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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59화 (159/300)

159화_배틀필드(5)

짐승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은 각자의 영역이 있다.

보통 그들은 자신의 영역 외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움직일 때는 누군가 영역을 침범했을 때다.

그런데, 유신이 몬스터나 짐승들이 하는 영역 선포를 한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저 여기는 제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안전하다는 거죠.”

“몬스터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당연히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동물이나 몬스터는 강제로 상대의 영역을 빼앗으니까요. 하지만, 전 대회기간 동안 몬스터들에게 제 영역을 지킬 겁니다.”

황당한 표정으로 맥켈리가 유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유신은 현재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그저,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맥켈리를 달래뿐이었다.

“일단 구조대가 올 때까지 맘 편히 쉬세요. 고기가 식겠어요. 좀 드세요.”

안 그래도 배가 고팠던 맥켈리는 유신이 가져온 고기를 바라봤다.

평소에는 돼지고기보다 쇠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여기서 반찬 투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심히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세.세상에!!”

“어때? 맥켈리. 맛있지? 나도 처음 먹을 때 장난 아니었어.”

“짐. 이건 하늘이 내려주신 맛이야. 칼님.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바비큐는 처음입니다.”

“하하. 제가 바비큐를 꽤 하는 편이거든요.”

유신은 예전 북한에서 거의 매일 구워왔던 바비큐가 떠올랐다.

아무리 실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정도 구우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유신은 고기 굽는 솜씨가 일류 쉐프 뺨칠 정도로 장인이 되어 있었다.

‘선배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식사는 잘하시나?’

아주 잠깐 유신이 13기동 타격대 선배들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을 때였다.

구조대가 숲속 캠핑장에 도착했다.

붉은 옷을 입은 구조대는 유신을 보자마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바비큐를 다 먹은 맥켈리를 바라봤다.

“맥켈리 페이지 선수.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구조대의 말에 맥켈리는 대회의 탈락 때문인지, 아니면 환상적인 고기 맛 때문인지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짐과 릴라도 자신들의 가방을 챙겼다.

그 모습에 맥켈리가 의문을 표했다.

“너희들 지금 뭐 해?”

“뭐하긴. 가려고 하는 거지?”

“응? 뭘?”

가방 정리를 끝낸 짐과 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구조대를 바라봤다.

“기권하겠습니다.”

“저도 기권입니다.”

짐과 릴라의 기권 소리에 맥켈리가 펄쩍 뛰었다.

“지금 무슨 소리야?!”

흥분한 맥켈리에게 다가간 짐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진정해 맥켈리. 이게 맞아. 우리 팀은 경기 시작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모두가 죽을 뻔했어. 여기 칼님이 아니었으면 너도나도 그리고 릴라와 이미 본부로 돌아가 치료받고 있는 케빈까지 모두 죽었을 거야.”

“하지만…너무 아깝잖아. 두 번째 경기에서 끝까지 가면 상금이 1만 달러야.”

“하하하. 맥켈리 우리는 캐나다의 루키들이야.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1만 달러는 쉽게 벌 수 있어.”

“그래도…릴라. 짐 좀 말려봐.”

짐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맥켈리가 릴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릴라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맥켈리. 네가 오기 전에 벌써 짐과 말을 끝냈어. 그리고 기권하자고 한 것은 내가 짐에게 먼저 꺼낸 말이야.”

“멍청한 녀석들….”

씁쓸한 표정을 짓는 맥켈리를 향해, 릴라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아. 돈도 돈이지만, 명예도 따라온다는 걸. 하지만, 우리 때문에 칼님의 활동 반경이 줄기도 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칼님의 영역은 여길 중심으로 반경 1km라며. 근데 반경이 줄어?”

“우리가 여기 남아 있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게 되면 바로 구하러 올 수 있는 거리가 그 정도라는 거야. 우리가 없다면, 칼님의 반경은 더 넓어져. 그리고 경기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

릴라의 말에 옆에 있던 짐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 모습을 본 맥켈리가 헛웃음을 지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너희들은 너무나 멍청해.”

맥켈리의 욕설에도 짐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법사 주제에 우리를 살리기 위해 미끼가 된 너만 할까?”

“그래. 우리는 다 바보다!”

그렇게 캐나다의 루키들이 구조대와 함께 유신의 캠핑장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릴라가 유신에게 다가왔다.

“아까 저희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조심히 가세요.”

“네. 그러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릴라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눈을 빛내고는 구조대와 함께 떠났다.

그때, 구조대원 중 팀장급 인물이 남아서 유신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저기 칼 제라니 선수.”

“무슨 일 있나요?”

“특별한 건 아니고,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가요?”

“칼 선수가 바비큐를 구워 먹는 게 방송에 나오고 있습니다.”

“네. 그래서요? 뭐가 잘못됐나요?”

유신의 말에 구조대원은 머뭇거리다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시청자들이 보기에 숲에서 캠핑을 즐기는 칼 선수의 모습이 비춰지니, 두 번째 경기의 난이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바비큐는 좀 자제 부탁드립니다.”

힘들게 말을 뱉어낸 구조대원을 유신은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게 누구 뜻인가요?”

“네?”

“대회 측에서 요청한 건가요? 아니면 방송국? 그것도 아니면 지부 대표들이었나요?”

“……”

구조대원은 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유신은 그런 구조대원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돌려보냈다.

그렇게 팀장급 인물까지 떠나자, 유신은 구워놨던 고기를 보란 듯이 먹으며 생각했다.

‘분명 방송국과 각 지부의 대표들이 전달해달라고 했던 걸 거야.’

유신의 생각은 맞았다.

