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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01화 (201/300)

201화_강철의 기사(1)

해가 눈보라를 잠재우고 우랄 산맥 밑에 있는 마을을 따뜻하게 비췄다.

평소라면 늦잠을 잘 올가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통해 마을 입구를 바라봤다.

“어젯밤에 눈보라가 심했는데, 괜찮을까? 안 되겠어 가봐야지.”

서둘러, 겉옷을 입고, 엄마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레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벌써 밖에 나와 있었다.

“레프. 너도 강철의 기사님한테 가려고?”

“응? 강철의 기사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를 구해주신 강철의 기사님.”

부연 설명을 하고 나서야 레프는 고개를 끄떡였다.

“응. 맞아. 어제 눈이 많이 왔잖아. 그럼 올가도 걱정돼서 나온 거야?”

“맞아.”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배시시 웃고는 마을 입구로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어젯밤의 눈보라로 인해 눈기둥이 된 강철의 기사가 있었다.

“괜찮을까?”

레프가 걱정스러운 투로 말하더니, 성큼 눈기둥으로 다가가서는 손으로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레프!”

“응?”

“안 무서워?”

“뭐가?”

“그러다가 강철의 기사님이 화를 내며 어떻게 해?”

“왜 화를 내? 이렇게 직접 눈까지 치워주고 있는데. 강철의 기사가 말만 할 수 있으면 잘했다고 할 걸.”

말을 하면서도 레프는 쉬지 않고 눈을 치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철 기사의 몸 일부가 밖으로 드러났다.

“거봐. 가만히 있잖아. 올가 너도 도와줘.”

“숙녀에게 이런 거나 도와 달라고 말하고.”

양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었지만, 레프는 신경 쓰지 않고 눈을 치웠다.

그렇게 레프가 눈을 치우는 데만 열중하자, 나도 몸을 움직였다.

강철의 기사가 기계라는 걸 알고 있고, 이게 부질없는 행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게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 보답하는 것 같았다.

“휴~ 다 치웠다.”

끼고 왔던 장갑이 축축하게 다 젖을 때쯤에서야 강철의 기사를 덮고 있던 눈을 다 치웠다.

“이렇게 보니까. 강철의 기사님이 많이 다치셨네.”

“응?”

레프의 말에 강철의 기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검게 칠해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긁힌 자국과 탄 자국이 있었고, 복부는 찌그러져 있기까지 했다.

“아프지 않을까?”“레프. 너 공부는 잘하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강철의 기사님은 사람이 아니야.”

“응? 알아. 그래도 이렇게 찌그러지고, 긁혔는데, 아팠을 것 같아.”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레프가 찌그러진 자국을 매만질 때였다.

“올가! 어디 있니? 올가!!”

저 멀리 희미하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찾나 보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 어른들은 우리가 여기 오는 거 싫어하시니까.”

“그래.”

우리는 혼날 것을 대비해서 담벼락을 따라간 후, 개구멍을 통해 마을로 들어갔다.

“올가. 어디 갔다 왔니?”

엄마가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는 무섭게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강철의 기사를 보고 왔다고 말할 뻔했지만, 애써 말을 돌렸다.

“레프랑 눈사람 만들고 왔어요. 엄마 저 배고파요.”

말을 하는 내내 가슴이 콕콕 쑤시듯이 아파왔다.

이게 바로 어른들이 말하는 양심이라는 것 같았다.

“휴~ 알았어. 빨리 씻고 나와.”

“네~”

그렇게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갈 때였다.

댕댕댕댕댕

마을의 비상종이 울리더니,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금 몬스터 무리가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서둘러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올가. 아가야. 빨리 이리오렴.”

화장실을 가려고 했던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마을 중앙에 위치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그렇게 대피소에 들어가자마자, 마을 입구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대피소에 들어왔을 때였다.

[상황이 해제 되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른 상황 해제에 마을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때였다.

올가는 마을 입구에 있던 강철의 기사가 걱정돼, 뒤에서 엄마가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는 무작정 마을 입구로 달려갔다.

“어린애는 여기로 오면 안 된다.”

마을 입구에서 어른들이 더는 다가가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하지만, 볼 수 있었다.

강철의 기사가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강철의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

강철의 기사가 마을 앞에 자리를 잡은 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마을은 많은 게 바뀌었다.

우선 예전에는 드물었던 몬스터의 습격이 하루에 한 번씩 이루어졌다.

하지만, 다가오는 몬스터를 강철의 기사가 모두 퇴치했다.

“레프. 강철의 기사님의 왼팔이 찌그러졌어.”

“어? 그러네. 어떻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레프와 내가 강철의 기사님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을 때, 마을 어른 중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애들아. 이제 곧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것 같다. 빨리 들어와라.”

“…네.”

우리는 힘 없이 강철의 기사님을 뒤로하고 마을에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대 몬스터가 나타났다.

“응? 저건 예티?”

다섯 마리의 예티가 흉폭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마을을 향해 뛰어왔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강철의 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깨가 올라가고, 두 눈에 불이 들어오더니, 예티에게 달려들었다.

3미터 크기의 예티와 성인 크기의 강철의 기사는 성인과 갓난아기의 싸움처럼 비춰질 뿐이었다.

“강철의 기사님은 괜찮을까?”

“어? 너희들 아직도 안 갔어? 빨리 대피소로 피해.”

뒤늦게 우리를 발견한 아저씨는 마을 입구를 볼 수 있는 창을 가렸다.

“하지만…”

“여기는 위험해. 언제 저 인형이 쓰러질지 몰라.”

“강철의 기사!”

“응?”

“인형이 아니라, 강철의 기사님이에요.”

“그. 그래… 하여튼 빨리 대피소로 가.”

콰직!

