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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76화 (176/300)

176화_어둠의 성녀(1)

거삼 그룹 막내아들 양현도의 아파트는 CCTV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CCTV의 사각지대를 찾으라고 하면 유일하게 공중뿐이었다.

하지만, 누가 45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 침입한다는 미친 짓을 실행하겠는가?

바로 여기 유신이 그 미친 짓을 실행하고 있었다.

유신은 포스를 이용해 아파트 벽면을 타고는 펜트하우스 옥상에 침입했다.

‘휴우~ 다시는 못 할 짓이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주위를 둘러봤다.

옥상에는 야외욕조와 가림막이 처져있는 침대가 있었다.

평소 양현도가 어떻게 지내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류에 나온 것처럼 똑같은 놈이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그늘이 진 곳으로 이동하며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펜트하우스 내부는 어두웠고, 딱히 지키는 이가 없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으로 들어가자 격양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몸을 숨기고는 청력에 집중했다.

그러자, 남성의 목소리와 전화 속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왔다.

“캔이 죽고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몸을 사려!”

-어쩔 수 없습니다. 세계헌터협회가 라이징 길드를 털면서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생겼습니다.

“하루를 쉬게 되면 얼마나 많은 적자가 발생하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원님께서도 자중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길! 그럼 어둠의 성녀는? 그녀는 계획대로 내일 오는 거야?”

-네. 대신에 일정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대체 하유신 그놈이 뭐길래!! 그놈 때문에 되는 일이 없군!!”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연결된 끈들이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른 거였다.

‘어둠의 성녀? 그게 누구지?’

호기심을 느끼고 있을 때, 양현도가 전화를 끊고는 씩씩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고 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들킬 수도 있기에 더욱 몸을 움츠렸다.

방에서 나온 양현도는 곧장 부엌으로 향해서 냉수를 들이켰다.

하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 그대로 병나발을 부었다.

“하유신!! 바드득 네가 감히 내 일을 방해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혼잣말을 내뱉던 양현도는 휴대폰을 들어서 어딘가로 전화했다.

“지금 당장 하유신에 대한 모든 걸 알아 와. 가족관계부터 약점이 될 만한 건 모두 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욱해서 튀어나올 뻔했다.

‘참자. 참아. 정말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뿌리 뽑지 못한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자제하고 있을 때였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신 양현도가 두 번째 와인을 열며 혼자 곱씹는 소리를 내뱉었다.

“하유신이고 늙다리들 모두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어둠의 성녀만 들어오면, 아무도 날 쉽게 보지 못할 거야.”

그렇게 두 병의 와인을 급하게 마신 양현도는 얼큰하게 취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지금이 양현도를 제압할 기회라고 느끼고 서둘러 그늘에서 벗어나 화장실 옆으로 이동했다.

솨아아아악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현도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지금!’

양현도의 목 뒤에 있는 혼혈을 짚었다.

점혈은 노사와 리우에게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 미숙한 기술이었다.

즉, 실전이 처음이었고, 조금만 실수하면, 양현도를 반신불수로 만들 수도 있었다.

처음 하는 점혈이었지만, 기술은 성공했고, 양현도는 눈을 뒤집어 까며 쓰러졌다.

다행히 양현도가 쓰러지기 전에 부축해서 침대에 조심히 눕혔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들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친절하게 목까지 이불을 덮어준 후, 양현도의 방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은 거라고는 약간의 돈과 마약이 전부였다.

“분명 장부가 있을 텐데…”

원하는 걸 찾지 못하자 조바심이 들었다.

역시 무언가를 찾는 건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크흠!”

목을 가다듬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 있게 외쳤다.

“아람!”

휘이이잉

포옹

약한 바람과 함께 해결사 도깨비 아람이 나타났다.

“쉬고 있는데, 왜 불렀냐?”

“당연히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지.”

“…뭔데?”

“저기 저놈 보이지?”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자는 양현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놈이 이 집에 중요한 장부를 숨겼을 거야. 내가 웬만한 곳은 다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더라고. 혹시 여기 금고나 장부 같은 게 있을까 확인 좀 해줘.”

