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185화 (185/300)

185화_암덩어리(4)

양현도는 이틀 째 산속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조금만 쉬려고 하면, 자꾸 드는 불길함 때문에 멈춰있을 수가 없었다.

꼬르륵

배에서 밥 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인가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이 산을 벗어나려고만 하면 자꾸 불길함이 배가 되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불길함을 무시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내려가다가 멀리서 은빛 가면을 보고 도망치듯 올라왔다.

‘대체 이놈들은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거야?!’

그렇게 배고픔을 참지 못한 양현도가 계곡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있을 때였다.

다리를 쩔뚝이는 토끼가 양현도 앞으로 다가왔다.

“토끼?”

순간 토끼 요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양현도는 토끼가 놀라지 않게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 후 손을 뻗었다.

스윽

하지만, 토끼는 고개를 숙이는 거로 양현도의 손길을 손쉽게 피했다.

평소의 양현도였다면,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 있었다.

태어난 이후로 육체가 이렇게 고생해 본 적도 없었고, 토끼를 잡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감히! 토끼 주제에!! 너까지 날 무시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는 양현도의 모습에 토끼는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안 돼! 거기서!!”

뒤늦게 후회감이 몰려온 양현도는 토끼를 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4기동대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손에는 방금까지 토끼를 가뒀던 우리가 들려있었다.

두시간.

양현도가 토끼를 잡기 위해 산을 이곳저곳 헤맨 시간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 토끼를 잡기 위해 움직였지만, 양현도는 끝끝내 토끼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배고픔에 미쳐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인가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은빛 가면을 쓴 사람들이 양현도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어?”

순식간에 체포된 양현도는 비명이라도 맘껏 지르고 싶었다.

입만 열린다면 겁박을 하든, 협박하든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이 안 나와?’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관 중 하나를 사용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마련이고, 양현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4기동대가 완벽하게 양현도를 제압했을 때였다.

은빛 가면에 두 개의 검은 줄이 그어진 존재가 양현도 앞에 섰다.

“당신이 양현도 맞나?”

“……”

“아혈을 풀었으니 다시 말할 수 있을 거다.”

상대가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양현도가 입을 벌려서는 목소리를 내봤다.

“아.아아 내게 무슨 짓을 했던 거야!”

하지만, 상대는 가면을 통해서 무심한 눈빛으로 양현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묻겠다. 양현도 맞나?”

양현도는 지금까지의 고생과 배고픔 그리고 현재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악을 질렀다.

“이런 개X끼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딴 짓이야?”

“누구긴? 한국 지부 마약 밀매 및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는 양현도지. 거기다가 취업을 핑계로 인신매매를 자행했고, 밀항을 핑계로 장기밀매를 주선했지”

“…내가? 지금 뭘 잘못 알고 있나 본데, 난 대한민국의 건실한 기업. 거삼 그룹의 아들이야. 그런 내가 그딴 불법적인 일을 했을 것 같아!”

아무리 양현도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4기동대 입장에서는 그냥 이 자가 양현도라는 걸 확인하는 작업이었을 뿐이었다.

“양현도가 맞다는군. 연행해.”

툭툭툭

4기동팀장의 말에 4기동대원이 양현도의 아혈을 다시 짚었다.

마침, 딱 맞춰서 기동대 차량이 앞에 섰고, 양현도를 태우고는 사라졌다.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알겠습니다.”

***

교황청은 사람들에게 그저 포션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유신도 그 안에 몇 개의 무력 단체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렇게 교황청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다크 프리스트라고 해서 그저 사제를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홀홀홀. 뭐 다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힘은 언제든지 순교라는 명목으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용기에 있죠.”

“그렇군요.”

한국 지부의 기동대와 4기동대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다크 프리스트들은 단 몇 시간 만에 잡아 와서 가두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다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저희가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은데,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이름이라는 건 다크 프리스트에 들어올 때 버렸습니다.”

