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158화 (158/300)

158화_배틀필드(4)

두 번째 경기의 규칙은 오직 하나였다.

생존.

참가자들은 팀을 이루어도 되고, 숨어만 있어도 됐다.

오직 통과 조건은 숲속에서 3일간의 생존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대회 시작 전부터 인맥을 쌓거나, 대회 전부터 친했던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숲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유신이 나 홀로 숲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 괜찮을까?”

“내비둬.”

“탑 10이어도 죽고 싶나 보지.”

“그래. 우리끼리라도 모이자.”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걸러진 천 명은 모두 루키였다.

한 지부 또는 한 기관을 대표하는 차세대 강자였기에 모두 자존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들어가는 숲은 그런 자존심을 꺾어서, 뭉개고, 버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유신의 단독 행동을 보고 몇몇은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

“일단은 나도 혼자 움직여 볼게.”

“나도.”

“야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어.”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혼자 해볼게.”

참가자들이 각개전투를 하려고 할 때였다.

첫 번째 경기 탑 1이자, 수호기사 솔로 넘버인 쟌 아르켄시스가 방패를 앞세우고 앞에 섰다.

그 뒤로 리우와 스텔라 남매가 자리를 잡더니 뭉쳐서 숲으로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유신을 제외하고, 상위권의 인물들이 뭉쳐서 움직이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다시 팀을 만들어서 숲에 들어갔다.

***

제일 먼저 숲에 들어간 유신은 빠르게 숲 중앙으로 향했다.

솔직히 이렇게 빠르게 홀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이번 경기는 생존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하루 전 유신은 어색하지만, 반가운 사람에게 전화가 왔었다.

“네 여보세요?”

-하유신의 전화인가요?

“네?”

지금 비밀 임무로 하유신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칼 제라니로 활동하고, 전화번호도 칼 제라니 꺼였다.

유신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전화도 끊지 않은 상태에서 에둘러 말하려고 할 때였다.

통화 저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내가 실수했군.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말이야. 거기 칼 제라니의 전화인가요?”

“…네 맞습니다. 누구신가요?”

유신의 경계심은 한층 올라갔다.

칼 제라니에게 전화를 건 것도 사실이고, 자신의 정체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 사람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상대에게서 바로 답이 들려왔다.

“나. 크리스네. 오랜만이야.”

“크리스?”

순간 누굴 지칭하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아!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하하. 기억하는가 보군.”

“죄송합니다.”

“아니네. 경기는 잘 보고 있네. 그런데 혹시 여력이 되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나?”

“부탁이요?”

그래서 유신은 크리스의 부탁을 위해 홀로 숲에 뛰어든 것이었다.

어제의 일을 떠올리다 보니 유신은 어느새 목표 지점까지 오게 됐다.

그렇게 도착하자, 식인 식물들이 넝쿨을 움직여 유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유신은 칠성검에 검기를 일으켜서는 식인 식물을 반토막 내버렸다.

그렇게 식인 식물을 정리한 다음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칠성검에 포스를 모아서는 그대로 땅에 꽂아 버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소리가 숲을 뒤흔들며, 굳건했던 땅이 뒤집혔다.

땅속에 숨어있던 식인 식물의 뿌리가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신은 칠성검을 움직여 식인 식물의 뿌리를 잘게 잘랐다.

그렇게 식인식물을 다 처리했을 때였다.

“크르르륵.”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숲속. 그것도 몬스터가 많은 숲속에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내는 건 금기랑 다름없었다.

그래서 유신이 낸 굉음에 몬스터들이 모여들었다.

몬스터들은 유신에게 오면서 대부분 자기네들끼리 싸웠지만, 모든 몬스터가 그런 건 아니었다.

호시탐탐 덮칠 기회를 엿보는 몬스터의 모습에 유신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여기는 내 영역이다.”

당연히, 몬스터는 유신의 말귀를 알아먹지 못했다.

그저 유신을 발견하고는 군침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유신과 몬스터의 대치가 있었지만, 그 대치도 오래가지 않았다.

참을성 없는 몬스터들이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무심히 검기를 날렸다.

서걱

푸른 검기가 몬스터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가오던 몬스터들은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양분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대충 보기에도 살아있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신은 검을 들어 올리고는 다시 말을 내뱉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여긴 내 구역이야.”

한기 넘치는 유신의 말에 수풀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유신은 소리가 나는 곳을 제외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일점술을 날렸다.

푸욱

일점술이 지나간 곳에는 몸에 구멍이 뚫린 몬스터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잡몹들의 처리가 끝나자, 유신이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사자후를 내뱉었다.

“크아아아아아앙!!!”

유신의 사자후에 숲에서 쉬고 있던 새들이 하늘을 날았고, 몬스터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 소리는 숲속에 진입한 참가자들에게까지 울려 퍼졌다.

그렇게 길게 사자후를 내뱉고 난 유신은 몬스터들의 사체를 아공간에 넣었다.

주위가 깨끗해지자, 유신은 아공간에서 대형 텐트를 꺼냈다.

숲속 한가운데, 텐트가 설치되고, 바비큐 그릴과 싱싱한 고기가 나왔다.

“그럼 이제 캠핑을 즐겨볼까?”