“귀찮은 걸 시키는군.”

역시 아람을 맨입에 사용할 수 없었다.

“헤헤~ 아 맞다. 이건 선물.”

아공간에서 하급 마나석을 하나 꺼내 건네줬다.

“흥! 내가 이런 걸 받는다고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니다. 그냥 유신. 네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주는 거다.”

아람의 입에 발린 말이었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알고 있어. 그냥 감사의 표시야.”

“근데…더 있냐?”

“당연히 있지. 참고로 방금 준 건 계약금. 이번에도 잘해주면 하나 더 줄 수 있어.”

“좋아. 내가 힘 좀 써보지.”

아무리 하급이라고 해도 마나석은 마나석이었다.

아람은 그 비싼 걸 뇌물로 받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재빨리 움직였다.

그렇게 아람까지 동원되어서 넓은 펜트하우스를 샅샅이 뒤졌다.

역시나 뇌물을 준 보람이 있었는지, 아람은 장롱에서 금고를 하나 찾았고, 서재 책장 뒤에서 비밀 문을 찾아줬다.

“아람. 금고를 찾은 김에 좀 열어줄 수 있어?”

“그 정도는 코 푸는 것보다 쉽다.”

오랜만에 마나석을 받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협조적인 아람은 사람 크기만 한 금고의 문을 열었다.

금고 안에는 약간의 금괴와 보석류 그리고, 수십 뭉치의 달러가 전부였다.

“여기도 꽝인가?”

지금 찾는 건 양현도의 비밀자금이 아니었다. 그래서 금고의 문을 닫으려고 했다.

“잠깐!”

“왜? 금고 안에 뭐가 더 있어?”

“그게 아니라, 왜 이 많은 재화를 건들지 않지?”

“이게 나쁜 짓을 해서 번 돈인 건 나도 알고 있는데, 저 녀석이 다시 금고를 열었을 때 이게 사라져 버리면, 들킬 수 있잖아.”

“흠…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건 어때?”

“응? 뭔데?”

아람은 단둘이 있으면서 듣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조심히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때? 이 방법은?”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내가 예전의 힘을 다 찾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는 속일 수 있다.”

“그래? 그럼 부탁할게.”

“좋은 판단이다.”

금고 안에 있는 재화를 모두 팔찌 속에 있는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람이 금고에 다가가서는 지팡이를 꺼내 금고 안을 톡톡 두드렸다.

퍼엉

방금 챙긴 재화와 똑같은 양이 금고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인간들의 능력과는 다르게 도깨비 기술이라서 일주일 동안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거다.”

“잘했어.”

호흡이 척척 맞자, 누가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간단히 하이파이브한 후에 장롱 속 금고를 원상복귀 시켰다.

그렇게 재화를 도둑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에 있는 책장 뒤에 섰다.

“이 뒤에 공간이 있다고?”

“정확히는 밑으로 향하는 공간이다.”

“그래? 그럼 한 번 더 부탁할게.”

“그래. 기분이다.”

아람은 도깨비불이 되어서 책장에 스며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고, 책장이 살짝 앞으로 나왔다.

딸칵

그렇게 문이 열리고, 아람은 다시 옆에 나타났다.

“여기를 밀고 들어가면 된다.”

아람이 시키는 대로 한 곳을 밀었다.

그러자, 책장은 회전문이 되어서, 비밀 공간으로 안내했다.

비밀 공간의 길을 따라 움직이자, 펜트하우스 아랫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최첨단 컴퓨터와 수많은 자료가 있었다.

“여기가 노다지였네. 좋아. 그럼.”

혹시 모를 상황에 4기동대에게 받은 USB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러자, USB는 자동으로 컴퓨터에 있는 모든 자료를 다운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카메라를 꺼내 주위에 있는 자료들을 모두 사진으로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한동안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한쪽 벽면이 화이트 보드로 이루어진 곳에 어둠의 성녀에 관해 내용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담다가,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사진으로 찍었다.

