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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156화 (156/300)

156화_배틀필드(2)

오랜만에 푹 잔 유신은 아직 잠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기지개를 피고 나니, 잠자던 근육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유신은 대회에서 나눠 준 GPS를 확인했다.

GPS에는 친절하게도 크레이지 래빗과 참가자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줬다.

모든 참가자가 출발한 상황에서 홀로 늦장을 부리는 유신의 모습에 인터넷 댓글창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다크호스의 패기!』

『저 여유로움. 저분은 진정한 강자다.』

『근데 언제까지 분분할 수 없잖아. 사회자 뭐하냐? 이름? 이름을 알려줘!!』

⤷ 『이 새끼 이름이라니. 성함이라고 해.』

“빌리. 저 다크호스는 정체는 누구입니까?”

“네. 제가 따로 알아봤는데요. 교황청의 소속의 루키. 칼 제라니입니다.”

“오~ 교황청에서 이번에 많은 인원을 대회에 보냈네요.”

“그렇죠. 역시 성녀가 있는 교황청입니다. 호주 사람들이 몬스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걸 알고 많은 인원을 대회에 내보냈습니다.”

“네. 드디어 칼 제라니가 출발했습니다. 어 그런데,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닌가요?”

“첫 번째 경기는 12시간 동안 진행되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거겠죠.”

“역시 대단합니다.”

“그런데, 존. 이번 경기에서 탑 10에 들면, 상품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상품이 뭔가요?”

상품이라는 말에 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 상품이 있죠. 참고로 이 상품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데, 제가 겨우 상품의 정체에 대해서 입수했습니다.”

“오~ 뭔가요? 존. 빨리 알려주세요.”

“그건 바로, 하급 마나석입니다.”

“마나석이요?”

“네. 마정석보다 더 귀하다는 그 마나석입니다.”

존과 빌리가 상품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PD가 그들에게 급하게 화면전환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캐치한 존이 프롬프터에 뜬 글을 읽기 시작했다.

“네. 상품이 공개된 순간 벌써 크레이지 래빗과 만난 참가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드론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에서는 누구보다 앞서 나간, 쟌이 방패를 들고는 수십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과 대치했다.

“실드 차지!”

방패의 돌파력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쇄된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크레이지 래빗이 남았다.

쟌은 카이드 실드를 등에 착용하고, 손방패 두 개를 꺼내서는 남은 크레이지 래빗을 학살했다.

그동안 몇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이 도망갔다.

“윈드 커터!”

마법으로 남은 크레이지 래빗까지 도륙해버리자, 전광판 1등에 쟌 아르켄시스의 이름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름 옆에는 62라는 숫자가 적혔다.

그때 갑자기 2등에 제이미 레스넌의 이름이 찍히더니, 꾸준히 숫자가 올라갔고, 57에서 멈췄다.

“1등은 역시 쟌 아르켄시스군요. 그런데, 제이미 레스넌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럼 드론이 전송해준 영상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존의 말에 화면은 제이미 레스넌을 비췄다.

“몰아치는 벚꽃.”

제이미의 사복검이 길게 늘어나더니, 원형을 그리며 크레이지 래빗을 도륙했다.

그렇게 몇 차례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주위에 있던 크레이지 래빗은 사체가 되었다.

“아! 역시 사복검의 달인이자, 얼음꽃 제이미였습니다.”

사회자 존과 해설자 빌리가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1등이었던 쟌과 2등이었던 제이미의 등수가 한 칸씩 내려갔다.

그리고, 새로운 1등으로 리수진의 이름이 뜨면서 157이라는 숫자가 적혔다.

숫자를 보고 놀라 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렸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빌리가 팔꿈치로 존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존이 다시 진행을 이어갔다.

“1…1등이 바뀌었습니다. 그럼 현재 1등의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평원에 리수진이 홀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크레이지 래빗의 사체는 보이지 않았다.

이내 당황한 PD가 재빨리 화면을 앞으로 돌렸다.

그러자, 리수진이 백 마리가 넘는 크레이지 래빗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곧 캐스팅을 끝내고 시동어를 외쳤다.

“어스퀘이크!”

리수진의 마법은 크레이지 래빗을 순식간에 갈아버렸다.

하지만, 어스퀘이크는 죽은 크레이지 래빗을 땅속으로 끌고 갔다.

마법이 끝났을 때는 땅 위에는 오직 리수진 뿐이었다.

“6서클 어스퀘이크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정말 많은 루키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빌리. 리수진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존의 말에 빌리가 재빨리 능력을 사용해 리수진의 신청서를 검색하고는 입을 열었다.

“존. 1년 전에 몬스터 땅이 된 북한에서 약 백여 명의 사람이 발견된 거 알고 있나요?”

