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_던지기(2)
발신인 양현도의 우편이 방송사, 신문사, 유명 너튜버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배달됐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우편을 무시했다.
특히, 방송사와 거대 신문사는 우편 자체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화젯거리를 찾던 작은 인터넷 신문사와 너튜버들이 그 자료를 토대로 방송과 기사를 내보냈다.
“네 여러분. 제가 오랜만에 생방송을 열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생방송을 연 것은요. 아주 빨리 알려드려야 할 게 있어서입니다. 바로 거삼 그룹의 핏줄 중 한 명인 양현도 사장님이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자료를 제가 공개하면 바로 잠수를 타야할 수도 있으니, 자료를 들으시고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인기가 식어가는 너튜버부터 자료가 공개됐다.
이어서, 작은 인터넷 신문사에서 속보를 냈다.
처음에는 언론사와 신문사가 막으려고 했지만, 백 년 전부터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내 모든 방송사와 신문사는 막는 걸 포기하고 너도나도 서로 먼저 보도하기 시작했다.
-3선 의원, 성접대 파문
-재벌 3세의 마약 파티
-인신매매를 주도한 OO기업
-국내 십 대 길드 중 일부 조폭들과 연루
아무리 고위층에서 막으려고 했지만, 세계정부에서 특별지시가 내려왔다.
“압수영장이랑, 체포영장 나왔으니까 지금 당장 잡아 와!”
검찰과 경찰 그리고 기동대에서는 자료와 연계된 고위직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
사무실에 있던 양현도는 자신의 전화기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었다.
“네. 이 회장님. 오햅니다. 전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양현도는 자신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상대는 믿지 않았다.
-감히 나한테 던지기를 해? 내가 지금까지 네 뒤를 얼마나 봐줬는데? 두고 봐. 절대 나 혼자 죽지 않을 테니까!
이 회장은 양현도에게 욕설과 저주를 실컷 퍼붓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연달아 전화가 울렸다.
“네. 형님 잘…”
-너 내가 가만 안 둬. 이번 일만 해결하면 어떻게 해서든 널 찾아서 죽여 버리겠어.
“형님 정말 억울합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모른척하지 마. 네 혼자 살려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어둠의 성녀를 잃어버린 걸 던지기로 무마해?
“아닙니다. 형님.”
던지기.
범죄자들이 쓰는 용어로 상대에게 자신의 죄까지 뒤집어쓰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똥물에 튀겨 죽일 뻔뻔한 새끼보소! 너 내가 갔다 와서 보자. 너 포함해서 거삼 그룹의 돌조각 하나까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만들겠어.
“형님. 그게 무슨…”
뚜뚜뚜
양현도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이 황당한 상황에 양현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였다.
노크도 하지 않고, 김비서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 뉴스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비서는 말과 동시에 사무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틀었다.
화면에서는 양현도와 거래하는 모든 고위층의 이름이 떴다.
그리고, 이내 앵커 화면으로 바뀌었다.
“보시다시피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상 초유의 범죄와 엮여있는 사람들의 명단이었습니다. 방금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4기동대에서 국내에 있는 마약 제조 공장 다섯 곳을 확인하였습니다. 공장을 확인한 결과 양모씨의 우편에 있는 내용이 다시 한번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 자료를 다시 한번 검증하기 위해 검찰은 양모씨를 소환하기로 했습니다.”
콰앙
양현도가 재떨이를 던져서 텔레비전 화면을 때려 부쉈다.
“제길! 제길! 제길!!”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화만 내는 양현도에게 김비서가 다가왔다.
“사장님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경찰들이 회사 입구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김비서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양현도는 비밀 금고를 열어서 마법 스크롤 세 장을 꺼냈다.
“한 장에 5억이 넘는 이걸 써야 하다니…”
텔레포트 스크롤을 보면서 혼잣말을 내뱉던 양현도가 김비서를 바라봤다.
“그럼 김비서 뒤처리 부탁할게.”
“네?”
쫘아악
양현도가 텔레포트로 사라지자, 김비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개X끼 그렇게 충성을 다 바쳤는데, 지 혼자 떠나?”
화가 난 김비서는 울분의 찬 욕설을 내뱉다가 양현도의 열려있는 금고를 보게 됐다.
거기에는 양현도에게는 적은 금액이지만, 김비서에게는 많은 금액이 있었다.
김비서는 그 금액을 서둘러 안주머니에 넣으며 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
텔레포트 스크롤을 통해 집으로 돌아온 양현도는 아공간 마법도구를 사용해서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챙겼다.
그리고, 엉망이 된 집을 돌아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쳐 버리겠군.”
그때, 휴대폰이 울렸지만, 겁이 나 받지 않았다.
띠링
전화가 끊기고 문자 알림 소리에 자동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자, 두 눈이 부릅떠졌다.
[어둠의 성녀 대여까지 이틀 남았다.]
양현도 입장에서는 말로 협박하는 그 어떤 이들보다, 이 문자가 가장 무서웠다.
“아. 안 되겠어.”
급하게 일어난 양현도는 서재로 들어가서는 서랍장에서 낡은 휴대폰을 하나 꺼냈다.
휴대폰 배터리는 방전되어 있었지만, 서둘러 충전을 시작했다.
띵동
충전과 동시에 현관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현도가 인터폰으로 조심히 확인하니, 경찰들이었다.
그때 휴대폰 배터리가 2프로가 되었고, 양현도가 재빨리 전화를 켰다.
띵동띵동띵동
경찰들은 아무리 벨을 눌러도 답이 없자 이제는 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양현도씨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문을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가겠습니다.”
경찰의 발언이 끝나자, 휴대폰의 부팅이 끝났다.
