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_세계 대통령과의 만남(1)
아깝기는 하지만, 최상급 마나석을 깨뜨렸고, 거친 마나 폭풍이 불어닥쳤다.
마나 폭풍의 힘은 다리우스 선배가 소생 마법을 사용했을 때와 유사할 정도였다.
‘이게 마지막이다.’
이를 앙다물며, 마나 폭풍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틈을 보이거나, 포스를 풀어 버리면,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괜한 고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홀로 하는 훈련에 목숨을 걸고, 최상급 마나석을 소비하는 짓.
‘아깝지만, 날 위한 투자야.’
촤아아아악
잡생각이 길어지는 동안, 방심했는지, 마나 폭풍이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죽는다.
최대한 포스를 뿜어내서 마나 폭풍의 공격을 견뎠다.
그리고는 마나의 흐름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공격이든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맞게 움직이면 돼.’
당연히 마나 폭풍에도 흐름이 있었다.
그렇다고 찰나로 움직이는 마나 폭풍을 모두 파악하고, 움직이는 건 할 수 없었다.
최대한으로 흐름으로 맞춰서 난무하는 공격을 피하고, 어쩔 수 없는 건 막아냈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최상급 마나석의 마나량을 간과했어. 이거 버티지 못할 수도 있겠어.’
어쩔 수 없이 아공간에서 칠성검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마나 폭풍 때문에 아공간이 열리지 않았다.
일정한 피해를 감수하고 포스를 몸 밖으로 뿜어내며 악을 지르듯 외쳤다.
“땅의 축복! 마나를 진정시켜!”
[알겠습니다. 람이시여.]
대답은 들려왔지만, 곧바로 마나 폭풍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최상급 마나석의 힘은 거대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도 없기에, 방어만 하던 포스를 공방으로 나눠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앙
다가오는 마나 폭풍을 포스를 후려치자,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이대로 계속 공격과 방어를 하면서 땅의 축복이 마나를 잠재울 때까지. 또는 최상급 마나석이 힘을 다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나 폭풍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약해지기 시작한 마나 폭풍은 순식간에 그 기운을 다했다.
“허억 허억. 이거 장난이 아닌데.”
누가 보는 이도 없기에 그냥 벌러덩 뒤로 몸을 눕혔다.
그러자, 바닥에서 땅의 축복이 나타나더니 눈앞으로 다가왔다.
[람이시여. 방금은 너무 무모했습니다.]
“맞아. 무모했지. 그래도 성과는 있었어.”
[람께서는 이제 홀몸이 아닙니다. 거인들의 아버지와 다름없으신데, 이렇게 목숨을 건 훈련은 자중해 주십시오.]
“헤헤. 그래서 더 그러는 거야. 원래 모든 일은 위에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하거든.”
짧은 휴식이었지만, 대충 호흡을 고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누워 있으면 몸이 노곤해지면서 이대로 잠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땅의 축복. 날 밖으로 보내주고, 프란시스코, 타르 그리고 카마엘을 불러줘.”
[…알겠습니다.]
흙이 솟구치더니, 람의 의식을 거행하는 경기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흙기둥 세 개가 만들어지더니 프란시스코, 타르, 카마엘을 뱉어냈다.
갑작스러운 이동에 어리둥절하던 그들은 곧 나를 발견하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람을 뵙습니다.”
“따로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어.”
“람이시여. 뭘 하면 되겠습니다.”
“실전 훈련.”
“네?”
프란시스코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에 타르는 등 뒤에 있던 검을 빼 들었다.
“크하하하핫. 역시 람이십니다. 그럼 제가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냐. 타르. 그게 아니야.”
바로 달려들려고 하는 타르를 진정시킨 후, 칠성검을 꺼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건 셋이 한 번에 덤비는 거야.”
내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거인 셋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군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서는 내게 겨눴다.
***
티탄, 타이탄, 네피림의 수장들과 이틀간 훈련을 지속했다.
처음에는 나도 당할 뻔했다.
프란시스코의 깨지지 않는 방어와 타르의 근접 공격, 카마엘의 원거리 공격까지.
그들이 잘 먹고 있어서 강해진 것도 있었지만, 람의 의식 때 타르가 프란시스코와 싸우면서 약해져 있어서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게.”
“람이시여.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냐. 나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 많았지.”
