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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88화 (188/300)

188화_릴라(1)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고 기동대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유신은 인상을 구겼다.

‘서로 다른 개체들이 싸우지 않고 달려온다? 예전 북한에서 마족이 몬스터를 조정할 때 했던 거와 똑같잖아.’

마족이라는 존재를 입 밖으로 내밀 수 없었다.

저렇게 몰려오는 몬스터를 보고 사람들이 이미 삶을 포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마족까지 거론되면, 작은 희망의 불씨까지 짓밟는 결과였다.

“일단 모두 차량에 탑승하신 다음에 뒤로 돌아서 가시죠.”

“그러면 뭐 합니까? 저 몬스터 군단에 쉽게 뒤를 내주기밖에 더 합니까?”

“그건 해봐야 알죠.”

나는 몬스터 군단을 바라보며 외쳤다.

“서둘러 움직이세요. 뒤는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다 끝났어요.”

기동대원의 자괴감 가득한 모습에 몸을 돌렸다.

그런 다음 주저앉아 있는 기동대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정신 차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왔으면 구해. 그게 네가 맡은 임무잖아. 빨리! 여러분들 차량에 탑승하세요.”

갑작스러운 행동에 마을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였다.

아공간에서 흑색창을 하나 꺼냈다.

“이 기술이 여러분에게 희망의 불씨를 일으키길 바랍니다.”

흑색창에 포스를 주입하고는 몬스터 군단을 향해 집어 던졌다.

쇄애애애액

콰아아아아아아앙

포스 미사일의 위력은 선두로 달려오고 있던 몬스터 군단을 깔끔하게 삭제시켰다.

거기서 포스 미사일의 위력은 끝이 아니었다.

후폭풍으로 불어닥친 바람이 몬스터들을 날려 버렸고,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돌풍이 불어와 차량에 진동을 일으켰다.

“포스 미사일. 이 기술의 명칭이며, 칼 제라니가 제게 알려준 기술입니다. 여러분 제가 최대한 막고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출발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걱정하지 마세요. 곧 뒤쫓아 갈게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날 믿지 못했다.

하지만, 단 일수에 몬스터를 쓸어 버리는 강한 모습에 믿음이 생겼는지, 급하게 차량에 타기 시작했다.

그때, 릴라가 내게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방금 그 일격. 칼님께 들은 적 있어요. 강한 위력을 보이는 만큼, 포스 소모도 많다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포스 미사일은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은 포스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릴라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칼 제라니. 그건 바로 나지. 그리고 난 릴라에게 내 기술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없어. 이 여자 정말 뭐지?’

릴라는 의심이 풀릴 때쯤, 다시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

거기다가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

“릴라씨. 죄송하지만,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뭔데요?”

“저와 함께 여기 남아 주실 수 있으세요?”

“……”

대답 없는 릴라를 바라보며 흑색창을 하나 더 꺼냈다.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대신에 절 지켜주셔야 해요.”

“장담은 못 하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흑색창에 포스를 가득 담아 다시 한번 포스 미사일을 발사했다.

뭉쳐서 다가오던 몬스터들이 푸르게 빛나는 흑색창을 보자 사방으로 퍼졌다.

콰아아아아앙

두 번째 일격에도 몬스터들의 피해는 무시 못 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첫 일격만큼의 피해는 주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래도 그사이 마을 뒤편의 문이 열렸고, 차량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릴라와 함께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 끝도 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를 보면서 의지를 다졌다.

“이렇게 대군을 상대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언제 또 했었어요? 혹시 마족 숭배자 때?”

“네. 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때도 많았거든요.”

조심해야겠다.

릴라라는 이 헌터가 아직 의심스러웠다.

솔직히,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적을 더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기에 부탁했던 거였다.

그런데, 이 여자는 의외로 쉽게 부탁을 들어줬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뱉어서 긴장감을 조절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 백만 오크들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그때도 이런 긴장감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이제 전투에 나서야 하는데, 온몸이 따가울 정도로 긴장됐다.

‘전투는 까딱 실수하면 목숨을 잃지. 하지만, 안 그런 적도 없었잖아. 그래 편하게 마음 먹자. 이참에 만들어 놓고, 실전에 사용하지 않은 기술이나 점검해야겠어’

칠성검을 꺼내 들자마자 몬스터 군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블레이드 샷!”