생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단단한 게 깨지는 소리에 마을 입구를 지키던 아저씨와 우리는 서둘러 전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예티의 공격에 왼팔이 뜯겨나간 강철의 기사가 보였다.

“뭐해! 빨리 애들 대피소로 보내고, 비상종 울려!”

댕댕댕댕댕

“올가. 빨리 대피소로 가자.”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방해만 될 뿐이야.”

레프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걸치적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왔던 강철의 기사가 예티들에게 무참히 당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콰아아앙

예티가 강철의 기사를 잡아서 목책에 집어 던져서 나는 소리였다.

강철의 기사는 목책에 박혀서 나오지 못했다.

“올가! 정신 차려! 지금 강철의 기사를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위험해. 예티가 마을로 들어오면 다 죽게 된다고! 빨리 대피소로 가야 해.”

“…”

레프가 내 손을 잡고는 그대로 대피소로 끌고 가려고 할 때였다.

촤아악

강철의 기사에게 주먹을 날리던 예티의 몸이 양분되어서 죽음을 맞이했다.

“뭐야? 완전 고철이 다 됐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동양인 남성이 검을 빼 들고 서 있었다.

***

이번에 마리 선배가 준 임무는 솔직히 내 전공이 아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비토 형님이 총책임자만 아니면 안 한다고 했을 텐데.”

여기에 마리 선배가 없기에 할 수 있는 말일 뿐이었다.

솔직히 선배 앞에서 못한다,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른 때라면 눈치라도 보면서 말했겠지만, 데리우스를 패는 모습을 본 이후로 아무 이유 없이 반항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에휴~ 눈 때문에 발자국도 없는데, 어떻게 찾지?”

환골탈태 후, 남들보다 추위와 더위에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입김을 뿜으며 걸을 때였다.

청력에 집중하면 들릴락말락 할 정도로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쾅쾅쾅…

포스를 청력에 집중해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산맥이라는 지형상 소리가 계속 울려 퍼져서 위치를 특정 짓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네. 발품 팔아야지.”

땅을 박차며 순식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리가 울리는 곳을 중점으로 열심히 움직였다.

추운 이 겨울 날씨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돌아다녔을 때 저 멀리 한 마을을 발견했다.

마을 입구 앞에서는 그렇게 찾아다녔던 강철 인형이 있었다.

“뭐야! 예티 따위한테 당한다고?”

마리 선배와 비토 형에게 들었던 강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예티가 저 강철 인형을 부수고, 마을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의 축복! 날 저 마을에 데려다 줘.”

[중급 마나석이 하나 필요 합니다.]

“여기!”

아공간에서 급하게 중급 마나석을 꺼내 땅의 축복에게 건네줬다.

땅의 축복은 중급 마나석을 받자마자, 눈을 뚫고 흙을 일으켜서 날 감싸 안았다.

흙이 가라앉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강철 인형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달려드는 예티였다.

촤아아악

순식간에 칠성검으로 예티를 양분시키고는 강철 인형을 바라봤다.

“뭐야? 완전 고철이 다 됐네?”

자세히 보니 강철 인형이 예티에게 처참히 깨진 게 이해가 됐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움직인 게 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조심히 강철 인형에게 다가갈 때였다.

“쿠어어어억!!”

뒤에 남아 있던 네 마리의 예티가 달려들었다.

“귀찮게 하지 마.”

재빨리 한 바퀴 돌며 다가오는 예티를 사살하고 다시 강철 인형에게 다가갔다.

오른쪽 눈은 기운이 다 했고, 왼쪽 눈은 깜박거리는 게 지금이라도 당장 전원이 꺼질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가 아다만티움에 제대로 마나가 공급이 되지 않았는지 자가수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깡통이 됐네.”

손을 들어서 강철 인형을 만지려고 할 때였다.

“안 돼요!!”

마을 입구 창 쪽에서 한 소녀와 소년이 강철 인형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제재로 이곳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이들은 포기한 것인지 갑자기 뒤로 후다닥 뛰어갔다.

“이거 다시 고칠 수는 있을까?”

손을 들어서 강철의 인형을 목책에서 꺼내놓고는 바닥에 내려놨다.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만 있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바쁜 일부터 처리하려고 할 때였다.

“그만둬요!”

아까 마을 입구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던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의 뒤에서는 한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따라서 뛰고 있었다.

힘들게 도착한 소녀는 강철 인형 앞을 가로 막더니 양손을 벌렸다.

“강철의 기사님께 무슨 짓을 하시려는 거예요?”

“응? 강철의 기사?”

“……”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 상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뒤에 서 있던 소년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게 됐다.

자세히 보니 내 앞을 가로막은 소녀도 온몸을 떨고 있었다.

“꼬마야.”

“올가!”

“응?”

“전 꼬마가 아니라, 올가 스텐. 이게 제 이름이에요.”

날 무서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모습이 누군가를 닮았다고 생각할 때였다.

마을 입구를 단단히 봉쇄하고 있던 문이 열리면서 마을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급하게 올가라는 소녀와 겁에 질려있는 소년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놔요! 저 아저씨가 우리 강철의 기사님을 데려가려고 하잖아요.”

올가는 어른들에게 끌려가면서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중년의 사내가 내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마을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슬라브라고 합니다.”

“네. 저는 교황청 소속의 하유신입니다.”

“설마… 교황청의 검 하유신님 맞으십니까?”

“그렇게 거창하게는 불리지 않지만, 하유신은 맞습니다.”

“이런 곳에서 영웅을 뵙게 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슬라브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강철 인형은 교황청의 비밀무기이고,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어떻게 둘러댈까 고민할 때였다.

최근에 배운 촉감의 힘으로 무언가 단체로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빨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세요.”

“네?”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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