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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61화 (161/300)

161화_마족 숭배자(1)

띠링 띠링

유신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아람에게 선행점수를 줄 때마다 울린 소리였다.

그리고, 돌도끼가 된 아람 위로 선행점수 30점이 떠올랐다.

선행점수를 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점수가 주어졌다.

이런 상황은 도깨비 지식에도 없었다.

“자동도 자동인데, 30점이나 된다고?”

지금까지 아람은 유신의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선행점수를 1점씩 획득했다.

이 선행점수가 얼마나 짜면, 아람이 유신의 목숨을 구해줄 때도 고작 1점이었다.

“균열을 없앤 게 그만큼 대단했다는 거네?”

유신은 모든 힘을 다 소비해서 돌도끼가 된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돌도끼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을 때였다.

콰쾅 콰쾅

저 멀리서 거대화된 크리스가 다가왔다.

거침없이 달려오던 크리스는 유신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속도를 늦췄다.

“유신? 괜찮은 거냐?”

유신이 인상을 찡그렸지만, 가면 때문에 크리스는 파악하지 못했다.

“크리스님. 조심해 주십시오. 전 지금 칼입니다. 정확히는 칼 제라니.”

“무사한 것 같군.”

거인화를 푼 크리스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수의 사체 쪽에서 눈길이 멈췄다.

유신은 그런 크리스를 바라보며 가슴을 당당히 펴며, 너스레를 떨었다.

“폭발도 폭발이었지만, 저 마수들 때문에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재래식 폭탄이었나?”

“그런 건 같습니다.”

일정량 이상의 재래식 폭탄이 터지게 되면, 그곳에는 꼭 마계와의 연결점이 되는 균열이 열리곤 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균열이 열렸다는 말은 있었지만, 어떻게 닫혔는지에 대한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온 균열을 도깨비들이 막아왔던 것일까?

유신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콰칭!

다시 한번 게이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칠성검을 들고는 게이트를 바라볼 때였다.

다른 그 어떤 색보다 찬란한 푸른색의 게이트에서 성녀 마리가 나타났다.

“마리 선배!”

반가운 마음에 유신은 양손까지 흔들며 마리를 맞이해줬다.

그리고 게이트에서는 마리와 함께 비토 제라니와 함께 제 2심판대 전원이 등장했다.

교황청의 사람들은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현 상황을 파악했다.

“균열이 열렸던 거냐?”

“네. 선배.”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균열을 닫았지?”

“헤헤~ 그게.”

유신은 아람이었던 돌도끼를 마리에게 보여줬다.

“아람이 도깨비불을 균열에 쏘자, 빠르게 닫히더라고요.”

“으흠…알았다.”

마리는 무언가 더 물어보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동안 심판대가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가 마수 사체를 하나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유신과 마리를 바라봤다.

“이건 내 개인적인 부탁이다. 지금 여기에 균열이 열린 적도 마수가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말한 크리스가 마수를 심판대가 있는 쪽으로 던졌다.

“유신 그리고 마리. 남들이 보기 전에 빨리 모든 마수를 가지고 가도록 해.”

“크리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마리의 질문에 크리스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더니, 입을 열었다.

“대회 중에 이 정도 규모의 폭탄을 여기까지 가지고 온 놈들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목표는 세계의 혼란 같은데, 그들의 뜻을 따라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음… 하지만 이대로 놈들을 포기하기에는 아까운데?”

“그래서 비밀로 해달라는 거다. 그렇다면 놈들은 더욱 크게 혼란을 준비할 테니, 그때를 노려야지.”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유신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조심히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떠세요?”

유신은 크리스와 마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이내 그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

배틀필드의 사회를 맡았던 존이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하고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카메라가 존을 비췄다.

