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_수호기사단 정화
수호기사단은 심하게 다쳤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수호기사단은 멀쩡해져서 전쟁을 준비했다.
그건 모두 유신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포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스본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황청이 부자라고는 하지만, 30명에게 모두 포션을 쓸 줄이야.”
“29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뭐라고 교황청의 사유 재산을 마음대로 쓰겠습니까? 전 아무 권리도 없습니다.”
“그럼 네가 부자라는 소리냐?”
“부자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돈을 쓴 거죠. 그리고 대리이지만, 부단장입니다. 밑에 사람들을 위해서 가슴 아프지만, 이 정도 지출은 해야죠.”
유신이 당당하게 말했다.
또, 그게 아스본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뭔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내 하나 조언하지. 포션은 생명줄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네. 유념하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유신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들을 치료해야, 대외적으로 수호기사단이 죽을 때, 유신에게 죄가 돌아가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 정도의 포션은 많았다.
지금 유신의 아공간에는 일반 포션은 쌓여 있었고, 선배들이 챙겨 준 붉은 포션도 백 병이나 있었다.
아스본이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자, 유신이 급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습니다. 그럼 전쟁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신은 아공간에서 흑색창을 꺼냈다.
“선빵필수!”
포스를 가득 머금은 흑색창이 하루 사이에 복구가 된 도시의 문을 다시 파괴했다.
콰콰콰콰쾅
폭발이 잦아들자, 옆에 있던 아스본이 헌터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헌터들은 들어라! 마족 숭배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모든 구멍을 틀어막아라!”
아스본의 말이 끝나자, 대기하던 헌터들이 넓게 도시를 감쌌다.
헌터들이 자리를 잡자, 앞에 서 있던 이자벨이 방패를 들며 외쳤다.
“수호기사단!”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장착한 수호기사단이 마름모 대형을 갖췄다.
그리고 이내, 방패를 앞으로 내세웠다.
“돌격!!”
선두에 선 안톤이 실드 차지를 일으켰다.
그러자, 다른 수호기사단들도 실드 차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수호기사단의 실드 차지가 적들을 꿰뚫었다.
그렇게 길이 생겼고, 상위 헌터들이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와와와왕!!”
헌터들의 함성과,
“크아아악!”
마족 숭배자들의 비명이 울리며 전쟁이 시작됐다.
“이상해….”
그때 포스 미사일로 전쟁의 시작을 알린 유신이 씁쓸한 표정으로 전장을 관조했다.
기본 명령을 끝낸 이자벨과 아스본이 그런 유신의 곁으로 다가왔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이자벨의 물음에 유신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상하지 않으세요?”
“그러니까 뭐가?”
“마족 숭배자들이요.”
“응?”
유신의 말에 이자벨이 전장을 살펴봤다.
아무리 확인해도 공격하는 자와 막는 자의 치열한 전쟁일 뿐이었다.
물론 아스본도 딱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마족 숭배자들은 어떻게 보면 종교 같은 거잖아요?”
“그렇지?”
아스본의 맞장구에도 유신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저 전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들이 아무리 광신도라고 해도 저렇게 쉽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게 말이 안 돼요. 어제 제가 갔을 때만 해도 저들은 몸을 숨기기 급급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더욱 활발히 움직이는 것 같아요.”
“교황청 소속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지만, 종교를 쉽게 보지 마라.”
“아스본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세히 보시면 마족 숭배자들 대부분이 전투 능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하유신 지금은 전쟁 중이다.”
“하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부하들의 실력을 키워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내가 나서겠다.”
거검을 든 아스본이 마족 숭배자들에게 향하려고 할 때였다.
이자벨이 그런 아스본을 말렸다.
“넌 계획대로 적의 보스가 나타나면 그때 움직여라.”
“하지만, 이자벨 넌 방어에 특화되어 있잖아.”
“유신의 말대로 일단 제압해보려고 한다.”
한동안 말없이 이자벨을 바라보던 아스본은 다시 거검을 내려놨다.
“좋아. 잠깐 동안만 기다리지.”
“그럼.”
방패를 든 이자벨이 몇 번의 블링크로 순식간에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유신이 놀라며 입을 열었다.
“와~ 생각해보니까. 이자벨님 마검사셨죠?”
