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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92화 (192/300)

192화_매혹의 저주(1)

변신이 풀리고 쓰러져 있는 릴라를 바라보며 도미니크가 입을 열었다.

“릴라님. 조금만 쉬십시오. 나머지는 이 도미니크가 다 해결하겠습니다.”

도미니크가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를 노려볼 때였다.

“크크큭!”

지금까지 가만히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다리우스 선배가 배를 부여잡고는 웃었다.

“와~ 너 이름이 도 뭐라고?”

“도미니크다.”

“그래. 도미니크.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들었다고.”

다리우스 선배가 의미 모를 말을 내뱉을 때였다.

후두둑

튕겨났던 마리 선배가 멀쩡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 선배는 화난 표정을 짓더니 허리춤의 벨트를 풀어서는 신성의 채찍을 만들었다.

“그래. 얼마나 대단한 년을 지키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어디 두고 보자.”

촤아아악

채찍을 바닥에 내리치자 깊은 자국이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도미니크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물론 도미니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손을 앞으로 뻗자, 모래 폭풍이 일어나며 채찍을 휘게 했다.

“염동력자군. 그런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마리가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두르자, 모래 폭풍이 갈라졌다.

도미니크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염동력을 발휘했고, 바로 앞에서 채찍이 멈췄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채찍에 도미니크는 금방 수세에 몰렸다.

촤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채찍이 도미니크의 왼팔을 타격했고, 단 한 번에 도미니크는 부러진 뼈가 밖으로 보일 정도였다.

“크으윽 ”

“그러게 낄 때 안 낄 때 잘 보고 했어야지.”

고통을 참는 도미니크에게 마리 선배가 무심히 말을 내뱉으며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크아아아악!!”

다리우스 선배 옆에 있던 데리우스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더니, 마리 선배에게 달려들며 다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다크 블레이드와 신성 채찍이 부딪히며, 스파크를 생성했다.

데리우스의 이상 행동에 가장 기겁한 것은 다리우스 선배였다.

“마.마리 브로~ 절대 죽이면 안 돼!!”

앞으로 달려간 다리우스 선배가 어둠의 마력을 일으켜서 데리우스에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데리우스가 다크 블레이드로 어둠의 마력을 쳐내고는 무작정 마리 선배에게 치켜들었다.

마리 선배는 다가오는 데리우스의 목을 날려버리기 위해 채찍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크으으윽…”

채찍은 데리우스에게 닿지 않았고, 다리우스 선배의 오른팔을 휘감았다.

“다리우스. 지금 뭐 하는 거지?”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

“저건 데리우스가 아니다. 그저 강한 언데드일 뿐이야. 이지가 없는 건 넘어가 주겠지만, 내게 덤벼들었다는 건 용서할 수 없지. 그리고 모든 걸 다 넘어가도, 다크 블레이드를 쓸 정도면 위험한 몬스터다.”

다리우스 선배는 마리 선배의 채찍을 더욱 움켜잡았다.

그 모습이 더는 마리 선배가 데리우스를 공격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느낌이었다.

“아냐! 인간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줘.”

“저번부터 말했지만,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내가 신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니잖아. 그저 데리우스라는 이레귤러를 만들려고 할 뿐이라고.”

그렇게 선배들은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로 공격을 퍼붓고, 방어하기를 반복했다.

그때 기회를 노리고 있던 도미니크가 릴라를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서!!”

잠깐 선배들의 싸움에 정신이 팔렸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던지기

콰앙

유성 던지기가 릴라의 어깨에 닿았지만, 튕겨 나갔다.

마의 성향에게 물리 공격이 반감되는 걸까?

알고 있는 기운 중 마의 기운을 확실히 잡는 것을 추가해야겠다.

“아람! 도깨비불!!”

평소라면 이런저런 변명이나 잔소리부터 쏟아낼 아람이 군말 없이 도깨비불을 던졌다.

칠성검에 도깨비불이 닿자, 청염이 타올랐다.

