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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96화 (196/300)

196화_다리우스의 염원(1)

창고 가득 쌓여있는 마나석에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다리우스 선배였다.

“이게 전부 마나석이라고?”

거인들의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 마나석은 오직 양으로만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놀람도 잠시 다리우스 선배는 마나석을 뒤졌다.

“이것도 아냐, 이것도, 이것도.”

그렇게 한참 찾는 모습이 점점 광기에 물들더니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유신 브로…”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가 아니라, 약간 물기가 찬 음성이었다.

“왜요 선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모두 하급 마나석이야.”

“아…”

데리우스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최상급 마나석이 필요했다.

최상급 마나석이 있어도 바로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성공할 확률이 생길 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것은 모두 하급 마나석으로 다리우스 선배가 충분히 실망할만 했다.

“람이시여 왜 그러십니까?”

내가 한탄을 내뱉자, 프란시스코가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똥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저희가 무슨 실수를 했습니까?”

“아니요. 실수한 건 없습니다.”

이들은 그저 내 명령에 맞춰서 마나석을 모았고, 생각 이상으로 많이 모아서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했다.

“다행입니다. 그럼 다음 마나석 창고로 이동하겠습니다.”

다음이라는 소리에 내가 반응하기 전에 다리우스 선배가 신속히 움직여서 프란시스코의 팔을 잡았다.,

“다음? 설마 마나석 창고가 더 있나?”

“인간. 이거 놔라. 아무리 람의 지인이라고 하지만,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고작 팔만 잡았지만, 프란시스코가 주먹만 한 눈을 부릅떴다.

보통 사람들은 아니 거인들도 프란시스코의 눈매에 겁을 집어먹겠지만, 이미 눈이 돌아버린 다리우스 선배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닥치고 말해!”

“크윽!”

다리우스 선배의 악력에 프란시스코가 신음을 내뱉자, 타르와 카마엘이 기세를 펼쳤다.

확실히 13기동 타격대에서 가장 강한 근력을 자랑하는 사람다웠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기에는 분위기가 너무나 흉흉했다.

“다리우스 선배. 조금만 진정하세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몇십 년을 기다리셨잖아요. 고작 몇 분 더 못 참으세요?”

매서운 눈빛으로 다리우스 선배가 날 바라봤다.

솔직히 이 말을 하기 전부터 계속 쫄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다리우스 선배는 이렇게 무식하지 않았다.

“선배도 그러셨잖아요. 실패했던 원인 중 하나가 성급해서 그랬다고요.”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자, 다리우스 선배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다리우스 선배를 진정시키고, 당황했을 프란시스코를 바라봤다.

“프란시스코. 네가 좀 이해해줘. 선배에게는 따로 사정이 있거든.”

“아닙니다. 람이시여. 제가 사정도 모른 채 너무 성급했습니다. 그럼 다음 창고로 안내하겠습니다.”

프란시스코가 앞장을 서려고 할 때 다리우스 선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브로~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인간치곤 힘이 쎄군요.”

“하하하. 타고났거든. 내 이름은 다리우스 트찰라야. 브로는?”

“저는 프란시스코 타이탄입니다.”

“좋아. 한동안 잘 부탁할게.”

다리우스 선배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권했고, 프란시스코가 그 손을 맞잡았다.

서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이 됐고, 다시 안내가 시작됐다.

“방금과 같은 질의 마나석 창고가 세 개가 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싶은 게 아닌 것 같으니 이제부터 크기와 기운이 더 강한 마나석을 쌓아놓은 창고들로 향하겠습니다.”

그렇게 새롭게 안내된 창고에는 중급 마나석이 가득했다.

다리우스 선배에게 중급 마나석도 그저 쓸모만 있는 돌일 뿐이었다.

분명 바로 가장 좋은 마나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프란시스코는 중급 마나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프란시스코는 다리우스 선배에게 삐진 게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거인들의 키만큼 쌓여 있는 중급 마나석을 보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와~ 대박! 설마 이게 다 중급 마나석이야?”

