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_마족 숭배자 본단 정찰
유신은 호주와 미국, 유럽 등지로 이동하며, 전설들과 함께 마족 숭배자를 처단했다.
그 모습이 기사로 작성돼서 세계인들이 유신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렇게 유럽에서 수호기사단의 이자벨과 용병왕 로저와 함께 마족 숭배자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마족 숭배자들의 본부를 찾았습니다!”
정보국의 보고에 유럽의 마족 숭배자는 로저에게 맡기고, 수호기사단과 함께 쿠바로 넘어갔다.
유신이 수호기사단과 함께 쿠바에 도착하자, 세계헌터협회장인 아스본 레스넌과 그의 딸 제이미 레스넌 그리고 소피가 그들을 환대했다.
“이자벨. 오랜만이야.”
아스본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이자벨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권했다.
하지만, 이자벨은 유신과 철호에게 대하는 것과 다르게 찬바람이 불었다.
“일주일 전에 회의에서 봤을 텐데?”
“일주일이면 오랜만이지. 그리고 그때는 화상회의였잖아. 실제로 만난 건 3년 만인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어디지?”
“성격 급한 건 여전하군. 그럼 갈까?”
이자벨은 아스본의 안내에 맞춰서 먼저 이동했다.
유신은 뒤에서 뻘줌하게 있다가 그들의 뒤를 따라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에메랄드 머리카락의 미녀가 유신의 앞을 막았다.
“하유신? 몇 달 만이야?”
“아! 제이미씨.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네? 아 저….”
평소 여성을 제대로 상대해본 적 없던 유신은 당황스러웠다.
몇 달 전, 경호 업무를 할 땐, 일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인이, 그것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미인이 이렇게 얼굴부터 들이밀며 다가오자, 유신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요즘 뉴스에서 새로운 영웅이라고 자주 나오던데, 너무 무리하지는 마.”
제이미는 유신의 모습을 캐치하고는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신은 평소처럼 행동하며, 제이미와 말을 주고받았다.
“걱정해주신 것과 달리 아주 건강합니다.”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왜 배틀필드에는 안 나왔어? 아닌가? 나왔나?”
의심스러운 눈빛을 한 제이미의 모습에 유신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배틀필드는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못 갔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그곳에 나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유신도 거기 나왔으면 위험했을 거야. 그런데 유신이라고 불러도 되지?”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이미 제이미가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유신이었다.
그리고 대화를 하다보니, 제이미도 모른 척 해주기로 한 것 같아서 유신은 계속 웃으며 제이미의 질문에 답변했다.
“아! 유신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친근감 있고 좋네요.”
“그래? 그럼 유신도 날 그냥 제이미라고 불러줘.”
“알겠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유신과 제이미가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쟌 아르켄시스가 이를 부드득 갈았고, 주위에 있던 수호기사들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
쿠바에 위치한 마족 숭배자들의 본부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다.
즉, 다른 말로는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마족 숭배자라는 소리였다.
“여기가 마족 숭배자 본부라는 거죠?”
유신의 말에 제이미가 웃으며 답했다.
“응.”
“이렇게 떳떳하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을까요?”
“우리의 불이고, 방심이지. 회의에 늦겠다. 이만 가자.”
“네.”
제이미의 안내에 따라 유신은 커다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이자벨과 아스본 그리고 쟌과 몇몇의 인원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쟌은 유신이 제이미와 함께 천막에 들어오자,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자벨님과 아스본님이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늦었지?”
유신은 쟌이 시비조로 말하자,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나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히 실수한 게 없었다.
‘그래. 사람 목숨이 오가는 전쟁이 시작되는 곳이니 당연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지.’
간단히 쟌의 생각을 유축한 유신은 이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자벨님께는 말씀드렸는데, 마족 숭배자들의 도시를 잠시 보고 왔습니다.”
“일단 앉아라.”
아스본까지 퉁명스럽게 말하자, 유신은 정말 자신이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이자벨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 명은 이성 간의 질투로 화를 내고, 다른 한 명은 대놓고 팔불출이었기 때문이었다.