마중을 나온 세 거인들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내 몸이 성한 것도 아니었다.
“다음에 또 올 테니까, 식량 아끼지 말고 팍팍 먹어. 그리고 지금 이것도 마시고.”
“이게 무엇입니까?”
“포션.”
내가 거인들에게 건네준 것은 제이미에게 받은 최상급 포션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포션의 뚜껑을 열어서 한입에 털어 넣었다.
최상급 포션은 순식간에 거인들의 상처를 치료했다.
“카마엘이 람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탁?”
“네. 이 포션이라는 걸 더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래?”
왜 그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거인들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하는 카마엘이 처음 하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포션을 종류별로 꺼내서는 카마엘에게 넘겨줬다.
“감사합니다. 람이시여.”
“그럼 난 진짜 갈게.”
“그동안 무탈하십시오.”
거인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는 마중했다.
이제는 진짜 갈 때였다.
아공간에서 상급 마나석 세 개를 꺼냈다.
“땅의 축복. 가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이 솟구친 후, 가라앉자 교황청이었다.
들고 있던 세 개의 상급 마나석은 힘을 다했는지, 빛을 잃고는 그저 흔한 돌멩이가 되었다.
공간 이동 비용은 정말 비쌌지만, 비싼 값을 하기는 했다.
“멀미가 없어. 역시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탈 때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순식간에 이동한 곳은 교황청에서 내가 기거하는 방이었다.
“그럼. 마리 선배를 만나기 전에 개인적인 일부터 처리할까? 아람!”
퍼엉
예전과 다르게 거친 효과음을 내며 아람이 나타났다.
아람은 평소와 다르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몰라도 된다.”
“그래? 그러면 마족 숭배자에 대한 정보는?”
한껏 날카로운 눈빛을 한 아람이 날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건 모르겠고, 몇 가지 정보를 가져왔다.”
“그래? 뭔데?”
“가만 보면 유신이 넌 점점 날강도가 되어가는군.”
“응?”
“정보료.”
요 며칠 거인들과 있어서 아람의 성격에 대해서 깜박했다.
거인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람은 펫이지만, 기브앤테이크를 하는 관계였다.
“정보료라… 얼마나 원하는데?”
잠시 고민하던 아람은 이내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하급 마나석 세 개.”
세 개라면 당연히 정보도 세 개일 것이고, 하급 마나석을 요청하는 걸 보니, 본인도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했다.
며칠 전의 나였다면, 하급 마나석 하나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공간에 쌓여 있었다.
“자. 여기 하급 마나석 세 개.”
“오~ 웬일이냐? 바로 주고?”
“그만큼 내가 널 믿는다는 거지. 그럼 정보를 들어볼까?”
“……”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람이 날 유심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한동안 이야기는 계속됐고,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당했다.’
내가 휴대폰을 열어 해외토픽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보들 같았다.
“그러니까. 시베리아에서 몬스터를 학살하는 무언가가 생겨났고, 캐나다의 몬스터들이 잠잠해지더니 요 며칠 사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는 거랑, 용병왕의 아들 앤드류 시거가 실종됐다는 거.”
“유신. 머리가 많이 좋아졌군. 한 번 설명했는데, 다 기억하고 말이야.”
“이거. 와…진짜…이번에는 너 좀 너무했다.”
“뭐가 말이냐?”
나는 재빨리 휴대폰 꺼내서는 이것저것을 검색해봤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모든 검색을 끝내고는 아람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자! 보이지? 방금 네가 말한 것들 인터넷 기사로 다 뜬 거잖아. 역시. 도깨비를 믿는 내가 바보였어.”
“흥! 유신. 네가 그래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순간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지만, 애써 화를 가라앉혔다.
“뭐가?”
“뭐긴 뭐냐? 수상함 못 느끼냐?”
아람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내가 놓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대놓고 알려달라고 할 수 없어서 유심히 바라만 보자, 아람이 입을 열었다.
“휴~ 대출혈 서비스다. 잘 들어라. 캐나다의 몬스터는 너도 알다시피 더러운 반마족의 짓인 걸 알고 있지?”
“그렇지.”
