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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62화 (162/300)

162화_마족 숭배자(2)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유신을 위해 마리가 손수 전설들을 반협박까지 하면서 준비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의 중심에 있는 유신이 뜨뜻미지근한 반응만 보이자, 오히려 준비한 마리가 무안할 지경이었다.

“마리 선배. 아무리 그래도 관종이라고 대놓고 말하면 제가 무안하죠.”

“하지만 사실이잖아.”

“그렇기는 한데…걸리는 게 있어서요.”

“걸리는 거?”

유신은 잠시 입술을 깨문 후, 입을 열었다.

“일단, 죄송한데, 크리스씨와 비토 형님 마리 선배와 잠깐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알겠다.”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는 그저 대답만 하고 병실을 나섰다.

비토도 마리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모두가 나간 걸 확인한 유신이 호신강기와 포스로 기막을 펼쳤다.

마리는 유신의 기막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별거 다 만드는구나.”

“수련의 성과죠.”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선배 말대로…제가 관심받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제 얼굴이 알려지면, 13기동 타격대와 전설들과 맺은 규칙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내가 다 처리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서 더 문제라는 겁니다. 전 13기동 타격대입니다. 13기동 타격대의 대원으로 남고 싶고요.”

유신은 평소와 달랐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리는 유신을 한 번 더 시험해보기로 생각했다.

“유명해지면 좋잖아. 그리고 시간만 지나면 네가 전설들처럼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명예, 돈, 권력 모든 걸 손에 쥘 수도 있는데?”

하지만, 유신은 그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전 13기동 타격대에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마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13기동 타격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그리고 너만의 전설을 써 내려갈 수 있고.”

“선배. 한낱 짐승도 은혜를 알아요. 평범한 절 이렇게까지 끌어 올려준 사람은 13기동 타격대입니다. 전 선배들과 함께 할 거고요. 마리 선배도 보셨잖아요. 1년 전에 제 각오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전 바뀌지 않을 겁니다.”

“고작 1년이야. 그리고 정말로 13기동 타격대를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길이야. 그래도 싫어?”

“네. 싫습니다.”

즉각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유신의 확고한 의지에 마리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내가 하나의 진실을 말해줄게. 왜 13기동 타격대와 전설들이 이 이상한 조약을 맺은 줄 아니?”

***

유신은 전부터 궁금했다.

왜? 선배들은 자신들을 숨기는 걸까?

사람들에게 아직 마족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숨기기보다는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확실한 지원을 받으면 되는데 말이다.

“우리 13기동 타격대가 마왕과 함께 처음에 도착한 곳은 너도 이름은 들어봤던 이계 일루시안이야. 우리는 거기서 마왕을 처리하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지, 참고로 일루시안과 지구의 시간 축은 달라.”

“시간 축이요?”

“그래. 간단히 말해서 여기서 하루는 일루시안의 열흘이야. 그렇게 일루시안의 시간으로 3개월, 지구 시간으로 9일 만에 지구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게 됐지. 하지만 그때는 유일하게 나만 넘어 올 수 있었어.”

“마리 선배만요?”

“그래. 그리고 지구에서는 이미 전설과 영웅들의 탄생으로 바뀌었더라고, 그리고 그 전설들이 권력을 잡았지. 내가 아무리 고군분투했지만, 우리는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되었어. 나는 이대로 안 될 것 같아서 교황청에 돌아갔고, 13기동 타격대의 존재를 알렸지만, 이미 늦었지.”

유신은 마리의 말을 들으면서 심각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13기동 타격대 그러니까 선배들은 개고생하는 동안 전설들은 호의호식하면서 권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배들의 흔적을 지우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아카데미 교육에서도 죽은 전설들에 대한 교육은 없었다.

“욕심 때문에 그런 건가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권력에 대한 욕심. 지금 자리에 대한 욕심.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전설들이야. 그래서 유신아.”

“…네 선배.”

“전설들이 목숨을 걸고 고생한 것도 알아. 하지만 말이야. 13기동 타격대의 명예를 되찾는 게 내 목표야. 그래서 그러는데 도와줄 수 있겠어?”

