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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87화 (187/300)

187화_캐나다의 이상 현상(2)

페이토 호수는 숲의 왕 오우거도, 하늘의 제왕 와이번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거대한 물고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거대 물고기는 평소에는 밑바닥에 있다가 하루에 한 번 수면 위로 떠 올라 식사를 했다.

쏴아아아악

오늘 거대 물고기가 식사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한번 떠올랐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등지느러미 또는 입부터 뜬 게 아니었다.

수족관의 죽은 물고기처럼 배부터 둥실 떠올랐다.

주변 몬스터들이 어리둥절할 때였다.

촤아아아악

거대 물고기의 배가 갈라지더니, 거기서 유신이 튀어나왔다.

곧장 나온 유신은 뱃속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더니, 곧 릴라를 꺼냈다.

“대.대단해요. 어떻게 이렇게 나올 생각을 다 했어요?”

릴라의 칭찬에 유신이 헤프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띄워주지 마세요. 릴라씨의 충격파 능력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사용한 충격파를 증폭해서 물고기를 기절시킬 줄은 몰랐어요.”

“사실은 예전에 너튜브에서 물고기는 충격에 쉽게 기절한다는 걸 봤거든요. 그걸 응용했을 뿐입니다.”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전 그저 평소처럼 능력만 사용했는걸요.”

“그렇게 따지면, 저도 그냥 칼질만 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유신과 릴라가 서로 겸손을 떨며 웃고 있을 때였다.

기절해 있던 거대 물고기가 부르르 떨며 깨어나려고 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겠네요. 혹시 물 위를 걸을 수 있으세요?”

“당연히…불가능하죠. 충격파 기술은 만능이 아니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칠성검을 꺼내든 유신이 재빨리 거대 물고기 비늘 두 개를 떼어냈다.

포스를 이용해 비늘을 발바닥에 흡착시킨 유신은 공주님 안기로 릴라를 안아 들었다.

“놀라지 마세요.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네?”

물고기의 배를 박찬 유신은 그대로 호숫가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호숫물과 물고기 비늘이 맞닿을 때쯤, 포스를 뿜어내서는 호수를 박찼다.

어떻게 보면 물 위를 달리는 거였고, 다르게 보면, 목도리 도마뱀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팡 팡 팡…

유신이 릴라를 안고 호숫가를 건너고 있을 때였다.

릴라는 지금 방심하고 있는 유신의 목을 단칼에 몸과 분리시키고 싶어졌다.

새로운 영웅의 피를 보고 싶은 욕구가 릴라의 가슴 속에서 솟구쳤다.

하지만, 유신은 나중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릴라의 가슴과 머리가 서로 싸움을 일으킬 때쯤이었다.

파아아앙

정신을 차린 거대 물고기가 점프하더니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로 인해, 호숫가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유신과 릴라를 덮쳤다.

조금이라도 빨리 호숫가에 도착하기 위해 달리던 유신은 거대한 높이를 자랑하는 파도를 보며 살짝 점프했다.

그리고, 릴라를 안은 채로 파도타기. 즉, 서핑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물살을 오직 발바닥에 있는 비늘에 의지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유신은 물 위를 미끄러졌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릴라와 유신은 호숫가에 도착했다.

“대.대단해요.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파도 탈 생각을 하신 거예요?”

“하하. 사실은…”

촤아아아악

유신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이차로 밀려오는 파도가 유신과 릴라의 덮쳐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변했다.

“릴라님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요. 유신님은요?”

“이렇게 홀딱 젖은 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서로 안부를 전하며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침엽수로 이루어진 숲 쪽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아앙!!”

쾅쾅쾅

하늘 높이 뻗은 침엽수를 쓰러뜨리며 다가온 것은 숲의 제왕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예요. 빨리 도망쳐요.”

릴라가 도망치자고, 유신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유신은 트윈 헤드 오우거를 보고는 눈을 번뜩였다.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겠군. 릴라씨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트윈 헤드 오우거예요. S급 헌터도 상대하기 까다롭다고요.”

“저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잘못이 없지만, 제가 트윈 헤드 오우거들한테 쌓인 게 좀 있거든요. 그럼.”

유신은 릴라를 뿌리치고,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오러를 뽑아낸 유신이 이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압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릴라의 표정은 구겨졌다.

‘본래 계획과는 너무 틀어지고 있어.’

사실 유신이 물고기에 잡아 먹히는 것부터 모두 릴라의 계획이었다.

마신 숭배자들의 고위 간부였던 릴라는 유신을 제물로 바치기 전에 그를 자신에게 빠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대 물고기에게서 빠져나오는 증폭의 기술과 트윈 헤드 오우거를 압살하는 저 모습은 자신의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자신이 얼만큼 강한지 충분히 알고 있어. 매력적이야.’

1분도 되지 않아서 유신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두 개의 머리를 베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에서 최상급 마정석을 뽑았다.

아직 릴라는 유신을 장난감으로 쓰다가 제물로 바칠지, 아니면 그냥 죽여 버릴지 고민을 끝내지 못했다.

‘고민하기 싫어서 칼 제라니를 죽였던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죽이지 않는 거였는데. 하유신이 칼 제라니보다 더욱 까다로운 것 같아.’

릴라에게서 칼 제라니는 괴상한 성격의 정의로운 사내였다.

그리고, 유신은 칼 제라니처럼 정의롭지만, 무언가 핀트가 어긋난 사람 같았다.

그때, 모든 작업을 끝낸 유신이 랄라에게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아니예요. 그런데 정말 멋지세요. 어떻게 그 젊은 나이에 트윈 헤드 오우거를 순식간에 잡을 수 있죠? 대체 능력이 뭔가요?”