지부의 대표는 몬스터에 시달리는 자국의 루키를 보다가 홀로 유유자적한 유신의 모습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서 그들은 자금력을 동원해서 방송사를 압박했고, 반나절만에 유신에게 말이 전달된 거였다.

그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적을 많이 만들어 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생각을 정리하면서 남은 고기를 다 먹은 유신이 빈접시를 들 때였다.

하늘 위로 붉은 폭죽이 터져 나왔다.

유신은 폭죽을 보자마자, 그쪽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내달리면서, 유신은 경기 전 크리스와의 통화를 떠올렸다.

-너에게 숲 중앙을 부탁하고 싶다.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대회의 안전을 위한 거지. 내가 북쪽을 다른 영웅들이 동서남을 맡아서 탈락자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그런데, 중앙이 좀 약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 중앙에서 붉은 폭죽 신호가 오면 네가 그들을 구해주면 된다.

“크리스씨도 참~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요. 그리고 저도 참가자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혜택도 없이…”

-맨입으로 하는 부탁이 아니다. 칠성검의 비밀과 봉인을 푸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마.

유신은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 제때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말없이 칠성검을 바라봤다.

그냥 바라만 봐도 너무나 좋은 이 검에 비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이 검이 봉인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 봉인된 무기의 봉인을 풀면, 더욱 좋은 무기가 된다고 했다.

‘칠성검의 내구력이 강해지거나, 포스를 더욱 잘 받아들이면, 지금까지 구상만 하고 사용하지 못한 기술을 쓸 수도 있겠어.’

그렇게 유신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칼 제라니? 여보세요? 야! 하유신!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어서 크리스가 급하게 유신을 불렀다.

유신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말을 이었다.

“네 하겠습니다. 숲 중앙에서 정확히 뭘하면 되나요?”

-목표 지점을 문자로 전송해주겠다. 그곳에서 반경 3km 안에서 터지는 모든 구조 신호를 책임져 주면 된다.

“알겠습니다. 근데 제 검에 무슨 비밀이 있나요?”

-두 번째 경기가 끝나면 알려주려고 했는데, 뭐 선수금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하나 알려주마. 그 검의 원주인은 김무혁이었다.

크리스가 무게감을 가지고 비밀을 말하였지만, 유신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마리 선배한테 벌써 들은 이야기예요.”

-그래? 하지만, 이건 모를걸? 칠성검 덕분에 무혁이 그렇게 강해졌다는 말이 있어.

“네??!”

-거기다가 난 무혁이 강해진 이유도 정확히 알고 있고.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회상이 끝날 때쯤 유신은 목표에 도달했다.

그곳에서는 수십의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참가자 앞에 한 마리의 블러드 폭스가 달려들기 전이었다.

블러드 폭스.

단 한 마리가 기백의 크레이지 래빗을 상대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였다.

유신은 블러드 폭스를 향해 검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괜히 블러드 폭스가 아니었다.

호주에 온 후 처음으로 몬스터가 유신의 검기를 피했다.

“아르르르.”

블러드 폭스는 유신의 공격을 피한 후 거리를 두고는 낮게 울부짖었다.

유신은 참가자들과 블러드 폭스 사이에 끼어들면서 그들을 살펴봤다.

참가자 한 명의 옆구리가 뭉떵 뜯겨서는 피가 철철 넘치고, 내장의 일부가 보였다.

다른 한 명이 그런 그를 살리기 위해 양손으로 겨우겨우 지혈하고 있었다.

“포션 없으세요?”

유신의 말에 지혈하고 있던 사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부 소비했습니다.”

“벌써요?”

“네. 블러드 폭스를 만난 후에….”

“일단 이거 받으세요.”

유신이 포션을 건네주는 동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블러드 폭스가 유신에게 뛰어들었다.

완벽한 포식자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블러드 폭스에게는 상대가 너무나 나빴다.

“깨깽.”

달려들던 블러드 폭스가 무언가에 부딪혔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블러드 폭스는 그렇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달려들던 힘 때문에 꽤나 강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유신은 그런 블러드 폭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꽤 아플 거야. 보통 이걸 사람들은 호신강기라고 하거든.”

무협으로 치면, 강기로 자신의 주변을 보호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유신의 호신강기는 일반적인 강기와 달랐다.

자신의 주변을 강한 힘으로 보호하는 것은 같았지만, 호신강기와 같은 반발력은 떨어졌다.

지금 선보이고 있는 기술은 유신이 폐관수련 기간에 포스의 변형을 더욱 심도 있게 깨우치면서 만든 기술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할 턴이네.”

블러드 폭스를 향해 칠성검을 든 유신은 그대로 쉼 없이 검기를 날렸다.

그러자, 블러드 폭스가 놀란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뛰어서 검기를 피했다.

“카아악!!”

모든 검기를 피한 블러드 폭스가 유신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경계 어린 괴성을 내뱉었다.

유신은 그런 블러드 폭스에게 재빨리 다가가면 검을 휘둘렀다.

“네가 고양이도 아니고 무슨 하악질이야!”

검기와 블러드 폭스의 발톱이 부딪혔다.

“끼이이잉.”

블러드 폭스의 발을 자르려고 했지만, 의외로 발톱은 단단해서, 검기를 막았다.

그렇다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검기를 막은 앞발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특유의 민첩성을 잃은 블러드 폭스를 상대하는 건 너무나 쉬웠다.

촤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블러드 폭스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유신은 칠성검에 묻어 있는 피를 털어내며, 몸을 돌릴 때였다.

분명 쓰러져서 피를 철철 흘리던 참가자와 그의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방금까지 기척이 느껴졌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참가자들이 남긴 거라고는 사용한 빈 포션 병과 붉은 핏자국이 전부였다.

아리송함보다 불길함이 유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주위에 널려있던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에서 이상한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유신과 그 일대를 덮치는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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