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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94화 (194/300)

194화_앤드류(1)

카자흐스탄의 어느 산맥.

새들이 지저귀고, 동물들이 평화로움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콰콰콰콰콰!!!

산맥을 울리는 거친 소리에 새들이 날개를 펴며 도망치고, 풀을 뜯던 동물들이 펄쩍 뛰며 도망쳤다.

소리의 진원지에서는 유신과 다리우스 그리고 빈사 상태의 데리우스가 나타났다.

“우욱.”

다리우스 선배의 텔레포트로 인해 속이 울렁거렸다.

금방이라도 아침에 먹은 것을 게워낼 것 같았다.

“뭐야? 유신 브로~ 아직도 텔레포트 멀미를 해?”

“하~ 이게 적응이 우욱.”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었다.

곧바로, 나무 뒤로 돌아가서는 속을 게워냈다.

“우에에엑~”

한바탕 속을 비운 후, 아공간에서 작은 생수통을 꺼내 입을 헹구고 나자 정신이 돌아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자, 거대한 몬스터 트럭이 놓여 있었다.

“뭐해? 유신 브로~ 빨리 타.”

“다리우스 선배. 이 차는 뭐예요?”

“뭐긴. 오프로드에는 당연히 몬스터 트럭 아니겠어?”

말로만 듣던 몬스터 트럭이었다.

그런데 크기가 장난 아니었다.

“바퀴가 제 키보다 크네요?”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냐? 시간 없어. 빨리 타.”

자꾸 재촉하는 다리우스 선배를 한 번 바라본 후,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이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울렁거렸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이걸 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차에 실수를 할 수도 있었다.

“저는 뛰어가겠습니다.”

“응? 뛰다니? 왜 편한 길을 두고 힘든 길로 가는 거야?”

사실대로 말하는 순간, 다리우스 선배라면 이걸 또 어떤 식으로 놀릴지 머릴 굴릴 거다.

그럴 바에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는 게 나았다.

“하루 내내 잠만 잤더니 몸이 찌뿌둥해서요. 몸도 풀 겸해서 저는 뛰겠습니다.”

“흠…”

솔직히 눈치 빠른 다리우스 선배라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다 변명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떡였다.

“알았어.”

다리우스 선배도 몬스터 트럭에서 내렸다.

그런 다음, 아공간에 몬스터 트럭을 집어넣고는 데리우스를 등에 업었다.

“그래. 솔직히 타고 가는 것 보다 뛰는 게 빠르지. 역시 우리 유신 브로~는 날 생각해주는구나.”

“아…네. 뭐…하하하.”

변명에 호응해주는 건지 아니면, 오해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캐물어서 좋을 게 없기에 그저 웃으며 간단히 몸을 풀었다.

“그럼. 다리우스 선배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응. 유신 브로~ 앞장 서~”

“넵.”

재빨리 포스를 몸 안에서 한 바퀴 돌렸다.

그런 다음, 호신강기를 몸 앞에다가 마름모 형태로 만든 후, 폭발하듯이 앞으로 뛰었다.

준비하는 시간이 좀 있었지만, 순간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출발했던 자리가 벌써 점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리우스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뭘 찾아?”

“어? 아. 아닙니다.”

솔직히 놀랐다.

언제 다가왔는지 다리우스 선배가 옆에서 속삭이듯이 말하고 있었다.

“유신 브로~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네.넵.”

“그럼 조금만 더 속도를 내봐.”

“아.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오직 속도에만 집중해서 달렸다.

콰콰콰

거친 소음과 함께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렸다.

“오~ 유신 브로~ 많이 늘었어.”

그런데,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리우스 선배가 바로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도중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수련은? 나 정말 강해진 거 맞아?’

아무리 13기동 타격대의 선배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달리기에서 질 줄은 몰랐다.

차라리 다른 선배들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옆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마법과 힘 빼면 그저 동네 건달과 다름없는 다리우스 선배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 순간 거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동굴이 보였고, 천천히 속도를 줄여나갔다.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마나석을 구했다고?”

“네. 여깁니다.”

다리우스 선배는 동굴을 한 번 빤히 바라보더니,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다리우스 선배. 오기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여기는 거인들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와 우호적이고요.”

“잘 알고 있어 브로~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이죠?”

“그럼. 거인들과 우호적이어야지 마나석도 구할 수 있을 거 아니야. 뭐 정 안되면 다 뒤집어 버려야지.”

뒷말을 작게 말했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절대! 폭력 금지입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런데, 누가 마중을 나오는군.”

“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브로~ 귀로 듣지 말고, 촉감으로 느껴봐. 땅이 미미하게 진동을 일으키고 있어.”

평소 다리우스 선배는 장난도 심하고, 다른 사람을 잘 놀렸다.

그래서 믿음이 가지 않는 편이지만, 전투와 관련된 거라면, 절대적인 믿음이 생기는 사람이었다.

촉감으로 느껴보라는 말에 땅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긴장해서야 뭐가 되겠어? 좀 느긋하게 그리고 평온한 마음을 가져봐.”

다리우스 선배의 조언에 따라, 마음을 편히 먹었다.

지금 느끼지 못하면, 뭐 나중에라도 느끼면 된다는 심정을 먹자,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정확히는 땅이 아주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부르

부르르

일정한 간격으로 땅이 울렸다.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는 것 같네요.”

“오~ 유신 브로~ 대단한데. 처음부터 느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우리가 없는 사이에 많이 발전했는데.”

“헤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냐~ 진짜야. 아무리 거인족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처음 느끼는 게 어렵거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곳으로 오는 거인은 진동을 넘어선 거대한 발자국 소리를 냈다.