“마법만 팠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해졌을 테지.”
“그래요?”
“그래. 저길 봐라.”
아스본이 가리킨 곳에서는 이자벨이 거대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발동된 마법진은 마족 숭배자들만 골라서 철푸덕 넘어지게 했다.
“중력 마법을 지정된 인물만 골라서 사용한다고요?”
“거봐. 내가 말했지? 이자벨은 방패를 들기보다 지팡이를 들었어야 했어.”
대화하는 동안 이자벨의 명으로 수호기사단과 헌터들이 마족 숭배자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움직여서 약 300명의 마족 숭배자를 제압해서 데려왔다.
유신은 잡혀 온 마족 숭배자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세뇌가 맞는 것 같네요. 동공이 풀려 있고, 자기 의사 표현이 약해요. 공항 테러 사건 때의 세뇌와 비슷해요.”
“흠…골칫거리군. 일단 세뇌를 풀 수 있는 능력자부터 섭외해야겠어.”
아스본이 다른 헌터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제가 풀 수 있습니다.”
“유신이 네가? 뭔 능력으로?”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그럼 한 번 풀어봐.”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물려주시고, 5대력으로 귀를 보호하라고 해주십시오.”
“응?”
“어서요.”
당연히, 아스본은 유신의 말을 믿기 힘들 것이다.
세뇌라는 건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게 아니고, 지금 300명의 인원을 풀어야 했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을 보여주기로 생각했다.
‘내 가치는 내가 올려야지.’
크게 호흡을 들이마신 유신이 세뇌된 포로들을 향해 사자후를 터뜨렸다.
“크아아아앙!!”
아무런 보호 없이 사자후에 노출된 세뇌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는 픽픽 쓰러졌다.
그런데, 몇몇 헌터들과 수호기사단이 비틀거렸다.
유신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말 안 듣는 종자들이 많네.”
“크흠…”
안톤과 수호기사단은 어지러운 와중에도 헛기침하며 애써 아닌 척했다.
“일단 깨워 볼까요?”
유신은, 맨앞, 중간 그리고 끝에 기절한 사람을 깨웠다.
그리고 그들은 원래부터 이곳에 사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잠시 볼일이 있어서 이곳에 온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의 능력자들은 참 다양해요. 진실을 밝히는 능력자가 있을 줄이야. 그럼 이제 이자벨님 대의를 위해 부탁드립니다.”
“내게 명령하는 거냐?”
“아닙니다. 수호기사 부단장으로서 단장님께 좋은 방법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아스본이 왜 널 그렇게 재수 없게 보는지 이제 조금 알겠군.”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저도 움직이겠습니다. 그게 효율이 좋을 것 같네요.”
유신과 이자벨 그리고 수호기사단이 다시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그들 뒤로는 헌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하자, 세뇌에 걸린 사람들이 좀비처럼 달려들었다.
“일단 모두 방어 대형을 형성한다.”
수호기사단은 이자벨을 중심으로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상대의 공격에 호응하지 않고, 그저 막기만 할 때, 이자벨의 캐스팅이 끝났다.
“그래비티.”
마법진과 함께 세뇌의 걸린 사람들이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귀를 막으세요.”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유신이 세뇌에 걸린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번 사자후를 터트렸다.
“크아아아앙!!”
한 번 당해서 그런지, 수호기사단 중에서 비틀거리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뇌가 풀리면서 쓰러진 사람들을 헌터들이 재빨리 챙겨서는 뒤로 물러났다.
총 7번 그래비티 마법과 사자후를 반복했을 때, 도시 외곽에 있는 세뇌에 걸린 자는 더 이상 없게 됐다.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네요.”
유신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고, 이자벨은 살짝 지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제가 말했다시피 수호기사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도시에 들어가면, 마법 공격이 들이닥칠 겁니다. 처음 공격은 제가 막을 겁니다. 그다음에는 수호기사단이 분산해서 마법진을 찾아 부숴야 합니다. 그렇게 마법진을 다 부순 후에야 헌터들의 투입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마법 공격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해서든 피하십시오.”
“알고 있다. 아스본 후방을 부탁한다.”
“내가 활약할 시간은 없군.”
