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_동생을 위한 플렉스(3)
“형. 그럼 내가 JK무역회사 사장이 되는 거야?”
“이 새끼보소. 벌써 싹수가 노랗네.”
형의 눈빛이 바뀌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주치기 어려운 눈빛이었다.
“에이~ 장난이야. 장난.”
“동생아. 내가 JK를 인수하려고 했던 건. 너 때문에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말하는 꿈의 기업은 뭘까? 돈을 많이 주는 거? 복지가 좋은 거? 뭐 둘 다 많이 주고, 좋으면 좋지. 그래서 정말 그런 기업을 한번 만들고 싶어. 누구나 일한 만큼 대우를 받는 직장.”
형은 매번 몬스터는 어떻게 상대하고, 검술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공부만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현실을 너무나 몰랐다.
“형. 그러면 좋지.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돈이 될까? 적자만 보다가 망할 걸?”
“안 망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 회사의 주주로 있는 한 절대 안 망하게 할 수 있어.”
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래도 조금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그럼 형. 나 그만두지 않을게. 그러니까 인수할 수 있어?”
“뭔 놈의 마음이 갈대 같아?”
“형 닮아서?”
형은 피식 웃어 보이고는 다시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깐쇼새우와 난자완스가 보이지 않았다.
“에이 진짜! 내꺼는 남겨놔야지!!”
“먼저 먹은 사람이 임자지.”
***
4기동대의 부단장인 지의 능력은 정말로 대단했다.
“일주일만에 지분을 51%나 모았다고요? 비상장인데, 그게 가능해요?”
“유신님.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울 건 없습니다. JK무역회사가 현재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그 뭐냐? 문어발식 확장 때문에 그런다고 했잖아요.”
“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투자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투자라는 형식으로 지분 공유 포럼을 개최했죠.”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드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러면 경영권 때문에 한 사람에게 지분을 많이 팔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래서 수백 명의 사람으로 분산해서 소액 투자를 받았죠. 당연히 그 소액 투자를 용호의 이름으로 된 사모펀드에서 사들이게 했습니다. 즉, JK측은 자신들도 모르게, 지분을 한 곳의 사모 펀드에 열심히 팔았죠.”
“그래도 50%넘게 판다고요? 그건 이해가 안 가네요.”
“유신님도 한 번 봤다고 했는데, 강승찬 차장이라고 아시나요?”
강승찬? 모를 일이 없었다.
요즘 동생이 집에만 가면 계속 그 인간을 씹어대고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날 홍보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후로 이런저런 식으로 계속 괴롭힌다고 했던가?
“네.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강승찬이 도박 빚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분으로 빚을 변제하기로 했습니다. 강승찬 입장에서는 손해였지만, 바로 도장 찍었습니다.”
“지분이 꽤 많았네보네요?”
“3%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실행만 하면 X소기업이라고 부르는 곳을 중소기업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깨끗하고 건실한 전문경영인으로 바꿔주세요. 그리고, 여기.”
나는 아공간 주머니를 지에게 건네줬다.
“이게 뭡니까?”
“사업 확장 목록을 보니까. 몬스터 부산물도 취급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지금까지 제가 모은 몬스터들입니다.”
지는 아공간 주머니를 확인하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놀라지 않으시네요?”
“유신님은 13기동 타격대이신데, 이 정도는 대충 예상했습니다. 유신님이 주신 금액의 절반은 이 부산물로 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몬스터 부산물을 넘길 테니, JK를 통해 가공해서 유통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순간 재미있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괜찮다면 이대로 진행해주세요.”
“뭔지 궁금하군요.”
이 공간에 지와 나만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버릇처럼 주위를 살펴보다가 기막을 펼친 후, 조용히 속삭였다.
“어떠세요?”
“과연 할까요?”
“하게 만들어야죠.”
“그럼 한 번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홀로 므흣한 미소를 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
강승호 그는 젊은 나이에 대기업에 들어가 최고속 승진으로 부사장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인물이었다.
주위에서는 다음 사장 자리는 강승호라는 말이 많았다.
그렇지만, 능력의 시대가 그를 위태롭게 했다.
경영에 도움이 되는 능력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한 줄 알아? 그놈들의 약점을 잡고, 퇴사했지. 아무리 능력이 좋으면 뭐 해? 사람들은 욕심에 쉽게 흔들리거든. 그래서 회사를 차리고, 약점을 흔들어서 이렇게 번듯한 회사를 만들어 왔다.”
“네. 아버지.”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승찬에게서 무심한 대답이 들려오자, 책상 위에 있는 재떨이를 집어 들었다.
재떨이로 아들의 멍청한 머리를 후려치고 싶었지만, 애써 화를 억눌렀다.
“강차장.”
“네. 아버지.”
“여기 회사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자신의 자식이지만, 능력도 없고, 눈치도 없었다. 그러면서 욕심은 더럽게 많았다.
“내가 이 자리를 너한테 물려주기 전에 내가 꼭 듣고 싶은 소리가 있다.”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 회장님 소리! 여러 계열사를 아우르는 총수. 그걸 네놈한테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듣고 싶은 거다.”
“곧,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곧? 고오옷?”
이놈의 자식은 언제나 말만 번지르르했다.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네놈이 뭘 어떻게 하겠다고? 넌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하유신의 동생이 입사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응?”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러다가 번뜩이면서 그 이름의 주인이 기억났다.
“설마 네가 말하는 하유신이 내가 알고 있는 그 하유신이냐?”
“네. 맞습니다. 하유신의 동생 하유민이 입사를 했고, 이제 한 이 주정도 됐습니다.”
“그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하유신이라는 영웅을 등에 업고, JK가 대기업이 되는 게 그려졌다.
