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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74화 (174/300)

174화_4기동대와의 거래(2)

고작 한 발 앞으로 다가섰을 뿐이었다.

4기동대는 유신의 기세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헌터와 일반 기동대에서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4기동대가 말이다.

“정말 어제부터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허~ 거짓말은 안 좋습니다.”

“진짜입니다.”

유신은 4기동대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섞인 걸 느꼈다.

자신이 아는 4기동대는 아무리 고문을 당하고, 죽더라도, 입을 다문다는 이미지였다.

솔직히 저런 모습을 보니, 앞에 있는 사람이 4기동대가 맞냐는 의문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그들에게 이 붉은 포션이 위협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일단 넘어가 주겠습니다. 대신에 지금 당장 이곳 감시를 없애주세요.”

“알겠습니다.”

쉽게 대답하는 4기동 팀장의 말에 유신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람을 한 명 찾아주세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사사로운 부탁을 들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저 말이 맞다.

하지만, 유신은 그런 사사로운 규칙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찰랑

협박이라면 협박이지만, 그저 붉은 포션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4기동 팀장이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확고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유신에게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다.

“한국의 4기동대가 한국지부 헌터 길드들과 결탁해서 법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다. 이게 언론에 퍼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건 언론사가 알아봐주지 않을까요?”

“그런 억지가…”

유신은 4기동 팀장의 말을 잘랐다.

“10분 드리겠습니다. 위에 결정권자에게 전달해주세요. 지금 바로 만나고 싶다고.”

4기동 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들의 부하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심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일처리가 너무나 아날로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감시할 거며, 몰래 카메라를 달던가, 녹음기를 설치하지. 방금도 그래. 그렇게 찾아가는 것보다, 그냥 전화 한 통이면 될 것을.’

유신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아직 바닥에 쓰러져 있는 4기동대를 바라봤다.

그들은 기절해 있으면서 유신의 눈빛을 느꼈는지 몸이 움찔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때 유신이 갑자기 몸을 돌려서 문을 바라봤다.

철커덕

훈련장 문이 열리며, 은빛 가면에 다섯 개의 줄이 그어져 있는 존재가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다가 유신이 들고 있는 붉은 포션을 보고 살짝 멈칫했다.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게 유신에게 다가왔다.

“제가 4기동대의 결정권자입니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4기동대의 가면에 한 개의 줄이 그어진 순간부터 권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반 기동대나, 헌터들은 한 개의 줄이 그어진 은빛 가면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무려 다섯 개의 줄이라면, 정말 대단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예전 북한 인류화 작업에 참여했던 4기동 대원 중 한 명을 제게 주십시오.”

“북한 인류화 작업에 총 백여 명의 4기동 대원이 투입되었습니다. 그 중 누굴 말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4기동대원은 사람입니다. 주고 말고 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불가합니다.”

대충 예상은 했었다.

무턱대고 자기 부하를 달라고 하는데, 누가 주겠는가?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도 아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안 되다고 하면, 더 높은 사람에게 말하면 되니까 말이다.

“당신이 안 된다고 하면, 당신 그림자에게 다시 묻겠습니다.”

유신의 말에 다섯 줄의 은빛 가면의 남성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유신은 그림자에 숨어 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내뱉었다.

“북한 인류화 작업에서 칼 제라니와 함께 했던 분을 제게 주십시오. 지금 바로 확답을 달라는 건 아닙니다. 내일 아침. 여기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물론 저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몸을 돌려 유신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4기동 대원들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쪽으로 몸을 숨긴다고 해도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누가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꽤 불쾌하거든요.”

4기동 대원들의 그림자가 부르르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유신이 사라지고, 그림자에서 일곱 개의 줄이 그어진 은빛 가면을 쓴 여성이 솟아났다.

그러자, 다섯 줄의 은빛 가면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부하의 질문에 여성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단하네요. 1기동대도 제가 숨으면 발견하기 힘든데, 절 발견할 뿐만 아니라, 눈까지 마주쳤어요.”

“대장님…”

“일단 그의 말대로 감시는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1기동대에서 요청한 게 있는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성의 말에 다섯 줄의 사내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

천소희 그녀는 4기동대의 초창기 멤버이자, 가면에 유일하게 7개의 줄이 그어진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최소 가면에 다섯 개의 줄이 그어진 대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1기동대의 요청으로 감시하던 하유신이 우리의 존재를 파악했습니다. 그것도 문제지만, 그가 우리에게 요원 한 명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안 될 말입니다.”

유신과 대화했던 다섯 줄의 4기동대가 나서서 대답했고, 주위에 있던 다른 대원들도 고개를 끄떡이며 긍정을 표했다.

“다들 알다시피, 유신은 사신의 후배입니다.”

천소희의 말에 4기동대는 침묵했다.

4기동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대원들은 사신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그런 애송이가 아니었다.

사신의 강함과 집요함을 이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였다.

