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_마계의 문
핵폭탄처럼 버섯구름이 피어올랐고, 반경 100M를 초토화 시켜 버린 폭발이었다.
숲에 있던 하위 몬스터들은 이 거대한 폭발에 놀라 더욱 꽁꽁 숨었다.
상위 개체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더욱 활발히 움직였다.
그렇게 됨으로써 생존을 위해 버티고 있던 참가자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일이 생겨났다.
“이게 무슨 일이지?”
북쪽을 통째로 담당하고 있는 호주의 거인 크리스는 갑작스러운 폭발에 놀랐다.
폭발이 잠잠해지고 확인을 해보니, 유신이 담당하던 숲 중앙이었다.
크리스가 서둘러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피이이잉 퍼엉
피이이잉 퍼엉
여기저기서 붉은 폭죽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크리스는 잠깐 갈등했다.
하지만, 이내 유신을 믿고 신호탄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제발! 무사해라!”
***
위성영상을 통해 생존 경기를 진행하고 있던 존과 빌리에게도 폭발 소리가 작게나마 들렸다.
그들은 방송 중이라는 것도 잊고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자, 그들에게도 보일 정도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이…이게 뭐지?”
당황한 빌리가 말을 더듬을 때였다.
담당 PD가 긴급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걸 캐치한 존은 지금까지 사회를 맡으면서 풀어 헤쳐진 모습이 아니라, 정자세로 앉으며 프롬프터를 똑바로 직시했다.
“네.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 대회 중 긴급 속보가 있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생존 경기가 열리는 숲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대회 측에서는 즉각 확인하고 있으며,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존은 프롬프터에서 계속 글이 올라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선수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시청자 여러분 모두가 가이아에게 빌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방송을 통해 경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더욱 난리가 난 곳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번 대회에서 자신들의 제자들이 참여했던 전설들이었다.
그들은 제자 걱정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호주로 공간이동을 준비했다.
***
버섯구름이 가라앉고, 폭발이 일어났던 곳은 폐허와 다름이 없었다.
고작, 작은 불씨와 매캐한 연기만을 남기고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타닥타닥
나무 조각이 불에 타는 소리만이 유일한 이곳의 침묵을 깨고 있을 때였다.
폭발 중앙에 위치한 땅이 들썩이더니, 이내 시커먼 사람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팔꿈치까지 나온 손에 푸른 기운이 집중되더니 땅을 내리쳤다.
콰쾅
땅이 터져나갔고, 유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밖으로 나온 유신은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는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하아 하악…”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왔다.
유신은 서둘러 포스를 운용해 입가에 마스크를 만들어서 호흡을 골랐다.
“후읍~ 하~ 이제 좀 살겠네.”
호흡이 진정되자, 유신은 그제야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생겼다.
‘그실 3중첩에 호신강기. 그리고 포스막까지 다 깨져버렸네.’
모든 방어 수단을 사용해서 목숨을 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니, 유신이 살았던 것은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던 거였다.
‘마지막에 흙이 날 덮치지 않았다면, 정말 죽은 목숨이었겠어.’
유신은 10분간 전력으로 포스를 운용하고, 정신적으로 힘이 들어서,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콰칭!
공중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신은 누군가 공간이동으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며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간이동 게이트가 아니었다.
보통의 공간이동 게이트는 푸른색 또는 붉은색의 균열이 일어나면서 게이트가 열렸다.
하지만 지금은,
“보라색?”
색깔이 일반적인 공간이동 게이트와 달랐다.
‘왜 이렇게 불길한 기분이 들지?’
혹시 모를 상황에 유신은 칠성검을 꽉 쥐고 공간이동 게이트를 바라봤다.
게이트가 더욱 큰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하지만, 열린 것은 게이트가 아니라, 보라색의 균열이었다.
균열에서는 누가 봐도 흉측하게 생긴 마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런 제길!”
여기에 아무도 없지만 욕짓거리가 그대로 내뱉어지고 말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가 재래식 폭탄을 사용했다.
그로 인해 차원의 틈이 열렸다.
