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12화 (212/300)

212화_임무와 수련(2)

아귀는 인간들의 욕심으로 태어난 몬스터라서 마정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가죽, 뼈, 살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백각이 꼭 없애야 한다는 몬스터 중 한 종류를 끝장냈지만, 남는 게 없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을 남기는데, 너는 아무것도 남기는 게 없구나.”

그나마 이빨은 단단해 보였지만, 인간의 치아와 성분 구조가 똑같다고 들었다. 즉, 정말로 가져갈 게 하나도 없었다.

“땅의 축복.”

[네. 람이시여.]

“아귀 사체를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땅에 묻어야 할 것 같은데, 마나석이 얼마나 들까?”

땅의 축복이 아무 말 없다가 이내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중급 마나석 5,241개 또는 상급 마나석 273개가 필요합니다. 최상급 마나석 2개를 쓰시면 모두 처리하고 힘이 조금 남게 됩니다.]

정말 땅의 축복은 효율이 극악이었다.

물론 아공간에 저 정도 양의 마나석은 있지만, 사체 처리에 그 많은 걸 쓰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내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서일까? 땅의 축복이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더니 없는 입을 열었다.

[람이시여.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응? 다른 방법?”

[네. 그렇습니다. 중급 마나석 10개로 이 주위의 사체를 가지고 에너지를 만들어서 계속 차근차근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 좋은 방법이 있었네. 왜 그걸 이제야 말해? 일단 그렇게 처리하자.”

서둘러 새로운 방법을 종용하자, 땅의 축복이 약간 시무룩한 것처럼 느껴졌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부작용 같은 게 있나?”

[아닙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모일 에너지의 예상 수치로는 최상급 마나석 1개 치의 기운을 제가 가질 수도 있습니다. 단지……]

“단지?”

[이 정도 사체의 양을 에너지로 바꾸려면 세 달 이상의 작업 기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제가 람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뭔가 아주 큰 일이나, 불편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럼, 내가 상급 마나석 3개를 줄게. 그렇게 하면 더 빨라질 수 있나?”

빠르게 빛을 깜박이던 땅의 축복이 밝게 빛났다.

[계산 끝났습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약 한 달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았으~ 그럼 부탁할게!”

[네. 그럼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내고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만수무강하십시오.]

땅의 축복은 밝게 빛을 뿜어내더니, 이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땅에서 황금빛이 뿜어지더니, 주위에 있던 아귀의 사체가 땅속으로 들어갔다.

“땅의 축복도 갔고, 이제 진짜 혼자네.”

여기에 도착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후쿠오카현의 지배자 아귀를 몰살시켰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기는 했지만, 그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일단 쉬어야겠다.”

아공간에서 텐트를 꺼내 친 후, 시계를 조작해 새롭게 정비가 끝난 강철인형 아홉 마리에게 경계하도록 지시를 내리고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용병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예? 돈? 승리? 당연히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용병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용병은 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로저 시거에게 이것저것 많이 배웠지만, 이 말만큼은 가슴 깊이 남았던 말이었다.

“내가 했던 말이로군.”

“그런데, 가르침을 내린 당신은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나한테는 그렇게 강조했으면서 당신은 지키지 못할 것 같군.”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참 존경스럽군. 그 꼴이 되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다니 말이야. 자신의 몸을 보라고! 패배한 용병왕의 꼴을!”

용병왕이자, 13인의 전설 중 한 명이었던 로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거기다가 저주에 걸린 오른팔은 검게 변했으며,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래. 맞다. 지금의 난 처참하지.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그 말을 끝내자마자, 로저가 왼손에 들린 검으로 오른손을 팔꿈치 아래까지 베어냈다.

용병왕의 오른손이 바닥에 떨어졌고, 절단면에서는 죽은 피가 쏟아졌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고 자꾸 되뇌기만 하던 로저의 자학에 당황했다.

로저는 그 틈에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절단면에 들이부었다.

치이이익

부글부글 타는 소리와 함께 로저의 잘린 팔뚝에서 더는 피가 쏟아지지 않았다.

“로저. 당신은 정말 미쳤군.”

“전투를 계속 이어가 볼까?”

“열흘 동안 겨우 버티더니, 이제 한팔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싸우겠다고? 좋아. 그 목숨 확실히 끊어주지.”

말이 끝나자마자, 가만히 있던 몬스터와 언데드가 로저에게 달려들었다.

열흘간의 전투로 절반의 몬스터와 절반의 언데드가 죽었지만, 용병왕을 잡을 수 있다면, 모두 잃어도 상관없었다.

“용병왕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로저의 몸에서 포스가 뿜어져 나와 오러를 이루었고, 그 오러는 파도가 되어서 우리를 덮쳤다.

“이런 젠장!!”

피하기에는 늦었고, 피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몬스터와 언데드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며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콰아아아앙

끝내는 모든 공격을 다 막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났다.

루이스님의 은혜로 신체 개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방금 그 공격에 죽었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용병왕이라고 해도, 방금처럼 강한 공격을 계속할 수는 없을 거였다.

“그렇게 당했으면서 아직도 이런 공격을……”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끝끝내 날 죽이러 달려올 줄 알았던 로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드득.

이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로저 시거. 당신은 조쉬의 말처럼 눈치가 빠르군. 그리고 남에게 내린 가르침을 본인이 잘 지키는 거고.”

쫓아간다고 해서 잡을 수 있다는 기약도 없었고, 너무 긴 시간 로저와 싸워왔다.

로저의 용병단이 지금 당장, 들이닥쳐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음에야말로 당신의 목숨을 취하고, 용병왕의 칭호를 가지고 오겠어.”