참가자들 모두가 목숨을 건 상황에서 유신의 괴행동은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

캐나다 지부의 맥켈리 페이지.

그는 첫 번째 경기에서 895등이 된 마법사였다.

초원에서 크레이지 래빗 사냥은 확실히 마법사가 유리했고, 운이 좋아서 통과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자신이 하위권이라는 자각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캐나다 지부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존을 모색했었다.

하지만, 호주의 숲은 만만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식인 식물로 인해, 지쳐갔다.

거기다가 갑자기 등장한 거대 도마뱀 트라고아나 때문에 동료들과도 떨어지게 됐다.

“제길! 이게 뭐야.”

맥켈리는 대회 측에서 제공한 붉은 폭죽을 어루만졌다.

이걸 터뜨리면, 5분 후 구조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탈락하고 만다.

물론 본인이 마지막 경기까지 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캐나다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최소한 이번 경기까지는 통과하고 싶었는데….”

본인의 나약함에 한탄하고 있을 때였다.

부스럭

나뭇잎 밟히는 소리에 맥켈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거대한 몸집에 독을 가지고 있었고, 몬스터도 두려워하지 않는 변종 도마뱀. 트라고아나였다.

트라고아나 때문에 동료들과 떨어지게 됐고,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그냥 지나가라.’

맥켈리는 예전에는 네발로 기었는데, 마계화로 영향으로 두 발로 서 있는 트라고아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계속 빌었다.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풀숲에 숨어있는데, 트라고아나와 맥켈린의 눈이 마주쳤다.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를 마주하자, 맥켈린은 그대로 폭죽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살려주세요! 누가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울부짖듯이 외친 이 소리가 무의미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주위에 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외쳤다.

“키에에에엑!”

갑자기 트라고아나의 비명이 들렸다.

맥켈리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무시하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머리가 잘린 트라고아나가 쓰러져 있었다.

그 자리에 멈춰선 맥켈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트라고아나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제때 왔네요.”

자신의 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맥켈리의 고개가 바삐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유명 인사가 서 있었다.

“칼 제라니님 맞으시나요?”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맥켈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유신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신은 그런 맥켈리를 보며 약간 짠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배틀필드 참가자 맥컬리 페이지님 맞으시나요?”

“어? 어떻게 제 이름을?”

“동료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시죠.”

“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맥켈리에게 유신은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맥켈리는 유신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그저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고소하면서 기름진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흠흠. 이게 무슨 냄새죠?”

“아.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거든요.”

“네? 여기서요?”

“네. 여기서요. 일단 빨리 움직이시죠.”

“아. 알겠습니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소리에 맥켈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음식 냄새를 맡고 언제 몬스터들이 몰려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더 움직이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짐? 릴라?”

맥켈리는 헤어졌던 자신의 동료들을 보게 되자, 처음에는 반가웠다.

하지만, 반가움은 이내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자신은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동료들은 여기서 아무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맥켈리!!”

뒤늦게 동료를 발견한 짐과 릴라는 서둘러 맥켈리에게 다가왔다.

“몸은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응. 괜찮아. 칼님이 구해주셨어.”

“잘됐다. 정말 잘됐어. 칼님 정말 감사합니다.”

짐의 감사를 시작으로 릴라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맥켈리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모습에 유신은 반대로 부담을 느꼈다.

“아닙니다. 제가 뭘 했다고요. 그런데, 짐과 릴라님과는 다르게 맥켈리님은 곧 떠나셔야 합니다.”

“네? 그게… 맥켈리 설마 폭죽을 터트렸어?”

맥켈리는 짐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아…어쩔 수 없구나. 대회에 돌아가면, 켄트에게도 안부 전해줘.”

“켄트? 켄트가 살았어?”

“응. 심하게 다쳤지만, 제때 칼님이 오셔서 살게 됐어.”

“그렇구나. 다행이다.”

진심으로 또 다른 동료를 걱정하는 맥켈리의 모습에 유신은 가면에 가려졌지만,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바비큐 숯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뒤늦게 맥켈리가 펄쩍 뛰었다.

“연기를 피우시다니, 너무 위험합니다.”

“괜찮아. 맥켈리.”

기겁하는 맥켈리를 말린 건 짐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상식을 무시하는 짐과 유신의 행태에 맥켈리가 참지 못하고 한소리하고 말았다.

“여긴,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숲 안이야. 그렇다고 결계도 없잖아. 이게 몬스터를 불러오는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데.”

걱정 어린 맥켈리의 잔소리가 끝나자마자, 유신이 그릴 위에 고기를 올렸다.

지이이익

돼지 목살의 익어가는 소리에 맥켈리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돌아갔다.

생각해보면 대회 시작 후,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그때 짐이 맥켈리를 데리고 테이블에 앉혔다.

“일단 배고픈 거 같은데, 배부터 채워.”

“하지만, 위험한 행동들이…”

“맥켈리! 전혀 위험하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자꾸 위험하지 않다고만 되뇌기만 하고.”

“사실 여긴 칼 제라니님의 영역이야.”

“응? 영역?”

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맥켈린이 의문을 표할 때, 유신이 맥켈린 앞에 새롭게 구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배고프실 텐데, 일단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칼님. 영역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짐님의 말 그대로입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1km는 제 영역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