양현도는 유일하게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위애애앵
그때 경찰들이 전기 글라인더로 현관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받아라. 받아!!”
“여보세요?”
뒤늦게 상대가 전화를 받자, 빠르게 말을 시작했다.
“양현도입니다.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당장 어둠의 성녀를 찾아서 제 앞에 데려다주세요. 기한은 이틀입니아. 이틀.”
“알겠습니다.”
쿠웅
전화가 끊기자, 현관문이 쓰러졌다.
양현도는 경찰이 서재로 들어서기 전에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해, 빛과 함께 사라졌다.
경찰들은 집안 곳곳을 살펴봤지만, 양현도가 없는 걸 확인만 했다.
“벌써 도망친 것 같습니다.”
“빨리 수배 때려.”
“알겠습니다.”
***
어둠의 성녀는 이 집에 안주인인 희선과 일을 도와주는 최실장과 함께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오해했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곳이 마약 사업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띵동
그때, 현관 벨소리가 들렸고, 최실장이 인터폰을 확인했다.
“첫째 도련님입니다.”
“얘가 벌써 왔다고요?”
희선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유신은 무슨 일을 했는지,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피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바쁜 일은 끝나서요.”
“그래? 밥은?”
어둠의 성녀는 희선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희선이 유신을 걱정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직이요. 최실장님. 식사 준비 좀 해주세요.”
그때, 거실에 앉아있던 희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는 최실장님이 얼마나 바쁜데. 내가 차릴게.”
희선과 최실장이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점심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지만, 그들은 군말 없이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거실에 어둠의 성녀와 유신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유신이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어둠의 성녀는 유신의 목소리에 그저 고개만 돌려서 바라봤다.
“생각해보니까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전 하유신이라고 합니다.”
끄덕끄덕
“그런데, 제가 그쪽을 여기요, 저기요. 이렇게 부를 수 없어서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자신의 이름을 묻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물었고, 일일이 답해줬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면 언젠가는 오빠가 자신을 찾아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믿음은 아직 유효했다.
“…레이지…”
“아! 레이지 그게 이름이군요.”
레이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유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유신이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식사 준비 끝났어요. 밥 먹어요.”
희선이 다가와서는 레이지에게 손으로 밥 먹는 시늉을 했다.
레이지는 무슨 뜻인지 알기에 일어나서는 희선과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그때까지 유신은 계속 생각에 빠져있었다.
“아들.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와서 밥 먹어.”
유신은 희선의 목소리에 생각하는 걸 멈추고, 넉살을 부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 식탁에는 다양한 음식이 널려 있었다.
“제육볶음, 소불고기, 너비아니, 육전, 굴비, 가자미 구이까지. 엄마. 우리 집에 육식 동물이 살아요? 왜 평소와 다르게 다 고기류야?”
“어머 얘는 우리가 언제 그랬다고? 평소에도 이렇게 먹잖니.”
희선은 유신의 말에 반박하면서 슬쩍 레이지를 바라봤다.
“아~ 그러니까 레이지씨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신경 썼다는 거네?”
“레이지? 이 아가씨 이름이 레이지야?”
“응… 설마 아직 서로 이름도 몰랐어?”
“말이 통해야지. 그래서 그냥 아가씨라고 불렀지.”
“아… 그렇네. 나야 마도구 때문에 대화가 손쉽게 가능했던 거구나.”
유신이 자신의 팔찌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희선이 한쪽에 서 있는 최실장을 바라봤다.
“최실장님도 같이 식사해요.”
“괜찮습니다. 사모님.”
“괜찮긴요. 이제 최실장님도 같은 가족인걸요.”
“아니 정말 괜찮습니다.”
최실장이 극구 사양하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희선이 식탁 밑에서 발을 움직여 유신을 걷어찼다.
곧바로 희선의 의도를 눈치챈 유신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실장님. 그러지 말고 같이 식사해요.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사는데, 언제까지 남남처럼 지낼 수 없잖아요. 빨리 와서 앉으세요.”
유신까지 권하자, 최실장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레이지는 이 집에 있으면서 매일매일이 새롭다고 느꼈다.
그리고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점심시간.
얼마 먹지 않은 레이지가 숟가락을 내려놨다.
“레이지양. 더 먹어요.”
희선이 바디랭귀지로 음식을 더 권했지만, 레이지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레이지 양은 한식이 입에 안 맞나?”
“엄마. 맛있어. 완전 맛있어.”
이미 식사를 끝낸 레이지와 다르게, 유신은 아직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아들?”
“응? 엄마 왜?”
“그 마도구인가 뭔가로 통역도 가능하다고 했지?”
“응.”
“그럼. 적당히 먹고 엄마 말 좀 통역해줄래?”
제육볶음을 집으려던 유신의 젓가락이 멈췄다.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은 유신이 레이지를 바라보며, 희선의 말을 통역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입에 맞으셨나요?”
레이지는 이 집에 와서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신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왜 더 드시지 않고?”
“…배가…불러서요.”
“아… 엄마 배부르다고 하네요. 평소에 소식하나 봐요.”
“에고 그거 먹고 무슨 힘을 쓴다고. 그래.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
“알았어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건 내가 알려줬잖아. 레이지라고.”
“넌 사람이 어떻게 이름만 묻니? 성은?”
“그렇네. 에휴~”
유신은 한숨을 내쉬고는 레이지에게 다시 질문했다.
“레이지씨 풀 네임을 알 수 있을까요?”
레이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름을 밝혔다.
“…레이지…쉐도우…”
순간 유신은 통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는 레이지의 어깨를 잡으며 크게 외쳤다.
“혹시 오빠가 라이언 쉐도우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