***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현을 정리하고,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회복했다.

원초 잡았던 계획대로 규슈 지방을 시간 방향으로 돌기 위해 오이타현으로 움직였다.

“일반적인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

일본 지부의 규슈 지방 미스테리.

그건 바로 각 현마다 그 현을 다스리는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난 백각에게 들어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만들어진 몬스터가 원래 있던 몬스터까지 잡아먹었다는 걸 말이다.

어느새 오이타현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에 종기처럼 생긴 뿔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들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몬스터 대백과사전에는 이 몬스터들을 오르그라고 칭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너희를 오니라고 하지.”

키는 2미터가 넘고, 인간을 식량으로 생각하는 몬스터.

오니가 내게 달려들었다.

다가오는 오니를 보며, 벤다.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몸이 먼저 움직였다.

순식간에 수십 조각으로 나뉜 오니의 살점이 바닥에 떨어졌다.

“크에에엑!”

괴성과 함께 날 포위하고 있던 오니들이 사방에서 달려왔다.

그들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몸에 닿기 전에 스텝을 밟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크아악!”

그렇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오니들의 손톱을 피하고, 공격하기를 반복했다.

주위에 있던 오니들의 숫자가 꽤 많았지만, 차근차근 해치우다 보니 끝이 보였다.

그때, 몇 남지 않은 오니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귀들과는 다르네. 근데. 누가 보내준대?”

상체를 뒤로 젖힌 후, 튕겨 나가듯이 앞으로 쏘아졌다.

그렇게 도망가는 오니들의 뒤를 노렸다.

“한 마리 한 마리가 A급과 B급 헌터 사이의 무력이네.”

오니를 모두 처치하고 짧게 품평한 후, 가장 낡은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서는 오니들의 사체를 담았다.

아귀와는 달리 오니의 경우에는 머리에 달려있는 종기 같은 뿔과 손톱이 판매가 가능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오니의 사체를 담고 있을 때였다.

“응?”

여기에서 보이면 안 되는 것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고, 지금은 아리송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혹시 몰라 생수병을 꺼내, 오니의 위에서 나온 그 물체를 깨끗이 닦았다.

약 7cm정도에 세 개의 마디가 있으며, 약간 굽어진 그것.

“손가락?”

아무리 다시 보고, 몇 번을 확인해봐도 이건 인간의 손가락이었다.

“어떻게 인간의 손가락이 여기에 있을 수 있지?”

규슈 지방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몬스터들의 값어치도 낮아서 헌터들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

얼마나 심하면, 땅에 목숨을 거는 일본 지부에서도 규슈 지방은 포기했다.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어떻게 보면 억측일 수도 있었다.

정말 어떤 헌터가 이곳을 인류화 시키기 위해 찾아왔을 수도 있고, 생긴 건 인간의 손가락처럼 생겼지만, 다른 몬스터의 손가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한곳에 찝찝함이 남았다.

서둘러 다른 오니의 사체도 뒤져봤다.

“괜한 억측인가?”

수십 마리에 달하는 다른 오니들의 위에서는 몬스터와 동물의 사체만이 나왔다.

임무 때문에 이곳을 찾았지만, 여기 규슈 지방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몬스터 퇴치 외에도 무언가 아주 복잡한 일에 끼어든 것 같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뭐 어차피 규슈 지방을 다 돌아야 하니까, 조금 더 샅샅이 뒤져보면 되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여기에 와서 정한 규칙이 있었다.

마주치는 몬스터와 끝까지 나를 해하려는 몬스터만 상대하기.

하지만, 이 찝찝함을 털어내기 위해서, 이젠 몬스터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전투에 사용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겠지.’

포스를 주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바깥 활동을 해서인지, 포스가 평소보다 더 빨리 퍼져나갔다.

‘동물은 아니야, 저런 소형 몬스터도 아니고…찾았다.’

약 700m 떨어진 숲속에서 몇 마리의 오니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오니가 있는 곳으로 쏘아졌다.

***

마신 숭배자의 여섯 장로 중 한 명인 루이스는 요즘 골치가 아팠다.

갑자기 사라진 도미니크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릴라는 도미니크를 어디에 데리고 간 거야!”

도미니크와 함께 릴라도 사라졌지만, 릴라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마족의 육체를 얻고도 강함보다는 쾌락과 유희를 추구했던 반푼이었다.

그때 루이스가 있는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말이 떨어졌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에 문틈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며들 듯 들어왔다.

그렇게 그림자는 루이스 앞으로 다가간 후,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래. 도미니크의 흔적은?”

그림자는 입을 뻐끔뻐끔거렸다.

솔직히, 이 행위 자체는 필요 없었다.

그림자는 내 영혼의 파편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그림자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단지, 저렇게 말하는 것처럼 둔 것은 그저 그림자의 버릇일 뿐이었다.

“뭐? 도미니크가 죽었다고? 그것도 릴라와 함께?”

릴라는 최근에 중상을 입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반푼이라고 해도, 자신과 같은 마신 숭배자들의 장로였다.

거기다가 같이 있었다는 도미니크까지 죽었다는 건 믿기지 않았다.

“전설이라도 움직인 거야?”

그림자가 분석한 전투의 흔적에서 릴라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죽었고, 도미니크는 교황청 인물에게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설마……”

교황청이라는 소리를 듣자, 하유신이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마신 숭배자의 대업을 막는 자.

너무나 화가 나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때였다.

다른 그림자가 나타나서는 자신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뭐? 아귀가 전멸했다고? 잠깐…그렇군. 하유신이 거기에 있었군.”

릴라야 모르겠지만, 도미니크의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