“아 물론이죠. 그 일 때문에 잠깐 인류화 작업이 멈췄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더욱 활기를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인류화 작업이 가속화된걸요.”

“네. 리수진 선수는 그때 북한에서 넘어온 생존자입니다.”

“역시 세계는 넓고, 능력자는 많군요. 그런데 빌리가 말했던 다크호스 칼 제라니는 지금 몇 마리 잡았나요? 전광판은 딱 천 등까지밖에 안 나와서 잘 모르겠군.”

“네 잠시만요.”

빌리가 컴퓨터를 조작하더니, 이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칼 제라니 선수는 아직 한 마리도 잡지 않았네요.”

“벌써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된 지 1시간이 넘었는데, 다크호스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너무 굼뜬 게 아닐까요?”

“뭐 그럴 수는 있지만, 아직 시간은 많으니 조금 기다려보도록 하죠.”

대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참가자는 많았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화면에 나오면 나올수록 유신은 서서히 잊혔다.

잊힌 유신은 대회 진행 6시간이 지난 뒤 처음으로 분통을 토했다.

“아니. GPS에서는 분명 여기에 크레이지 래빗이 있다고 하면서 왜 한 마리도 없지?”

유신의 GPS에서는 이곳에 수백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이 있다고 했지만, 눈앞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고장 났나? 에휴~”

길게 한숨을 쉰 유신은 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다윈에서 꽤 멀리 왔다.

물론 포스를 이용하면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시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유신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뇌까렸다.

“아람. 거기 있지?”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유신은 아람이 근처에 있다는 걸 도깨비의 내기 끈으로 알고 있었다.

“거기 있는 거 알고 있어. 답이라도 좀 해주지.”

한 번 더 재촉하고 나서야, 아람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귀찮게 왜 그러냐?

“다름이 아니라, 크레이지 래빗 좀 찾아 줄 수 있어?”

-길 안내에 몬스터까지 찾아주라고?

“부탁할게. 아 그래! 이번 경기 탑 10에 들며 하급 마나석이 상품이야. 그거 받으면 너 줄게.”

아람에게서 잠시간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아람에게서 신호가 왔다.

-거기서 남쪽으로 12km정도 가면 크레이지 래빗이 모여있다. 꼭 탑 10에 들어서 내게 마나석을 받치도록!

“땡큐~!!”

유신은 GPS를 바라봤다.

GPS에서는 아람이 가리킨 곳에 아무것도 없다고 나와 있었다.

“역시 이건 고장났어.”

유신은 슬링백에 GPS를 집어넣고는 드론을 불러들였다.

드론은 유신의 부름에 조심히 다가왔고, 이내 어깨에 견착했다.

“그럼 조금 빠르게 가볼까?”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간 유신은 이내 점이 되어 사라졌다.

그저 유신이 있던 자리는 움푹 패어 있을 뿐이었다.

***

앤드류 시거가 732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을 잡고 잠깐 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앤드류님. 목표물이 GPS 조작을 눈치챘습니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군. 플랜B를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휴대폰을 닫은 앤드류가 드론을 바라보며 최대한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드론은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방금 문자를 확인하고 보낼 때도, 드론이 휴대폰을 찍지 못하게, 살짝 몸으로 가렸다.

‘칼 제라니. 넌 첫 번째 경기에서 크레이지 래빗을 단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하고 탈락할 것이다. 그리고 배틀필드를 통해서 바로 나 앤드류 시거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겠지.’

플랜A.

유신의 GPS를 조작해서, 크레이지 래빗과 마주치지 못하게 하는 거였다.

플랜B.

유신이 향하는 곳의 크레이지 래빗을 자신이 심어놓은 사람들이 미리 선점해서 없애는 거였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암수가 유신에게 뻗어 나갔지만, 앤드류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

유신이 라이언과 함께 마약범들의 소굴을 털 때였다.

그때 유신은 입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달렸다.

달리고 달리다가 이러다가는 정말 죽겠다 싶을 때, 유신은 포스를 활용해 빠르게 달리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이제 무르익어서, 평지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반갑다. 토끼야!!”

12km라는 거리를 10분 조금 넘는 시간에 도착한 유신은 크레이지 래빗을 보며, 발검했다.

채애애애앵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유신이 크레이지 래빗을 돌파했다.

“아람. 다음은 어디야?”

-남서쪽으로 7km.

“오케이!”

멈춰있는 크레이지 래빗을 무시하고 유신은 남서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약 1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앤드류의 명령을 받은 용병들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이 본 것이라고는 상하체가 분리되어서 쓰러져 있는 크레이지 래빗뿐이었다.

“남서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빨리 움직여라.”