“몬스터들이 잠잠해졌다가 다시 활개를 친다는 것은 반마족이 회복했다는 거다. 거기다가 너한테 제물, 제물이라고 했는데, 널 납치한 걸 실패했다. 그때 용병왕의 양아들이자, 막내 아들이면서 너화 함께 루키라고 불리는 사내가 납치됐다.”
여기까지 말한 아람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줘서 고맙기는 했지만, 저 표정은 너무나 얄미웠다.
“그래. 그럼 앤드류 시거를 좀 찾아봐 줘.”
“흥.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내가 하급 마나석만 요청했겠냐?”
“넌 할 것이야.”
“안 해.”
“한다니까.”
“안 한다고.”
“그래?”
저번에 아람과 약속했던 상급 마나석을 꺼냈다.
“저번에 약속한 게 일 년 안에 상급 마나석 준다는 거였나? 아니면 중급 마나석 이었나?”
“사.상급 마나석이다. 내놔라!”
“어허~ 아직 일 년 안 됐어. 정확히는 1개월 정도 남았지, 그리고 그때 몇 개 준다고는 안 했는데?”
“…좋다. 앤드류 시거를 찾아보마.”
“진작에 그럴 것이지. 자 여기.”
난 쿨하게 상급 마나석을 아람에게 넘겼다.
아람은 슬쩍 입가를 들어 올리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내리며 말했다.
“하지만, 앤드류 시거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거다.”
“우리 사이에 이제 딜은 그만하자. 앤드류 시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상급 마나석 하나 줄게. 대신에 정말 납치되어 있어야 한다.”
“걱정하지 마라. 그럼 난 이만.”
서둘러 아람이 사라진 모습을 본 후, 마리 선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요즘 가난해졌는데, 다시 부자가 될 차례였다.
***
마리는 요즘 가장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업무가 끝난 건 아니었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방금 기분 나쁜 요청의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모두가 웃고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따듯한 허브차를 한 모금 마시며 쉬고 있을 때였다.
“유신이 돌아왔네.”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똑똑.
“선배. 저 하유신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문이 열리고, 유신이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유신이 막내로 들어온 이후로 계속 좋은 일이 생기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듣지 않던 스텔라 남매를 대오각성하게 했고, 약간이지만, 13기동 타격대의 제재도 풀 수 있게 해줬다.
그뿐만 아니라, 다리우스와 라이언의 염원도 풀어주었다.
“선배. 저 왔어요.”
“그래. 고생했다. 다리우스한테는 따로 연락이 왔어. 며칠 있다가 교황청에 들렀다가 일루시안으로 간다고 하더군.”
“그래요? 일루시안으로 가기 전에 다시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라이언 선배는요?”
평소에도 유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대견스러웠다.
“유신이 네 덕분에 레이지랑 함께 쇼핑하고 온다는군.”
“어? 괜찮아요? 아직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누가? 라이언이? 아님 레이지가?”
“아…그렇네요. 누가 라이언 선배들을 건들 수 있겠어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유신이 아공간에서 다섯 개의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이건 뭐니?”
“마나석이요. 이거 두 개는 하급 마나석이고요. 이건 중급, 이건 상급이요. 마지막에 이건 다크 연합에 넘길 건데, 선배한테 부탁 좀 할게요.”
마나석을 구해 온 것은 아주 잘한 일이지만, 다크 연합에 넘긴다는 건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마법의 진리를 찾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할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다크 연합에 넘길 건데?”
“일단 거래는 십 년으로 했어요. 혹시 몰라서 십 년 치 마나석을 다 가져왔으니까, 매년 조금씩 넘겨주시면 될 거예요.”
“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유신이 건네준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봤다.
그 안에는 저번에 가져온 것보다 최소 열 배 많은 마나석이 쌓여 있었다.
“아 그리고 일부는 제가 써야 할 곳이 있어서 따로 챙겼어요. 그럼 선배 부탁할게요.”
서둘러 나가려고 하는 유신을 보며, 놀란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어디 가려고?”
“라이언 선배를 잠깐 보고 싶지만, 오랜만에 집에 좀 갔다 오려고요.”
“그래? 그럼 우선 이것 좀 봐봐.”
“뭔데요?”
유신은 건네받은 서류를 펼쳐 보고는 인상을 찌푸렷다.
“역시 너도 마음에 안 드는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이에요?”
“에휴~ 그냥 간단하게 설명할게. 세계 대통령이 널 보고 싶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