ON-AIR에 불이 들어오고 담당 PD의 큐 싸인과 함께 존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의 시청자 여러분. 존 에드리입니다. 오늘 저는 두 번째 경기장의 폭발에 관해 새로 들어온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선 폭발은 이번 배틀필드 경기를 방해하고자 하는 마족 숭배자들의 짓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재래식 화약 무기를 폭발시켜서 마족과 지구를 가로막고 있는 차원의 문에 균열을 일으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균열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존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족 숭배자들의 테러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다크호스라고 불리는 칼 제라니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하는데요. 호주의 거인 크리스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칼 선수가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화면을 통해 현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화면이 바뀌며, 폐허가 된 숲속 경기장이 비춰졌다.

“지금 칼 선수는 호주에 위치한 교황청 직할 치유소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이번 테러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칼 선수가 꼭 다시 일어나기를 가이아께 빌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방송은 끝났고, 미디어의 힘은 대단했다.

5분 정도의 짧은 방송으로 인해 세계대통령은 직접 회의를 모집했다.

회의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고 끝났다.

그리고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세계는 마족 숭배자를 뿌리 뽑아야 하는 악으로 규정했다.

그게 끝은 아니었다.

“이번 테러에 대해 수호기사단에서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 수호기사단이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자벨이 마족 숭배자와의 싸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이었다.

“교황청 소속의 루키 칼 제라니가 이번 테러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교황청에서는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고 가이아의 적. 마족 숭배자들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겠습니다.”

성녀 마리에게 밀렸지만,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교황이 전쟁을 선포했다.

그 외에도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모든 지부와 단체에서 마족 숭배자와의 싸움을 선포했다.

그렇게 세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에 떠는 사람도 있었다.

“제길! 제길! 제길!”

앤드류 시거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그저 칼 제라니가 거슬려서 사업 파트너에게 치워달라고 요청만 했을 뿐이었다.

물론 그게 죽여달라는 소리이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칼은 죽지도 않았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이번 일에 조금이라도 연루가 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지금까지 쌓은 모든 걸 잃게 될 것이 당연했다.

똑똑

“내가 어떻게 쌓아 올렸는데…”

똑똑

“그들의 입을 직접 막아야겠어.”

똑똑

애써 무시하고 있었는데, 계속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앤드류는 신경질을 내며 문을 열었다.

“혼자 있고 싶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아. 아버지?”

문밖에는 로저 시거가 서 있었다.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제자가 위험했다는 소리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앤드류는 알고 있었다.

로저는 절대 그런 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평소라면, 속으로 삭일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평소와 다르시군요.”

뒤늦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이미 뱉어 버렸기에 그저 당당히 로저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로저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너만 하겠느냐?”

앤드류는 아주 잠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날 언제까지 여기에 서 있게 할 셈이냐?”

“들어오시지요.”

안으로 들어온 로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식사를 준비할까요? 아님 술을?”

“됐다. 이리 앉아라.”

“…언제나 그러시군요.”

“뭐가 말이냐?”

“다른 형님과 누님들과 만나면 식사나 술을 드시면서, 왜 제게 올 때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앤드류의 말대로 로저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먹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로저는 앤드류의 공간에서 절대 무언가를 먹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수련을 더했다면… 됐다. 빨리 앉아라.”

“…알겠습니다.”

로저의 맞은편에 앤드류가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로저가 앤드류를 바라봤다.

처음부터 로저와 앤드류의 관계는 이러지 않았다.

실력 있는 고아인 자신을 로저가 직접 데리고 와서는 시거의 성을 내렸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았다.

하지만, 앤드류는 알고 있었다.

시거의 성은 용병왕의 후보자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졌고, 로저에게는 앤드류를 포함해 5명의 제자이자 자식이 있었다.

“막내야.”

“네. 아버지.”

로저의 말에 앤드류가 감정의 고하가 잡히지 않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모습에 로저는 가슴이 아팠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넌 대체 어디까지 삐뚤어질 것이냐?”

평소의 앤드류라면, 이 말을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

그 정도로 철저히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달랐다. 로저의 목소리에 앤드류는 평소와 다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그 모습에 로저는 속으로 한탄을 내뱉었지만, 따로 내색하지 않았다.