정말로 버린 걸 수도 있을 테지만, 왜인지 알려주기 싫다는 말을 빙 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홀홀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말 이름이 없습니다. 다크 프리스트들은 입교와 동시에 이름을 버리고 시작합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가이아를 향한 마음만 남을 뿐이죠.”

노인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오해를 풀어줬다.

그때 4기동대에서 양현도를 구속한 채 나타났다.

“말씀하신 양현도를 데리고 왔습니다. 언제쯤 다시 오면 되겠습니까?”

4기동 팀장의 말에 나는 노인을 바라봤다.

손쉽게 의미를 파악한 노인이 양현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웃으며 답했다.

“하루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24시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노인은 떠나는 4기동대를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양현도의 발목을 잡고는 질질 끌고 갔다.

그 모습에 갑자기 불안감이 들어서 뒤늦게 노인을 향해 외쳤다.

“절대 죽이시면 안 됩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럼 24시간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방음 처리된 방에 노인과 양현도가 들어갔다.

끼이이이익 쿵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뱉으며 강철문이 닫혔다.

내심 불안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어길 사람도 아니기에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준비가 끝난 다크 프리스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충 준비가 끝난 것 같네요. 그럼 갈까요?”

다크 프리스트들은 대답 없이 그저 한쪽 무릎을 꿇을 뿐이었다.

그게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말릴 생각은 없었다.

이들은 원래 이런 존재이니 말이다.

***

유신이 청계산 산자락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4기동대장인 천소희가 산자락에 서서 1기동대 본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천천히 다가가자 천소희는 유신이 온 것을 파악하고는 살짝 목례했다.

“오셨습니까?”

“네. 잘 지냈어요?”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천소희는 그저 말없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약간 뻘줌했고, 이 분위기가 싫어서 저 아래 있는 1기동대 본부를 바라봤다.

“저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4기동대장의 걱정을 받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알고 보면 자신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걱정이 쓸데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뭐가요?”

“홀로 저기에 가는 건 그렇게 추천해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작전대로 일반인들만 빼주세요.”

산자락에 내려서며 1기동대 본부로 향하다가 고개를 돌려 천소희를 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전 혼자가 아닙니다.”

“네?”

그때 검은 사제복을 입은 다크 프리스트들이 천소희를 지나쳤다.

그렇게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삐이이이이익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기동대 본부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구쳤다.

애애애애앵

비상벨이 울리고, 1기동대 본부의 사용인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자, 은빛 가면의 4기동 대원들이 그들을 구속해서는 속속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4기동대원들은 1기동대 본부로 침투해서 민간인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콰차차창

4기동 대원 중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건물 안에서 밖으로 튕겨 나왔다.

다른 대원들은 그 대원에게 응급처치를 하더니 곧바로 모두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4기동 대원을 다치게 한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원 똑같은 전투 슈트를 착용했고, 같은 무장까지 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타이밍 맞게 내가 1기동대 본부 앞에 도착했다.

“환영 인사를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준비한 환영 인사는 괜찮았나?”

1기동대 본부의 최상위층을 바라보자, 그곳에서 이근택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갈 테니 기다려.”

아공간에서 칠성검을 소환해서 앞으로 달려가려고 할 때였다.

뒤에 있던 다크 프리스트들이 먼저 본인을 지나치며 1기동대의 경호부대와 부딪혔다.

다크 프리스트들은 일대일로 상대해도 경호부대를 쉽게 이길 수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숫적 압박을 가해 상대들을 제압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크아아아악!”

“내. 내 팔!”

“다리가…”

경호부대가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도록 적게는 하나 많게는 두 개의 사지를 잘라냈다.

그렇게 순식간에 반항하는 적들의 처리가 끝났다.

“그럼 작전대로 부탁드립니다.”

다크 프리스트 중 절반이 하늘을 향해 손을 모으기 시작했다.

1기동대 본부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됐다.

그러자, 다크 프리스트 중 한 명이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은 공간이동이 불가합니다.”

“네. 그러면 계속 부탁합니다.”