물론 자신의 능력 ‘설계자’를 통해서 하유신을 어떻게 꼬실지 계획이 착착 진행됐다.
“그래. 하유민이라는 사원은 지금 어디에 있지?”
“지금 전략기획팀에서 청소 시켜놓고 왔습니다.”
“청소? 이놈이 진짜!”
들고 있던 재떨이를 끝내 집어 던졌지만, 아들 놈은 예상했는지, 재빨리 피했다.
“네놈이 지금 뭔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께 배운 길들이기를 했을 뿐입니다.”
“이 멍청한 놈아! 길들이기를 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어!! 지금 당장…”
너무나 화가나 승찬에게 삿대질하고 있을 때였다.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최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데?!”
최비서가 건네준 태블릿을 확인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이게 뭐야?”
“이번에 투자로 인해 사모펀드에서 경영권 관련 이의제기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긴급으로 이사들과 지분 소유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나? 됐어. 오늘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려줘야겠어.”
못난 아들과 최비서를 대동하고, 총회에 참석했다.
회의실 한쪽에는 이번 경영권 퇴임을 주장한 사모펀드의 젊은 사장이 앉아 있었다.
“지금 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뭐 하는 지 모르겠군. 자 사모펀드 분들 잘 들으세요. 내 지분이 40%, 내 마누라 조미진이 8%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제 아들이면서 전략기획팀의 강차장이 3%를 가지고 있죠. 다들 산수 못해요? 그러면 총 51%로 경영권 방어가 됐죠. 거기다가 여기 앉아 있는 이사님들이 다 합치면 1%나 돼서 총 52프로가 되는 거죠. 자! 다들 일들이나 하러 가시면 됩니다.”
그때 가만히 있던 사모펀드의 대표가 슬쩍 손을 들었다.
“당신 뭡니까?”
“H펀드의 장용호 대표입니다.”
“아~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 장본인이군요. 나이 좀 먹은 어른으로서 하는 말인데, 어린 사람이 투자 좀 했다고 이러면 안 됩니다.”
“전 강사장님이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싶군요. 일단 저희 H펀드에서 최근까지 지분을 48% 까지 모은 건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희가 3%의 지분을 더 얻었습니다. 그래서 총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최사장님이 아니라, 우리 H펀드입니다.”
3%라는 말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강승찬에게 향했다.
그러자, 멍청하지만, 언제나 당당했던 자신의 아들 강승찬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고 있었다.
“이…이건 함정…”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안 들립니다.”
“이건 함정이야!!”
“그렇게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전투 능력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저 어린놈의 머리를 깨부수고 싶었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수를 써서 3%의 지분을 다시 가져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설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여기 계신 이사님들께 H펀드의 경영방침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경영은 가족 경영이나 대물림이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둘,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사업들을 깔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몬스터 부산물 사업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용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설계의 부족한 퍼즐이 맞춰졌다.
역시 젊은 놈이라서 아직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몬스터 부산물이라니! 그건 레드오션이라서 헌터들과 계약을 맺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물론 모르는 게 아닙니다.”
“설마 대기업과 치킨게임이라도 해서 부산물 계약을 따겠다는 건 아니겠죠?”
한국에서 몬스터 부산물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관할하고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게, 일단 국가의 허가도 떨어져야 하지만, 자금력이 딸린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없었다.
“우리는 JK 무역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몬스터 부산물은 벌써 150톤에 달하는 계약을 따서 물건까지 모두 받아둔 상황입니다.”
“그…그렇게 많이 받는다고 좋은 줄 압니까? 경영에…”
어떻게 해서든 말꼬리를 잡으려고 할 때, 장용호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말 문을 막았다.
“경영권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군요. 그리고 아직 제 말은 안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지부와 4기동대의 도움을 받아서, JK무역회사의 회계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부정부패나 비리를 척결하고, 깨끗한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모든 말을 끝낸 용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눈치를 보던 이사들은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최비서가 전화를 받더니, 다급하게 말을 건넸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회의가 끝났는데,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니?”
“그게 아까 H펀드 대표가 회계감사 진행 중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진행되어오던 설계가 금이 가면서 깨져나갔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원하는 답으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다.
그때, 지금까지 회삿돈을 몰래 빼돌렸던 이중장부가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나중 경영권을 찾을 비자금을 조금이라도 빼돌릴 수 있었다.
“최비서. 지금 당장 따라와.”
“알겠습니다.”
급하게 회의실을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센치한 정장을 입고 있는 한 남성이 자신의 앞을 막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승호 회장 맞으십니까?”
“당신 누구야?”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도연우 검사입니다. 강승호. 당신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 그리고 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뭐 돈이 많으니 그럴 일은 없지만, 국선 변호사도 국가에서 세금으로 대신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만 체포하겠습니다.”
“놔! 놓으라고!!”
그렇게 강승호는 끌려가는 내내 의미 없는 발악을 계속했다.
***
동생의 일을 끝내고 내 방 침대에 누워서 오랜만에 쉬고 있을 때였다.
땅의 축복이 안절부절 못하고 사방을 날아다녔다.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람이시여.]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한 땅의 축복이었지만, 이내 부산하게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빛의 세기를 조절해 몸을 깜박였다.
그 모습이 꼭 무언가 잘못한 애완동물 같았다.
“괜찮으니까 편히 말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휴~ 땅의 축복. 너랑 나랑은 약간이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거 알지? 네가 불안해 하는 게 확연히 느껴져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까지 말하자, 땅의 축복은 내 눈앞으로 다가와서는 없는 입을 열었다.
[저… 사실은…]
“응. 그래. 편히 말해봐.”
[이제는 백각님을 만나러 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럽니다.]
“응? 백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