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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84화 (184/300)

184화_암덩어리(3)

유신은 전도사를 어르고(?) 달래서(?) 사이비 종교의 위치와 교주 김정태의 대한 정보를 손쉽게 들을 수 있었다.

“아저씨. 고마워요. 그럼 잠깐 자고 일어나세요. 그러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겁니다.”

순식간에 아혈을 짚어서 전도사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릿속으로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흠…역시 개인적인 복수도 복수지만, 이상한 단체부터 없애야겠어. 그럼 어떻게 할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계획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요한 걸 기억해냈다.

“나 점심부터 굶었구나.”

아공간에서 초코바와 에너지 바를 꺼낸 후, 급하게 해치우자, 당이 충전되면서, 머리가 돌아갔다.

‘왜 나는 홀로 모든 걸 감당하려고 했지? 그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는데.’

곧바로 위성 전화를 꺼내 마리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마리 선배~ 다름이 아니라요…….”

최대한 빠르게 사정을 설명한 후, 답변을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크 프리스트? 그게 누구지? 에이~ 모르겠다. 난 사이비 교주나 잡으러 가야지.”

간단하게 몸을 풀고는 아직 골골거리고 있는 안인섭을 바라봤다.

“저기 안인섭 기자님.”

안인섭은 죄라도 지은 건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왜 부르셨나요?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있을까요?”

“제가 이제 그 교주라는 작자를 잡으러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좀 기다려 줄 수 있으세요?”

“네? 여기서요? 혼자서요?”

“혼자긴요. 쓰러져 있긴 해도 한때 동료였던 사람들도 같이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사람 불렀으니까. 곧 올 겁니다. 그때까지 이들을 잘 감시해주세요.”

유신의 부탁 아닌 권유에 안인섭의 표정은 울상이 되었다.

“저 혼자 두고요?”

“다 큰 어른이 왜 이러실까? 그럼.”

자신의 할 말만 내뱉고 유신은 곧장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안인섭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 홀로 어.어떻게 하라는 거야?!”

***

유신은 아직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정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권했다.

“정녕 안 가릴 거야? 진짜 자랑거리가 아닌 것 같은데…”

김정태는 자신의 몸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옷이 걸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경계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며 옷을 입더니,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그 물건이 뭔지 대충 예상은 갔고, 그건 벌써 선수를 쳐 놓은 상황이었다.

“이거 찾아?”

김정태가 잘 보이도록 흔들었던 것은 주먹만 한 가죽 주머니였다.

“그걸 네가 어떻게?”

“어떻게 구했냐고? 당연히 저기서 주워왔지. 이야 그런데, 사이비 교주가 좋기는 좋나 봐? 안에 내용물이 화려하던데? 텔레포트 주문서랑 수많은 금덩이와 각국의 화폐까지. 정말 대단해.”

“영웅이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에이~ 이거 불법이잖아. 약 한 평 크기의 아공간 주머니지만, 마법도구가 아니라 마도구이고, 마도구는 세상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세계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러므로~ 이건 압수!”

장난스럽게 말하며, 아공간 주머니의 끈을 잡고 뱅뱅 돌렸다.

물론 김정태를 놀려주려는 행위였고, 김정태는 뭐가 그렇게 분한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매섭게 쏘아보며 외쳤다.

“좋게 대해줬더니 안 되겠군.”

갑자기 김정태의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

순간 불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 주머니를 내게 건네라.”

말도 안 되는 명령이었고, 코웃음 칠 말이었다.

그런데, 몸이 삐걱거리며 김정태에게 다가갔다.

“크…”

“오~ 그래도 꼴에 영웅이라고 버티는군. 과연 그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김정태의 능력이 세뇌라는 정보를 입수하기는 했다.

그래서 약간 방심하기는 했다.

세뇌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걸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작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세뇌를 걸 줄은 몰랐다.

‘하유신. 역시나 아직 멀었어. 예전에도 방심해서 죽을 뻔했으면서, 또 그런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다니. 정신 차리자!’

스스로의 실수를 속으로 되뇌며, 세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속에서 포스를 회전시켰다.

하지만, 포스는 평소와 다르게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렇다고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에게 세뇌를 걸기 위해 김정태도 무리하는 게 보였다.

‘눈가와 이마까지 핏줄이 서 있어. 김정태도 오래는 못할 거야.’

하지만, 자신의 정신도 점점 무너져 내리려고 할 때였다.

평소와 다르게 느릿하게 움직이던 포스가 가슴을 막 지날 때였다.

갑자기 그곳에서 황금빛의 구체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답답한 머릿속에서 약간의 개운함을 느끼게 됐다.

[도와 드릴까요?]

‘응? 누구?’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린 말소리에 의문을 표했을 때였다.

확연히 느껴지는 가슴 속 황금빛에게서 답신이 왔다.

[드디어 제 말이 들리시나 보네요?]

‘이게 뭐지?’

[이게 뭐지가 아닙니다. 저는 땅의 축복입니다. 거인들의 람이 되신 후 쭉 함께 지내왔습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지나갔던 일들이 떠올랐다.

‘아! 한 번씩 날 도와줬던 게 너였구나.’

[네. 맞습니다. 보통은 람의 옥체에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 들어오면, 여분의 힘을 제가 대신 먹었습니다.]