유신은 지금이라도 당장 범인을 찾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마수를 막는 게 먼저였다.
“제발, 마족까지는 나오지 말아라.”
유신의 말이 끝나자, 흉측한 모습의 마수가 균열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내려섰다.
“크어어억.”
착지하자마자, 몸을 일으킨 마수가 피어를 내뱉을 때, 유신은 인사 대신 검기로 맞이했다.
티이잉
마수의 피부가 질긴 것인지, 유신의 검기가 약한 건지, 날아간 검기는 그저 튕겨 나갈 뿐이었다.
설마 하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손쉽게 검기가 튕겨 나가자, 유신은 이내 오러를 끌어올려 휘둘렀다.
촤아아악
다행히 오러는 마수에게 통했다.
오러에 배가 갈라진 마수가 검은 피를 쏟아냈다.
유신은 그대로 오러를 더욱 뿜어내서 마수의 목을 잘라냈다.
쿠웅
흉측한 몸만큼이나 커다란 머리가 큰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유신은 기뻐할 수 없었다.
수십 수백 쌍의 눈이 균열 너머에서 유신과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턱
균열에서 유신의 몸만 한 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균열을 잡고, 더욱 커다랗게 벌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신이 칠성검에 더욱 포스를 집어넣었다.
그 상태에서 오러를 길게 늘려서는 그대로 균열과 손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악
거대한 손은 오러에 피해를 당하는 와중에도 균열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찢어놨다.
그리고 그때부터 수많은 마수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대충 예상하고 있었기에 유신도 서둘러 대응하기 시작했다.
“검막!”
폐관 수련을 통해 습득한 검막이 아주 잠깐 마수들이 나오는 균열을 막으며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막기만 한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검막은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오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열 배 이상이 포스 소모가 일어났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검막을 유지하면서, 왼손에 오러를 일으킨 후, 그대로 균열을 향해 내질렀다.
푸푸푹
쏘아진 오러를 약간 밖으로 나온 마수들을 꿰뚫어 버리고는 균열 안까지 들어갔다.
오러가 균열 안으로 들어가자, 유신과의 연결 고리가 끊겨 버렸다.
일단 약간의 여유가 생긴 유신은 잠시 도망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까지 균열을 막아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곧 지원군이 올 거라는 믿음 하나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땅 쪽에 균열이 만들어졌으면 그나마 편했을 텐데.”
균열은 다른 곳도 아닌 하늘 위에 생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신은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오러를 직접 휘두르는 것보다, 쏘아 보내는 게 포스 소모도 더 많았다.
포스를 아끼자고, 떨어지는 적들만 상대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유신이 땅에 떨어지려는 모든 마수를 완벽히 막을 수 없었다.
“크어어억!!”
한 마리의 마수를 시작으로 다른 마수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땅에 내려서서는 괴성을 내질렀다.
마수들이 땅에 내려서자, 유신이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칠성검의 검병 끝에 있는 작은 구멍에 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뱅글뱅글 돌리며 마수들에게 휘둘렀다.
붕붕붕
콰콰쾅
칠성검을 통해 사방으로 발출된 오러가 마수들의 몸을 조각냈다.
그렇게 땅에 내려선 마수들을 순식간에 처리한 유신이 칠성검을 고쳐 잡으며 상단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균열에서 아직도 떨어지는 마수들을 향해 점프했다.
유성 찌르기
빛살이 되어 순간적으로 균열 앞까지 이동한 유신의 뒤로 마수들의 몸이 찢겨나갔다.
그렇게 균열에 도착한 후, 칠성검에 대량의 오러를 집어넣고 압축하고 압축했다.
‘미안하다. 칠성검아. 못난 주인을 만나서 여기서 네 목숨을 다하는구나.’
유신은 칠성검의 명복을 빌며, 압축된 오러를 균열에 찔러넣었다.
콰콰콰콰……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균열 근처에 있던 마수들이 사라졌다.
남은 기운이 균열 안으로 들어가고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칠성검이 부서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은은하게 노란색과 푸른색이 섞인 빛이 뿜어졌다.