‘쟌. 연애는 스스로 쟁취하는 거란다. 그러니 힘내렴!’
이자벨이 속으로 자신의 제자를 응원할 때 회의는 시작됐다.
여러 자잘한 안건들은 빠르게 넘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스본의 작전 설명이 시작됐다.
“우리 세계 헌터협회가 방어선을 맡아서 저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겠다.”
“수호기사단은 뭘 해주길 바라지?”
어느새 회의에 빠져든 이자벨의 물음에 아스본이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수호기사단에게 요청하는 것은 도시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길을 열어달라는 거다.”
“길이요?”
“수호기사단이 길을 열면, 상위 헌터들이 그 뒤를 쫓아서 같이 적들을 격살할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네요.”
“그래서 너희 수호기사단에 지원을 요청한 거다.”
이자벨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저들이 어떤 방어 계책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있나요?”
“우리도 확인해 봤지만, 정보원이 도시 근처로만 가도, 이내 사라진다. 그래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것들이 전부다.”
“너무 위험하군요.”
선뜻 나서겠다고 이자벨이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 유신이 조심히 손을 들었다.
“뭐냐? 놈팽이 자식아?”“네?”
유신은 아스본이 실수로 막말을 내뱉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스본은 딱히, 정정하지 않았다.
“손을 들었으면, 말을 해라.”
“아. 그게 다름이 아니라, 도시의 방어선을 확인하는 걸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네가?”
“네.”
무언가 생각하던 아스본이 이내 고개를 끄떡이며 이자벨을 바라봤다.
아스본의 눈빛을 받은 이자벨이 무언가 고민하더니 유신에게 말했다.
“정말 괜찮겠어?”
“뭐 간만 보는 식으로 할 거라서요.”
“위험하면 언제든지 신호를 보내. 알았지?”
“알겠습니다.”
***
유신이 칠성검을 챙겨서 홀로 도시로 향할 때였다.
제이미가 유신을 잠시 붙잡았다.
“응? 제이미 왜요?”
“부디 몸조심 해.”
“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거.”
품에서 상자를 꺼낸 제이미가 유신에게 건네줬다.
“이건 뭔가요?”
“최상급 포션이야.”
“저 포션 많습니다. 제가 교황청 소속이라는 건 알고 계시잖아요.”
“알고 있어. 하지만, 포션은 많을수록 좋잖아. 내 선물이니 받아줘.”
“아니요. 괜찮습니다.”
유신의 사양에 제이미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상자를 유신에게 건네줬다.
“그럼. 저번에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정말 괜찮은데…”
“제발…”
아련하게 바라보는 제이미의 모습에 유신은 더는 거부할 수 없어서 포션 상자를 받아들였다.
포션 상자 안에는 최상급 포션이 10병이나 있었다.
“이거 돈도 돈이지만, 구하기 힘들잖아요.”
“하지만, 나와 소피의 목숨값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유신은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유신이 포션 병을 아공간에 챙겨 넣을 때였다.
“잘하는 짓이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쟌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응? 오자마자 왜 시비야?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없어. 이거나 받아.”
꽤 묵직한 슬링백을 쟌이 유신에게 건네줬다.
“이건 또 뭐야?”
“스승님이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된다고 했어.”
“뭔데?”
“네가 열어봐.”
슬링백을 받아서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꽤 많은 양의 최하급 마정석이 쌓여 있었다.
“응? 이걸 왜?”
“넌 마정석을 폭탄처럼 사용할 수 있잖아. 그럼 이유가 설명되는 거 아니야?”
“그래. 잘 쓸게. 고마워.”
“내가 아니라, 스승님께 감사 인사를 하도록 해.”
“알았어. 다음에 할게.”
유신은 사실 알고 있었다.
슬링백에 있는 마정석을 이자벨이 준비한 게 아니라, 쟌이 준비한 것을 말이다.
