의 일이 날아갔다.

예전에도 레이지의 정화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못 본 세월이 길었던 만큼 더욱 강력해졌다.

저렇게 강화된 정화가 모두 레이지의 외로움과 슬픔 때문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기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치료사들은 치료를 시작해.”

뒤에 떨어져 있던 치료사들이 다시 로저에게 붙어서는 힐을 쏟아부었다.

마기가 사라진 상처는 힐에 의해 치료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오른팔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지.”

로저를 치료하는데, 오른팔까지 되돌리려면, 손해이기는 했지만, 한 번 빚을 만들어 둘 때 제대로 해야 했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준비한 후, 재생 주문을 외우려고 할 때였다.

“끄응…”

정신을 잃었던 로저가 신음과 함께 깨어났다.

“로저. 정신이 들어?”

한동안 말이 없던 로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날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내가 운이 좋았군. 성녀와 그림자의 주인까지 있다니.”

“어떻게 된 거야?”

“방심했을 뿐이다.”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누가 널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데?”

한껏 인상을 찡그린 로저는 끝낸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사라진 오른팔을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 봐. 곧 재생시켜줄게.”

“아니. 괜찮다.”

“뭐?”

“이건 방심의 대가이니.”

“그런 멍청한 소리가 어디 있어.”

“크하하하하핫! 성녀가 날 걱정하다니 이거 영광이군.”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프리스트들의 치료가 끝났는지,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반송장이나 다름없던 로저를 살리느라 지쳤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신세는 내가 죽어서라도 갚도록 하지. 그럼 이만.”

로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지금까지 뒤로 물러나 있던 라이언이 앞으로 나서더니, 로저의 큼직한 어깨를 한 손으로 붙잡고는 그대로 눌렀다.

“그림자의 주인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못 볼 꼴을 보이는군.”

“마리.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 줘.”

“모두 잠시 자리를 비켜줘.”

루카스와 프리스트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치료실을 벗어났다.

“레이지. 미안한데, 잠깐 나가 있어 주겠어?”

“알았어. 오빠.”

레이지는 불안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 후, 치료실을 나갔다.

라이언은 외부인들이 다 자리를 비우고도 부족했는지, 그림자를 이용해, 이곳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자. 로저. 이제 말해볼까?”

“흥!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다.”

“네가 여기 실려 왔을 때 몸에서 지독한 마기를 풍겼다. 그래도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

“용병왕의 자존심도 좋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누구한테 배신당한 거냐?”

배신이라는 말에 로저가 살짝 반응했다.

하지만, 다시 입을 꾹 다물다가, 나와 라이언의 눈빛에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집안일일 뿐이다.”

다시 로저가 입을 다물자, 라이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와 다리우스는 지금 지구에 있지. 계속 집안일을 핑계로 입을 다물면, 어쩔 수 없이 너와 관계된 모든 핏줄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거야.”

“그게 무슨!”

발끈하는 로저를 무시하고, 라이언의 말은 계속 됐다.

“지구에 마기를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가 때려죽여도 뭐라 할 수 없다고,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협약에 넣어둔 것 같던데? 자. 로저. 너도 우리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 마지막으로 묻겠다.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지?”

라이언의 사나운 협박에 로저는 고개를 숙이고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앤드류 시거. 내 막내아들의 짓이다. 그놈에게 철퇴를 내릴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되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군.”

“라이언!!”

“마리. 그렇게 흥분하지 마. 로저의 말이 맞아. 자식 교육은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가 시키는 게 맞아. 근데, 로저. 지금 그 몸으로는 힘들 것 같아. 그러니 일단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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