그 상태에서 다시 한번 기운을 집중해 도미니크와 릴라에게 던졌다.

유성 찌르기 변형 – 유성 던지기

청염에 휩싸인 야구공 크기의 에너지가 도미니크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도미니크는 이미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은 다음이었다.

청염과 함께 도미니크, 릴라가 모습을 감췄을 때였다.

갑자기 뒷목이 서늘해져서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콰아앙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데리우스의 다크 블레이드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오러를 일으켜 후속타에 대해 견제하려고 할 때였다.

마리 선배가 데리우스의 등을 가격했다.

그렇게 데리우스가 바닥에 내리꽂히자, 마리 선배는 주먹에 신성력을 모아서 데리우스를 가차 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크…마리. 제발 그만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뒤늦게 나타난 다리우스 선배가 마리 선배를 말리려다가 오히려 한 대 얻어맞았다.

그리고, 데리우스는 이미 전투 불능이 되었지만, 마리 선배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저 마리 선배.”

너무 작게 불렀는지 대답이 없었다.

일단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다시 한번 외쳤다.

“마리 선배!!”

그제야 마리 선배가 날 바라봤다.

그런데, 북극의 한기가 이럴까? 눈빛에서 얼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신경 쓰지 마.”

마리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마무리를 짓기 위해 주먹에 신성력을 키울 때였다.

[람이시여. 시간이 다 됐습니다.]

땅의 축복에 목소리가 들렸고, 그와 함께 온몸에서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기 전 다리우스 선배와 마리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

“크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릴라가 발버둥을 쳤다.

그녀의 몸에는 아직 잔잔하게 청염이 불타올랐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청염이 점점 거세졌다.

그때 어두운 암실에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에서 보라색 머리카락의 미남이 걸어 나왔고, 지친 표정의 도미니크가 다가와서는 꾸벅 인사했다.

“루이스님 오셨습니까?”

“릴라는?”

“좋지 않습니다. 푸른 불을 일으키는 공격에 당한 후 계속 이러고 있습니다.”

“푸른 불?”

루이스는 무언가 나쁜 기억을 떠올랐는지 릴라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깨비불이군.”

“도깨비불이요? 그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새 삶을 선사해준 릴라가 걱정됐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다급하게 말했고, 다른 장로와는 다르게 루이스는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어깨를 두드려줬다.

“일단 치료가 먼저다. 준비하라고 했던 건?”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염동력을 이용해 문을 연 후, 혼절해 있는 한 명의 여성과 다른 한 명의 남성을 띄워서 데려왔다.

루이스는 단검을 꺼내서는 남성의 심장에 찔러넣었다.

분수처럼 피가 쏟아져서 릴라를 뒤덮었다.

그런 후, 루이스가 주문을 외웠다.

부글부글

피가 끓어오르더니, 청염이 꺼졌다.

곧바로, 여성도 똑같은 방식으로 죽인 후, 다시 주문을 외웠다.

여성의 피까지 뒤덮은 릴라는 주문 때문인지 피를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아~”

기절해 있던 릴라에게서 평안한 한숨이 나왔고, 그제야 루이스는 주문을 멈췄다.

“루이스님. 대체 도깨비불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지구를 지키는 도깨비들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도미니크. 너처럼 아직 마족이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냥 일반적인 불이지만, 릴라와 나처럼 마족과 융합한 사람들에게는 신성력과 더불어 아주 위험한 것이지.”

“하유신. 그자가 도깨비불을 사용했는데…그럼 하유신은 도깨비입니까?”

“그건 모르지. 하지만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군. 하유신 말고 새로운 제물을 찾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루이스가 손을 휘젓자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를 통해 돌아가려는 루이스에게 오체투지하며 말했다.

“제가 하유신을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자중해라.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쏠리면, 대업에 차질이 생긴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때 루이스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솟구쳤다.

기운을 통한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패대기 처진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지다가 한순간에 기운이 사라졌다.