“너는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관심받기를 좋아했지.”

“아버지. 그건 용병으로서 당연합니다. 인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용병을 찾습니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인기 있는 용병보다 실력 있는 용병을 사람들은 더욱 신뢰한다.”

“아버지.”

앤드류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로저가 손을 들어 말문을 막았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자 온 게 아니다.”

“그럼 대체 왜 오셨습니까?”

“많은 사람이 널 의심하고 있다.”

“절요? 아! 형님들과 누님들이 의심하겠군요.”

“그리고, 나 또한 널 의심하고 있다.”

“아버지!!”

폭발한 앤드류가 소파에서 일어나 로저에게 성큼 다가갈 때였다.

꽈악.

어느새 로저가 앤드류의 입을 한 손으로 틀어 막았다.

“분명 말했을 텐데, 내게 소리를 지르고 싶다면, 그만큼의 실력을 쌓으라고.”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한 로저가 그대로 앤드류를 집어던졌다.

쿠타탕

몇 개의 가구를 박살 내고 일어선 앤드류는 오른팔을 다쳤는지 부여잡고 있었다.

“앤드류. 의심을 지우고 싶다면, 네가 범인을 잡아라. 아니. 의심이 풀릴 때까지, 마족 숭배자를 베고 또 베어라. 그게 네가 원하는 관심을 받는 길과도 같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로저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향할 때였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서 다친 앤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선은 넘지 말아라. 지금까지 네가 선을 넘은 것도 시거라는 성이기에 넘어가 준 것이다.”

할 말을 끝낸, 로저가 방을 나갔다.

처참한 표정을 지은 앤드류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읇조렸다.

“제길! 제길! 이게 다 칼 제라니 그놈 때문이야!”

***

호주에 위치한 교황청 치유소.

수천 명의 사람이 팻말을 들고 치유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수백 명의 기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치유소와 기자들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이 기자들과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혼수상태라고 기사가 나간 후에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있다는 거죠?”

“하하. 그래. 혼수상태는 아니지만, 거짓 정보에 저렇게 대규모의 시민들이 모여서 네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거다.”

“와~ 저 인기남이네요. 그런데 크리스씨.”

“응?”

“안 바쁘세요?”

“하하하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나 보지?”

“아니. 할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몇 시간 째 여기 계시니까요.”

“아 그게…”

크리스가 부끄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일 때였다.

“그건 내가 설명하지.”

“마리 선배.”

병실에 마리와 비토 제라니가 들어왔다.

“크리스가 뒷수습해야 하거든.”

“네? 무슨 수습이요?”

“이제부터 칼 제라니는 죽을 거니까.”

“네?”

갑자기 죽는다는 소리에 유신은 황당한 듯 마리와 크리스 그리고 비토를 번갈아 바라봤다.

마리는 유신이 당황하든 말든 설명을 이었다.

“말 그대로다. 우리의 예상보다 시민들이 더 분노하고 있어. 이걸 극대화하기 위해 칼 제라니는 죽은 것으로 진행할 거다. 물론, 네 말대로 칼 제라니를 통해 함정을 판 후에 죽일 거야.”

“아….”

“왜? 그러지?”

유신은 마리의 말에 비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토 형이랑 이제 친해진 것 같았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아무리 하유신씨가 칼의 연기가 끝났다고 해도 우리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역시 비토형~”

마리는 유신의 예측불허한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마리 선배 그렇게 되면,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유신으로 움직일 거다.”

“그러면, 제 얼굴이 팔리잖아요.”

“그렇게 되겠지.”

“엥? 그러면 협정 위반 아니에요? 13기동 타격대는 랭킹에도 등록하면 안 되잖아요.”

“아 그거. 전설들과 협의가 끝났어. 협정은 끝나지 않아서 13기동 타격대는 이번에도 숨겨야 하지만, 하유신이라는 인물은 대대적으로 홍보할 거거든.”

“아… 선배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뭐? 왜? 유신이 너 관심 받는 거 좋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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