그리고, 4기동대에게 사신은 신화였다.

그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일한 여섯 줄의 은빛 가면이 손을 들었다.

“제 생각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네. 부대장 편하게 말하세요.”

“하유신은 사신의 후배입니다. 그건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칼 제라니와 함께 했던 4기동대원 한 명을 요구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맞습니까?”

“네. 맞아요.”

부대장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어려울 것 없을 것 같습니다. 하유신이 요청하는 4기동대원을 해임한 후에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부대장. 어떻게 대원을 팔 수 있습니까?”

천소희를 시작으로 다른 인원들도 웅성거리며 부대장을 힐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대장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천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임입니다. 해임. 즉, 4기동대를 그만두게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우리 4기동대와 연관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말을 들어보니, 하유신이 그에 맞는 보상을 한다고 했습니다. 보상도 받고, 사신과 연관이 있는 하유신과의 유대감도 쌓을 수 있습니다.”

부대장의 말을 더는 듣기 힘든지 천소희가 버럭 화를 냈다.

“부대장!!”

하지만, 부대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대장. 계속 그렇게 미적거리다가는 예전 캔 브레이커와 같은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캔 브레이커라는 말에 천소희가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그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막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대장은 벌써 1기동대에 휘둘리는 것 같더군요.”

“그건 같은 기동대로서 부탁을 들어주는 겁니다.”

“그러다가 캔 브레이커와 같은 일이 발생했죠.”

“그건……”

천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부대장의 말은 계속됐다.

“대장. 우리는 아니, 최소한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신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대장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다 사신 덕분이고요. 우리는 사신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대장의 말은 틀린 거 하나 없었다.

사신 덕분에 4기동대가 있고, 여기에 있는 모두가 살아 있는 거였다.

그의 은혜는 죽어서도 갚기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천소희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4기동대가 이렇게까지 몰렸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화가 났다.

“대장. 일단 하유신과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사신의 최측근이었고, 3천의 영웅 중 한 명이었던 부대장의 말에 천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

어제의 일이 있고 나서 유신은 평소처럼 출근해서 기동대 훈련장 문을 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인보다 손님이 먼저 훈련장에 와 있었다.

그리고, 훈련장 중앙에 긴 테이블과 함께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 한쪽에는 4기동대의 은빛 가면에 7개의 줄이 그어진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여섯 개의 줄이 그어진 호리호리한 남성이 서 있었다.

“아침부터 일찍 오셨네요.”

천소희 맞은편의 비어있는 자리에 털썩 앉은 유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단, 대화를 하기 전에 음료부터 마실까요? 전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유신의 요구에 천소희는 황당한 말투로 답했다.

“여긴 당신 공간입니다. 음료 대접은 당신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난 혼자고, 당신 부하들이 밖에 쫙 깔려있잖아요. 그리고, 여긴 훈련장이라서 먹을 게 원래 아무것도 없어요.”

잠시, 유신을 노려보던 천소희는 이내 체념한 듯 문밖을 향해 외쳤다.

“원하는 음료로 준비해 주세요.”

천소희의 말이 끝나자, 밖에 있던 4기동대의 기척 중 하나가 사라졌다.

유신은 커피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했지만, 천소희는 그러지 못했다.

대뜸, 본론을 꺼냈다.

“왜 우리 대원이 필요한가요?”

“성격이 급하시네요.”

“전 여기에 수다를 떨려고 온 게 아닙니다.”

“알았어요. 음…친구의 유언이거든요. 정확히는 칼 제라니의 유언이죠. 칼 제라니는 실버가 평범하게 지내기를 바라더군요.”

“4기동대에 들어온 순간부터 평범한 삶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징계 중입니다.”

‘징계’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유신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말을 이었다.

“캔 브레이커와 모종의 일이 있었다는 건 저도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런 거 치고는 징계가 기네요.”

“징계가 길고 짧은 건 4기동대의 일입니다.”

“4기동대의 사정까지 개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군요.”

유신의 안하무인적인 발언에 천소희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때, 4기동대원이 재빠르게 다가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2잔을 내려놓고는 사라졌다.

“잘 마실게요.”

“당신이 아무리 치외법권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이건 월권입니다.”

천소희가 말하는 중에 유신은 아메리카노를 길게 빨아 마셨다.

“파하~ 시원하다. 안 드시고 뭐 하세요?”

“제 말 듣고 있나요?”

“네 잘 듣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그냥 요청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제가 아주 좋은 일을 하는데, 4기동대의 도움도 드리고 싶거든요.”

“하유신 당신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겠죠?”

유신은 소피에게 받은 서류들을 모두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건 이번 세계헌터협회에서 라이징 길드를 조사한 대외비 자료입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자료를 흘끔 바라본 천소희는 가장 위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유신은 확신했다.

‘4기동대장은 이제 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야. 이로써 소피의 의뢰를 손쉽게 넘길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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