작전대로 불타는 1기동대 본부에 홀로 들어갔다.

포스로 몸을 보호하자, 불길은 전혀 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로비에 들어서자, 천장을 바라봤다.

“대충 이쯤이었지?”

위치를 계산한 후 칠성검을 들어서 천장을 가리켰다.

몸에서 서서히 포스를 일으킨 후, 살짝 오른팔을 뒤로 젖힌 후 그대로 펴며 검을 찔러넣었다.

유성 찌르기 변환 – 유성 던지기

콰르르르르르릉

칠성검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로비의 천장을 꿰뚫었다.

로비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푸른 하늘이 보였다.

무릎을 굽힌 후, 발바닥에 포스를 뿜어내서 점프했다.

그렇게 한 번의 도약으로 최상위층에 도착하자, 수많은 공격 능력이 다가왔다.

콰콰콰콰쾅

제때 호신강기를 펼쳐서 모든 공격을 막았다.

그렇게 공격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주위를 둘러봤다.

이 나라. 한국을 썩게 했던, 이근택과 11명의 1기동대 중추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하게도 맞이해주네.”

약간은 짜증 서린 넉살을 부렸지만, 상대들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손을 앞으로 향한 후 다시 공격 능력을 사용할 뿐이었다.

칠성검을 들어서 천천히 내리그었다.

비기-절단검

검이 움직이자, 공격 능력이 사라졌다.

상대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눈에 거슬리는 게 보였다.

11명의 기동대 위에 은빛 실이 빛나고 있었다.

혹시 몰라 오러를 일으켜 은빛 실을 향해 휘둘렀다.

솨아아아악

콰아아앙

오러는 은빛 실을 지나쳐서는 최상층의 벽을 박살 냈다.

잘린 느낌도 들지 않았고, 눈으로 보기에도 은빛 실은 그대로였다.

그때 갑자기 이근택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사신 때문에 숨어 있었는데, 이제는 너 같은 애송이도 덤비는군.”

“애송이? 지금 날 말하는 거야?”

“그럼 널 말하지 누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 거지?”

선배들에게만 들었던 말을 이근택에게 듣자 어이가 없었다.

“숨어 있을 거면 계속 숨어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문제를 일으켜!!”

이근택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뭉개기 위해 칠성검을 더욱 꽉 쥐었다.

비기-절단검

은빛 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툭. 투투툭.

실제로 들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은빛 실은 조종하던 이근택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11명의 1기동대는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이익!!”

마지막 발악인지, 이근택이 은빛 실을 쏘아 보냈다.

오러를 일으켜서 갈기갈기 찢어 버리려다가, 다크 프리스트 수장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러를 지우고, 일단 몸을 피했다.

점점 은빛 실이 많아지고, 피할 곳이 없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검을 전개했다.

비기-절단검

단 한 수에 모든 은빛 실을 지운 후, 재빨리 이근택에게 다가가서는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쳤다.

퍼억

쿠다탕

뒤로 넘어진 이근택이 대응하기 전에 더 달라붙으며, 계속 연타를 가했다.

그가 죽으면 안 되기에 포스는 최대한 절제하고, 오직 근력으로만 때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근택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 기절했다.

품에서 능력 억제 수갑을 꺼낸 후, 이근택에게 채웠다.

그러자 희미하게 보이던 모든 은빛 실이 사라졌다.

“겨우 수갑 하나 채웠다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다니. 이런 자에게 한국이 휘둘렸을 줄이야.”

“끄으응.”

고통 때문에 신음을 내뱉는 이근택을 더 밟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기에 스스로 절제하는 의미로 미란다의 원칙을 읊었다.

“이근택.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진술은 모두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란다의 원칙을 말하면서 감정을 절제한 후, 이근택에게 다가가 귓가에 뒷말을 이어줬다.

“그런데 말이야. 난 널 경찰이나 기동대에 넘길 생각이 없어. 일단 한국을 좀 깨끗하게 만들어야 해서 말이야. 기대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