친구가 홀로 적진으로 가는 게 걱정돼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 준 걸 알기에 사양하지 않았다.
“그럼 난 이만 갈게.”
쟌과 제이미가 홀로 적진으로 향하는 유신을 배웅했다.
그렇게 유신이 떠나고, 그녀들은 서로를 노려봤다.
“구하기도 힘든 최상급 포션을 10병이나 주다니, 제이미씨는 돈이 많나 봐요?”
“아무리 최하급 마정석이라고 해도, 슬링백 가득 넣어준 쟌씨만 할까요?”
“흥! 그건 스승님께서 따로 구해서 유신에게 준 겁니다.”
“그래요? 전 정말 유신씨가 걱정돼서 백방으로 노력해서 구한 겁니다.”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야죠.”
“저 유신씨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걱정하는 거죠.”
“…….”
갑작스러운 제이미의 고백에 쟌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제이미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친.구. 관계 같은데, 앞으로도 유신씨와 계속 친.구.로서 잘 지내길 바라요.”
자신의 말만 하고 떠나는 제이미를 보고, 쟌은 그저 이를 갈았다.
***
유신은 도시로 유유자적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도시 문 앞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도시에서 거대한 불꽃이 날아와 유신을 마중 나와줬다.
서걱
날아오는 불꽃을 유신이 칠성검으로 손쉽게 갈랐다.
“선물이 격하네요? 그럼 이번에는 제가 선물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아공간에서 흑생창을 꺼낸 후 한계 이상으로 포스를 압축해서는 그대로 도시의 문을 향해 던졌다.
포스 미사일
공성전에서나 사용해야 할 것 같은 공격이 도시의 문과 부딪혔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타격점에 폭풍이 불 듯 거세게 주위에 것들을 빨아들였다.
한계점까지 주위를 빨아든 타격점은 작은 빛과 함께 하늘을 울리는 소리를 뱉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도시의 문과 함께 마족 숭배자들이 힘들게 만든 앞 열의 방어선이 사라졌다.
회오리치듯 거센 바람이 유신을 덮쳤다.
하지만, 유신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풀었다.
바람이 잦아들자, 유신은 도시로 들어갔다.
빠르게 도시를 질주하던 유신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땅이 들썩이더니, 다 세지도 못할 정도의 언데드들이 기어 나왔기 때문이다.
“쿠어어어억.”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언데드를 보며 유신이 칠성검을 들었다.
블레이드 샷.
콰콰콰콰콰아앙
땅에서 이제야 몸을 일으키는 언데드들은 유신의 공격에 그대로 다시 파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유신은 높게 점프하더니, 블레이드 샷의 범위 밖에 있던 언데드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콰아앙
언데드를 짓밟던 유신이 칠성검으로 포스 대검을 만들더니, 그대로 휘둘렀다.
예전 포스 대검은 절삭력보다는 타격에 집중되어 있었다.
포스 대검 자체가 거대한 만큼 절삭력까지 신경 쓸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유신의 실력도 많이 늘었고, 칠성검을 통해 만든 포스 대검은 달랐다.
사아아아악
서어어어어걱
포스 대검에 걸리는 언데드들은 몸이 양분된 후,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한참을 언데드들을 처리할 때였다.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공격들이 유신을 덮쳐왔다.
“이런 화려한 환대는 사양인데….”
포스 대검의 기운을 칠성검에서 분리한 후,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려 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짧은 사이 언데드들이 유신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아람!”
유신의 외침에 공중에 있던 아람이 유신이 있는 방향으로 도깨비불을 뿜어냈다.
대부분의 도깨비불이 언데드를 불태웠다.
하지만, 몇 개의 도깨비불이 빗나갔다.
빗나간 도깨비불을 향해 유신은 이화접목으로 수법으로 가져올 때였다.
도깨비불이 칠성검에 달라붙었다.
“어?”
이상 현상에 당황하는 사이, 칠성검에 달라붙은 도깨비불은 더욱 거대한 불이 되었다.
그리고 칠성검에서 청염이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