그 빛은 이내, 균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광경에 유신이 깜짝 놀랄 때였다.
모든 체공 시간이 끝나고 유신이 추락했다.
타악
땅에 내려선 유신은 칠성검과 균열의 기운이 끊긴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라본 균열은 미세하지만, 아까보다 좁아져 있었다.
“더러운 종자놈들!!”
언제 다가왔는지 아람이 유신의 옆에 둥둥 떠서는 욕설을 내뱉었다.
“유신. 더는 저 더러운 종자놈들이 이곳의 땅을 밟지 못하게 해라.”
아람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극렬하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싶은데…”
“그러고 싶다면, 하면 된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균열을 닫아야 하는데…”
균열을 닫기 위해서는 방금처럼 칠성검과 균열이 호응해야 했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번은 점프해야 하기에 유신의 미간이 좁혀질 때였다.
“균열은 내가 닫겠다. 너는 그동안 저 더러운 종자들을 막아라.”
“균열을 닫을 수 있다고?”
“시간 없다 빨리. 우선 저 종자들이 못 오게 막아라.”
“아. 알았어.”
유신은 아람을 믿고 잠시 칠성검을 바라봤다.
보통의 검이라면 이 정도 포스와 오러 때문에 부서져도 골백번은 더 부서졌을 것이다.
그런데, 칠성검은 오히려 더욱 밝은 빛을 내는 것 같았다.
위이이잉
그 어떤 검보다 튼튼한 칠성검에 믿음이 생기자, 유신은 생각만 하고 시도해보지 못한 기술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오러 대검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오러 대검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칠성검에 모두 담아냈다.
칠성검은 오러의 압축만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때 예의 그 거대한 손이 균열을 다시 찢기 위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네 뜻대로 안 될 거다.”
유신은 균열을 향해 압축된 오러를 쏘았다.
퍽.
기대와는 달리 아주 작은 소리만이 들렸다.
하지만, 균열 근처에 있던 마수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한동안 가만히 있던 아람이 평소보다 더욱 푸른 도깨비불을 피우더니, 균열을 향해 날렸다.
파앗!
아람의 도깨비불과 균열이 닿자, 밝은 빛을 뿜어냈고, 이내 균열이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마수들은 점점 좁아지는 균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유신이 조금 더 빠르게 오러를 지속성 레이저 빔처럼 쐈다.
콰콰콰콱
지구로 넘어오려는 마수들의 육탄 공격을 오직 오러를 뿜어내는 걸로 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균열은 닫혔고, 유신의 오러는 하늘 위로 높게 뿜어졌다.
“하아아악 하악…이게…이게 되네….”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던 유신은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자, 지쳤는지 숨을 헐떡였다.
약간의 탈력감과 함께 정신적 피로도가 극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균열을 닫는 일등 공신은 자신이 아니었다.
바로 아람이었다.
아람의 도깨비불이 균열의 회복을 빠르게 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이렇게 쉽게 막지 못했을 거였다.
“잘했어. 아람.”
“제길! 다시 도깨비가 되니, 마기를 가지고 있는 놈들에게 나도 모르게 극도의 증오심이 솟아나는군.”
“응?”
“넌 몰라도 된다. 그리고 잠깐 쉬겠다.”
말을 끝낸 아람이 그대로 쓰러졌다.
유신은 공중에 있다가 떨어지는 아람을 민첩하게 받아냈다.
손바닥 위에 안착한 아람은 고장난 텔레비전처럼 지지직거리면서 돌도끼가 되려고 했다.
서둘러 포스를 집어넣었지만, 아람이 손사래를 쳤다.
“유신. 쉴 테니까. 쓸데없는 짓 하는 말아라. 그리고 날 아공간에 넣지 말고.”
“아. 알았어. 근데 괜찮아?”
“쉬면 나아진다.”
그렇게까지 말한 아람은 이내 돌도끼가 되었다.
유신은 아람을 보며, 처음으로 대견스럽다고 생각할 때였다.
띠링 띠링
머릿속에서 익숙한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