콰아아아앙

약 20미터 공간에 있던 몬스터들이 박살 났다.

“공간참!”

서어걱

파괴된 공간으로 둥근 오러가 부메랑처럼 돌며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을 베어냈다.

그렇게 바리케이트 앞으로 일정 공간이 비었다.

몬스터들의 사체만 있는 빈공간으로 뛰어내리며 릴라에게 외쳤다.

“공중으로 넘어오는 몬스터들을 견제해 주세요.”

“네 맡겨 주세요.”

“부탁합니다.”

대답과 함께 칠성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쿠르르릉

콰아아앙

칠성검을 중심으로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크레이터 중심에서 칠성검을 빼든 후, 몬스터들이 작게 보일 정도로 높이 점프했다.

그 상태에서 몬스터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쾅쾅쾅

콰아아아앙

꽤 오랜 시간 검을 휘둘렀고, 포스의 3분의 1을 소모하고 나서야 검을 멈췄다.

땅에 내려선 후, 주위를 둘러보니, 크레이터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의 사체가 쌓여 있는 걸 봤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략 2만 마리 정도 남았나? 아니 덜 되나? 더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당연히 혼잣말이기에 누군가에게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몬스터 군단을 향해 칠성검을 들어서 까딱였다.

“다른 날이면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무도 이 뒤로 못 지나간다.”

“크아아아아앙!”

“크롸롸롸롸롸뢀!!”

말이 끝나자마자, 땅 위에 선 오우거가 괴성을 내질렀고, 하늘 위에서는 와이번이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내가 못 지나간다고 했지!!”

***

유신이 몬스터 군단을 막아서는 사이 마을 사람들과 기동대원들은 빠르게 차를 몰아서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두 시간 정도 도로를 따라 달렸을 때였다.

삐이이익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선두 차량 앞에 거대한 나무가 쓰러졌다.

끼이이익

선두 차량이 멈추자, 뒤따라오던 모든 차량이 일제히 멈춰 섰다.

그때 유신에게 얻어맞았던 기동대원이 차량에서 내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동대원들과 헌터들이 하나둘 차량에서 내리더니 쓰러진 나무 앞으로 모였다.

“누가 이걸 치워야겠는걸?”

기동대원의 말에 덩치가 커다란 헌터가 앞으로 나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주게.”

“네.”

헌터가 손을 뻗어서 집채만 한 나무를 집었다.

그러자, 나무가 너무나 손쉽게 위로 올라갔고, 나무를 잡은 헌터가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어? 어? 내가 안 그랬어?”

재빨리 헌터는 나무를 잡고 있는 손을 놓았고,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들어 올려졌던 나무가 그대로 헌터를 내리찍었다.

콰아앙

순식간에 헌터가 죽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황할 때였다.

기동대원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습격이다! 모두 경계 태세로!!”

각자 무기를 빼 들고, 주위를 살펴볼 때였다.

거대한 덩치에 외눈박이 몬스터 사이클롭스가 헌터를 죽인 나무를 들고 나타났다.

“우어어어엉!!”

괴성을 내지른 사이클롭스는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나무를 사람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동대원들과 헌터들은 서둘러 몸을 피하며 사이클롭스를 노려봤다.

“아무리 S급 몬스터 사이클롭스라고 해도, 우리는 최정예다. 이길 수 있어!!”

악에 가까운 비명이었고, 기동대원과 헌터들은 사이클롭스를 상대하기 위해 능력을 난발했다.

하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사이클롭스로 인해 사람들은 수세에 몰렸다.

“다 끝났어.”

입으로 불을 내뿜던 헌터의 자포자기한 외침이 들렸다.

그 모습을 보고, 기동대원이 악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악!! 우리를 대신해서 뒤에 남으신 하유신님을 생각해서라도 버티라고!! 이길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기동대원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고는 검을 사이클롭스의 목에 박아넣었다.

푸욱

“여봐! 할 수 있어.”

콰직

검을 박아넣었지만, 사이클롭스가 모기 잡듯이 휘두른 손에 기동대원은 온몸이 납작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죽기 전의 용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장 한 시간 가까이 사이클롭스와의 전투가 이어졌다.