능력이라는 말에 유신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그냥 남들보다 더욱 노오력해야 하는 능력입니다.”

“네? 아…네.”

유신의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했지만, 릴라는 유신이 능력을 숨긴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다 알릴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가 이미 유신의 뒷조사를 끝냈을 때는 유신은 말도 안 되는 능력으로 보고가 되어 있었다.

‘세상에 [노오력가]라는 능력이 어디 있어? 교황청에서 정체를 꼭꼭 숨겨놨군.’

릴라가 속으로 유신을 평가할 때였다.

“릴라씨. 일단 여기를 벗어나죠. 마을은 어디 방향인가요?”

“네. 저쪽으로 쭉 가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파앙

유신이 있던 곳에는 작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릴라는 유신의 능력을 보면 볼수록 욕심이 났고, 자신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핥았다.

‘유신의 능력은 증폭인가? 아니면 교황청에서 포스 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이 있나 보군.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어.’

계속 진실을 말한 유신이었지만, 릴라의 입장에서는 오해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

유신은 방금 미노타우로스의 소머리를 잘라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릴라가 혼잣말을 들었는지 다가와서 질문을 던졌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세요?”

잠시 릴라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캐나다의 루키 릴라부터가 이상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홀로 물고기의 뱃속에 있던 거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헌터라고 하지만, 물고기에게 잡아 먹혔으면서 단 한 번도 무서워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릴라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이상해서요.”

“네? 몬스터요?”

“여기까지 오면서 대부분 중대형 몬스터만 상대했습니다. 그러니까 오크나 고블린, 놀 같은 소형 몬스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요.”

자신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릴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네. 동물의 세계나 몬스터들은 약육강식이고, 그들의 구조는 피라미드 식입니다. 꼭지점엔 최상위 포식자가 그리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약한 몬스터들이 있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마치 피라미드의 밑에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설명을 듣던 릴라의 눈이 순간적으로 빛이 났다 사라진 걸 캐치했다.

역시나 릴라가 의심스러웠지만, 이 모든 의심은 심증일 뿐이었다.

그리고, 물고기 뱃속에서 릴라의 능력이 파동이라는 것을 직접 보기까지 했다.

동료를 향한 의심은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의심을 떨치기 위해 릴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릴라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될까요?”

“네. 당연히 물어보셔도 됩니다. 유신님이라면, 제 신체 사이즈도 알려줄 수 있는걸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쉽네요.”

“그게…다른 게 아니라, 어쩌다가 거대 물고기에게 먹히셨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릴라가 슬픈 표정을 짓더니, 힘들게 입을 열었다.

“동료들과 게이트를 통해 이동했는데, 페이토 호수 위였어요. 모두 물에 빠졌고, 몰려든 물고기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버텼어요.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동료를 잃었고요. 그 상황에서 저만 거대 물고기에게 잡아 먹혔어요. 남은 동료들은 괜찮을까요?”

“괜찮을 겁니다. 제가 예민한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의심이 약간은 거둬졌다.

자신도 원래 도착하기로 한 곳이 아니라, 페이토 호수 위로 게이트가 열렸고, 거대 물고기에게 잡아 먹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 이상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며 걷고 있을 때였다.

“취이이익!”

십여 마리의 오크 무리가 우리를 포위했다.

“유신씨 이번에는 소형 몬스터 오크네요?”

“그렇네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네요.”

오크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였다.

릴라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까지 고생하셨는데, 이번에는 제가 할게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네.”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릴라가 파동을 일으켰다.

크게 떠밀린 오크들이 균형을 잃을 때, 릴라는 약 50cm정도 되는 검으로 오크들의 멱을 따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릴라의 공격에 단말마를 내지르며 죽어갔다.

그리고 남몰래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죽기 직전 오크들의 대화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취이익! 인간 강하다. 그런데, 취익 우리가 왜 이들을 공격해야 하냐?”

“명령이었다. 취익! 이들을 죽이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 이들도 무섭지만, 그 인간들이 더 무섭다! 취이익!”

당연히 마도구 팔찌의 도움으로 오크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릴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오크들이 누군가의 명령으로 여기에 왔다고? 방금 릴라와 소형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대화만 했을 뿐인데? 저 여자 분명 뭐가 있어.’

의심이 다시 깊어질 때, 릴라가 오크들을 다 처리하고는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유신씨 이쪽으로 가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중소 규모의 마을이었고, 몬스터들로 인해, 튼튼한 방어벽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기 위해 교황청 신분증을 보여줬고, 릴라는 캐나다 헌터 자격증을 제출했다.

“그러니까 게이트로 이동하면 모두 페이토 호수로 떨어진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 마을에 파견 온 캐나다 기동대원에게서 들려왔다.

“릴라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같이 이동하다가, 페이토 호수에 빠졌는데, 릴라가 거대 물고기에 먹혀서 다들 구할 생각도 하지 못했거든요.”

“아닙니다. 제가 도리어 도움을 받아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전한 곳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기동대원이 광장에 놓여 있는 차량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차량에 탑승해서 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동하면서 나오는 몬스터는 우리 헌터들이 담당해야 할 것 같고요. 총 이동 시간은 아침에 해가 뜨고, 질 때까지라서 16시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 길어지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때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어서요.”

“네?”

기동대원의 의문을 뒤로한 채 북한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할 때였다.

애애애애애앵

마을에 긴급 신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자신과 왔던 방향에서 대규모의 몬스터가 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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