사정 설명을 들은 유신이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하겠습니다.”

유신의 다짐에 마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서 말인데, 내 계획은 이거야….”

그날 유신이 포스를 다 사용해서 기막을 더는 펼치지 못할 때까지 마리의 계획을 들었고, 거기에 동조했다.

“그런데, 마리 선배. 다른 선배들은 실제로는 30년 뒤에 오는 거죠?”

“일루시안의 시간대로 따지면 그렇지. 벌써 10년은 더 지났을걸.”

“그렇게 되면, 다음에 보는 선배들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네요?””

“초월자는 쉽게 늙지 않아. 그리고 그게 그렇게 궁금해?”

“헤헤~ 농담이에요 농담.”

“넌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니?”

“헤헤~”

유신이 평소처럼 헤픈 웃음을 지었고, 마리는 머리를 짚었다.

“대체 강문은 널 왜 스카웃한 건지 모르겠다.”

“헤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뭐겠어? 네가 잘하는 거지?”

“네?”

“깽판.”

***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유명 관광도시인 시드니에도 으슥한 곳은 존재한다.

어둠이 질 무렵, 유신이 목적지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울상을 지었다.

자신의 취향이었던 검은 옷은 칼 제라니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마리 선배가 말한 대로 입었더니, 너무나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적색 코트에 이 털은 또 뭐야?”

유신은 코트부터 상의, 하의까지 전부 빨간색으로 입고 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튀는데, 코트 깃부분에 복슬복슬한 밍크가 달려있기까지 했다.

“에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을 때, 한 무리의 백인이 유신의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그런데, 그때 그 무리 중 한 명이 유신을 향해 눈을 찢는 모습으로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

“와~ 22세기에 아직도 덜떨어진 인종차별주의자가 있네?”

당연하게도 유신의 손목에는 마도구 팔찌가 채워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유신의 말은 번역되었다.

“이런 노란 원숭이가!”

인종차별을 시도한 남성이 유신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주위에 있는 다른 일행이 그를 말렸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유신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

저놈을 때리기에는 한 방에 죽을 것 같고, 그냥 가자니 찝찝했다.

그렇다고 백인에게 인종차별하는 행위도 알지 못했다.

알고 있더라도 그런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저놈과 같은 놈인 것 같아서 조용히 손을 들어서 주먹 감자를 먹였다.

“크아아아”

몬스터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지만, 그저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갔다.

“몬스터보다 못한 야만인을 상대하기에는 내가 너무나 도도하지.”

유신의 말은 당연하게도 뒤에 있는 백인들에게 들렸다.

그나마, 저 이상한 놈 빼고 모두 제정신인지, 유신을 뒤쫓아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잠깐의 이벤트가 지나고 유신은 드디어 목적지의 선술집 앞에 도착했다.

당당히 선술집으로 들어가 바에 앉자, 컵을 닦던 바텐더가 다가왔다.

“뭘로 주문하시겠습니까?”

“맥주요.”

“여기는 다양한 맥주가 있습니다.”

“흑맥도 좋고, 병맥도 좋고, 다 좋아요. 바텐더가 원하는 걸로 주세요?”

“제가 원하는 거요? 손님이 원하시는 건 없나요?”

“과연 여기에 제가 원하는 게 있을까요? 제가 워낙 입맛이 싸구려라서요.”

“흠……”

유신이 자신의 대답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분명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암구호였다. 그런데, 바텐더는 그저 미간을 좁힐 뿐이었다.

그는 이내 냉장고로 향하더니 흑맥주를 꺼내서 갔다줬다.

“5달러요.”

“선불인가요?”

“보통은 후불인데, 당신은 내가 오늘 처음 본 사람이라 선불이요.”

“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바텐더에게 건네줬다.

“그런데? 여기는 컵 받침대도 안 주나요?”

“별걸 다 원하는군.”

“난 별 모양이 좋던데.”