쿠우웅

거대한 덩치의 사이클롭스가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그렇다고 남은 사람들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사람도 겨우 세 명에 불과했다.

“헉헉. 겨우 끝났네요.”

“그렇네요. 하악 하악. 빨리 움직이죠. 언제 또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숨 돌릴 틈도 없네요.”

두 명의 기동대와 한 명의 헌터가 서둘러 차량을 출발시키려고 할 때였다.

쿵. 쿵. 쿵.

사이클롭스 두 마리가 나타났다.

“가이아시여…”

***

유신은 당연하게도 하늘을 나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마계의 틈이 열렸을 때를 기억하고는 칠성검에 오러를 집중해 뿜어냈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오러가 와이번 한 마리를 꿰뚫었다.

퍼어억

하지만, 아직도 수십 마리의 와이번이 남아 있었다.

발출된 오러를 채찍처럼 하늘 위에서 춤을 추게 해서 와이번들을 조각냈다.

간혹, 앞으로 날아든 와이번은 릴라가 파동의 힘으로 밀려나게 했고, 그에 맞춰 오러가 다시 춤을 췄다.

그렇게 하늘 위에 있는 와이번들의 처리가 끝나갈 때쯤이었다.

“크아아아앙!!”

오우거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몬스터들의 사체를 밟고 크레이터를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제자리에서 몸을 팽이처럼 회전한 후, 오우거들에게 뛰어들었다.

서걱서걱서걱

오러가 깃든 칠성검에 오우거들이 난자되기 시작했다.

그사이 다른 몬스터들이 바리케이트 근처까지 다가왔다.

“내가 오늘은 여길 못 지나간다고 했지?!”

동네를 휩쓰는 팽이처럼 몸을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학살했다.

그렇게 약 1분간 움직인 후, 멈춰 섰다.

“두 번 못할 기술이네. 파괴력은 좋은데, 어후~ 너무 어지러워.”

어지러움 때문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인상을 쓴다고 몬스터들이 다가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파아앙

다행히 릴라가 적절히 파동으로 몬스터들을 견제해줬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든 후, 주위를 바라봤다.

“길목이 좁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놓쳤을 거야.”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칠성검을 꽉 쥐었다.

그때였다.

“끼에에에엑!”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수많은 하피 무리가 비상해서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하피 무리는 릴라 혼자 상대할 수가 없었다.

의심스러운 여자이지만, 그렇다고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유성 찌르기-변형 유성 가르기

유성의 꼬리처럼 하피 무리에게 날카로운 오러가 분출하듯 날아갔다.

후두두두둑

단 일격에 수많은 하피가 몸이 갈라져서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재빨리 몸을 날려 릴라가 서 있는 바리케이트로 돌아갔다.

“거대 물고기를 기절시켰을 때 기억나요?”

“네? 네.”

“다시 한번 더 그 기술을 써주세요.”

“알겠어요.”

릴라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해서든 저들을 막아야 했다.

아공간에 있는 무기를 소환한 후, 땅에는 포스 미사일을 공중에는 유성 찌르기를 남발했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동안 릴라에게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힘이 느껴졌다.

“준비됐어요.”

“바로 해주세요.”

공격을 멈추고 한 발 뒤로 물러나자, 릴라가 양손을 앞으로 뻗어서는 파동을 사용했다.

릴라의 공격은 충분히 강했다. 그렇다고 만 단위를 넘는 몬스터를 무찌를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 공중 몬스터들이 더는 활개를 치지 못하게 해야 했다.

“크아아아아앙”

파동을 향해 거대 물고기를 기절시킬 때 사용했던 사자후를 내뱉었다.

그러자, 파동의 범위와 속도가 올라갔고, 넓게 퍼진 파동이 몬스터들을 덮칠 때였다.

푸욱

고개를 내려서 배를 바라봤다.

자신의 피로 인해 붉게 물든 손이 배를 꿰뚫고 있었다.

“왜…?”

촤아악

손이 배에서 뽑히자, 한 움큼의 피를 뱉어냈다.

그리고 릴라는 손에 묻은 자신의 피를 살짝 핥으며 말했다.

“아~ 미안해. 무르익을 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지금 널 먹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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