“휴~ 보이는 건 대충 다 찍었나?”

카메라와 USB를 아공간에 넣은 후, 다시 펜트하우스로 향하려고 할 때였다.

“유신. 어디 가냐?”

“볼일 끝났으니까.”

“여기에도 금고가 있다.”

금고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아람에게 안내하기를 권했다.

양현도 같은 악당에게 더욱 큰 엿을 먹여주기 위해서는 하나도 남김없이 싹 털어가야겠다.

***

블랙 앤 화이트로 꾸며진 사무실 안.

출근한 양현도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후우~ 미치겠네.”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던 양현도는 비서를 부르는 호출기의 버튼을 눌렀다.

-네. 사장님.

“지금 당장 정화 능력자 올려 보내.”

-알겠습니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급하게 냉수를 찾아 연거푸 마시고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와.”

사무실 문이 열리고 손과 발에 수갑이 채워져 있고, 목이 사슬에 묶인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고개도 들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거기서 뭐 해? 빨리 와서 정화나 한 방 걸어.”

“아.알겠습니다.”

남성은 혼신을 다해 능력을 사용했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빛이 남성의 손에서 뿜어지자, 숙취 때문에 아파왔던 머리가 조금씩 개운해졌다.

그렇게 숙취가 다 사라졌다고 느낄 때,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사장님. 끝났습니다.”

“그래?”

머리뿐만 아니라 몸까지 한결 가뿐해진 걸 확인하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호출 벨을 눌렀다.

그러자,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이 친구 능력이 좋군. 이름이 뭐지?”

“강승호라는 친구입니다.”

김비서의 말에 강승호의 몸에 채워져 있는 수갑과 사슬을 바라봤다.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꽁꽁 싸맸지?”

“일주일 전에 도망치려다가 잡혀서 그렇습니다.”

“도망을 치려 했다고?”

둘의 대화를 듣던 강승호는 벌벌 떨다가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엎드리며 빌었다.

“죄.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잠깐 미쳤나 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나 강승호에게 다가간 후 쭈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뭐가 불만이었지?”

“죄송합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내가 묻잖아. 뭐가 불만이었지?”

“그…그게…”

강승호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굴렸다.

그렇게 제때 대답이 나오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김비서를 바라봤다.

“아직도 머릴 굴리네. 김비서 요즘 기강이 제대로 안 잡힌가 봐?”

“죄송합니다. 바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비서는 강승호에게 다가간 후, 그대로 발을 들어서 강승호를 밟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한참 구타가 이루어졌다.

강승호가 이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

하지만, 김비서의 폭행은 계속됐다.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김비서를 말렸다.

“이만하지. 알다시피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시는데, 이런 모습을 보일 순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금방 치우겠습니다.”

김비서가 어딘가에 연락하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강승호를 끌고 갔다.

그 후로, 청소하는 사람들이 바로 나타나 흘린 피를 재빨리 닦아내고는 사라졌다.

“김비서. 강승호라는 친구. 능력은 괜찮더군.”

“네. 괜찮은 정화 능력자여서, 도박 빚을 지게 해서 데리고 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김비서야. 좋은 능력자들을 아주 잘 끌고 와.”

“감사합니다.”

“일단 그 친구 치료는 해둬. 능력이 좋더군. 내 개인 정화 인력으로도 빼놓고.”

“알겠습니다.”

숙취가 날아가자, 머리가 맑아졌고,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하유신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됐지?”

“하유신의 가족에 대한 신상 조사가 끝났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보고서로 올려놨습니다.”

“좋아. 평소처럼 잘 처리하도록 해. 제까짓 게 가족들이 죽어 나가는데, 언제까지 영웅 짓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두고 보자고. 이만 나가봐.”

“네.”

김비서가 나가고, 자리에 앉아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 상태에서 통유리창으로 된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방금 나갔던 김비서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평소의 김비서는 로봇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감정 표현이 없었다.

그래서, 다급한 표정을 짓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성녀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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