“네. 겨우 창고 하나만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허~ 그럼 상급 마나석은 따로 있어?”

“이보다 더 강한 마나석은 람의 처소 근처에 따로 두었습니다.”

무언가를 나누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마나석을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벌써 등급을 구분 지어 놓았지만, 거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마나석의 기운이 강하냐, 약하냐로 모든 걸 따지고 있었다.

“근데 왜 내가 있던 곳 근처에 둔 거야?”

“지금까지의 마나석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강한 마나석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나와 프란시스코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리우스 선배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네?”

“그…유신 브로~ 빨리 가면 안 될까?”

“아…가야죠. 프란시스코. 빨리 안내해 줘.”

“알겠습니다.”

“오케이 땡큐~ 고고고.”

다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다리우스 선배를 보자 괜시리 불안해졌다.

혹여나 거기에도 최상급 마나석이 없다면, 다리우스 선배의 절망감은 꽤 심할 테니 말이다.

원래 희망이라는 게 없다면, 어떻게든 버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처참히 사라졌을 때는…장담할 수 없었다.

“바로 여기가 마지막 창고입니다.”

프란시스코가 가리킨 곳은 다른 창고보다 작았지만,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과연 저 안에 최상급 마나석이 있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후우~ 선배가 직접 열어 보시겠어요?”

“그럴까?”

“네. 그저 문을 여는 건데요. 그리고 혹시나 없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응. 걱정하지 마 브로~”

문 앞에 선 다리우스 선배도 긴장이 됐는지, 침을 꿀꺽 삼킨 후, 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 키만큼 쌓여있는 상급 마나석과 몇 개의 최상급 마나석이 존재했다.

다리우스 선배가 눈이 뒤집혀 달려들려고 하자, 손을 들어 막은 후,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상급 마나석 중 하나를 들며, 다리우스 선배에게 말했다.

“마리 선배가 최상급 마나석 하나를 챙겨달라고 했으니, 나머지는 다리우스 선배께 드릴게요.”

“브로…”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히던 다리우스 선배가 최상급 마나석들을 챙긴 후 데리우스를 데리고 급하게 나가려고 했다.

“잠시만요. 선배.”

“응?”

“이번에는 천천히 아셨죠?”

“…응. 그런데 이 근처에서 조용하고 단단하며, 안전한 곳이 있을까?”

선배의 요청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곳이 떠올랐다.

“한 군데 있어요.”

***

철커덩.

마법이 걸려 있는 강철문의 하단이 열리고는 식판 하나가 들어왔다.

벌써 식사 시간이 됐다.

하지만, 식사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잠깐만. 닫지 마! 내가 여기 언제까지 있어야 해! 말해주라고. 말하라고!!”

내 비명에 가까운 애원에도 작은 구멍은 이내 닫히고 말았다.

“제길!!”

눈앞에 보이는 식판을 걷어찼다.

깔끔하게 담겨있던 음식들이 주변을 더럽혔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란 말이다!! 날 용병왕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고선 여기에 가둬두기만 하고! 조쉬 히라니!! 어디 말 좀 해봐라!!!”

아무리 외쳐도 공허하게 울리는 소리일 뿐이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직접 동거동락했던 앤드류 용병단원들을 죽였다.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았는데, 조쉬 히라니가 소개해준 루이스는 그날 바로 날 이 요상한 방에 가둬버렸다.

‘그래. 이제 나도 참지 못해.’

다행히, 이 방에 날 가두면서 무기를 그대로 놔뒀다.

애검을 뽑아서 강철문 앞에 선 후, 검기를 일으켰다.

“하압!!”

기합과 함께 강철문을 베어버리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카카캉

일반적인 강철문이었다면 이미 베어지고도 남았을 텐데, 검이 강철문에 닿기 전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강철문을 보호했다.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검에 담아서 쉴새 없이 휘둘렀다.

검날이 상하고, 반발력 때문에 팔이 떨려올 때까지 검을 내질렀지만, 마법진은 멀쩡했다.