‘그…그래 고마워. 그런데, 지금 내가 너랑 이렇게 느긋하게 대화할 여유가 없거든. 빨리 몸의 통제권을 찾아야 해서.’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람과 대화하는 동안 세상의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았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시간이 흐르지 않다니?’

[저도 자주 할 수는 없습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해 보여서 사용했습니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그래 고마워.’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람께서 원하시면 지금 몸에 침범하려고 하는 이 지저분한 것들을 밀어내도 될까요?]

‘지저분한 거?’

[네 정확히는 람의 앞에 있는 저자의 기운을 말하는 겁니다.]

세뇌를 풀 수 있다는 소리에 무작정 고개를 끄떡이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아서 비명을 지르듯 속으로 외쳤다.

‘좋아! 빨리 해줘!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가슴 안에서 작게 빛을 내던 땅의 축복이 점점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땅의 축복이 빛을 뿜어내는 것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냥 느껴졌다.

그렇게 땅의 축복이 몸속의 이질적인 기운을 밀어냈다.

[람이시여. 저는 다시 잠이 들 것입니다. 제가 다시 깨어나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와 람의 간절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 번 소통했기에 이제 절 깨우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를 주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동안 강녕…]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현실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김정태는 이제 흡사 얼굴 전체에 핏줄이 서서는 세뇌를 걸고 있었다.

방금까지 세뇌의 기운은 정말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 땅의 축복과 소통을 한 후로는 그렇게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세뇌의 기운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손날에 포스를 주입한 후, 김정태를 향해 가로로 휘둘렀다.

솨아아악

“크아아아악. 눈. 내 눈!!”

김정태가 자신의 두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옥죄어오던 세뇌의 기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세뇌를 걸 때 눈이 매개체가 되는 거였군.”

“크아악!! 하유신! 가만두지 않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허우적거리며, 괴성을 내지르는 김정태의 몰골은 처절해 보일 정도였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 앞에 도열하더니, 이내 홍해 갈라지듯 양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 걸어왔다.

“횰횰횰. 안녕하십니까? 다크 프리스트들을 대표해서 온 작고 보잘것없은 노인이 젊은 영웅이자, 교황청의 검인 하유신님을 뵙습니다.”

앞에 있는 노인은 자신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크 프리스트의 수장.

고문의 미친 노인.

절규를 사랑하는 자.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허명일 뿐입니다.”

“횰횰횰. 허명이라니요. 저는 허명도 없는 노친네입니다.”

“아닙니다. 저보다 먼저 가이아께 봉사하시고, 교황청의 중추이신데요.”

김정태는 우리의 대화를 들어서일까?

다크 프리스트와 교황청이라는 소리에 반응하더니, 보이지 않는 눈으로 기어서 도망치려고 했다.

“우선 저 사이비부터 처리해야겠군요. 형제님들 가이아께서는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정중히 대해주세요.”

짧게 목례를 한 다크 프리스트들은 명령과는 다르게 거칠게 김정태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다크 프리스트의 정중히라는 것은 저렇게 험하게 다루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였다.

“횰횰횰. 우리의 일을 대신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노인네가 하유신 영웅님께 빚을 졌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이비를 처벌하는 게 다크 프리스트의 업무가 맞지만, 그 수장이 이 작은 곳에 직접 왔다는 건 무언가 또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겸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노친네. 하유신님의 부탁이라면, 그 힘든 고문도 대신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마리 선배의 말이 맞았다.

앞에 있는 노인네는 고문에 미친 자였다.

얼마나 고문할 자가 부족하면 나한테까지 부탁을 할 것인가.

그렇다고 그를 무시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정말 고문 전문가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교황청에서 그의 영향력은 성녀와 교황 다음가는 자였다.

“그렇게까지 절 걱정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횰횰횰. 성녀님과 다르게 하유신 영웅님과는 말이 통하는군요. 그럼 이 자부터 제가 직접 손봐도 괜찮겠습니까?”

“아니요. 일단 기다려 주십시오.”

순간적으로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이는 능력이 노인에게 있다면, 골백번도 더 죽었을 정도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자는 지금 우리의 대화가 끝나면 확실히 인계해 드릴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노인의 굳은 얼굴이 조금은 풀렸다.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군요.”

속으로 노인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혹시 노인께서는 과실이 가장 맛있을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횰횰횰. 이 노인네에게 퀴즈를 내시겠다는 소리군요. 좋습니다. 일단 제가 알기로는 썩기 직전이 가장 맛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정답을 잘 모르겠군요.”

노인은 말은 부드럽게 했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정답을 주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을 고문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런 표정까지 짓게 했는데, 더는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바로 배고플 때입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더 배고플 때 이 과실을 포함해서 더 많은 과실과 함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한동안 대답 없이 노인은 자신을 노려봤다.

그러더니 짚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쿵!

“다크 프리스트들은 들어라.”

노인의 말에 다크 프리스트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금부터 우리의 영웅 하유신님을 도와. 달콤한 과실을 따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동시에 복창한 다크 프리스트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낄 때였다.

노인이 한걸음 다가오며 자신을 바라봤다.

“영웅 하유신님. 저는 그렇게 배고픔을 오래 참지 못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일꾼들도 생겼으니 수확을 해야겠죠.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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