아스본이 거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고, 유신은 그런 아스본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스본님은 체력을 비축해주십시오. 마족이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대화하는 동안 수호기사단은 준비를 끝내고 대형을 형성했다.
유신은 그들 앞에 서며, 아공간에서 흑색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꺼내 장착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유신이 도시에 진입했다.
그 뒤로 수호기사단이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형형색색의 마법 공격이 수호기사단에게 들이닥쳤다.
유신은 마법 공격을 향해 방패를 집어 던졌다.
쿠콰콰콰콰콰콰쾅
방패의 폭발로 일부 마법 공격은 막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유신은 마법 공격과 그 뒤로 다가오는 날카로운 기운을 향해 칠성검을 느릿하게 휘둘렀다.
솨아아아악
마법 공격은 유신과 수호기사단에 닿기 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예상했지만, 검을 휘두른 후, 속이 울렁거렸고, 유신은 애써 참으며 수호기사단을 향해 외쳤다.
“지금입니다. 분산해서 실드 차지!”
하지만, 수호기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유신에게 당했지만, 수호기사단의 자존심이 유신의 명령을 거부했다.
“제길! 이자벨님!!”
천천히 다가오던 이자벨이 유신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방패를 수호기시단에게 던졌다.
하지만, 이자벨의 방패보다, 쏟아지는 마법 공격이 한발 빨랐다.
유신이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전개하려고 할 때, 수호기사단에서 한 명이 공중으로 점프했다.
“실드 월!”
콰콰콰콰콰쾅 콰자창
실드 월은 공격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져나갔다.
그렇게 짧은 시간을 버는 동안 이자벨의 방패가 도착했다.
방패는 이내 대단위 실드를 전개하며 수호기사단을 보호했다.
하지만, 처음 공격을 막은 수호기사는 멀쩡하지 않았다.
유신이 떨어지는 수호기사를 받아보니, 쟌이었다.
서둘러 제이미에게 받은 최상급 포션으로 쟌을 치료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다가온 이자벨에게 쟌을 넘겼다.
“응급치료는 했지만, 후방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알겠다.”
이자벨이 다른 사람에게 쟌을 넘기려고 할 때, 유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자벨님이 직접 해주십시오. 전 지금 수호기사단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유신. 말을 조심해라.”
“명령 불복종입니다. 전쟁 중 명령 불복종은 즉결 처분 아닙니까? 그런 자가 지금 29명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쟌이 우선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번뿐이다. 명령 불복종에 일벌백계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단장인 내가 할 일이다.”
“알겠습니다.”
유신의 대답을 들은 이자벨은 조심히 쟌을 안아 들고는 후방으로 후퇴했다.
몸을 일으킨 유신은 수호기사단을 바라보다가, 품에서 엠블럼을 꺼내 바닥에 집어 던졌다.
“꺼져. 너희 같은 멍청한 트롤러들이랑 계속 전쟁을 해봤자, 아군의 피해만 커질 뿐이야.”
수호기사단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유신은 그런 그들을 한 번 쏘아본 후 마법진을 부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유신이 떠날 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
안톤은 쟌이 다친 게 스스로가 오지랖을 떨어서 다쳤다고 생각했다.
30명의 수호기사단이 힘을 합치며 충분히 저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톤님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기는 우린 이대로 전진한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저놈이 부단장 엠블럼을 집어던진 순간부터 우리가 저놈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어!”
“…알겠습니다.”
“좋다. 모두 돌격 진형으로.”
쟌이 빠졌지만, 수호기사단은 한 몸처럼 움직여서 순식간에 대형을 갖췄다.
“실드 차지!”
29명의 실드 차지는 앞에 있는 건물과 마족 숭배자들을 갈아엎었다.
하지만, 그들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마법 공격이다. 모두 실드 전개.”
“실드 전개!”
안톤의 말에 모든 수호기사 하늘 위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내 마법 공격들이 수호기사단의 실드에 쏟아졌다.
묵직했지만, 버틸 만했다.
‘겨우 이 정도 공격 가지고 그렇게 유세를 부리다니.’
그때였다.
갑자기 방패를 든 손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게감이 실려 왔다.
수호기사단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한 명씩 무릎을 꿇었다.
거기다가 이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챙그랑
실드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안톤을 비롯해서 수호기사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