“네가 직접 하유신의 목을 치고 싶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중해라. 하유신에게는 내가 따로 사람을 붙여 놓을 거다.”

“크으윽… 알겠습니다.”

원수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자신이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그렇게 억울해하지 마라. 기회가 오면 도미니크. 너에게 제일 먼저 주도록 하마. 그동안 하유신을 죽일 검을 준비해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니 일단 팔부터 치료하도록.”

대화를 끝낸 루이스가 게이트를 통해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릴라를 바라봤다.

치료는 끝났지만, 평생 남을 수도 있는 흉측한 화상이 보였다.

“하유신. 기회만 주어진다면, 내가 직접 네 녀석의 목을 따버리겠다.”

***

교황청에 돌아온 유신이 창고 앞에서 아공간 가죽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건 소고기고, 이건 돼지고기, 우와~ 이거 너무 많은데요?”

아공간 마도구들을 내려놓고는 마리 선배를 바라봤다.

“선배. 이렇게 많이 주셔도 돼요?”

“무슨 소리야? 네가 마나석 판 돈에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어.”

“네? 제가 드린 마나석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

지금 이곳에 놓여 있는 식량의 양만 따지면, 다크 연합을 통해 가져간 식량의 다섯 배가 넘는 양이었다.

알고 있던 마나석의 가격으로는 이 정도 식량을 사는 건 턱도 없었다.

“지금까지 마나석의 가격이 낮은 건 물건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야.”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말 그대로야. 마나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지만, 1년에 중급 마나석 하나 발견하기 어렵지. 그래서 연구하지 못했던 거야. 하지만, 이제 물량이 충분히 주어졌으니 활발히 연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거지.”

경제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그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배. 그러면 여기에 있는 절반만 가져갈게요.”

“응? 왜?”

“지금 마족 숭배자 놈들 때문에 캐나다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식량 지원을 하려고요.”

마리 선배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럴 필요 없어. 교황청에서 충분히 캐나다를 지원할 거야.”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 마음만 받을게.”

“하지만…아!! 그럼 마나석 판매하고 남은 금액을 전액 기부할게요.”

“너 그게 얼마나 되지는 알아?”

“얼마인데요?”

솔직히, 얼마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저 요청했던 것은 마나석을 판돈으로 식량을 사는 거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 식량은 두 번 더 살 정도야.”

“그렇게나 많아요?”

“그래. 그러니까…”

“전부 기부할게요.”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거인족의 나라에 가서 마나석을 얼마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정도 양만 해도 거인들이 한동안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뭐…부족하면 지금까지 모아왔던 사비를 털면 되겠지.’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고 있을 때, 마리 선배가 고개를 끄떡였다.

“정 유신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어. 잘 사용할게.”

“감사해요.”

몸을 돌려 창고를 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깐 기다려봐.”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자. 받아.”

고급 상자를 건네받고 열어보니 그 안에 ‘성녀의 축복이 깃든 포션’이 있었다.

“이걸 왜 제게?”

“지금 마셔.”

“네? 저 멀쩡한데요.”

“멀쩡하기는 너 쓰러진 다음에 내가 힐을 얼마나 때려 박았는지 알아? 그리고 그 목의 상처를 그대로 계속 둘 거야?”

마리 선배의 말에 릴라에게 물렸던 목을 매만졌다.

땅의 축복이 봉인했지만, 봉인이 풀리는 순간 또 매혹에 빠져 버릴 수도 있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계속 그런 위험한 것을 가지고 살 수는 없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은 아끼기보다는 제대로 사용할 때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음을 다잡고는 ‘성녀의 축복이 깃든 포션’의 뚜껑을 열고는 그대로 들이켰다.

포션은 식도를 타고 내려가더니, 포스의 기운을 한 번 북돋아 주고는 이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포션의 기운이 한 바퀴 돌더니, 목의 상처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해머로 머리통을 내리친 것 같은 고통을 겪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곳은 순백의 공간이 뒤덮여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와 똑같이 생긴 스마일이 액체로 이루어진 흉측한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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