계산하던 바텐더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드를 유신에게 건네줬다.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받은 유신이 주머니에 그것들을 찔러넣고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저기 왼쪽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네~”

화장실에 들어간 유신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조심히 카드와 영수증 사이에 끼어 있는 쪽지를 확인했다.

[3번 테이블. 왼쪽 눈가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

유신은 확인한 쪽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변기에 넣고는 물을 내렸다.

별모양 받침대는 이곳의 오너를 만나자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봤다.

테이블마다, 숫자가 적혀 있었고, 이내 3번 테이블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왼쪽 눈가에 흉터가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그럼 어디 거래를 한 번 해볼까?”

유신은 맥주병을 들고 3번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에는 흉터가 있는 남성과, 다른 두 명의 남성이 자기들끼리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선 유신은 대뜸 말을 건넸다.

“당신이 그 유명한 조야?”

“넌 뭐지?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날 알지?”

“아! 내 소개가 늦었네. 난 13…아니 하유신이야.”

“하유신?”

“응 들어봤을 텐데? 호주 최고의 정보 단체의 수장이자, 능력해방단의 정보부장이 날 모르지는 않을 거 아니야?”

호주 최고의 정보 단체 수장이라는 신분은 몇몇 사람들에게 알려져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능력 해방단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조의 비밀이었다.

“네 놈이 알면 안 되는 걸 알고 있군.”

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유신이 조의 어깨를 잡고는 완력으로 다시 자리에 앉혔다.

“힘 쓰지 마. 그러다가 어깨 빠져.”

“끄으응….”

유신의 근력에 놀란 조가 신음을 내뱉을 때였다.

같이 앉아 있던 두 명이 황급히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워워~ 너희 둘도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친절한 경고에도 놈들은 총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유신이 잡고 있던 맥주병을 잠깐 위로 던지고는 손날로 그들의 권총을 깔끔하게 잘라낸 후, 떨어지는 맥주병을 다시 잡았다.

“기물 파손은 안 되지. 너희들이 물어줄 거야? 안 그래 조?”

조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내고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도 흉흉한 눈빛을 한 채 잘린 총을 품에 집어넣었다.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네.”

유신은 옆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서는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남은 맥주를 전부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고 조가 살짝 미소 짓더니 입을 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네가 말한 이상한 곳과 연관이 없다.”

“꺼억~ 아 미안. 탄산이 들어가니까 나도 모르게.”

“다시 말하겠다. 우리는 네가…”

조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유신이 그의 말을 끊고 버럭 욕설부터 내뱉었다.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능력 해방단의 이름을 꺼낸 순간 네가 나한테 한 행동. 그리고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무작정 왔을까 봐?”

그때 조가 능력을 사용해 손을 칼날로 바꿔서는 유신의 목을 노렸다.

터엉~

조의 회심의 일격은 고작 맥주병에 막혔다.

“발톱 집어넣지? 안 그러면 크게 혼날 수 있어. 그리고 나도 널 잡기보다는 그냥 정보만 원할 뿐이야.”

“그게 무슨 소리지?”

“이번 배틀필드 테러범들의 정보만 준다면 그냥 놔줄게.”

“흥! 그건 뉴스만 봐도 다 알지 않나? 그건 마신 숭배자들의 짓이다.”

“조 너 지금 실수한 게 있어.”

“뭐?”

들고 있던 맥주병을 내려놓은 유신이 웃으며 말했다.

“언론에서도 그리고 일반 사람들도 그들을 모두 마족 숭배자라고 해. 마신 숭배자라는 명칭은 같은 놈들끼리만 하는 말이고. 그리고 세계 정부랑 전설들을 바보로 보는 거야? 예전부터 능력 해방단이 마족 숭배자의 하부 조직인 걸 다 알고 있었어.”

그때였다.

바 안에 잔잔히 울려 퍼지던 노래가 멈췄다.

그리고, 손님으로 있던 자들이 각자 흉흉한 연장을 꺼냈다.

그들을 찬찬히 둘러본 유신이 입을 열었다.

“조. 내가 오늘 왜 붉은 코트를 입은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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