그렇게 탈진할 때까지 검을 휘두를 때였다.

챙그랑

애검이 반쪽으로 부러졌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이 후회라는 이름으로 파도처럼 몰려왔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지… 크아아아악!!”

***

유신이 안내한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이곳도 나쁘지 않았지만, 데리우스를 인간화시키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 곳이었다.

“유신 브로~ 여기는 너무 탁 트여 있어서 좀 그런데…”

“아. 여기 아니에요. 잠시만요. 땅의 축복. 잠깐만 나와봐.”

갑자기 유신의 가슴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슬 같은 게 튀어나왔다.

“땅의 축복. 람의 의식을 진행할 때 사용했던 대기실을 사용할 수 있을까?”

구슬에게 말을 건네자, 구슬이 유신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대체 저 구슬은 뭐지? 라고 생각할 때쯤. 유신이 구슬에게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고? 그럼 부탁할게.”

구슬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위에 있던 땅이 솟구쳐서 덮쳐왔다.

순간 주먹에 힘을 줄 때였다.

“선배. 힘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그냥 이동하는 겁니다.”

다급하게 말하는 유신을 보고, 일단 의심을 거뒀다.

그동안 땅이 자신과 유신 그리고 데리우스를 뒤덮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은 거대한 동공이었다.

“유신 브로~ 여기는 참 신기한 곳이네?”

“그렇죠? 여기에 있으면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브로~ 여기는 미약하게나마 힐링이 상시 발동되고 있는데.”

“네?”

설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곳으로 자신을 불렀다는 게 놀라웠다.

“브로~ 이 안에서 뭐가 안 이상했어?”

“치유요?”“그건 방금 마이가 말했고.”

“어…”

이곳으로 자신을 데리고 온 사람은 유신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역시, 선배로서 유신에게 이곳에 기능에 대해서 알려줘야겠다.

“일단 치유력은 말했지? 그리고 사물이 너무 잘 보이지 않아?”

“어? 그렇네요. 전 제 눈이 그만큼 좋아진 줄 알았는데.”

“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보는 건 어렵지. 이게 흙에서 은은한 치유력과 함께 빛도 같이 뿜어내고 있거든.”

“아…그럼 데리우스를 인간으로 만드는 데 괜찮은 건가요?”

유신의 걱정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놀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괜찮냐고? 최상의 환경이야!”

“다행이네요.”

“그럼 난 준비 좀 할게.”

우선 마리에게 얻어터져서 아직도 회복되지 않는 데리우스를 정중앙에 눕혔다.

그리고, 데리우스의 가슴에 최상급 마나석을 올려놨다.

“후~ 유신 브로 지금부터 중요해서 그러는데, 뒤로 물러나 있어.”

“네. 그런데, 선배 오래 걸리나요?”

“한 사흘?”

원래는 하루면 충분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저번처럼 성급하게 하지 않기 위해, 몇 차례나 더 되짚어 볼 거기 때문에 최대한의 날짜로 말했다.

그러자, 유신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좀 나갔다 와도 될까요?”

“상관없어. 아니 오히려 혼자 작업하는 게 편해.”

“그럼 사흘 뒤에 선배 데리러 올게요.”

“알았어. 브로~”

대화가 끝나자마자 주위에 있던 흙이 솟구쳐서는 유신을 데리고 갔다.

“후우~”

이제 정말 집중할 때였다.

유신이 준 기회.

데리우스를 다시 인간으로 살릴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집중하자. 집중해. 이번에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 돼.’

데리우스를 살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몸 안에서 압축해 둔 흑마력을 뽑아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0분 동안 흑마력으로 공중에 5미터 크기의 마법진 한 개를 완성했다.

그리고 마법진을 데리우스의 가슴 위에 놓여 있는 최상급 마나석에 연결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군.”

이마를 비집고 나온 식은땀을 닦은 후, 다시 손가락에 흑마력을 집중해서는 새로운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신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마법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력을 사용해야 했다.

즉, 아무리 최상급 마나석의 여분이 많다고 해도,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는 데리우스를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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