그들은 유신을 따라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목표물이 서쪽으로 향했다. 지금 좌표를 보내겠다.

“젠장! 벌써 끝났다고?”

용병들은 유신을 따라잡기 위해서 다시 한번 뛰기 시작했다.

-남쪽. 목표물의 좌표가 이동했다.

“뭐가 이렇게 빨라!!”

유신은 몇 시간 동안 크레이지 래빗을 찾아다닌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다.

그래서 포스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물론, 하루 종일 포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바닥이 날 양도 아니었다.

그리고, 존과 빌리는 뒤늦게 유신이 천 등 안에 들어온 것을 전광판으로 확인하게 됐다.

“빌리가 말했던 다크호스 칼 제라니가 318마리를 사냥해서 천 등에 올라왔습니다. 응? 기쁘지 않으세요?”

“당연히 기쁘죠. 하지만, 이제 대회 마감까지 3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예상한 것은 탑 10이었는데…그래도 첫 번째 경기는 어떻게 통과할 것 같네요.”

빌리가 아쉬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칼 제라니가 755등으로 올라갔다.

“빌리. 보세요. 칼 제라니가 한 번에 245명을 제쳤습니다.”

“아니. 대체 어떤 전투를 하고 있는 거죠? 영상 준비됐나요?”

PD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에서는 유신이 아우토반을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이동한 유신은 저 멀리 크레이지 래빗이 보이자, 검을 세 번 휘둘렀다.

유신이 휘두른 세 번의 검격에서는 푸른 검기가 뿜어져서는 날아갔다.

서어걱~

서걱 서걱

검기들은 크레이지 래빗들을 스쳐 지나갔다.

이내 크레이지 래빗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유신은 쓰러뜨린 크레이지 래빗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대로 방향을 꺾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전광판에 칼 제라니라는 이름이 697등으로 올라갔다.

“빌리. 방금 칼 제라니가 검기를 뿜어낸 게 맞죠?”

“네. 존. 검기였습니다. 그것도 완벽한 검기 3개로, 27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했습니다.”

“저게 가능한가요?”

“빌리도 방금 보시지 않았습니까?”

“언빌리버블!”

존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있을 때였다.

화면은 계속 유신을 비추고 있었고, 그 짧은 사이 크레이지 래빗과 다시 조우한 유신은 다시 한번 검기를 뿜어내서는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했다.

유신은 2시간 동안 다섯 차례나 크레이지 래빗 사냥을 끝냈고, 등수는 348등까지 올랐다.

“이제 첫 번째 경기 종료까지 1시간이 남았습니다.”

“존. 한 시간이면 충분히 등수를 변경할 수 있겠는데요?”

“빌리. 너무 칼 제라니 편 아닙니까?”

“아. 눈치채셨군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의 다크호스가 왜 멈춰 섰을까요? 한 마리라도 더 사냥하는 게 이득인데?”

“탑 10에 들기는 어려워서 그러지 않을까요? 거기다가 천 등 안에도 안정권이고요. 그리고 이만하면 지치지 않았을까요?”

“솔직히, 그 정도로 검기를 날렸는데, 지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 하하하.”

존과 빌리가 웃으며 대화하고 있을 때였다.

유신이 높게 점프하더니, 그대로 검을 땅에 찔러넣었다.

와르르

검에 찔린 땅이 무너져 내렸다.

그 황당한 모습에 존과 빌리는 진행과 해설을 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입을 크게 벌릴 뿐이었다.

그렇게 유신은 대회장으로 돌아오는 중에 한 번씩 검을 찔러넣어서 땅을 무너뜨렸다.

“네. 대회가 종료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금부터 크레이지 래빗 사냥을 멈추시고, 대회장으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존의 말이 맞습니다. 호주의 밤에는 백 마리의 크레이지 래빗을 순식간에 도륙할 수 있는 블러드 폭스가 있으니, 모두 조심하시고요.”

빌리의 경고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곧바로 대회장으로 복귀했다.

“빌리. 칼 제라니를 응원하는데, 이런 말 하기가 미안하네요. 칼 제라니가 가면을 쓰고 있어서 혹시 여러 명이 동시에 움직여서 크레이지 래빗 사냥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존. 배틀필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 전광판 보이시죠? 저건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 상위 1,500명의 참가자와 카운터 확인을 받고 싶은 참가자들은 3명의 능력자 앞에서 오늘 하루 동안 크레이지 래빗을 사냥한 카운터를 검사받을 겁니다. 물론 다크호스 칼 제라니도 받게 될 거고요.”

“네. 말씀드리는 순간 칼 제라니의 카운터가…엥?”

존은 방송 중인 걸 알고 있으면서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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