쿵쿵쿵

그렇게 모습을 보인 거인은 뒤늦게 우리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뛰어왔다.

쿵쿵쿵

거리가 가까워지고, 거인은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그대로 절을 했다.

“안드리우스의 아들 하드리우스가 람을 뵙습니다.”

“하드리우스? 그럼 저번에 타르에게 잡혔던 그 거인?”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드리우스를 봤을 때, 그는 키가 2미터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 지금 대충 봐도 3미터는 넘어 보였다.

“못 본 사이에 키가 많이 컸네.”

“이게 다 람께서 우리에게 베푼 은혜 덕분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런데 왜 여기까지 나왔어?”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하드리우스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기 시작했다.

“람이시여 죄송합니다.”

쿵쿵

자신의 머리를 땅에 찧어 사죄하는 하드리우스의 행동에 반대로 내가 당황스러웠다.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다리우스 선배가 입을 열었다.

“유신 브로~ 람은 뭐고? 저 거인은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아니. 람이 뭐냐니까?”

“거인족들의 언어를 아세요?”

“브로~ 마도구가 없어도, 통역 마법이라는 게 있어~”

어깨를 으쓱이는 다리우스 선배의 모습에 약간은 창피하다고 느껴졌다.

“저기 그러니까…람은 인간들의 언어로 왕이라고 보면 돼요.”

“왕? 그럼 뭐야? 유신 브로가 거인들의 왕이라고?”

놀라서 외치는 다리우스 선배의 말에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쿵쿵

잠깐 다리우스 선배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하드리우스는 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

거인이라서 몸이 튼튼해서 그런지, 땅이 쩍쩍 갈라졌지만, 하드리우스의 이마에는 약간의 흙만 묻어 있었다.

그렇다고 이 행동을 계속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드리우스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언제든 람께서 돌아오시면 마중하기 위해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고?”

말이 끝나자마자 하드리우스가 다시 땅에 머리를 찧으려고 했다.

“한 번만 더 머리 찧어봐.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야.”

협박이 먹혔는지 아니면 람의 명령은 절대적이라서 그런지, 하드리우스의 행동은 멈췄다.

“알겠습니다. 람이시여.”

“정말 궁금한 건데, 아니 왜? 날 기다린 거야?”

“그게 제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늦잠을 자버려서 람의 마중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좋은 의도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옆에서 다리우스 선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큭. 우리 유신 브로~ 아니 람께서는 완전 엄하시구나. 마중 늦게 왔다고 부하가 바닥에다가 머리까지 찧고. 크크큭”

거인들의 과잉 충성으로 인해, 다리우스 선배는 내게서 약 3개월 이상 치의 놀림거리를 얻게 되었다.

***

“앤드류님 로저님께서 조쉬 히라니님에게 들어온 임무는 모두 자신에게 말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몰래 와도 되는 겁니까?”

분명 내 용병단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앤드류 용병단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용병왕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로저의 명을 최우선으로 두려고 했다.

그게 싫었지만, 어떻게 보면 현실이기도 했기에, 화를 속으로 삭이며,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베뉴.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로저님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이곳에 온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잘못되어도, 너희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알겠습니다.”

확답해주고 나서야, 용병단의 부단장인 베뉴가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말없이 의뢰자에게 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 사기는 바닥을 보일 거다.

또 한 번 광대가 되어야 할 시간이었다.

“친구들. 여기 인도 마이소르 시에는 보다시피 수많은 궁전이 있어. 보여? 이 아름다운 궁전들이?”

그제야, 단원들은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둘러봤다.

실제로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많은 궁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의뢰자인 인도의 왕이자, 13인의 전설 중 한 명인 조쉬 히라니님이다. 그분은 이 수많은 궁전 중에서 어디에 계시는지 알아? 바로 저기야.”

손으로 가장 크고, 화려해 보이는 궁전을 가리켰다.

자신은 여행 가이드가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단원들의 불안감을 떨쳐야 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의 기준에서 모두 쓰레기였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내쳐서는 안 됐다.

‘그딴 신의 개나 주고 싶군.’

다시 한번 속으로 감정을 정리한 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 보이지? 누가 봐도 저 궁이 가장 독보적이지? 저기에 조쉬 히라니님이 계셔, 저 궁전의 이름은 바로 암바 빌라스야. 왕의 궁전을 뜻하는 단 하나의 언어지. 오늘 우리는 저기에서 묵을 거야.”

인도에 온 첫날부터 궁전에서 묵는다는 말을 하자, 단원들의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단원들이야 이런 기회가 별로 없을 테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저딴 곳에서 잠을 자기보다는 호텔에서 자는 게 훨씬 낫겠군.’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상태에서 암바 빌라스로 들어갔다.

암바 빌라스는 겉은 독보적이요, 속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하하하~ 이야 너무 화려한걸. 베뉴. 아무리 욕심이 나도 이곳 물건에는 손대지 마. 하하하하”

“하하하하~”

자신의 말에 베뉴를 제외한 모든 단원이 웃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믿지 못한 베뉴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단원들과 함께 조쉬 히라니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모두 실수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단장.”

“단장도 실수하면 안 됩니다.”

“하하핫. 이거 내가 실수할 수도 있겠는 걸.”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겉으로는 단원들과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되고,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금으로 된 의자에 앉아 있는 조쉬 히라니가 보였다.

최대한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고, 그 뒤로 자신의 단원들이 걸어왔다.

“앤드류 시거가 앤드류 용병단과 함께 세계를 구해주신 13인의 전설이자, 인도의 왕이신 조쉬 히라니를 뵙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몸을 숙여서 인사했지만, 조쉬 히라니에게서는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까지 허리를 펴지 않고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조쉬 히라니가 입을 열었다.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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